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217화 (217/220)

〈 217화 〉 제 8화. 헌터.(5)

* * *

"네."

이번에 대답은 보미가 해 왔다.

왠지 뭔가 이세계 능력자들이 판치는 웹소설이나 만화 같은 설정을 그대로 따온 것 같은 단어에 살짝 이맛살을 구겼다.

"그게 뭔데?"

대충 예상은 됐지만, 슬라임이 어떻게 버프를 넣는지 궁금했던 터라 그냥 통째로 물어 봤다.

"그러니까. 아빠 말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하나의 말에 에실리 쪽을 바라보자, 에실리가 만드라고보다 작아진 그림자 인형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내 바닥에 내려놓더니 이내 자기 손에서 자그마한 슬라임 채액을 만들어내 그림자 인형 위에 톡 하고 떨어뜨렸다.

그러자 곧 그림자 인형의 몸 위에 떨어진 액체가 그림자 인형 전체를 얇게 덮더니 이내 투명한 막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마력을 일으켜서 확인해 보니 마력 위로 에실리의 마력을 덧 씌워진 상태.

천천히 마력의 형상을 기억하면서 살펴본다.

슬라임의 채액으로 만들어진 마력. 그것이 마치 막 형태로 그림자 인형을 덮고 있고, 그것이 방해를 끼치지 않고 서로 잘 부대끼고 있다.

융합이라고 하기엔 확실히 떨어져 있고, 그렇다고 완벽히 별개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변을 감싸고 있다.

신기하네.

에실리의 엄마인 에슬리도 이런 능력은 없었다.

물론 나를 몸 안에 삼키는 능력은 있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마력을 뚝 떼어내서 보호막을 만드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렇지. 이거 보호막. 그래 보호막에 가깝네.

하나 때도 그치만 독특한 능력이다.

그러고 보니 보미 또한 슬라임의 몸 치고는 엄청 단단했지. 근육이나 피부가 없으니 몸을 구성하는 슬라임 채액의 경도를 올리는 능력 같은 건가?

근데 이건 보호막에 가깝지 버프형 힐러라고 할 수 있을까?

잠시 에실리를 지켜보고 있자, 곧 에실리의 보호막을 받은 그림자 인형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그림자 인형임에도 마치 끈달린 마리오네트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끝에 그림자 인형이 에실리 앞에서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다.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동물처럼 에실리의 손에서 벗어나더니 모습 또한 살짝 곰 인형처럼 변해서 에실리가 원하는 대로 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마력을 살짝 일으키자, 곧 오래된 태엽인형처럼 움직임이 거칠어지면서 뚝 하고 에실리의 마력을 걷어냈다.

적을 움직이는 용도로는 약하고 그냥 보호막 같은 용도로만 쓸 수 있는 건가?

근데 잘 생각해 보면 마력이 없는 일반인 정도는 아까 그림자 인형처럼 원하는 대로 조종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림자 인형도 사람에게 덧씌우면 조종은 가능한데 말이야.

에실리의 능력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대충 싸우는 방식은 알 것 같고. 대충 셋의 능력은 알았으니까, 더 이상 여기선 할 게 없군.

일단 셋은 돌려보내고.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자, 나와 연결되었던 세 딸이 감았던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잠깐 해야 할 것 하고 있어 봐."

딸들과 연결된 신체접촉을 풀면서 다시금 심상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줄어든 저택의 크기와 함께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린과 샤르의 모습이 보였다.

"어서 와."

"어...어서 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해 오는 린과 내가 불편한 것인지 말을 더듬는 샤르.

그러고 보니 린은 이제 완전히 모습이 변해서 붉은 머리와 아담하면서도 글래머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반대로 샤르는 커다란 어린아이 같은 체형의 만드라고라로 변해 있었다.

린은 검은 로브 같은 펑퍼짐한 사제복을 입고 있고, 샤르는 위아래로 커다란 이파리로 몸을 가린 형태였는데, 피부가 무처럼 녹색과 하얀색이 섞인 색이다 보니 확실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린. 지금 마신하고 함께 있지?"

내 말에 린의 곁에서 검은 마력이 웅웅 거리더니 박쥐 모양으로 뭉치는 것이 보였다.

다만 입이 없는 검은 마력으로 만들어진 박쥐다 보니 주변을 맴돌뿐 따로 말은 하지 않았다.

"응. 여기 마신님이 계시긴 한데. 신성력이 모자라서 강림은 어려우시대."

그러면서 박쥐를 린이 바라보자, 곧 펑 하는 효과음과 함께 박쥐가 사라지고 다시금 린의 주변으로 검은 마력이 일렁였다.

