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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200화 (200/220)

〈 200화 〉 제 7화 세계수.(3)

* * *

눈에 띄게 뒤로 물러나는 세계수를 보며, 몸 안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마력을 손짓으로 휘둘렀다.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미증유의 힘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힘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힘을 컨트롤했다.

뭔가 내 몸 뒤에서 누군가가 부드럽게 내 움직임을 받쳐준다는 느낌?

­김지호 힘은 내가 컨트롤 해 줄 테니까 지금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움직여 봐.­

그리고 그건 착각이 아니었는 듯이 린의 목소리와 함께 내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마력의 위력과 한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치 게임이라면 가려져 있던 HP 바와 MP 바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물론 HP라고 느껴지는 것은 검은 마력으로 치환되고 남은 내 육체의 상태처럼 느껴졌다.

세계수가 더 이상 물러나지 않게 불꽃으로 감싼다.

머릿속에 상상을 토대로 손을 휘두르자, 곧 세계수의 발치에서 시작한 불꽃이 원을 그리며 바닥에서부터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적당히 세계수의 머리가 보일 정도로 솟구치는 검은 불꽃.

그 너머에 당황한 듯한 세계수의 움직임이 보인다.

얼굴이 없다 보니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당황한 움직임과 더불어 내 생명력을 통해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신성력이 주위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밀레느의 몸에서도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고.

역시나 세계수는 단순히 엘프들이 관리하는 신성한 나무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역당하는 것은 엘프였고, 세계수는 그런 엘프들을 통해 근원력을 넓혀 나가고 있던 것이다.

지금도 위험하니 엘프로 부터 급하게 생명력을 흡수하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내 정액으로 인하여 탄력을 되찾았던 육신이 푸석푸석하게 변하면서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초췌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밀레느를 보며, 다시금 검은 마력을 일으켜 그녀와 세계수가 연결된 고리를 끊어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신성력을 이용한 권능이라고 해야 하나?

내 몸 안에는 근원력 대신 강력한 권능이 자리 잡혀 있는 것만큼 그런 세계수의 초라해 보이는 권능이 한눈에 보였다.

이대로 둔다면 세계수는 밀레느가 죽을때까지 생명력을 갈취했겠지.

내 곁에 머물던 정령이 재빠르게 밀레느의 곁으로 다가가 쓰러 진 몸 위를 빙글빙글 돌며 기운을 복돋아주는 게 보였다.

다시금 세계수로 시선을 던지자, 마치 빈 껍데기 처럼 미동 조차 없어진 세계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확실히 빈 껍데기가 되었군.

천장을 보니 어느새 목각인형 같던 세계수의 머리에 자그마한 뿌리를 내 뻗었다가 급하게 수거하는 세계수의 본체가 보였다.

이 건물을 들어오기 전에 나는 세계수를 보지 못했다. 느끼지도 못했고.

다만 지하에서는 뿌리와 줄기가 보였고, 그렇다면 세계수의 본체는 이곳보다 먼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김지호. 위에서 사이한 기운이 느껴져.­

린의 목소리에 따라서 어느새 천장에 있던 틈 사이로 전부 사라져 버린 세계수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쿠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재빨리 검은 마력을 이용해 밀레느를 감싸 내 쪽으로 잡아당긴 후 단숨에 천장을 뚫고 건물 1층으로 올라갔다.

내 몸 주위에 둘러싼 검은 마력에 닿을 때마다 부식되어 없어지는 것같이 사라지는 천장과 벽들.

그리고 곧 얇은 나무 바닥을 검은 불꽃으로 불태우며 밝은 조명이 비치는 1층에 도착하자 나는 바닥에 가볍게 올라 서며, 어느새 텅텅 비어 있는 1층의 모습을 보았다.

아마 조금 전 진동으로 인해 전부 도망친 걸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아마도 그 이전에...

아니 애초에 이 첫 번째 거리 일부가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에 가까웠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아무도 없이 텅텅 빈 거리와 함께 저 멀리 첫 번째 거리. 즉 이 끝자락이 아닌 아직 술집이 있는 거리 쪽에는 마치 이쪽과 상관없다는 듯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으니까.

결계.

아니. 이건 결계 보다는 이 블랙마켓의 근원과 가깝다고 해야 어울릴 것이었다.

밀레느는 이 블랙마켓의 주인들이 이곳에 세계수를 심고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아마 사실과 다를 것이었다.

