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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30화 (30/544)

〈 30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 15

* * *

머릿속으로 작전을 수립한 다음에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비트 구축 실시."

"케르륵."

나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서 녀석들에게 비트 구축을 명령했다.

어차피 저기 있는 우리 집은 말이 우리 집이지 뚜껑 덮어놓은 구덩이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놓고 온 물건이 있긴 하지만 가져오면 되는 거고. 여기에 새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여기서 한 사흘 정도 지내면서 저 새끼들 관찰해보자."

"케르륵? 케륵케륵."

고개를 끄덕이는 부릴이.

이거 알아들은 거 맞냐?

"케륵케륵!"

"끄르릉..."

아무튼 임숭이는 부릴이와는 달리 땅을 잘 파질 못했다. 뭐 부릴이보다 연약해 보이니까. 당연한가.

"임숭이는 그냥 주변 경계해. 뭐 오면 알려주고."

"그르르륵..."

"케륵케륵."

부릴이가 임숭이를 보고 뭐라고 투덜거렸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신병들은 일 잘 못 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ㅡ사악, 사악.

ㅡ사악, 사악.

그렇게 부릴이와 함께 땅을 팠다.

이거 참. 그간 노하우도 생기고 일손도 더 많아져서 처음 만들었을 때랑 비교해보자면 작업이 금방 진척이 되었다.

"역시 부릴이가 최고라니까."

"케륵케륵."

임숭이는 요 나무 위에 앉아서 주변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임숭이가 멍청하긴 해도 생명의 안전을 신경 써야 한다는 본능은 있다. 그래서 경계는 아주 잘하고 있었다.

"저 정도면 뭐 1인분 하는 거지."

불도 피울 줄 알고 경계도 할 줄 안다. 그러면 뭐 바보 같긴 해도 에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우."

그리 부릴이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해가 지기 시작했다.

"뭐 비트도 거의 완성 됐고."

들어가서 자면 될 것 같다. 저녁 식사는 딱히 필요 없다. 작업하는 내내 열매랑 채소들을 씹어먹었으니까.

"부릴이 들어가고. 임숭아. 내려와라."

"그르륵."

ㅡ폴짝!

임숭이가 고양이마냥 점프해서 내 품에 착지했다. 바로 비트에 넣어버리고 나 역시 안으로 들어갔다.

"케륵케륵."

"그르르르륵..."

좁아터진 공간. 나는 그 안에서 부릴이랑 임숭이랑 함께 몸을 딱 붙인 채 천천히 숨을 쉬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매복 작전이다. 앞으로 여기서 지내면서 코볼트 굴에 대한 정보를 모을 생각.

"현재로선... 임숭의 전투력은 기대할 수 없고. 나랑 부릴이정도면 코볼트 세 마리까지는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다."

창을 사용해서 한 마리를 잡고 시작하면 1:1 구도로 넘어가게 될 거고, 손도끼로 한 마리 쪼개버리고 나면 끝이다. 남은 한 마리는 부릴이랑 함께 다구리치면 된다.

그렇게 세 마리만 죽여도 적들의 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지. 정말 완벽하다.

ㅡ사르륵.

밤이 깊어진다.

슬슬 명상 좀 하다가 자면 될 것 같은데.

"그르륵. 그륵그륵."

그때 임숭이가 뭔가 말할 게 있다는 것처럼 몸을 흔들었다.

"조용히 하고. 왜."

"그르륵. 끄륵."

ㅡ처억.

바깥을 가리키는 임숭이.

"나가게? 왜?"

"끄르륵."

"시발 알아들을 리가 있나. 야. 답답해도 좀 참아."

"그륵그륵."

그럼에도 임숭이는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뭐냐? 무슨 이유로? 지금 부릴이는 이 상황에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짜증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케륵."

밤이라서 조용하게.

"그륵륵."

뭔가 반론을 하는 임숭이.

"곤충이라도 있나? 그래. 임숭이 나갔다 와라."

얘가 천지 분간 못하는 놈은 아니니 일단 보내보기로 했다.

