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화 〉 제 7화 세계수.(10)
* * *
요도 구멍이 터질 듯이 팽창하면서 무언가 이물질 같은 것이 내 똘똘이로 들어오려는 이물감이 아랫도리를 흔들어댔다.
"으..."
아픈 것보다 무언가 답답한 느낌과 동시에 계속해서 요도 구멍을 파고들기 위해 귀두를 짓눌러 오는 압박감에 남은 신성력을 쥐어 짜냈다.
두꺼워진 똘똘이때문인지 내 똘똘이 기둥 중간쯤에 매달려 있던 렌시아가 두 눈을 비비면서 귀두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것보다 신성력을 쥐어 짰음에도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귀두를 보면서 절망감이 들었다.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똘똘이와 요도 구멍에 박혀 있는 빛의 정령과 세계수의 정수.
여기서 신성력이 고갈 돼서 점점 똘똘이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남은 것은 파멸 뿐이었다.
내 귀두가 됐든, 세계수의 정수가 됐든 둘 중 하나는 분명 끝장이 날 게 분명했다.
홀리 쉣.
뭔가 방법이 없는지 침착하게 생각해 보았다.
일단 아랫도리에 물리는 이물감과 진동에 집중력이 계속 분산이 됐지만, 정신을 집중하여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심상 세계로 들어왔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지진이라도 난 듯 굉장하게 흔들리는 저택의 내부.
들어서자마자 벽과 천장이 쩌쩍하고 금이 갔지만, 이 끔찍하게 혼돈스러운 상황에서도 나는 정신줄을 부여 잡고 눈앞을 집중했다.
항상 처음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1층 로비의 넓은 공간.
아까 전까지 린이 누워 있던 침대 대신에 거대한 튤립 같은 붉은 꽃봉우리 같은 것이 로비의 바닥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으며, 그 안에 무언가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술에 거나 하게 취한 것처럼 좌우로 경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겨우 중심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흔들리는 시야속에서 금이 쩍 쩍 간 벽과 바닥에서 가시가 달린 덩굴 같은 것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내가 가려는 길을 가로막는 가시 덩굴.
살짝 피해서 꽃봉우리로 다가가려 하니, 이번에는 옆에 쩍 벌어진 벽에서 가시덩굴이 튀어나와 내 몸을 옆으로 밀쳐 낸다.
평소라면 가볍게 버틸 정도의 가시 덩굴이었으나, 신성력이 다 떨어진 상태라서 그런지 평범한 인간의 몸처럼 몸이 가시 덩굴의 궤적에 따라 붕 떠오른다.
"아..."
저 멀리 저택 2층에 불이 들어와 있던 린이 머물고 있던 방문이 살짝 덜컹 거리는 순간 가시 덩굴이 입구를 가로막는다.
나머지 방들은 아직 불은커녕 미동도 없는 상태.
퍽.
충격없는 마찰의 진동이 등 뒤에서 느껴진다.
현실 세계가 아닌 만큼 아픔보다는 충돌로 인한 흔들림이 뇌까지 울리는 상황.
튤립 봉우리에서 훨씬 멀어진 만큼, 쩍 쩍 갈라진 바닥과 벽 사이로 튀어나오는 가시 덩굴들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그 덩굴 수가 거의 세계수에서 보았던 가지 만큼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더욱이 튤립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구릿빛깔의 여인의 모습.
왠지 세계수의 구멍에서 만들어진 호수가에서 보았던 그 거대한 물의 여인과 비슷한 모습의 여인.
그때는 물이었다면 이번에는 뭐랄까? 구릿빛깔로 태닝한 몸에 연녹색의 풍성한 웨이브 진 머리칼을 하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몸이 나무처럼 진한 갈색처럼 보이고, 머리는 잎사귀 처럼 녹색 빛깔로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붉은 튤립 같은 봉오리 사이에서 눈을 감고 있던 그 여인이 눈을 뜨자, 굉장히 성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이런 파렴치한. 감히 내 본체를..."
설마 세계수인가?
성난 얼굴의 여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아라아라 처럼 봉오리 사이에 몸을 감추고 있는 모습을 보며, 뭔가 알라우네인 아라아라가 떠올랐다.
다만 아라아라와 다르게 인간의 육체에 꽃의 특성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닌 나무를 연상케 하는 몸과 잎사귀를 떠올리게 하는 연녹색 머리카락.
저택 안으로 파고드는 튤립의 꽃봉오리와 함께 1층을 기준으로 저택 전체를 문어발처럼 감싼 가시덩굴.
계속해서 저택이 흔들리고 파손되어 가지만, 그렇다고 저 튤립 봉오리나 가시덩굴이 저택의 파손과 함께 사라질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굳건하게 버티는 것이 자멸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젠장..."
신성력을 다 소모해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내부의 세계를 다루는 법이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몸이 생각한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직접 능력을 끌어당겨 쓸 수도 없고 신성력이 고갈된 상태라 권능의 사용조차 불가능하다.
더욱이 신체 또한 현실과 달리 인간의 상태에서 제한 되어 있다.
다행이라면 방금 가시 덩굴에 몸이 벽에 꼴아박았음에도 상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상처 대신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집중력이 분산되었는데 그때마다 저택의 진동이 심해졌다.
토할 것 같은데.
시야가 흔들리는 것이 거의 폭풍속 가운데에 올라탄 통통배 위의 느낌이다.
