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11화 (11/544)

〈 11화 〉 마계 # 10

* * *

돌아온 뒤에는 계획대로 카르티가 알려준 것들을 모조리 복기했다. 복기하고, 그대로 실시한다.

"크으...!"

마력의 운용!

잘 되지는 않지만 그 감각이 잡힐락 말락 하는 느낌은 분명 존재했다! 그래! 나도 마족이다! 마족으로 태어나서 10년 가까이 살아왔다! 남들은 3살 때 시작하는 거 이제와서 시작하지만 그래도 짬밥이 있지 금방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애들도 하는 걸 내가 못 하겠냐?

맨땅에 헤딩하면서 마계어를 익혀버린 내가 세상 못할 게 있겠냐?

"없지 씨발! 난 다 해!"

추하게 카르티에게 매달리고 징징거리기까지 한 내가 그걸 못하겠는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마력 운용을 시행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일정 시간 동안 반복한 뒤에는 다시 마력 입문서 책을 펼쳤다.

ㅡ비인간적인 공부.

"후우."

역시 이론은 어렵군.

쭉 읽고 암기를 하다가 근력 운동을 실시했다. 머리에 쥐 날 것 같을 때는 역시 조금 움직여 줘야지. 그리 체력을 빼니 피곤해진다. 바로 씻으러 들어가도록 했다.

"아. 침대 개편해 이거."

샤워를 마친 나는 몸을 적당히 말린 뒤에 침대에 누웠다... 평생 여기서 살고 싶구만. 여기 침대가 좀 푹신하긴 해. 남쪽 요새 숙소랑 질 자체가 다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카르티가 줬던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애가 순수해서 동화책 읽고 함께 그 얘기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어울려 줘야지. 보아하니 궁전 안에 카르티처럼 책을 좋아하는 혈족은 없는 것 같았으니까. 내가 해줘야 한다.

"어디 보자. 마계동화에 마계소설. 이것들이 다 명작선인가?"

동화나 소설이라면 나도 좋아한다. 과연 마족들은 어떤 동화를 즐길까? 지구에도 잔혹동화라는 것들이 제법 있는데, 마족 놈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지 싶다.

하지만 카르티라면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할 게 분명하다.

"그럼 제목이... 어?"

어.

"어? 신성한 도살자? 내장을 두른 여신님? 처, 천사들의 학살 콜로니?! 이건 또 머야, 이 시발. 이것들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이라고?"

제목에 이끌린 나는 즉시 천사들의 학살 콜로니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읽어보도록 하자.

* * *

"...그래서 그 부분이 압권이었지. 이제 행복을 찾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다 같이 함께 딱 들어갔는데 천사들의 대량 학살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대천당의 천사들은 마족 노예들을 구원해주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학살 콜로니로 끌고 갔던 거야!"

절망!

"그리고 그곳에 있던 것은 옛날에 도망쳤던... 리더! 자유를 찾겠다고 가장 먼저 도망쳤던! 그 용감했던 리더가 머리와 척추만 남은 채 우릴 비웃고 있었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터트리자 카르티가 날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근데 눈은 웃고 있었고, 즐겁다는 듯이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받치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정말 스릴 넘치는 동화였어. 과연. 명작은 명작이네."

"그렇지? 그렇지그렇지? 카르티가 말했잖아.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명작이라고! 역시 큘스오빠는 뭘 좀 아는 것 같아!"

"흐흐흐, 그냥 네 안목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 안목으로 추천해주면 누구나 재밌게 보겠지."

"카르티의 안목...! 응! 좋아!"

이렇게 귀여울 수가.

"카르티는 특히 마지막에 리더와 재회하는 장면이 정말 마음에 들어. 일부러 그 극적인 만남을 연출하기 위해 초반부에 누구보다 빛났던 리더의 모습이 계속 나왔던 거잖아?"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잔인한 감성을 좋아하냐. 나는 마지막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난 거기보다는 그냥 문 열렸을 때도 천사들이 계속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더 좋았는데..."