"그륵."

작게 대답한 임숭이가 그대로 굴을 기어 올라가 바깥으로 나갔다. 나 역시 살짝 일어서서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임숭이를 응시했다... 아, 시발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

"케륵. 케르륵. 켁."

옆에서 부릴이가 뭐라고 말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ㅡ사박사박.

그리고.

발소리가 들려온다.

어?

발소리와 함께 무언가 빛 같은 것이... 가까워진다. 설마 몬스터의 안광인가? 아니! 그렇다고 보기엔 부릴이가 얌전했고, 빛은 두 개가 아니라 하나였다.

곧.

그 빛이 가까워졌다.

"그륵?"

"어? 뭐냐?"

임숭이였다. 손에 뭘 들고 있는 임숭이. ㅡ스윽. 바로 임숭이가 빛나는 무언가를 들고서 비트 안으로 들어왔는데.

"이건?"

손을 보니까 무슨 빛나는 벌레가 들려 있는 것이 아닌가.

"반딧불이?"

반딧불이 비슷한 벌레였다. 그것도 임숭이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반딧불이. 몸집이 커서 그런가, 반딧불이의 불빛만으로도 비트 안쪽이 은은하게 밝아졌다.

"그륵. 그르르륵."

임숭이가 나 가지라는 듯이 그것을 내밀었다.

"와. 임숭이 요 새끼."

벌레 잘 찾더니 반딧불이를 찾아온 건가? 지금 어둡다고 빛을 가져온 것?

"생각보다 유능한데? 잘했다."

"그륵륵."

바로 머리를 만져주자 임숭이가 좋아하는 티를 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와? 이게 진짜 뭐냐? 이렇게 큰 반딧불이라니?

"이거 몇 마리만 있으면... 밤에 조명 걱정은 필요 없겠는데?"

"끄르르륵."

내가 이 오지에 오고 나서 밤에 움직인 적이 없었기에 이런 것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럼 나중에 밤에 조명 필요할 때 임숭이 시키면 빛 걱정은 없을 것이다.

"흐흐흐, 역시 에이급이라니까. 부릴아. 칭찬해 줘라. 임숭이가 공 세웠다."

"케륵케륵."

그리 말해주자 부릴이가 기분 좋다는 듯이 웃으면서 임숭이에게 뭐라뭐라 말을 했다.

나는 바로 반딧불이를 열매가 담겨 있는 자루 속에 집어넣었다. 챙겨둬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니까.

* * *

그렇게 새로운 거점에서의 나날이 흘러간다.

이곳에 자리 잡은 우리들은 열매를 채집하거나 간단하게 사냥을 해서 식사를 해치우며 코볼트 굴을 끈질기게 관찰했다.

"좋아."

우선 세 마리.

"규삿규삿."

"규삿삿."

"큐사아아앗."

놈들은 보통 두 마리 내지는 세 마리씩 모여 다니면서 먹이를 구해오는 것 같았다. 이 먹이조가 굴을 나선 이후에는, 놈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굴에 출입하는 놈들이 없었다.

그리고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먹이조로 나오는 세 마리의 코볼트들은 전부 매일매일 똑같은 놈들이었다.

"규모가 작아."

똑같은 놈들만 맨날 일하러 나가고, 그놈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출입하는 놈들이 없다.

설마 이 코볼트 굴 규모가 엄청 커다래서 사방팔방에 입구가 있는 것일까? 이쪽 입구는 제 세 마리만 사용하는 거고? 그런 판단하에 주변 정찰을 해 보았지만, 다른 출입구는 없었다.

자연스러운 결론.

"출입구는 여기뿐이다."

거기에 맨날 똑같은 놈만 일하는 걸 보니 만성 인력 부족. 노동인구가 셋이니 안에 있는 것도 많아 봐야 다섯 정도.

그런 결론에 이르렀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방침을 설정했다.

"얘들아. 다음에 두 마리만 나오면 그때 덮치자."

"케륵케륵."