반대로 이 블랙마켓의 주인들을 무시하고 세계수가 불법주거한 탓에 블랙마켓의 주인들은 그냥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을 확률이 컸다.

그 예시로 어느새 엘프들이 영업하던 가게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엄청나게 커다란 크기의 세계수가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아니 어쩌면 이 블랙마켓의 근원력을 일부 붙잡고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구는 가능성이 없으니 일단 지구와 동떨어진 작은 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 이곳에 기생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세상에... 저건 세계수 아니야?­

어렸을 적 살던 동네의 뒷산 정도라고 해야 하나?

넓이는 그 정도가 높이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그리고 내 옆으로 누군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분홍빛의 안개와 함께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검은 머리에 산양 같은 회색빛깔의 뿔이 두 개가 자라난 미인의 얼굴.

뭐라고 해야 할까? 연예인의 장점들을 전부 긁어 모아 만든 조각 같은 여인이 있다면 이런 여자를 말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얼굴형을 가진 20대 초입에 여인이 분홍빛 안개를 걷으며 걸어 나왔다.

유광의 가슴만 딱 가리는 검은색 탱크탑 상의에 유광의 딱 달라붙은 레더레깅스를 입은 볼륨감이 어마어마하한 늘씬한 여성이 검은 낫을 한쪽 어깨에 걸친 상태로 걸어 나왔다.

검은색의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날 부위만 짙은 보라색의 보석 같은 것을 깎아 날을 끼워 넣은 모양색의 곡선의 사신낫이라고 해야 하나?

간혹 온라인 게임 같은데나 아이템 형식으로 나올 것 같은 화려한 외형의 낫을 어깨에 걸친 상태로 안개를 걷으며 나타난 그녀가 또각또각 부츠소리를 내며 나와 마찬가지로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살짝 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검은 머리카락과 달리 야광 같이 빛나는 붉은 눈동자를 가진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하다가 길쭉하게 길어지며 요염한 눈웃음으로 바뀌었다.

"어머. 이거 불법 거주자를 잡으러 왔는데, 높으신 분을 뵙는군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랫도리에 반응이 살짝 오는 것이 단숨에 그녀가 이 블랙마켓의 주인 중 하나인 악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큐버스인가? 라고 하기엔 서큐버스의 특징 중 하나인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소꼬리 처럼 얇고 길쭉한 검은 꼬리가 그녀의 엉덩이 위 골반사이에서 쭉 뻗어 나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꼬리의 끝자락은 하트 모양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모양에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자유로이 허공을 노니는 것을 보니 뭔가 꼬리의 움직임을 보는 것조차 그녀에게서 미증유의 힘이 흘러나와 나를 자극하는 것이 느껴졌다.

매혹? 이라고 해야 하나?

내 본능이 그렇게 속삭이며 정신 방벽을 두텁게 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그것과 달리 아랫도리는 불끈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넌 이 블랙마켓의 주인인가?"

살짝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랫도리를 진정시키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살짝 나를 보던 검은 머리의 여인이 그런 내 시선을 마주하다가 살짝 내 아랫도리를 바라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저는 이 블랙마켓의 주인 중 하나인 렌시아라고 합니다? 우연히 한국쪽 블랙마켓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서 찾아와 봤는데. 우연히 이곳으로 향하는 곳이 개방되어 있더군요."

간드러지는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목소리에 야릇함이 섞여 있다면 이런 목소리라고 할 정도로 목소리만으로 무언가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그녀의 말에 잠시 심란해져가는 마음을 다시금 가라앉혔다.

지금 그녀가 보이는 모습으로 보면 확실히 악마라기보다 서큐버스에 가까워 보였는데, 서큐버스가 나와 상성이 안 좋은 것일까?

반신에 오르면서 강화된 권능으로 변화한 부동심이 제대로 작동을 안 되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머리는 차분하지만 몸이 폭주하는 느낌?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폭주하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높으신 분이 어째서 이런 곳에?"

"뭐, 내가 있으면 안 될 곳이라도 있는 건가?"

자신을 렌시아라고 밝힌 서큐버스의 질문에 다시금 차분한목소리로 대꾸했다.

"어머. 물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격이 없으면 아무리 높으신 분이라고 해도 저희도 제대로 된 대접이 어렵답니다? 그것이 이 곳의 룰이거든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이 꾸르렁 하는 소리와 함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다시금 세계수 쪽으로 돌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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