"거기도 좋아!"

"근데 카르티. 이런 호러동화 좋아해?"

나보다 어린애가 볼만한 소설이 아니다.

희망을 주는 척하다가 모조리 도살을 해버리다니.

이게 이 모양 이 지랄인데 내장을 두른 여신님이라는 동화는 대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역시 마족이라서 이런 잔인한 감성을 좋아하는 건가? 사실 카르티가 정말 친절하고 순수해 보이긴 해도 마족으로 태어난 이상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할 것이었다.

"응! 좋아해! 무서워서 자꾸 상상되잖아. 카르티는 상상하는 거 좋아해."

"역시 독서 소녀!"

소녀에겐 꿈과 몽상이 있다!

"그럼 큘스오빠 카르티랑 책 얘기해 줬으니까 다시 수업 시작할게? 어제 연습은 잘했어?"

"당연히 열심히 했지!"

아직 제대로 할 수는 없었지만 어젠 아주 열심히 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거고.

잠깐 강림제까지 남은 날짜를 세어보았다... 그 안에 성공하면 좋을 텐데.

"근데 아직 잘 안돼. 이 상태로 진도 나갈 수 있을까?"

"괜찮아. 카르티가 있으니까. 오늘은 흑마법 수업을 할 건데, 카르티가 도와준다면 누구나 실습할 수 있어!"

"좋아! 열심히 할게!"

그렇게 카르티가 도서관 사서 사역마들에게 흑마법서를 가져오게 했다.

"이건 가장 기본적인 흑마법서야. 역시 우리 혈족 전용으로 만들어진 것. 여기는 기본적인 흑마법들이랑 네크로맨시. 그리고 큘스오빠한테 가장 중요한 몬스터 지배술이 수록되어 있어."

계속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눈물이 나올 지경!

"후후후, 지식에 목말라 있는 모습. 보기 좋아. 그럼 마법 쓰는 감각은 카르티가 도와줄 테니까, 바로 수업 시작할게?"

"네!"

바로 책을 펼친 카르티가 설명을 시작했다.

"몬스터 지배술. 일단 중간계에 있는 몬스터들은 전부 마계 태생이야. 먼 옛날에 넘어간 고대 마수들이었지. 지금의 몬스터들은 전부 그 열화된 후손이라고 할 수 있어. 따라서 지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오.

그래서 지배술이 먹히는 건가.

"무엇보다 우리는 어머니 여공작님의 혈족이니까. 배우고, 제대로 수련만 한다면 다수의 몬스터를 지배하는 것도 가능해.

"오오! 그럼 무적이나 다름없겠군! 몬스터의 군대를 당해낼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몬스터가 무엇인지 안다. 마계에도 마수들이 있으니까. 그런 놈들을 지배해서, 일종의 군대를 만든다면 무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흐응, 어떨까? 중간계의 다른 종족들도 몬스터를 길들여. 마법 없이. 가축화를 해서."

"음?"

아. 그건 당연한 거다.

가축화는 다 할 수 있으니까.

이건 그런 거냐? 마족들은 가축을 마력으로 지배한다는 개념이고 인간들은 기술로 가축화하는 느낌? 뭐 세상이 다르니 문화도 사는 모습도 다른 게 당연하다.

"아무튼 몬스터는 자원이 될 수 있어. 그럼 큘스오빠. 그것부터 시작할게?"

"네!"

그렇게 카르티와의 실습이 시작되었다.

우선 카르티는 실험체로 쓸 사역마를 불러왔다. 그리고 걸린 지배의 술을 풀자, ㅡ푸드덕! 사역마가 난폭하게 난동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ㅡ푸드더덕!

"워어어억! 이 새끼 난폭하네!"

"지배에서 벗어났으니까."

그러나 카르티가 염동력을 전개하자 즉시 놈의 움직임이 멎었다.

"큘스오빠."

"그래."

시키는 대로 이 팔뚝만 한 사역마의 이마 쪽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것을 확인한 카르티가 내 뒤로 와서 내 등판에 손을 대줬다.

