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213화 (213/220)

〈 213화 〉 제 8화. 헌터.

* * *

그렇게 세계수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일단 블랙마켓 내부에서는 뭔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보였고, 세계수가 있던 곳이 블랙마켓 내부에 숨겨진 공간 같은 느낌이었는지 블랙마켓을 찾아온 손님이나, 접객을 하는 이들도 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았다.

일단 내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는 엘프들을 달래서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게 하고 블랙마켓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길에 혹시 렌시아나, 그와 동급의 블랙마켓 관리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타나진 않았고.

오히려 나를 길잡이를 해주겠다고 처음부터 따라다니던 화란이 마지막까지 꼭 자기 가게에 들러보라면서 치근덕 거리다가 사라졌다.

물론 당장 오늘 밤늦게 재방문할 의사가 있었지만, 혹시나 오늘 스케쥴에서 뭔가 또 일이 생기면 어려울 수 있다고도 말해주었다.

물론 이는 같이 따라온 밀레느에게도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스윽.

빠르게 블랙마켓에서 빠져나와 집에 도착한 나는 처음에 나올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당당하게 정문으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새벽 일찍임에도 집 안과 밖에서 인기척이 났기 때문에 4층 높이로 뛰어올라가는 기행을 벌이는 것보다 이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딸깍.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벽 일찍 깨어난 것으로 보이는 에실리가 푹 하고 내 품에 안겨들었다.

"아빠. 어디 갔었어요."

에실리의 등을 토닥이다 보니 하나와 보미도 거실에서 모습을 스윽 나타내는 것이 보였다.

슬라임이라 수면 패턴이 인간과 달라서 그럴까? 적어도 블랙마켓에 다녀온 시간이 5시간이 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멀쩡하게 깨있는 모습을 보니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내 여동생과 비교됐다.

"잠깐 일이 있어서 다녀왔어."

­꿈틀.­

내 품에 안긴 에실리의 머리 옆으로 빼꼼하고 만드라고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 보니까 만드라고라긴 한데 생김새는 나무로 만들어진 통통한 목각인형처럼도 보였는데, 머리는 리얼하게 사람 머리처럼 되어 있으며 녹색잎이 머리카락처럼 자라나 있어 독특해 보였다.

그런 만드라고라의 움직임을 느낀 것인지 내게 안겨 있던 에실리가 화들짝 놀라면서 내 품에서 떨어져 나갔다.

"엄마야."

그러더니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만드라고라를 이곳 저곳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 만드라고라. 분명 세계수인 샤르와는 달라보였는데. 생김새는 샤르와 똑같아 심상세게에 다시 한번 찾아가 보았는데, 좀 전까지 침대에 누워 있던 샤르가 어느새 튤립 봉오리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침대에 누워 있던 린에게 그것에 관해 물어 보다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듣고, 아까 전 마신이 강림했던 상황을 추가로 물어보자, 다시금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받은 상태였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어정쩡하게 마무리 된 상태. 뭔가 마음에 전혀 들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내가 이렇게 반신에 오르게 된 것도 어정쩡하게 오르게 된 거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애초에 자지 용사에서 반신이 되고, 뜬금없이 창조신을 만나서 지구까지 넘어온 상태이다.

여기에 현실성이 있냐? 전혀... 애초에 로또 1등 맞고 이세계로 소환당하는 것 자체부터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잠시 내가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동안 만드라고라의 상태를 확인한 에실리가 손가락을 이용해 내 포켓 주머니에 있는 만드라고라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뭔가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만드라고라를 바라보는데, 글쎄. 나도 이 만드라고라가 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상태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세계수의 정수가 떨어져 나간 세계수로 만들어진 생명체이고, 나를 따른다는 점은 확실하지.

"아빠. 쥬스 드실래요?"

찰나의 시간 동안 거실에 있던 냉장고에 후다닥 다녀온 하나가 내게 투명한 텀블러를 건넸다.

보니까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을 갈아 넣은 것인지 색이 의미불명의 무지갯빛이다.

"그래."

하나가 내민 투명한 텀블러를 받아들자, 하나가 씨익 웃는다. 뚜껑을 열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약간 녹즙 냄새가 나는데?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내용물을 입안에 털어 넣자 알싸하면서 매콤한 맛과 함께 여러 가지 뒤죽박죽 섞인 향과 맛이 난다.

다만 맛이 역하거나 하진 않아서 먹을 만은 했지만 추천할 만한 맛은 아니었다.

"으음. 뭐."

에실리나 하나와 달리 조금 귀찮다는 표정을 지은 보미가 슬라임 몸 위에 입은 헐렁한 티셔츠에 손을 넣고 배를 벅벅 긁으면서 큰 방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셋 다 성격도 그렇고 개성도 제 각각 같다.

