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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 (85/98)

 에필로그 (1)

 운전 중 신호가 걸릴 때마다 조수석으로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추던 그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턴 아예 다경을 안아 올린 채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쿵, 품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한 몸이 그대로 벽까지 떠밀렸다.

 “흐··· 잠깐, 읍.”

 그에게 짓눌려 뭉개진 입술이 더운 호흡 사이로 거세게 빨려 들어갔다. 두툼한 살덩이가 미처 다물지 못한 틈을 뚫고 기민하게 파고들었다.

 젖은 점막을 핥고 치열을 더듬은 혀는 이내 혀뿌리마저 아릿하게 감아올렸다. 으응, 달짝지근한 신음이 뒤엉킨 살점을 타고 감질나게 울렸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맛보는 윤다경의 숨결인지. 밤새도록 울려달라는 발칙한 주문에 열기가 오를 대로 오른 몸이 어느 순간 정상 범주마저 넘어섰다.

 하··· 침까지 달아.

 “입 좀 더 벌려 봐, 다경아.”

 갈급한 짐승처럼 간절히 속삭인 그가 밭은 호흡을 뱉는 연한 입술을 잘근 씹어 벌렸다.

 어쩐지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요구에 조심스레 입술을 열자, 이윽고 그의 혀가 난입하듯 들어섰다. 호흡과 호흡이 뒤섞이며 터지는 간헐적인 숨소리 사이로 질척이는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입안을 헤집는 것만으론 모자란지 아예 혀를 감아 끌어, 쪽쪽 빨아대는 흡입력에 바닥을 짚고 있는 두 다리가 파르르 떨린다.

 너무 야해.

 10년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중에 가장 노골적이고도 야한 키스였다. 입안이 아닌 공기 중에서 뒤엉키는 돌기의 감촉이 온몸에 소름이 돋도록 생경했다.

 메마를법한 살덩이를 감질나게 핥아 올려 타액을 나누는 행위가 익숙지 못한 야릇함을 일깨운다. 대체 어떤 식으로 응해야 할지 몰라 그의 목에 매달리듯 팔만 두른 채로 할딱이자, 혀를 물고 있던 입술에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밤새도록 울려달라던 패기는 어디로 갔어, 응?”

 그가 집요하게 물고 빨던 혀를 놓아주며, 귀엽다는 듯 코끝에 입을 맞추었다.

 “누, 누가 뭐래. 이거야 네가 너무 야하니까···.”

 “야할만 하지. 얼마를 굶었는데.”

 마치 입맛을 다시듯 할짝, 입술을 핥고 지나가는 습한 감촉에 등허리가 파르르 곧추선다.

 현관의 흐릿한 미등 아래서 형형하게 빛나는 검은 눈이 굶주린 짐승의 그것처럼 빛났다. 집어삼킬 듯 응시하는 시선에 온몸의 신경 세포가 쭈뼛 섰다.

 눈빛만으로도 도하가 저를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인내심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도.

 다경은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을 느끼며 가쁘게 숨을 골랐다.

 이러다 밤새도록 울긴커녕 긴장감에 정신을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한심한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너 꽤 긴장한 건 알겠는데.”

 “앗···!”

 벽에 기댄 채 지탱하고 있던 한쪽 다리가 번쩍 들렸다.

 “미안. 내가 지금은 거기까지 배려할 여유가 없어서.”

 그 사이로 민첩하게 맞붙어온 그가 딱딱하게 부풀어 오른 앞섶을 노골적으로 문질렀다.

 “보다시피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음성에 잔소름이 일었다. 옷 사이로 느껴지는 터질 듯한 열감에 어느덧 맞닿은 다리 사이로도 꿉꿉한 습기가 고인다.

 아랫배가 딱딱하게 굳고 몸이 흠칫 떨렸다. 이 열기가 제 안으로 파고들면 어떨지. 옷 위로 비벼지는 것만으로도 몸은 지난 감촉과 쾌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저 또한 도하만큼이나 굶주린 탓일 지도 모른다.

 비로소 온전히 마음이 닿은 이 밤, 저 역시 그 못지않게 몸이 동하였기에.

 “힘 빼 봐, 다경아.”

 어느 틈에 다경의 하의를 내린 그가 뭉툭한 기둥 끝으로 어르듯 균열 틈을 문질렀다.

 어떡해···.

 이대로 들어오려는 걸까. 이렇게 선 채로.

 “잠··· 흣!”

 뒤늦게 둘의 몸이 뒤엉킨 장소를 깨닫곤 가슴팍에 손을 댔지만, 안을 파고드는 그의 침입이 더 빨랐다.

 “하···.”

 단숨에 연한 살의 가장 안쪽까지 몸을 밀어 넣은 그가 다경을 꽉 안은 채로 낮게 탄식했다. 다소 급박한 침입에 빠듯하게 열린 좁은 틈이 파르르 떨렸다.

 다경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전력을 다해 그를 끌어안곤 하릴없이 몸을 떨었다.

 고작 이 주 정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그리웠던 부피감이 빠듯하게 제 안을 채웠다. 버거운 동시에 만족스럽기도 한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잠식한다.

 이대로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찔한 감각에 미동조차 못하고 숨만 고르자 그의 더운 숨결이 귓불 위를 스쳤다.

 “미안. 미안해.”

