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그를 바라보는 다경의 속눈썹 끝이 파르르 경련했다.
문제가 없을 리가 없잖아. 아무리 오기가 났다지만, 어떻게 이런 저질스러운 생각을.
“여기선 싫어, 다른 데로 가.”
아연하게 그를 바라보던 눈을 거두며, 다경이 단호히 벨트를 움켜쥐었다.
“누가 볼까 봐 그러는 거라면 걱정 마.”
벨트를 움켜쥔 새하얀 손을 슬쩍 잡아 뺀 그가 다경을 대신해 그녀의 벨트를 풀었다.
“썬팅이 짙어서 이 안에서 뭘 하든 밖에선 안 보일 테니까.”
커다란 몸이 조수석 쪽으로 성큼 넘어왔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 이런 데서!”
“그리고 어제부터 느낀 건데.”
잡아빼려는 손을 시트 등받이로 결박하며 그가 다경이 앉은 조수석의 시트를 뒤로 확 넘겼다.
“넌 싫다고 하는 짓을 하면 더 젖더라고. 못된 마음 생기게.”
날렵하게 겹쳐온 체온이 온몸을 수치로 물들게 했다.
“너 좋을 대로 해석하지 마, 이 저질···!”
밀어내려 뻗은 손이 도리어 커다란 손아귀에 잡아채였다.
“나 좋을 대로 한 해석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면 알겠지.”
욕정으로 새카맣게 물든 눈이 그 안에 완벽히 그녀를 가두었다.
“입은 꽤나 얌전한 척해도, 몸은 영 거짓말을 못 하던데.”
나른한 속삭임을 끝으로 거부할 새도 없이 입술이 삼켜졌다. 뒤늦게 그를 피해 고개를 돌렸으나 놓치지 않고 따라붙은 입술이 집요하게 살점을 빨았다.
미처 다물지 못한 입 안을 가르며 그가 기민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뺨부터 뒷목까지 덮어 내린 커다란 손에 퇴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두툼한 살덩이가 치열을 훑고 들어와 입 안 점막 곳곳을 눌러 비볐다.
흣, 지나치게 외설스런 키스에 목울대에서 얕은 신음이 흘렀다. 그에게 밀어붙여진 뒷머리가 시트에 파묻혔다. 도망갈 곳을 잃은 입 안으로 그가 더욱 노골적으로 혀를 미끄러트렸다.
저만치에서 낙엽을 밟으며 가까워지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들렸다. 반짝, 옆얼굴을 스치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귀 끝까지 열이 올랐다.
“하, 그만··· 음!”
저항의 말을 뱉어봤으나, 미약한 음성은 미처 마침표를 찍기도 전 맞물린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탐욕에 젖은 포식자처럼 게걸스레 얽혀드는 혀끝을 타고 독약 같은 타액이 넘어왔다.
코끝에서 숨결이 뜨겁게 뒤엉켰다. 몸에 불길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열감이 번졌다.
뿌리쳐야 함을 알면서도, 그의 기세에 압도당한 몸은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입술은 물론이며 온몸을 잠식할 듯한 거친 입맞춤에 사지에서 빠르게 힘이 빠졌다.
으응, 목 언저리를 간질이듯 쓸어내리는 은근한 터치에 귀밑쯤부터 아스스 소름이 돋았다.
어느 틈에 블라우스를 걷고 들어온 손이 얄팍한 옆 허리를 쓸고 올라와 한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흐윽, 숨을 당기는 입술을 도하가 영혼까지 빨아들일 기세로 흡입했다. 정신없이 호흡을 앗아가는 키스에 정신이 혼몽했다.
커다란 손아귀 가득 살덩이를 꽉 그러쥐었다가 엄지 끝으로 슥- 딱딱해진 살갗을 밀어 올린다.
흣, 간밤의 자극으로 잔뜩 예민해진 터라 입 밖으로 신음이 새고 말았다.
“이거 봐.”
찰나처럼 떨어진 입술 사이에 아슬아슬한 간격을 둔 채 그가 속삭였다.
“싫다면서 바로 이렇게 된 거.”
아흐, 아릿한 쾌감이 작은 돌기 끝을 타고 날카롭게 번졌다.
“옷째로 하면 안 되겠지? 선약도 있다는데 자국 남기는 저질은 아니라서, 내가.”
이미 온갖 저질스러운 짓은 다 하고 있으면서 신사라도 되는 양 가증을 떠는 입술이 물어뜯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통수를 당겨 다시금 혀를 얽어오는 그로 인해 어떤 것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빙글, 정점을 굴리는 손과 함께 그의 혀끝도 같이 다경의 혀를 문지르고 비볐다.
그의 셔츠 깃을 움켜쥔 팔이 바르르 떨렸다. 삽시간에 열기가 고인 다리 사이가 수치스러웠다.
싫다는 짓 하면 더 흥분하더라는 도하의 해석에 그렇게 완강히 부정을 했으면서, 모른 척할 수 없이 뜨거워지는 몸을 체감하자 다경은 목구멍까지 모멸감이 치밀었다.
어쩜 이성을 가진 인간이면서, 욕정 앞에 이리도 나약할 수 있는 건지.
“그만···.”
일말의 이성을 부여잡고 내뱉은 음성이 잔음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의 입에 삼켜졌다.
푸르게 내려앉은 어둠이 밀폐된 차 안에서 정신없이 혀를 얽는 둘을 에워쌌다.
