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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8화 (18/544)

〈 18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 3

* * *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 이 새끼 갑자기 갈비뼈 열고 튀어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히.

"...!"

초록색의, 우둘투둘한 피부. 몸에 털이 없다. 생가죽뿐이다. 키는 아이만 했고, 코는 매부리코다. 손가락 다섯 개 발가락 다섯 개.

고블린.

그래, 약간 고블린 닮은 것 같다.

물론 따로 이름이 있겠지만 대충 고블린 비슷해 보이는 놈이었다. 어차피 난 마족이고 여긴 중간계다. 언어가 안 통한다. 중간계 말로 저걸 어떻게 부르는지 알 턱이 없다.

그러니 그냥 고블린이다.

내가 고블린이라고 명명하면 된다.

"켁... 케크윽...!"

고블린은 상처 입은 상태였다. 피를 살살 흘리고 있다. 쓰러진 채 움직이려고 하며 신음성을 내뱉고 있다. 내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완전히.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

"..."

저걸...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생각할 것도 없이 당연히. 무조건 이긴다. 기본적인 체급 차이를 봐라. 이건 이길 수밖에 없다. 놈은 그냥 애새끼만 한 크기지 않은가.

저런 것에 질 리가 없다. 육체를 이용한 전투에서 체급은 절대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내 손에는 살인적인 손도끼가 쥐어져 있는 상태.

싸우면 이긴다.

놈이 멀쩡한 상태였어도 이길 것 같은데, 저렇게 상처 입은 채 쓰러진 상태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기습하기 아주 좋은 상황.

죽여서.

먹을까?

손도끼로 모가지를 내리쳐 죽이고 도축해서 먹어버릴까? 배가 고프다. 죽이고, 불을 피워서 먹으면 된다. 놀랍게도 카르티한테 흑마법의 기초를 배운바, 나는 미량의 마력만으로 불을 피울 수가 있었다.

죽이고 살을 발라서 구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고기는 훈제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케겍..."

놈은 상처 입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과감하게 공격한다면 이길 것이다.

ㅡ꿀꺽.

침이 넘어간다.

해본 적도 없고 그런 난폭한 짓을 하고 싶지도 않지만... 살아야 한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면. 난 고블린이든 뭐든 처먹을 것이다. 아니, 근데 독 없나? 아 씨발 독 생각하면 진짜 아무것도 못 먹는데!

아무튼!

지금부터... 상처입은 채 신음하는 고블린 아리랑치기!

시작합니다!

ㅡ스윽.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은 순간.

ㅡ번쩍!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무언가 강렬한 영감이 떠올랐다!

"...!"

강렬한 영감.

그것은 흑마법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카르티에게 마족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흑마법들을 배웠고.

그중에는 몬스터 지배술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지배술은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녀석들에게 더욱 잘 통하기 마련이라고, 카르티가 말했었다.

"마왕...!"

여기서 고블린을 죽여 먹는 것은... 하책(下?)!

내가 지니고 있는 흑마법을 시험해봐야 한다. 내 체내에는 아직 마력이 조금 남아 있는 상태다. 그거라면 한 번은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일단 실험을 해보고 실패하면 그때 아리랑치기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터.

만약 성공한다면.

난 이 고블린을 부하로 부릴 수 있다. 상처가 있는 것은 조금 그렇지만 카르티가 말하길 마족의 마력으로 몬스터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랬던 것 같다. 얼마나 치료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치료가 된다면 좋은 거다.

좋다.

마음을 바꿨다.

ㅡ성큼성큼.

나는 과감하게 전진했다.

"케륵...?"

고블린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서 날 올려다보았고.

ㅡ파앗!

나는 그대로 비호처럼 몸을 날려 녀석을 덮쳤다!

"케륵?!"

"등짝! 등짝을 보자!"

"케르으윽!"

마운트를 걸듯 놈의 등판을 누르면서 앉고, 놈의 손목을 잡은 채 뒤쪽으로 잡아당긴다!

ㅡ발버둥!

