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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4화 (24/544)

〈 24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 9

* * *

카르티가 알려준 비장의 흑마법. 그것은 바로 `마력추출법`이라고 하는 흑마법이었다.

카르티가 설명하길 중간계의 몬스터들은 전부 마계 고대마수들의 열화된 후예들이다. 그래서 그 체내에는 미량의 마력이 존재한다는 모양.

지금부터 이 신선한 코볼트 시체에서... 그 마력을 추출해보도록 할 것이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시험을 해보겠는가. 이건 내가 가진 기초 흑마법서에도 없는 것이었다. 까먹기 전에 써먹어야 한다.

"케륵?"

입을 시뻘겋게 물들인 부릴이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궁금하냐?"

"케륵."

"그럼 구경해... 웅얼웅얼."

바로 주문을 외우면서 심장의 마력을 느낀다. 방금 부릴이를 치료해준 탓에 남아있는 마력은 절반 정도. 그것을 최대한 정밀하게 운용을 하면서.

오른쪽 손에 집중시킨다.

그러자.

ㅡ지이잉.

"오오...!"

손등에 보랏빛 마법진이 떠올랐다! 이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처음 만들었을 때는... 그래. 카르티가 자기 손가락으로 내 손등에 이걸 그려줬었지.

"카르티 보고 있니!"

좋다! 떠오른 마법진을 응시하니 머릿속에 술식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것을 최대한 정밀하게 읽어내면서 부릴이에게 지시했다.

"부릴아. 어서. 저거 코볼트 여 앞에 똑바로 눕혀봐라."

"케르릉."

바로 부릴이가 코볼트 시체를 끌고 와서 내 앞에 정자세로 눕혔다. 그 즉시. 코볼트의 가슴팍에 손을 갖다 대자.

ㅡ화르륵.

시야가.

보랏빛으로 물든다. 빛이 뿜어져 나왔나? 아니. 이건 지금 내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거였다. 안광이 나오고 있군.

"들어가라!"

그 상태로 코볼트의 심장을 잡아 쥔다고 생각하면서 손을 밀어 넣자, ㅡ쑤욱! 마치 진흙 속에 손을 넣는 것처럼 내 손아귀가 코볼트의 가슴팍을 통과해 들어간다!

"케륵...!"

ㅡ부들부들...!

그 놀라운 광경에 부릴이가 덜덜 떨면서 몸을 움츠린 채 날 보았다. 걱정할 것은 없다. 성공했으니까.

"얍!"

즉시 마력을 해방시킨 순간.

ㅡ사르륵.

코볼트의 시체가 시꺼먼 진액이 되면서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완벽해!"

마치 찐득한 석유 같은 액체. 순식간에 녹아내린 그 액체는,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것으로 코볼트의 시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풀밭에 시꺼먼 흔적만을 남기고서.

그리고 내 손에 남은 것은.

"마력석."

잘라낸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시꺼멓고 단단한 결정. 흑요석의 조각처럼 보이지만 그 질감은 플라스틱에 더 가까웠다.

"이것이 바로 마력석!"

이 안에는 내 몸에 흐르는 것과 동일한 마력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느껴보려고 하니... 당연히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코볼트에게서 뽑아낸 것이었으니까. 몬스터에게 마력이 있긴 하지만 그건 진짜 미량이었고, 그중에서도 이딴 식으로 존나 약한 코볼트에게는 당연히 더 적게 들어있을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찌꺼기다.

근데 심지어 그것도 이 마력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날아간다.

"그래도 뭐. 이게 없는 것보단 낫지."

이딴 작은 마력석 쪼가리라도 모으고 또 모으다 보면 복이 올 것이다.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마력량도 늘어난다고 카르티가 말했으니까.

"비장의 기술 고마워."

"케륵?"

"부릴아. 내 은인 중에 카르티라는 애가 있어. 나중에 내가 대성해서 마계로 돌아가면 인사시켜줄게."

"케륵? 케르릉 케륵!"

기뻐하고 있다.

당연히 내가 마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부릴이는 함께다. 얘는 내 영혼의 파트너다. 결코 버리거나 하지 않는다. 이쯤 되니 부릴이가 내 동생 정도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마계가 시발 존나 좋다니까. 나중에 거기서 같이 사는 거야."

"케르륵."

