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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3화 (23/544)

〈 23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 8

* * *

극한의 분노. 그 격렬한 감정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감히 나의 부릴이를 뒤지게 패고 있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 누구도 나의 부하를 건드리고서 멀쩡하게 돌아갈 수는 없어!

무조건 죽인다!

"죽어라아아아아앗!!!"

붕 뜬 나의 육체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된 탓일까.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아주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ㅡ퍼억!

부릴이를 줘패고 있던 쥐 대가리의 괴물. 그중 한 녀석의 옆통수와 옆구리에 내 발바닥이 꽂혀 들어간다.

그 모든 것을 느끼면서, 살짝 굽힌 다리를 강하게 펼쳐 녀석을!

"큐르르르르르륵?!"

밀어낸다!

ㅡ콰아아앙!

놈은 기괴한 비명소리를 터트리면서 쭈욱 날아갔다! 기껏해야 어린애 수준의 체급! 나 같은 성인 마족이 전력을 다해 날린 드롭킥을 처맞고 멀쩡할 수는 없다! 당해낼 수 없단 말이다!

ㅡ댕구르르!

나가떨어진 쥐 괴물이 바닥을 구름과 동시에 나도 추락했고, 민첩하게 몸을 일으켰다.

"부릴아!"

"케, 케륵?!"

소리쳐 부르자 웅크린 채 처맞고 있던 부릴이가 나를 올려다본다. 재빠른 확인. 상처는? 피는 좀 나지만 어디가 부러지거나 살이 뜯겨져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살릴 수 있어!

"큐, 큐삿! 규사아아아앗!"

그리고 다른 한 마리!

다른 한 마리의 쥐 괴물이 털을 바짝 세우고 꼬리털을 부풀린 채 아가리를 벌리며 크게 소리쳤다! 튀어나온 뻐드렁니가 심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체급 차이는 당해낼 수 없다!"

ㅡ번쩍!

즉시 손도끼를 높이 쳐들고, ㅡ파앗! 그대로 돌진을 하듯 땅을 박치면서 수직으로 내리찍는다!

ㅡ뻐억!

"퀘엑!"

놈의 대가리를 강타하자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도끼가 워낙 뭉툭해졌기 때문에 쪼개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무기는 손도끼만이 있는 것이 아니야.

"우오오오오!"

놈과의 초근접 상태! 바로 반대쪽 주먹으로 어퍼컷을 쏘아 올려 턱을 때려주자.

ㅡ퍼억!

놈의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동시에, 들고 있던 손도끼를 놓는다. 그러면서 녀석의 왼쪽 팔을 내 양손으로 덥석 붙잡은 뒤에!

"죽어라아아아앗!!!"

몸을 뒤로 돌리면서 아주 크게!

놈을 아주 크게 휘두른다!

ㅡ쐐애애액!

쥐 괴물의 발이 들린다. 그리고 녀석은 마치 크게 휘두른 철퇴처럼 하늘을 날았고.

ㅡ콰앙!!

그대로 지면과 충돌했다!

"큑...!"

짧은 단말마.

전력으로 휘둘렀고, 그대로 지면에 충돌했다. 녀석은 내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만큼 체급이 딸리는 놈일 테고, 몸의 내구도가 낮다. 무조건 치명상이다.

그리 판단했으나.

한번 싸운 이상 확실하게 끝장을 봐야 한다.

ㅡ풀쩍!

높게 점프한다.

점프한 상태로 녀석을 겨낭한 뒤에.

ㅡ콰앙!

놈의 가슴팍에 발바닥을 꼽아 넣으면서 착지했다.

ㅡ우두둑!

"큐학!"

박살 나고, 깨어지는 갈비뼈. 뭉개지는 심장. 그것으로 쥐 괴물이 피를 토하며 눈을 까뒤집었다.

이겼다.

"내 승리!"

