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제 8화. 헌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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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기다리고 난 뒤에 차가 잠시 공회전을 하는 느낌이 들면서 마지막으로 차를 브레이크 거는 것으로 마지막으로 운전을 마친 여동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면서 동시에 머리 위에 비상등이 점화하면서 제일 먼저 신이 난 것 같은 모습의 보미가 쾌활하게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를 에실리 하나, 마지막으로 나와 여동생이 순서대로 내렸다.
오늘 아침에 내가 급하게 헌터 협회에 연락하여 기존의 사냥터를 옮겼다.
동시에 부랴부랴 에실리가 사냥터가 바뀌었다고 까페에 공지를 했고, 현재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하는 중이었다.
보미에 이어서 내린 에실리가 제일 먼저 주변의 환경을 카메라로 담는다. 그리고 그 카메라에서 날개 같은 것이 나오더니 이내 프로펠러처럼 변해 하늘에 떠오르기 시작햇다.
옛날에는 그냥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는 게 대다수였던 것 같은데.
내가 없는 사이에 이런 기술이 발달 한 것인지 보니까 네모난 캠코더가 달린 드론이 에실리의 머리 위 주변을 붕붕 날아다니며 각도와 주변의 사물을 찍는다.
에실리의 손을 보니까 알 수 없는 스마트 워치 같은 것이 손목에 차 있었는데, 그 손목에 있는 액정 위로 카메라의 시야가 보이면서 에실리가 손을 가볍게 움직이니 그것에 따라 드론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신기하네 이런 게 최신 기술인가?
보니까 메타버스가 말했던 마도 공학이라고 했던가? 잘 보니까 드론의 캠코더 부분에 보통 있어야 할 렌즈대신 뭔가 수정 같은 것이 박혀 있고, 그곳에서 마나가 느껴진다.
에실리가 익숙하게 드론을 조정하면서 카메라의 주위 배경을 담다가 이내 자기 얼굴 코앞까지 카메라를 가져온다.
"안녕하셈요. 에실리임미다."
카메라를 향해 브이하면서 입 모양을 세모로 만드는 에실리.
슬라임이라서 가능한 입 모양인데, 보니까 약간 만화에서 보이는 멍한 표정처럼 눈 코입을 만드니까 확실히 귀엽긴 귀여워 보이네.
촬영 중인 에실리 곁으로 보미가 달라붙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주위를 살폈다.
종각.
예전에는 젊음의 거리라 하여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 있는 동네였는데, 지금은 동물원처럼 주변에 쇠창살 같은 것이 쳐져 있고, 그 위로 마법진이 그려진 부적 같은 것이 잔뜩 붙어 있는 삭막한 동네가 되어 있었다.
사람도 안 보이고 마치 예전 동영상 사이트에서 보았던 새벽의 영국처럼 짙은 안개가 깔린 모습.
주차된 차량은 우리 말고도 제법 더 있었는데, 대부분 우리처럼 캠핑카처럼 생겼거나 고급 SUV 차량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반 승용차라고는 경찰차 처럼 보이는 차량 두 대와 보안 관련된 스티커를 붙인 차량 한 대 뿐.
"오늘 예약하신 헌터분들이시죠?"
여동생까지 차량에서 내리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방검복을 두텁게 입은 차림으로 k11 복합소총을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뒤를 보니까 비슷한 차림의 k2 소총을 들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이 추가로 보였는데, 셋 다 전술형 헬멧에 검은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네. 맞아요. 슬라임걸즈 클랜이예요."
익숙하다는 듯이 제일 뒤에 있던 여동생이 앞으로 뛰쳐나가면서 딸들의 헌터증을 내밀었다.
그리고 헌터증을 확인한 제일 앞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쇠창살들로 만들어진 벽 중에 딱 소형 차량 한대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입구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입장하시면 되고, 두 분은 매니져 이신가요?"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모래주머니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와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초소 같은 것이 보였다.
"아뇨. 저는 매니져 이고, 이쪽은 같은 헌터예요."
여동생이 자기 매니져 증을 내밀고, 나 또한 내 포켓 주머니에서 헌터증을 꺼내 내밀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 살짝 만드라고라의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마력으로 감춰 놓은 상태라 들킬 일은 없어 보였다.
"그렇군요. 등급이... 아, 협회 소속 요원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파하자 우리에게 모여 있던 관심이 싹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저쪽 초소에서 뭔가 시선이 살짝 느껴지긴 했는데, 위협적이거나 한 시선이 아니라 관심의 시선이라 신경을 껐다.
그나저나 반신에 올라서 현대 문물을 접하니까 뭐랄까?
예전 같으면 오오 하면서 관심 있게 쳐다봤을 총이나 군인들도 이제는 별 관심이 안 느껴진다.