고블린은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뒤집힌 채 내게 깔린 상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기초적인 체급 자체가 다르단다, 꼬마야! 넌 날 이길 수 없어!

"케륵! 케르으윽!"

"가만히 있어! 아픈 꼴 보기 싫으면!"

"케르으윽!"

"가만히 있으라니까! 에잇!"

ㅡ짜악!

"카학!"

손바닥을 쫙 펼쳐 녀석의 옆통수에 싸대기를 날려주니 놈이 잠시 멈칫했다. 좋다!

"흑마법 전개!"

기초 흑마법 제1장!

몬스터 지배술!

ㅡ고오오...!

체내에 있는 마력이 요동친다! 심장에서부터 퍼져나가는 마력을, 내 오른손 쪽으로 유도하며 집중시킨다! 카르티가 알려줬던 술식과 사용하던 감각!

그것들을 떠올리면서... 주문을!

주문을 완성한다!

"지배되어라, 고블린이여!"

"케흑...!"

적당한 시동어를 걸어주면서, 극한의 집중력을 터트린 순간.

ㅡ지이이잉...!

검지 손가락 끝에 시꺼먼 구슬 같은 에너지가 생성되었다! 좋다! 여기까진 성공이다! 이제 이것을 고블린에게 주입하면 된다!

"주이이이이이이이입!"

즉시 고블린의 뒤통수에 지건을 꼽았다!

ㅡ쪼옹.

그러자, 시꺼먼 구슬 같은 에너지가 고블린의 피부에 눈 녹듯 스며들어 안쪽으로 흡수된다.

"케르윽...!"

고블린은.

마치 번개를 맞은 것처럼 순간 움찔거렸다. 그것을 확인하고 바로 놈의 등 뒤에서 내려왔다.

"케훅...!"

놈은 감전된 사람처럼 덜덜 떨더니.

ㅡ털썩.

그대로 늘어졌다.

"성공인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그것은 모른다. 진짜배기 실전에서는 오늘 처음 해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난 카르티에게 아주 열심히 배웠다. 정말 열심히 배웠단 말이다. 그런 내가 실패할 리가 없다.

ㅡ두근두근.

ㅡ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리고.

"케루룩...?"

고블린이.

고개를 들었다.

"야, 야? 정신이 드냐? 일어나 봐."

"케룩?"

시선을 맞추면서 말하자 고블린이 내 눈을 응시하더니.

ㅡ스윽.

일어서려고 힘을 쓴다.

이건... 우연인가? 아니면 내 명령을 들은 것?

다음 명령을 내리면 알 수 있겠지.

일단 이 새끼 다쳤으니 다시 눕혀보자.

"야. 잠깐 일어나지 말아 봐. 다시 누워."

"케, 케룩케룩..."

다시.

고블린은 내가 시키는 대로, 내 눈을 응시하면서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요시!

"서, 성공! 성공했다!"

놈이 나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ㅡ스르륵.

그리고 고블린의 이마 정중앙에 검은색 점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내 표식이다. 내 지배술이 놈에게 먹혀들어 간 것이다...!

"전율!"

전율과, 극한의 환희!

커다란 기쁨!

"오, 오오...!"

나는 제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양팔을 펼쳐 포효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성공했다, 씨발!

성공했단 말이다!

고블린을 지배했다!

"근데 이 새끼 존나 다 뒤져가는데?"

지배술이 통한 것은 기쁘지만 이래서야 너무 쇠약한... 아닛!

"어!"

놀랍게도 고블린의 상처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그것도 내 눈에 보이는 속도로! 그런가! 고블린이 약한 몬스터이기 때문에, 내 미량의 마력으로도 회복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마력을 조금 더 회복해서 힐을 걸어준다면... 놈의 상처는 완치!

"이럴 때가 아니지!"

지배술이 먹혔다면 이건 이제 그냥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라 내 부하 1호다! 아주 소중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케륵?!"

바로 고블린을 안아 들고 질주했다.

"가자! 내 은신처로!"

* * *

비트로 돌아온 뒤에는 거의 무슨 아기를 돌보는 것마냥 고블린을 돌봐줬다.