이 정도로 시야가 흔들리는 것은 어렸을 때 이후 처음 인 것 같은데.
벽에 반쯤 기댄 자세로 쓰러져 있던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코피는 흐르지 않겠지만, 뭔가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손등으로 코를 훔친 후에 마치 미국 럭비 선수의 게임 대기 시작 전 자세로 상체와 다리를 수그렸다.
무릎을 수그려 무게 중심을 엉덩이에 둔 스쿼트 자세 보다 좀 더 웅크린 자세.
육체는 다행히 반신에 오르고 나서 한번 경험했던 육체다 보니 인간이었을 적보다 훨씬 근육이 많고 힘의 조절이 자유로웠다.
무릎을 굽힌 상태로 앞으로 튀어 나가듯이 몸을 날렸다.
바닥이 흔들리고 시야 전체가 진동의자에 앉은 것처럼 흔들렸지만, 반신에 오르면서 인간을 초월한 감각을 이용해 발이 꼬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균열이 일어난 바닥을 살짝 뛰어 넘으면서, 제일 길쭉해 보이던 가시 덩굴이 채찍처럼 발아래를 노리고 날아오는 것을 목격했다.
"흡."
살짝 스탭이 꼬이는 발걸음으로 아슬아슬하게 발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가시 덩굴을 뛰어 넘었다.
다만 회전력 때문인지 가시 덩굴의 끝자락이 갈고리 처럼 말아들면서 다시금 나를 낚아 채듯이 뒤에서 날아오자, 그대로 공중에 살짝 뜬 자세로 뒤로 돌아 가시 덩굴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퍽.
굵은 동아줄을 걷어찬 것처럼 단단한 느낌과 함께 살을 파고드는 가시의 따가움이 느껴졌다.
마력을 이용해서 검은 트레이닝 복에 운동화를 입은 차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이는 것과 달리 마력으로 보호하는 것이라 단단함이 장난 아닐 텐데 그걸 뚫어 버리는 가시라...
다행히 반발력 때문에 가시가 살짝 박혔다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빠르게 몸을 돌려 저택 중앙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짧은 호흡만에 가시 덩굴을 쳐 냈지만 또 다른 수십 개의 가시 덩굴이 내 쪽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높이도 높이지만 궤적 또한 제각기라서 이걸 다 피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 순간 2층. 정확히 린을 발견했던 방의 입구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 내 쪽을 향해 날아들던 가시덩굴의 궤적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내 허벅지 만큼 굵은 가시덩굴부터 팔목 정도의 굵기까지 다양하고 길쭉한 가시덩굴이 서로 얽히면서 속도가 줄어들거나 멈추는 것을 보며, 그대로 저택의 중앙을 향해 뛰어들었다.
좀 전에 가시가 내 마력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발과 손 부분에 마력을 좀 더 두텁게 발현시키고, 다른 부위의 마력을 줄였다.
탓.
처음 두 가닥의 덩굴이 꽈배기 처럼 말려서 날아드는 가시 덩굴을 가볍게 뛰어 넘어 밟아서 도약했다.
이번엔 마력을 두텁게 해서 그럴까? 가시가 발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다음 머리 높이로 날아드는 가시 덩굴을 그대로 머리를 숙이고 한 손으로 덩굴을 붙잡아, 반대로 무게 중심의 지지대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얻었다.
마치 나무를 타고 다니는 원숭이처럼 가시덩굴을 붙잡고 좀 더 앞으로 달려가는 추진력을 얻은 나는 이번에는 활자로 휘어 제대로 허리 부근에 날아드는 가시덩굴을 그대로 주먹으로 부딪혔다.
그 덕분에 충격과 반동으로 인하여 달려가던 것이 멎고 오히려 뒤로 몇 걸음 밀려 났으나, 뒤이어 날아드는 덩굴이 내가 방금 주먹으로 쳐 낸 가시 덩굴과 엉켜 날아오던 방향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다시금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면서 위아래로 쏟아지는 가시덩굴을 뛰어넘거나, 몸을 숙여 피해냈다.
마치 전문 스파이 요원이 온몸을 이용해 보안장치를 뚫고 나가듯이 코 앞을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가시 덩굴을 아슬아슬하게 림보 자세로 넘어가면서, 어느새 부쩍 가까워진 튤립 꽃봉오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꽃봉오리 안에서 연약한 본체를 숨기고 있는 것같이 날카로운 기세로 나를 쳐다보며 악을 쓰고 있는 세계수의 모습.
혹시 세계수의 정수가 내 몸과 닿아 있어서 심상 세계까지 저것이 따라온 것일까?
그럴싸한 추측하면서 마지막 가로가 아닌 내 몸을 쪼갤듯이 세로로 날아오는 가시덩굴을 간발의 차로 옆으로 회피해냈다.
회피해냄과 동시에 세로로 날아온 가시덩굴이 바닥에 닿기 전에 내 쪽으로 확 하고 휘는 느낌에 그대로 뒤돌아차기로 가시 덩굴을 걷어차 그 과정에서 생기는 반발력으로 좀 더 세계수 쪽으로 달려 나갔다.
저게 본체일까?
커다란 나무 상태일 때에는 몰랐는데, 느낌상 저것이 세계수의 본체라는 생각이 내 본능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그리고 저것을 꺾어야만 이 상황과 동시에 현실의 상황또한 타계할 수 있음을 내 권능이 속삭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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