오히려 저 눈앞에 있는 필드라는 것에 관심이 간다.
그러니까. 게이트와 달리 이세계의 지형 일부가 지구와 합쳐지면서 생겨난 공간이랬지?
실질적으로 저 울타리 안에 들어가면 일부 기계들이 먹통이 되면서 지금 여기서 보이는 크기와 달리 땅의 넓이가 수십 배로 늘어난다고 들었다.
블랙마켓과 비슷하게 지구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분리되며, 지구와 결합한 상태라 메타버스가 어느 정도 관여가 가능한 공간.
그래서 메타버스가 일부러 시스템을 인간들에게 접목시키면서 이런 필드나 게이트를 적극적으로 공략을 요구하는 상태다
랭크는 C랭크 필드. 지금 우리 딸들이 만든 클랜인 슬라임 걸즈와 딱 맞는 랭크면서, 출현 몬스터는 고블린.
참고로 내가 아는 판타지 상식인 잡몹으로 취급되는 고블린이 아니라 부락 급의 제대로 된 계급 체계가 존재하는 필드라고 들었다.
필드 내부에는 안전 거점 지역이라 하여 헌터들이 정비와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과 필드 지역. 그리고 보스 지역이 있다.
참고로 모든 필드는 랭크와 상관없이 보스 지역은 따로 랭크가 붙여지지 않고 있고, 그곳에는 공략 불가의 대상과 함께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토해내는 자그마한 게이트가 또 있다고 들었다.
이것 또한 이번 필드에서 내가 직접 한번 조사해 볼 생각인데.
아마도 루산이나 안드레아의 이상한 현상이 하나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조사해 볼 내용이고, 헌터에 대한 것들과 메타버스가 숨기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것도 조금씩 조사해 볼 참이었다.
참고로 내 딸들이 나를 통해진화하면서 메타버스와 연결이 끊겼는지 지금 상태창이나 이런 것이 제대로 표시가 안 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에 관해 메타버스는 별 이야기가 없는 상황.
아마도 지금 상황이 곤란하기보다는 말하기 곤란한 것이 있어서 아무 말 안 하는 것 같았는데.
대충 메타버스도 내 의중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섣불리 접근하지는 않는 모양이고.
물론 대충 안다고 하여, 블랙마켓에 있던 일과 내가 자신을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대충 내가 자신을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다 라는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고, 그것에 관해서 조심할 뿐이겠지.
상태창이 없어진 내 딸들은 뭔가가 허전하다는 듯이 자신들의 능력을 점검했지만, 뭐 상태창이 사라졌다고 하여 능력이 없어지거나 약해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됐다는 하나의 말을 끝으로 셋 다 그 후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드론을 이용해서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하던 에실리가 곧 보미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면서 무어라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하나를 비추면서도 뭐라 말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따봉을 날려 주었다.
에실리의 방송에 크게 상관 할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인기인지 잠시 핸드폰을 열어서 라이브 방송을 틀어보았다.
실시간 시청자 수 약 17만.
보아하니 엄청나게 많은 채팅과 함께 한편에 후원금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이 보였는데, 하나를 비출 때마다 그 후원금이 엄청난 속도로 쌓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하나는 진화를 통해서 도플갱어가 된 탓에 슬라임이었던 전의 모습이 아닌 거의 사람의 모습처럼 변한 상태였다.
방송 화면 외곽에 엄청나게 올라오는 하트들을 보면서 잘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 뒤, 주변을 좀 더 둘러보았다.
에실리의 까페를 보았을 때. 바뀐 필드로 와서 먼저 준비한다고 했던 카페에 회원. 슬라임 놀이터를 포함한 세 명의 회원이 있었는데...
어디 보자.
분명 에실리의 팬까페에 있던 회원들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에실리의 말로는 처음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후원자들이 대부분 여성으로 바뀌더니.
곧 슬라임 걸즈가 창설되고 1년이 지날 때쯤. 남성 회원들 대다수가 활동을 안 했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자신들 보다 훨씬 예쁘고 귀여운 애들 방송으로 대부분 넘어갔다고 하던가?
그 결정타를 날린 것이 여성 수인족들로 이루어진 걸그룹과 한 엘프녀의 방송이라고 말했다.
방송 시간대도 비슷하고, 볼륨감도 그쪽이 압도적이라 어쩔 수 없이 남성 회원들을 놓아주었다는 말을 하며 아쉬워하는 에실리의 머리를 쓰다듬었었지.
참고로 나도 잠깐 그쪽 방송을 짧게 보았는데, 확실히 여러모로 볼륨감이 압도적이었다.
방송 스케일이나 등장하는 미인들의 규모도 그랬지만, 확실히 몸매쪽의 볼륨감도 압도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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