전투에서 승리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전신에 열이 오른다! 싸워서 이겼다! 내가 놈과 싸워서 이겼단 말이다! 근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놈들의 숫자는 총 두 마리!

남은 한 마리는!

"큐사아아아아앗!"

내 드롭킥을 처맞고 나가떨어졌던 한 마리.

"케륵! 케르르르륵!"

놈은 현재 부릴이의 밑에 깔린 채 발버둥을 치고 있는 상태였다. 부릴이는. 다구리를 당해 상처를 입었지만 내가 오자마자 다시 전의를 되찾았다. 그래서 녀석과 싸우고 있었다.

"케르르륵!"

야성의 해방.

분노한 부릴이가 사납게 울부짖으면서 쥐 괴물의 모가지를 물어뜯는다. 이미 드롭킥을 처맞은 탓에 어디가 박살이 났는지, 쥐 괴물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전혀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ㅡ스윽.

바로 떨궈놨던 손도끼를 잡아 들고 부릴이를 지원하러 간다.

"부릴아! 피해!"

"크르르륵...!"

"큑, 큑크그그긋...!"

ㅡ파앗!

내가 명령하자 부릴이가 잽싸게 몸을 피했고,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된 쥐 괴물의 모가지에.

ㅡ퍼억!

손도끼를 꽂아 넣었다.

ㅡ퍼억!

ㅡ퍼억!

ㅡ퍼억!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박아넣고, 팔을 치켜올리며, 다시 내리찍는다. 녀석이 죽을 때까지 반복하겠다고 생각했고.

"규륵...!"

그것으로.

끝이었다.

"후우! 후우! 후, 후우우...!"

"케르르륵! 케륵! 케륵케륵!"

두 마리의 쥐 괴물이 모조리 죽었다.

"이겼다, 이겼다. 승리했다. 우리가 승리했단 말이다...!"

숨이 터져 나온다.

쾌감. 환희. 전율. 그 모든 감정들이 하나로 뭉쳐서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토착 생명체. 적. 강력한 괴물! 지옥의 마수! 나와 부릴이가 힘을 합친 것으로, 그 강대한 괴물들을 처치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함성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양팔을 펼치면서 포효했고!

"케르아아아아아아악!!!"

부릴이 역시 사납게 소리쳤다.

"이겼다아아아아아!!!"

진정한 흥분이 내 심장을 사로잡는다.

지금 내가 한 짓은... 살해. 파괴. 폭력이었다. 한국인이었을 때의 나는 곤충이나 벌레 말고는 딱히 뭘 죽여본 적이 없었다. 있다면 군대에서 쥐 잡을 때 죽여봤을까. 나는 그만큼 폭력과 거리가 먼 현대인이었다.

그런 내가... 여기서.

쥐 괴물을 죽이고.

승리했다.

그것이 몹시 신기했다.

"후우! 후우!"

이것이 바로 생존의 기쁨...!

"케륵!"

조금 더 함성을 지르고 싶었지만, 불현듯 내가 너무 흥분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좋지 않다. 나는 숨을 고르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 * *

"하아."

흥분이 가시자 몸이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과도하게 흥분했고.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동시에 후회가 밀려든다.

"시발거."

아쉽다.

존나 아쉽다.

한 마리를 확실하게 죽인 그때 다른 쥐 괴물은 부릴이에게 붙잡힌 상태였다. 그때 녀석에게 지배술을 시험해봤다면, 부하를 하나 늘렸을 수도 있었다.

물론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흑마법이란 것에 100%는 없다고 들었으니까. 그래도 그 점이 아주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이건 솔직히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당시에는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그렇게 흥분했는데 뭐 어쩌겠냐? 사냥이 아닌 전투. 이런 진정한 전투를 처음으로 치른 탓에 이성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좋지 않다. 이성을 잃으면 위험해진다. 생존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하는 것은 독이라고 할 수 있다.

"교훈으로 삼자."

이것은 첫 실전의 교훈이다.