어느 틈에 등 뒤로 옮겨간 손이 속옷마저 툭 풀어버렸다. 노골적인 해방감과 함께 들이친 선뜩한 한기가 등허리를 곧추서게 만들었다.
이러다 정말 이 안에서 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이 단전 아래서 음습하게 들끓었다.
여기서 정말 이대로 그와 몸을 섞기라도 한다면···.
“안···.”
발끝까지 치밀어 오는 흥분과는 별개로 엄습하는 두려움에 다경이 잘게 몸을 떨었다.
그 순간, 무릎 위에 올려둔 핸드백 안에서 자잘한 진동음이 느껴졌다.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린 다경이 뿌리치다시피 그를 밀어냈다.
“하아, 하···.”
가쁜 숨이 빠르게 입술 틈을 오르내렸다. 집요하게 빨려 보풀어 오른 입술이 차 내부를 휘도는 에어컨의 냉기에 선득거렸다.
밀려난 게 아니라 부러 밀려나 준 듯한 도하가 흔들리는 두 눈을 직시한 채 엄지로 제 아랫입술을 문질렀다.
화끈 달아오르는 귀 끝과 함께 지이잉― 끊이지 않고 울리는 진동 소리가 적요한 차 안을 가로질렀다.
미친 자식···.
꾹 깨문 입 안으로 욕설을 삼키고 서둘러 핸드백 안을 뒤졌다. 하마터면 그대로 끝까지 갈 뻔했다는 사실에 휴대폰을 찾아 헤매는 손끝이 발발 떨렸다.
이 시간에 제게 걸려오는 전화의 발신자는 엄마뿐인 걸 알면서도 긴장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꺼내든 휴대폰 화면 속 이름을 확인하곤 다경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최대한 당황한 티가 나지 않게 목소리에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늦기 전에 수신 버튼을 눌렀다.
“응, 엄마.”
― 지금 어디야?
시끌벅적한 소음 사이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게··· 아직 회사.”
웬일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상대를 불안한 눈으로 살피며 다경이 어색하게 대꾸했다.
― 아직도? 요즘 왜 이렇게 늦어. 들어오는 길에 파 한 단만 좀 사오라고 할랬더니.
좀처럼 통화에 집중되지 않고 주의가 산만했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상대를 알기에 더욱 입이 말랐다.
차라리 이대로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려버릴까.
“아니, 아직 회사긴 한데.”
통화 상대가 엄마인 걸 뻔히 아니까, 어쩌면 권도하도 더는 붙잡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던 그때.
“아마 곧, 꺅···!”
방심하고 있던 입에서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비명이 터졌다.
― 어머, 다경아! 얘!
번쩍 들어 올려진 몸이 순식간에 그의 위로 올라갔다.
도하의 짓이었다. 다경을 제 위로 앉힌 그가 어느 틈에 블라우스를 걷어 올렸다.
말도 안 돼!
― 무슨 일인데 그래? 어디 다쳤어?
당황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댔다. 뒤늦게 비명을 삼킨 다경이 횡설수설한 목소리로 휴대폰에 대고 답했다.
“아, 아냐. 실수로 뭘 좀 쏟아서.”
흡, 잘근 씹히는 감각에 하마터면 신음이 샐뻔했으나, 부리나케 입술을 감쳐물어 소리를 참았다.
이 미친 자식···. 원망하듯 내려다보는 눈을 그대로 마주한 도하가 혀를 내밀어 정점을 할짝였다.
간지럽고 서늘한 기운이 얇은 피부를 질척하게 훑었다.
부러 자아내는 것임이 분명한 마찰음이 가까스로 전화기를 움켜쥐고 있는 팔 아래서 음란하게 울렸다.
“아···.”
― 뭐야, 뜨거운 건 아니지?
파들거리는 팔 아래서 움직이는 남자의 얼굴이 온몸이 저릿해지도록 야했다.
“···응, 아냐. 엄마.”
살갗을 감싸는 열기가 때마침 뜨거웠으나, 그렇다고 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자 그런 다경의 대답을 비웃듯, 가슴께에서 피식 실소가 터졌다.
노려본 찰나, 별안간 스커트를 위로 걷어 올리는 손길에 당황한 몸이 움찔 경직된다.
미쳤어, 정말!
― 대체 뭔데 그래? 사람 놀라게.
저지하듯 그를 붙잡았으나 작은 손아귀에 잡힌 다부진 팔은 좀처럼 이 행위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엄마랑 통화 중인 걸 뻔히 알면서.’
그를 내려다보는 갈색 눈 가득 원망이 넘실거렸다. 그 눈을 빤히 마주한 도하가 죄책감 따윈 비치지 않는 낯으로 얇은 스타킹을 잡아 쭉 찢었다. 그러곤 당연한 듯이 손을 비집어 넣었다.
흡, 급히 당겨진 숨과 함께 휴대폰을 거머쥔 손끝이 바들 떨렸다.
― 별거 아닌 거 맞지?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했는지 전화 너머에서 재차 물음이 건너왔다. 아니라고 답하려던 찰나, 얇은 천 사이로 파고든 기다란 손이 갈퀴로 걸듯 안을 긁어내렸다.
흣, 한층 더 노골적으로 이어지는 자극에 다경은 도무지 입술이 떨어지질 않았다.
“뭐해. 어머니께서 물어보시잖아, 다경아.”
대답해야지, 하고 도하가 간교한 어조로 속삭이며 간밤 집요하게 빨려 불긋해진 살갗을 혀끝으로 길게 핥았다.
― 다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