내가 빈 텀블러를 하나에게 내밀자 하나가 엄마 미소 같은 표정을 지으며, 후후 하고 거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 오늘 우리 사냥터 가는 거 굳이 안 따라와도 되는데."

그러면서 나를 스윽 쳐다보는데, 손에 만드라고라를 들고 서 있는 것이 마치 강아지를 들고 서 있는 어린 딸내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사냥터에서 팬클럽 회원들도 만나기로 했었지.

그 만남에서 얻을 것도 있었고.

이세계의 인신이었던 아르데나 때를 겪으면서 내 권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적용되는지 조금 궁금해졌다.

인간과의 관계도 지금까지 관계를 맺었던 몬스터 아가씨들 같이 권능이 닿느냐, 아니면 아르데나나 지금 세계수인 샤르와 같이 조금 다르게 적용이 되느냐. 하는 것이 궁금해졌다.

물론 처음 보는 인간에게 대뜸 섹스하겠냐고 물어보진 않겠지만, 아마 비슷하게 진행할 것 같았다.

일단 처음은 돈. 그리고 외모. 마지막으로 능력 정도가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웬만하면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간혹 돈으로 해결이 안 될 때도 있긴 하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사들도 어떻게 보면 인간이니까, 아마 인간에게도 몬스터 아가씨들처럼 권능이 먹혀든다면, 후에 굴복시켜서 권능으로 묶어 버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 권능 자체가 전투 능력에 향상을 베이스로 둔 권능이 아니다 보니, 나와 궤가 다른 안드레아나 루산과 싸우려면 최대한 권능을 강화시키는 것이 좋았다.

특히 마왕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나와 같은 반신이니까. 까딱하다간 내가 잡아먹힐 수도 있고.

이번 세계수와의 전투에서 깨달은 것이 많았다.

세계수 샤르는 나보다 한등급 낮은 준신에다가 나와 비슷하게 권능이 전투에 관련된 것이 아님에도 내가 굉장히 위험했다.

솔직히 세계수의 공격 자체가 위험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굉장히 엉뚱한 부분에서 위험한 경우가 있었다.

내가 가진 권능으로 끌어오는 능력은 결국 몬스터 아가씨들의 능력이나 특성을 빌려오는 것으로 신성력이 섞인 공격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물리적인 피해나 마력적인 신비에 대항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결국 신성력을 쓰는 권능. 즉 똘똘이의 공격 때 엉뚱하게 위험한 경우가 많았단 말이지.

그러니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거였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운이 좋게, 여성으로 이루어진 적만 상대했지만, 앞으로 상대해야 할 루산이나 일부 용사들은 성별이 남성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권능과 동시에 신성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

그러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물리적으로나 마력적인 신비로 신성력을 압도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했다.

물론 그 정도까지 닿으려면 얼마나 권능을 키워야 하는지 예측이 안 됐지만. 일단 모르면 일단 최대한 모으거나 쌓는 게 맞는 거겠지.

생각을 정리하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내 뒤를 에실리가 쫄래쫄래 따라온다.

그러다 소파에 툭 하고 앉자, 살짝 눈치를 보다가 내 옆에 툭 앉는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만드라고라를 만지작거리자, 거북이처럼 느린 움직임으로 만드라고라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내 딸들이 헌터 일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실력 자체를 가늠해 본 적은 없다.

영상으로 봤을 때 에실리가 힐러고, 하나가 마법사, 보미가 전사 포지션이었지?

물론 백 퍼센트 완벽한 포지션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포지션을 변경한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보미의 경우 슬라임이 가진 자체적인 재생 능력을 이용해 가벼운 치유 능력을 쓸 수 있었고, 하나의 경우 마법 말고도 창술과 봉술에 능해서 가끔 백병전을 한다고도 들었고.

에실리는 치료 마법을 이용해 적의 움직임을 봉한다고 들었다.

물론 이건 영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까페에 글을 읽을 때 본 내용이라 확실한 것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좋았다.

헌터 일하기 전에 직접 한번 실력을 봤으면 좋겠는데.

장소가 문제였다. 그렇다고 곧 있으면 사냥을 갈 애들을 운동장 같은데 끌고 가서 실력을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김지호. 심상 세계가 있잖아.­

그 순간 뇌리에 들려오는 린의 목소리에 아, 그렇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내 심상 세계는 내가 가족이라 인정한 이들의 영혼이나 정신이 이제 들락날락할 수 있었다.

전에는 이런 능력이 없었지만, 린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인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딸들이라면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반대로 신성력이 부족할 때는 렌시아나 마신처럼 초대하지 않았는데 불쑥 찾아올 수 있는 것까지 알게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러면 실력을 보는 것도 심상 세계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린.

그렇게 린에게 생각을 전달하며, 옆에 있는 에실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거실과 큰 방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애들아 아빠한테 와 보렴."

그리고 내 목소리에 거실에 있던 하나와 큰 방으로 들어갔던 보미가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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