오히려 지금 이렇게 잘 넘어간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그때는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성장은 성장이다.

오늘의 경험을 씹어 삼키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리 생각하니 이 오지에서 살아남을 자신감이 폭증했다.

"케륵케륵. 케륵."

"음?"

내가 가만히 서서 숨만 쉬니 걱정됐던 것일까. 키가 내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부릴이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걱정스럽다는 듯이 소리를 내었다.

귀여운 새끼 이거.

"그래, 나 괜찮다. 그보다 너 다친 곳은?"

"케르륵?"

바로 놈의 상처를 다시 확인했다.

"흠... 그렇게 심하진 않고."

쭉 보니까 물리고 할퀴어진 상처가 나 있었다. 피가 나긴 하지만 철철 나는 수준은 아니다. 걱정되는 건 감염인데... 토착 몬스터니 어떻게든 되지 싶다.

"가만히 있어."

"케륵!"

바로 수통을 따서 녀석의 상처에 물을 흘려 간단히 씻겨놓은 뒤에, 놈의 등판에 손을 대었다.

"마력 주입! 얍!"

이미 녀석을 한번 회복시킨 적이 있다. 마력을 주입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상태. 그것을 시전한다.

"케르윽...!"

마력을 흘려 넣어주자 할퀴어졌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좋다. 이대로 잘 먹이고 잘 재우면 금방 회복하겠지.

"됐다. 치료 끝났어."

"케르릉."

좋아하는 부릴이.

그런데.

"이것들."

널려있는 쥐 괴물들의 시체.

긴 주둥이. 마치 쥐를 닮은 괴물들이다. 그것도 이족보행을 하는 놈들. 크기는 부릴이보다 진짜 한 딱 10% 정도 작은 수준이다.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몸은 갈색 털로 뒤덮여 있다. 긴 꼬리도 쥐랑은 살짝 다르게 털로 덮여 있었고.

고블린이랑 비슷한 놈들일까?

놈들의 뻐드렁니는 좀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손톱은 그렇게까지 무서워 보이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고블린보다 약한 새끼들 같은데 이거.

"야. 부릴아. 얘들 니 이웃 몬스터들 아니냐?"

"케륵?"

"뭐, 됐다."

어디 보자, 그럼 이름을 지어 줘야겠지.

쥐 닮은 괴물이 뭐가 있었더라?

"코볼트? 아. 그래. 코볼트 있네."

얘들은 앞으로 코볼트라고 부르도록 하자.

"부릴아. 앞으로 얘들 이름은 코볼트다. 알겠지?"

"케륵케륵?"

"시발 못 알아듣네."

"케륵..."

부릴이는 그저 코볼트의 시체를 보며 침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새끼. 한번 싸우고 나니까 식욕이 돋은 건가?

"어. 내장 먹어라."

"케륵!"

허락을 하자 바로 신이 나서 튀어 나간 부릴이가 죽은 코볼트의 복부 쪽에 코를 박았다. 그리고 뱃살을 물어뜯는다. 진짜 야생아라니까. 문명인의 교양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아."

아무튼 너무 격렬하게 싸운 탓에 기력이 없었다.

"이것들 다 손질하고 들고 갈 힘이 없는데."

내장 빼고. 가져가서 가죽 벗기고 살 바르고 할 힘이 없었다. 그냥 대충 가져가서 대충 구워 먹도록 하자... 라고 생각한 그 순간.

ㅡ파앗.

번뜩 떠오르는 생각.

"아! 맞다! 카르티!"

카르티가 알려줬던 비장의 흑마법! 그래! 그게 있었지!

"막 죽은 시체가 두 마리!"

둘 다 가져가는 건 힘들다! 그렇다고 한 마리를 버릴 수는 없다! 그러니 카르티가 알려준 비장의 흑마법을 사용해보도록 하자!

"모든 몬스터에겐 미량의 마력이 존재한다...!"

그것을 떠올리면서 코볼트의 시체를 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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