사실 돌아간다고 해도 그 미친 여공작이 날 어떻게 써먹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사정사정하면 내 사정을 좀 봐주지 싶다.

"그럼 돌아가자. 부릴아. 니가 먹던 코볼트 시체는 너가 들어라."

"케륵!"

그렇게 부릴이와 함께 내 던전으로 돌아갔다.

* * *

돌아온 뒤에는 진짜 진이 다 빠져서 그냥 먹다 남은 리자드 고기랑 열매 채취해둔 거 먹고 부릴이랑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가서 명상 좀 잠깐 하다가 디비 누워서 잤다.

그러면서 한 가지 시험을 해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코볼트 시체를 던전 안에 들여놓는 것이었다. 좁아터진 곳에서 뒤진 시체랑 같이 자는 게 좀 그랬지만, 그래도 이건 필수적인 시험이라서 진행했다.

그리고 일어나니.

"역시."

"케륵."

코볼트 시체에 벌레가 전혀 꼬이지 않았다. 어제도 그랬다. 원래 파리 같은 건 시체가 생기면 금방 날아와서 알을 깐다. 이 오지에 그런 작은 곤충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근데 지금 벌레가 아예 안 꼬였어.

"진짜 마족이라 그런가? 내게서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와서? 벌레도 튀는 것?"

"케륵?"

"닌 나 보면 어떤 생각 드냐?"

"케륵케륵!"

ㅡ방방!

좋아서 방방 뛰고 있다.

"그래. 니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

여기가 지구였다면 반드시 같이 디스코 방방 타러 갔을 텐데. 잠깐 부릴이랑 놀이공원에서 기구 타며 노는 모습을 상상했다. 재밌는 모자도 쓰고. 솜사탕도 먹고. 존나 행복하겠지.

"그럼 이거 먹고 오늘 일 시작하자."

하루가 지나긴 했지만 밤이 쌀쌀했기 때문인지 상하는 않은 상태였다. 뭐 벌레도 안 꼬였으니까.

ㅡ찌익.

ㅡ찌익.

적당히 살을 발라내서 꼬치를 만들었다. 내가 꼬치 만들고 있을 때 부릴이는 불쏘시개 모아왔고.

ㅡ푸후우우우!

다시 마족브레스를 뿜어서 불을 붙인 뒤에 고기를 구웠다. 익는 냄새는 제법 좋았다.

"나 두 개 먹고 니 하나 먹고."

"케륵케륵."

근데 존나 질겨서 맛은 좀 그랬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니 잘 들어간다.

"이거 가죽이 아까운데 말이지."

막상 이런 털가죽을 지닌 몬스터를 잡고 보니 아쉬운 생각만이 들었다. 놈들의 이 가죽을 어떻게 써먹을 수가 없을까? 원시인들 보면 항상 이런 짐승 가죽옷 같은 거 입고 다니던데.

"무두질."

무두질을 해야 한다.

내가 알기로 뭐 가죽을 잘 씻어서? 가죽에 붙은 살이랑 지방이랑 다 떼어내고 뭐 말리고 굽고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모른다. 현대 지구인이 살면서 무두질에 대한 지식을 얻을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무튼 그것만 할 수 있으면 옷 걱정을 좀 덜 텐데 말이지. 지금 알몸인 부릴이 팬티도 입혀 줄 수 있을 거고.

"다 먹었냐?"

"케륵."

"그러 돌 갈자."

창 만들어야지.

* * *

"됐다! 하나 다 만들었다!"

어제부터 갈던 돌조각을 진짜 존나게 갈고 또 갈다 보니 결국 석제 돌창촉을 완성할 수 있었다!

"캬! 이거 진짜 존나 잘 만들었다! 내가 시발 대장장이 자질도 있었네!"

"케륵케륵!"

"박수 쳐! 박수!"

ㅡ짝짝짝짝!

부릴이가 신나게 박수를 치면서 기뻐한다!

"박수로 되겠냐! 쩜프도 뛰어! 쩜프도!"

"케르르릉!"

ㅡ방방!

방방 뛰는 모습이 심히 귀엽기 그지없다. 조금 가르치면 춤을 추거나 곡예도 부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럼 부릴아. 가서 만들어놨던 줄 좀 가져와라."

"케룩."