"카르티가 대신 써주는 거니까, 큘스 오빠는 감각만 느끼면 돼. 알겠지? 그럼 시작할게."

정신을 집중하고.

ㅡ화아아악!

체내로 들어오는 감각을 느낀다.

"...!"

바로...! 등에서 스며든 마력이, 내 팔 쪽으로 뻗어져 나간다. 감각. 이 감각을 기억해야 한다. 이 흑마법의 술식과 감각...! 곧 넘치던 기운이 손가락으로 빠져나갔고.

ㅡ파치칙!

사역마에게 지배의 술이 이식되었다.

"성공했어."

"오..."

사역마는 다시 얌전해졌다.

"이렇게 하는 거야. 감각을 기억해야 해."

"오, 오오...!"

희망이 생긴다.

"물론, 지금 큘스오빠는 노예 수준이니까. 이걸 익힌다고 해도 아주 약한 몬스터 한두 마리를 지배하는 게 고작일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 사람, 아니. 나는 발전하는 존재니까. 책을 좋아하는 마족이잖아? 그럼 발전하게 되어 있다고."

"맞는 말이야! 카르티 그 말에 동의!"

그리 카르티와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갔다.

진짜 스승의 날이라는 게 있다면 매년 카르티에게 찾아가서 꽃과 선물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내가 진짜 찐으로 마왕 된다? 그럼 마계에 스승의 날 만들 거다, 이 씨발럼들.

반드시 살아남는다!

"맞다, 큘스오빠. 중간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

"어. 그것도 잘 몰라."

"후후후, 그럼 카르티가 알려줘야겠네."

정말이지 카르티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듯했다. 태생이 선생님이다.

"그럼 강의 시작할게!"

"네!"

"중간계는 지금 네 개의 종족이 지배하고 있어! 바로 인간. 엘프. 드워프. 드래곤이야!"

오.

"인간이 가장 약하고, 엘프와 드워프가 그다음. 제일 강한 게 드래곤이야!"

"마족은 어느 정도지?"

"인간보다는 강해. 엘프나 드워프. 그 정도 수준일 거야. 아마."

사실 여태까지 내가 봐왔던 마족들만 해도 인간보다 강했다. 신체 능력도 뛰어나고 마력도 있으니까.

"그럼 인간이 제일 만만한 상대인가?"

"아니. 세력은 인간이 제일 커. 그리고 중간계에 있는 존재들은 마나라는 것을 사용해. 마족의 마력 같은 거야."

흐음.

마력 같은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중간계에 있는 인간들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역시 난이도가 높다...!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걱정돼?"

"솔직히 좀 많이 걱정된다."

"음... 근데 지금 걱정할 건 그것뿐만이 아니야, 큘스오빠"

"무슨?"

"큘스오빠 마계어 익히는 데 오래 걸렸다고 했지?"

"어."

오래 걸렸지.

"중간계에도 그런 언어들이 많아. 인간어. 엘프어. 그런 것들. 그런데 그것들도 종족들 나라마다 갈리고, 공용어가 있긴 하지만 사용하는 자들은 거의 없다고 해."

"예?"

"중간계 언어에 관련된 책은 아주 오래된 것밖에 없어서 잘 통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책은 챙겨줄게."

"자, 잠깐! 그런 건가? 중간계 인간들은 마계어를 안 쓰는 건가?"

"응? 당연한 이야기를?"

카르티가 그렇게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 이런!"

그렇다는 것은 그쪽 말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니! 아니다! 나는 마족이다! 놈들이랑 소통을 할 이유가... 이것도 아니지.

현지에서 정보를 모은다고 친다면.

그쪽 언어를 익히는 것이 필수다!

나 지금 토할 것 같애!

"가엾은 큘스오빠... 시간도 없는데 배울 건 엄청 많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래도 카르티가 추천해준 책들은 다 읽어야 돼!"

"그건 걱정하지 마라!"

무조건 다 읽는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