 “아···.”

 너무 급한 거 아는데, 내가 지금은 정말 여유가 없다고. 도하가 벽에 기대어 있는 등허리를 바짝 당겨 안은 채로, 다경의 목덜미에 잘게 입을 맞추었다.

 안을 파고든 열기는 흉포하기 짝이 없는데, 그완 어울리지 않는 자잘하고도 조심스러운 입맞춤에 다경은 도리어 살갗 위로 아스스 소름이 올랐다.

 무작정 파고들 땐 언제고, 삽입한 이후론 선뜻 움직일 엄두조차 못 내는 그를 다경이 천천히 숨을 고르며 바라보았다. 길들여진 짐승처럼 본능을 억누른 채 응시해오는 검은 눈이 그녀 안의 무언가를 부추기고 자극한다.

 이렇게까지 날 위해 참지 않아도 되는데, 언제부턴가 넌 자꾸 참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구나.

 “여유···.”

 답지 않은 배려심에 외려 울컥한 다경이 결국 그의 얼굴을 붙잡고 촉, 입을 맞추었다.

 “없어도 돼, 보다시피···.”

 나도 너와 마찬가지라고.

 제 둔부를 잡아 벌리고 있는 그의 손을 슬쩍 아래로 끌어내려 둘의 이음새를 만져보게 했다.

 “너···.”

 도발인지 뭔지 모를 다경의 행동에 뒤늦게 이성을 차린 눈이 돌연 커졌다.

 마찬가지라는 다경의 말처럼, 섣부른 삽입이었음에도 입구는 뻑뻑하긴 커녕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벗겨 내린 속옷 사정이 뒤늦게 걱정스러워질 만큼 미끈거리는 감촉에 눈앞이 순간 아찔해진다.

 하··· 진짜 윤다경 이게 날 죽이려는 건가.

 “오늘 아주 작정했지, 응?”

 결국 가까스로 움켜쥐고 있던 인내의 끈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흣··· 아!”

 멈춰 있던 몸이 확 벽 쪽으로 밀쳐지며 그가 깊고 빠르게 다경의 안으로 밀어닥쳤다.

 “하···. 참으려고 했는데, 결국.”

 네가 날 또 발정 난 짐승 새끼로 만들었다고.

 나지막이 욕설을 씹은 그가 난잡한 짐승처럼 거세게 허리를 올려 쳤다.

 턱턱, 젖은 마찰음이 안과 밖 사이 겨우 문 하나를 둔 채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그때마다 함께 찾아드는 저릿함에 다경은 눈앞이 번쩍였다.

 밖에 들릴 지도 모르는데.

 가까스로 신음을 억누른 다경이 숨죽인 목소리로 그를 저지했다.

 “잠, 너무··· 깊, 흐윽!”

 “배려할 필요 없다며, 다경아. 응?”

 하지만 이미 고삐가 풀려버린 짐승에게 제 애달픈 외침이 전해지리란 만무했다.

 “흡, 읍!”

 거칠어지는 추삽질과 함께 어지럽게 엉켜온 혀가 그녀의 말문마저 막아버렸다. 타액이 넘쳐 흐를 만큼 안을 헤집다가도 감질나도록 입천장을 살살 긁는 살덩이의 감촉이 지나치게 외설스럽다.

 쉴 새 없이 벽을 쓸며 올라가는 등이 그럼에도 고통 따윌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뻐근한 열감으로 응축된 아래가 마구잡이로 긁혀지는 감각에 아찔한 쾌락만이 밀려올 뿐.

 그렇게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섹스는 결국 집안 곳곳을 지나 드디어 침실에 도달할 때까지 집요하게 이어졌다. 감당하다 못한 다경의 입에서 배려가 절실하다는 울먹임이 새어 나오고서야 그녀는 겨우 끝을 볼 수 있었다.

 굶주린 짐승을 자극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낀 밤이었다.

 * * *

 진이 빠지도록 이어진 행위의 끝에서 어슴푸레하게 밀려오는 여명이 보였다.

 “실은···.”

 어둑한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시간.

 다경은 따스한 품에 등을 기댄 채 비로소 빛이 드는 창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 그렇게 너 두고 떠나오고 나서, 내내 지옥 속을 걷는 기분이었어.”

 재회 후 그토록 듣고자 했음에도, 다경의 입에서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이야기였다.

 저 멀리서 푸르게 밀려드는 새벽이 지금을 의미 한다면, 아마도 다경에겐 가장 깜깜했을 밤과 같은 날의 이야기.

 팔베개를 해준 채 다경의 뒤에 누운 도하가 헐벗은 등에 작게 입을 맞추며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나다가 너랑 비슷한 체격의 남자만 봐도 너인가 싶어서 가슴이 덜컥거리고, 그런 밤엔 꼭 네 꿈을 꿨을 만큼.”

 “악몽이었어?”

 “악몽이었지.”

 다경을 뒤에서 꼭 끌어안으며 건너온 물음에, 그녀가 단호히 답했다.

 “네가 너무 그리워서, 꿈속에서 널 볼 때면 베갯잇이 다 적도록 울고 또 울었으니까.”

 깨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게 또 안타까워 섣불리 깰 수도 없었던 그 밤의 끝에서 다경은 매번 축축히 젖은 제 눈가를 확인하며 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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