내 쫒을까도 싶었는데, 이 정도면 뭐,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린쪽은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 샤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샤르 또한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쳇 하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한테 어쩔 수 없이 굴복해서 속박되었지만, 아직도 자아가 강한 것인지. 내 신성력 일부를 탐하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보였다.

뭐, 그래 봤자 방법이 없겠지만.

어느새 새로이 만들어져서 걸려 있는 샤르의 초상화를 보며, 권능을 발현해 보았다.

순식간에 내 주변을 가득 메우는 정령들과 자연의 기운.

더불어 불알 쪽이 시원하게 느껴지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힘이 느껴졌다.

세계수인 샤르를 흡수하면서 처음 세계수의 씨앗을 집어삼켰을 때와 달리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해진 뉴불알의 힘과 별개로 반대쪽에 새로이 생겨난 뉴 불알에서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마력과 신성력이 발현되는 것이 느껴졌다.

기존에 권능으로 인하여 똘똘이만 신성력으로 강화 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불알도 신성력으로 강화가 가능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불알이 커지거나 강철 처럼 단단해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무한으로 생산되던 정자들이 뭐랄까? 훨씬 강력해졌다는 느낌?

지금이라면 왠지 섹스를 통해 아이를 가지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동시에 그것도 원한다면 여럿을 넘어서 미친 듯이 많은 수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처음에 에슬리와 슬라임 아이들을 가졌을 때처럼?

물론 그것도 아이를 가져야 하는 상대방이 그 정도의 수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

인간을 상대로도 왠지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임신의 시간도 왠지 엄청나게 단축시킬 수 있는 것 같고.

준신의 능력을 가져올 수 있어서 그런가? 왠지 다른 몬스터 아가씨들의 능력보다 뭔가 훨씬 포괄적이다.

생명 그 자체에 뭔가 관여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능력은 여기까지 알아보고.

"궁금한 게 여러 가지 있어. 샤르."

내 말에 잠시 딴 짓을 하듯이 고개를 휙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샤르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비록 몸은 굴복했지만 마음만은... 끼흑."

헛소리를 하려는 것 같길래, 재빠르게 손가락으로 샤르의 사타구니 사이를 쑤셨다.

그나저나 가까이 와서 보니까 어려 보이는 체형과 달리 덩치가 내 1.5배는 되는 것 같다.

그러기에 손쉽게 사타구니 사이에 있는 옹이 구멍에 이렇게 손가락이 쉽게 들어간 거겠지.

근데, 똘똘이를 박았을 때와 달리 지금은 뭔가 물렁물렁한 것이 딱딱하지 않고 뭔가 무른 점토 같은 느낌이다.

물론 심상 세계이니 이게 육체는 아니겠지만, 린을 보면 생전의 육체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게 가장 세계수인 샤르의 근원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일본 망가 같은데 보면 거유 로리 같은? 그런 체형에 구릿빛 피부를 하고 있고, 얼굴 또한 남미풍의 이목구비에 커다란 눈 코입이 달려 있다.

"으으..."

그런 커다란 눈망울 위로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면서 샤르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쏘아본다.

"네 녀석만 아니었어도..."

반응을 보아하니 쉽게 주인님 소리 듣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샤르는 육체도 없는 상태였고, 더욱이 빼먹을 건 다 빼먹은 상태라서 굳이 비위를 맞추거나 심력 소모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살짝 린 쪽을 바라보았는데, 뭔가 귀신에 씌인 것처럼 혼자 꿍얼꿍얼 대더니 이내 나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왠지 그 모습이 살짝 소름 돋을 정도의 미소라 잠시나마 눈을 마주쳤던 나를 탓하면서, 다시금 샤르에 집중했다.

"으으... 이제 기틀은 다 마련 해 놓은 상태였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샤르를 보면서 사타구니 사이에 쑤셔 넣었던 손가락을 거두었다.

근데 잘 보니 손가락 끝에 뭔가 끈적끈적한 꿀 같은 것이 묻어져 있어,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아보니 달콤한 수액 냄새가 났다.

심상 세계임에도 맡아지는 향에 뭔가 고개가 갸웃거려졌으나, 순간 뉴 불알에서 강하게 신성력의 반응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이 부분은 세계수의 씨앗이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았다.

"그거에 대해서 자세히 좀 말해 볼래?"

내 말에 샤르가 분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뱉더니 체념한 것 같은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알았어."

생각보다 빠르게 체념하는 반응을 보니, 지금 자기 상태에 대한 것을 제대로 자각 하는 것 같은데.

뭔가 더 기 싸움 것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편해졌다.

물론 내가 원하면 이곳이 심상 세계인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샤르를 주무르는 것이 가능하지만 본인이 저렇게 자각하고 있느니 뭐.

"일단 네가 지구에 온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 말해 봐."

그 말에 샤르가 다시금 팔짱을 낀 자세로 입을 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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