세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먹이조로 두 마리가 나왔을 때, 적당한 곳에서 놈들을 해치우고 굴을 공격한다. 그리고 만약 내 예상이 틀려서 안에 더 많은 코볼트들이 있다면 그냥 도주.

"부릴아. 임숭아. 내가 튀라고 하면 무조건 나 따라서 존나 도망쳐라. 알겠지?"

"케륵케륵."

"끄르륵."

"자, 그럼 부릴이는 창 잡고. 임숭이는 이거 자루 챙겨라."

그리 각자 챙길 것을 다 챙긴 채 대기를 빨고 있으니.

"규삿. 규삿."

"규삿삿."

굴에서 코볼트 두 마리가 규삿거리면서 걸어 나왔다. 요시. 좋다. 마침 딱 두 마리가 나왔군. 이대로 저 새끼들을 따라가서... 그대로 쓱싹 해버리면 게임 끝이다.

질 수가 없다.

하는 거다, 김큘스! 너는 마왕이 될 남자!

이깟일로 처리 못해서야 어찌 마왕이 되겠나!

그리 마음을 무장시키고.

ㅡ사박사박.

코볼트들이 저만치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미행 시작."

바로 놈들을 추격했다.

* * *

약 30분 정도 미행을 실시했을 때였다.

"규삿삿."

"큐큐큐싸앗. 규삿."

이쯤에서 먹이를 채집할 생각인지 코볼트 두 마리가 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쥐 새끼 주둥이 끝에 달린 돌출된 뻐드렁니를 이용해서.

ㅡ쓰윽.

ㅡ쓰윽.

땅을 파기 시작했다!

"...!"

전율!

저 새끼들 지들 이빨로 저렇게 굴을 파는 건가?!

그리고 생각보다 잘 파고 있는 중이다!

"귝귝."

"규삿스. 규삿스."

지들끼리 중얼거리면서 엎드린 채 땅을 파는 코볼트들. 얼마나 팠을까, 결국 놈들이 땅속에서 무언가 버섯 같은 것을 파내는 데 성공했다.

"큐삿, 큐큐삿."

"규삿. 규규귝."

버섯을 챙긴 놈들이 다시 땅을 파는 작업에 돌입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저렇게 땅을 파서 무언가를 채집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ㅡ꽈악.

그렇게 엎으려 있는 놈들을 보면서... 잡고 있는 창을 꽉 쥐었다.

"...!"

"...!"

부릴이와 임숭이. 둘 다 흥분한 기색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코볼트에게 돌진하고 싶어 하는 기색. 임숭이도 투지를 느끼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 꼬붕들은 절대로 내 명령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ㅡ스윽.

천천히.

조심스럽게.

코볼트의 등짝에 돌창을 겨누고,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ㅡ뽀각.

뭔가 부러지는 소리.

"규삿?"

"규사사삿?"

날 돌아보는 코볼트들.

"아 씨발! 뒤져라! 란나찰!"

ㅡ콰앙!

그대로 땅을 박차면서 왼쪽 놈에게 창을 내지른다!

ㅡ퍼헉!

"큐우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돌창이 아주 훌륭하게 코볼트의 살 속에 박혀 들어갔고, 아주 비통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치명타다! 단 일격으로 유효한 피해를 입히는 것에 성공했다!

"부릴아! 임숭아! 옆에 있는 새끼 조져!"

"케르르르륵!"

"끄르르릉!"

ㅡ파파팟!

바로 두 마리의 꼬붕들이 다른 코볼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남은 한 마리는 쟤들한테 맡기고 우선 이 새끼부터 끝장낸다!

ㅡ푸샥!

즉시 창을 빼내자 창촉이 없었다!

코볼트에게 박혀 들어간 것인가!

"큐르르...!"

가슴팍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코볼트가 비통한 얼굴로 날 보았지만, 이곳은 야생이야! 자비 따윈 없다! 방심했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

"죽어라, 코볼트!!!!"

바로 손도끼를 꺼내 들고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내 너희들을 도륙한 뒤에 굴마저 빼앗아 주리라!

"너희들의 굴은 나의 던전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난 싸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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