"어. 야. 그래. 물 마셔. 물. 천천히. 체할라."

좁디 좁은 비트 안에 같이 들어가서 아예 놈의 뒤통수를 받쳐 주고 입에 수통을 대고 물을 흘려 넣어줬다. 무슨 애한테 분유 먹이는 기분이다.

"캐룩..."

혐오스럽기 짝이 없게 생긴 고블린은 아주 얌전하게 물을 받아 마셨다. 솔직히 내 부하라서 좋게 말해주는 거지 못생기기는 진짜 존나게 못생겼다. 이게 뭐냐? 이건 괴물이잖아? 좋게 말해서 존나 못생긴 괴물일 정도다. 나쁘게 말할 자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게 내 첫 번째 부하다.

존나 잘 키워줘야지.

"존나 못생긴 새끼... 아. 맞다."

놈의 토착 생명체 같은 얼굴을 보고 있으니 번뜩 떠올랐다. 놈은. 놈은 이곳에 사는 토착 생명체다. 당연히...! 뭘 먹을 수 있는지! 또 뭘 먹으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채집해둔 열매!"

그것들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야! 이거 좀 먹어봐!"

"케룩?"

바로 놈을 눕혀준 뒤에 자루를 풀어헤쳐 안에 들어있던 열매들을 꺼내 늘어놓았다. 아니. 답답하다. 나는 아예 열매를 챙겨 바깥으로 나갔고, 따라오라고 명령하니 놈 역시 따라서 나왔다.

ㅡ사악.

바로 자루를 깔고 그 위에 열매를 세팅한다.

"먹을 수 있는 거. 먹어봐라."

놈의 눈을 응시하면서 명령을 하자.

"케룩케룩."

알아들었다는 듯 중얼거린 녀석이.

ㅡ와삭!

빨간 열매를 하나 잡아 들고 주저 없이 베어먹었다.

"...!"

먹어도.

먹어도 되는 거다! 저거는! 어쩌면 독이 있을지도 모르고 고블린에게 독 내성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냥 너무 지나친 생각 같았다!

저 터질듯한 과육...!

누가 봐도 먹으라고 있는 열매였으니까!

ㅡ와삭, 와삭.

"케룩케룩."

고블린은 기분 좋다는 듯이 열매를 먹어 치웠다. 내가 채집했던 것들을 종류별로 하나씩 하나씩.

"오! 오오! 그건! 그것도 먹을 수 있는 거냐!!!"

"케르륵."

"옳지! 옳지! 잘한다! 잘한다! 더 먹어! 더 먹어!"

"케륵...!"

즐겁다는 듯이 열매를 처먹어대는 고블린!

이 새끼 아주 쓸모가 있어!

살았다!

"아, 맞다! 이름!"

이름을 지어줘야만 한다! 이렇게까지 기특한 녀석을 그냥 이름도 없이 막 굴린다면 그건 그냥 개새끼다!

"씨발아 니 이름 지어줄게!"

"케룩...?"

바로 이름을 고민한다.

고블린.

블린.

브린.

블일.

고블린일?

고블린원?

린일? 리닐? 린원? 고블원? 고블일? 블일?

브릴?

부릴.

"부릴?"

부릴?!

"부, 부릴 사(?)! 부릴 사(?)!"

부릴 사!

?!

"부릴 사! 부릴 사! 넌 내 부하니까 부릴 사! 부릴 사!"

"케륵...?!"

"니 이름은 앞으로 부릴이야!"

이 새끼의 이름은 앞으로 부릴이다!

그걸로 결정했다!

내 첫 부하!!!

부릴 사!

이 맛에 마법천자문을 보는 것이었구나!

"이리와, 이 씨발!"

"케륵!"

바로 열매를 처먹고 있는 부릴이의 겨드랑에 손을 집어넣고 들어 올려 비행기를 태워주며 회전한다!

ㅡ빙글빙글!

"와하하하하하하!"

"케, 케르륵."

부릴이 웃었다.

"와하하하하하하하!"

나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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