바로 부릴이가 만들어놨던 끈을 가져왔다. 질긴 식물의 줄기를 좌우로 찢고 또 찢어서 만든 끈 뭉치. 내구도는 별로지만 애초에 이런 도구들이 다 소모품이다.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서 쓰면 된다.

"조합 시작!"

곧고 단단한 나뭇가지의 끝부분을 도끼로 살짝 쪼개고, 그 사이에 만들었던 창족을 어떻게 잘 끼워 넣는다. 그리고 끈으로 칭칭 감아 단단하게 묶어 주는 것으로... 완성!

"나무창이다!"

"케륵!"

창을 완성했다!

"등급으로 치면 커먼(common) 정도겠군."

진짜 기본중의 기본. 잡텝중의 잡템. 그런 허접한 템이지만 직접 만드는 것은 정말로 생노가다였다.

ㅡ꽈악.

바로 창을 잡아 보았다.

"오, 오오...! 괜찮아! 이거 괜찮아! 존나 좋아 보여!"

"케르릉...!"

제법 괜찮은 창이다! 잡는 느낌도 괜찮고! 물론 뭐 이걸로 몇 번 찌르면 개박살이 나겠지만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나무창이니까!

"이것만 있으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사냥과 전투를 할 수 있겠어!"

"케륵!"

"그럼 이제 이거랑 똑같은 거 존나게 만들자!"

"케륵...?"

"뭐? 임마. 그럼 이거 하나로 되겠냐? 존나 만들어서 쌓아놔야지."

"..."

시무룩해진 부릴이. 아무래도 돌 가는 작업이 존나 재미가 없었나 보다. 사실 나도 그랬어.

"뭐... 오늘 하나 만들었으니 바로 또 만드는 건 좀 에바긴 하지. 그럼 오늘은 다른 거 하자."

"케륵?"

"부릴이 이거 잡아."

"케륵케륵."

바로 부릴이가 나무 창을 잡아들었다. 내 허리까지 밖에 안 오는 키라서 창이 좀 크긴 하다. 그리고 나 역시 긴 나뭇가지를 하나 잡아 들었다.

ㅡ처억.

그리고 자세를 잡는다.

창병의 자세를.

"부릴이 내 자세 따라 해."

"케륵?"

머리에 의문 부호를 띄운 부릴이가 나를 따라서 어설프게 자세를 잡는다.

"좋아."

지금부터.

이 창을 이용해서. 부릴이를 훈련 시킬 것이다. 코볼트와 싸우면서 확실히 알았다. 부릴이는 야생아다. 달려 나가고, 손톱과 이빨을 사용해서 무대뽀로 싸우는 그런 야생아.

비슷한 체급끼리 싸울 때는 그것이 아주 유효하다. 부릴이는 활동적인 만큼 그 움직임도 사나우니까.

하지만... 부릴이보다 조금 더 큰 놈이라면. 뛰어들었을 경우, 끝장이다. 나는 코볼트의 팔을 잡고 아예 철퇴처럼 휘둘러서 바닥에 찍어버렸다.

부릴이도 그렇게 될 수가 있다.

그러니 리치를 살린 이런 창 같은 무기를 쓰게 해야 한다. 놈이 고블린이긴 하지만 내가 훈련을 시킨다면 어떻게든 쓸 수 있을 거다. 애초에 창은 초보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니까.

"훈련벼어어어엉! 어디서 얼을 타고 있나!"

"케, 케륵?!"

"정신 똑바로 차린다! 실시!"

"케륵!"

다급하게 대답한 부릴이가 잔뜩 긴장한 기세로 창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한다! 실시!"

"케륵!"

"하아아압!"

ㅡ처억!

바로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막대를 찔러넣자!

내 동작을 본 부릴이가 어설프게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돌창을 찔렀다!

"케르으응!"

역시나 어설픈 기합 소리.

"훈련벼어어엉! 동작이 그게 뭔가! 다시!"

"케륵!"

그렇게 부릴이와 함께 창술 훈련을 실시했다.

봐라. 이거 부릴이가 창술을 잘 익힌다면 나중에 고블린 부하들 더 생겼을 때 아예 교관질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블린 군대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

"훈련벼어엉, 부릴! 잘했다! 아주 잘했어!"

"케레레륵!"

잘했을 때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을 해준다. 부릴이는 그럴 때마다 아주 좋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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