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던전의 주인이 되다! # 1
* * *
ㅡ퍼헉!
마치 단두대처럼 떨어진 손도끼가 코볼트의 머리통을 깨뜨렸다!
그것으로 놈은 쓰러졌다. 애초에 가슴에 창을 맞은 상태인데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을 확인하고, 바로 옆을 보았다.
"규사아아앗!"
절규하는 코볼트.
"케르륵!"
"끄륵!"
그라운딩을 건 부릴이가 코볼트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었고, 임숭이가 그런 코볼트의 대갈통에 킥을 존나게 날리고 있었다. 정말 훌륭한 다구리다. 녀석들의 멋진 팀플레이를 보고 있으니 마왕으로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있을 틈은 없어!
"잘했다! 그대로 잡고 있어!"
ㅡ파앗!
바로 땅을 박차면서 주먹을 치켜들었다! 우선 존나 팬 다음에 몬스터 지배술을 걸어보도록 하자!
"이 새끼! 뒤져라!"
손바닥을 쫙 펼치고, 코볼트를 후려친다!
ㅡ파악!
"큐사아아아앗!"
터져 나오는 비명! 나도 이렇게 때리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놈의 고통을 무시하고 사정없이 두들겨 패도록 한다.
ㅡ퍼억!
ㅡ퍼억!
ㅡ퍼억!
한참 동안.
신나게 줘 팬다.
"끄르르륵!"
옆에서 임숭이가 전율하며 방방 뛰었다. 부하로서 내 무력을 보고 감동을 한 것이리라. 아무튼. 나는 바로 몬스터 지배술을 전개했다.
"주입!"
"귯...?!
발작하는 코볼트.
하지만.
"규사아아아아아앗!"
"에라이 씨발!"
또 실패냐!
"케륵케륵!"
코볼트가 난동을 부렸고, 놈을 붙들고 있는 부릴이는 아예 놈의 모가지를 물어뜯었다. 지배술 실패하면 죽이는 수밖에 없으니까.
"죽어라!"
ㅡ퍼헉!
바로 손도끼로 코볼트를 끝장내줬다.
기분 나쁜 손맛이로군.
바로 부릴이가 코볼트를 놓아줬다.
"케르르륵!"
"끄르릉!"
참살의 현장을 만들었다. 근데 부릴이와 임숭이는 그냥 존나 기뻐했다. 어찌나 기쁜지 웃으면서 방방 뛰어댈 정도였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만세까지 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후우... 그렇게 좋냐?"
"케르륵!"
솔직히 뭐 커다란 동물을 잔혹하게 때려죽인 상황이라 기분이 좋지가 않다. 하지만 내 부하들이 좋아한다면 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먹고 에너지 보충 좀 하자!"
"케륵!"
"부릴아! 모닥불 거리 모아오고 임숭이는 불 피울 준비 해!"
"끄륵!"
바로 명령을 내린 다음, 코볼트의 시체에서 창촉을 뽑아내 창을 정비했다. 이거... 끝이 좀깨졌구만. 근데 이 정도면 쓸 수 있을 듯.
"좋아."
이제 밥 먹고 굴 공격하러 가자.
* * *
코볼트 두 마리를 죽였다.
보통 뭐 삼국지만 봐도 허구한 날 십만 단위의 군대가 나와서 진짜 천명 백 명은 좆도 아닌 것 같지만, 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 두 마리.
딱 두 마리를 죽인 것만으로도 코볼트 굴의 전력은 아주 크게 깎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나무창이 효과가 아주 좋다는 것이 증명되었지.
"정지."
"케륵."
코볼트들을 구워 먹고 원기를 보충한 다음, 바로 놈들의 굴 쪽으로 이동했다. 저쪽에 있는 굴은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자기들 전사 두 마리가 죽었다고는 감히 상상도 못 하고 있다는 것처럼 조용하다.
이제 저기를 공략해야 한다.
입구의 크기는 내 키보다 작다.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굽인 채 전진해야 할 것이다. 저런 곳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적들이 들어와서 포위가 되면 존나 위험하겠지만... 며칠동안 관찰한바, 따로 출입을 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공격계획을 세운 것이다. 아니, 근데 그거 다 알아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군.
"임숭아. 자루 줘 봐."
"끄르륵."
임숭이가 건넨 자루를 여니.
ㅡ사사삿.
ㅡ사사삿.
녀석이 오면서 채집한 반딧불이들이 사삿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예상대로 주변이 어두워지면 빛을 내는 건지 현재 불을 밝힌 상태.
이걸 굴 안에 풀어 놓으면 조명 걱정은 없겠지.
"좋아. 그럼 가자. 내가 맨 앞. 중간이 임숭이. 그리고 부릴아. 니가 맨 뒤에서 천천히 따라와."
"케르륵."
굴 안은 좁을 것이다. 그럼 임숭이의 불꽃이 한 번 정도는 쓸모가 있겠지.
"그럼 들어가자...!"
"케륵!"
"끄륵!"
창을 잡아 쥔 채, 천천히 출입구로 향했다.
ㅡ저벅저벅.
극한의 긴장감.
여기서 승리한다면 코볼트 놈들의 이 소중한 굴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굴이 내 던전이 되겠지!
근데 손 볼 곳이 좀 많다. 내껄로 만들고 나면 확장공사를 실시해야 할 텐데, 진짜 존나 오래 걸리겠군.
부하들 뭉텅이로 만들어서 쉴 새 없이 일을 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면 뭐 걔들 먹여 살려야 하니까 사냥도 자주 나가야겠고. 할 거 참 많구만.
"..."
패배는 생각하지 않는다.
패배할 것 같으면 냅다 도망치면 되니까.
ㅡ처억.
그렇게 입구 앞에 섰고.
ㅡ스윽.
나는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조금 굽힌 채 안으로 들어갔다. 시작은... 평범한 토굴이다. 일단 자루 안에서 반딧불이를 하나 꺼내서 풀어놓으니.
ㅡ파라락.
날개를 펼친 녀석이 토굴 벽에 달라붙었다. 거기서부터 은은한 빛이 퍼져 나온다. 괜찮군.
"그럼 전진."
"끄륵."
"케륵."
부릴이와 임숭이는 아주 편해 보였다. 시발 키 큰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이거. 아 근데 자세 때문에 쉽게 지칠 것 같은데.
ㅡ저벅저벅.
굴은 제법 길었다. 코볼트들 주제에 좀 깊게 판 모양이다... 아직 코볼트들이 나오진 않았다.
이 안은 놈들의 나와바리.
우리가 이렇게 침입했는데 조용할 리가 없다.
예상대로 병력이 적은 것이겠지.
그리고 바로 그때.
"갈림길?"
갈림길이 나타났다. 와 이 새끼들 갈림길까지 만들었어?
"부릴이. 임숭이. 여기서 대기."
바로 대기를 시키고 먼저 왼쪽으로 턴을 해보았다. 한 손에는 창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반딧불이를 든 채.
"아 씹."
근데 가면 갈수록 악취가 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길지도 않았다.
끝에 도착하니.
"아이고 시발!"
나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바로 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코볼트놈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었던 모양이다!
쓰레기랑 배설물들이 널려 있는 상태!
"좆같은 거 봤구만."
"케륵?"
"부릴아. 오른쪽으로 가자."
"케르릉."
그렇게 굴을 탐사한다.
이거 자세 때문에 제법 힘들다. 그리 탐사를 하다 보니 먹이 저장고로 추정되는 방도 하나 찾았는데,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발 투룸이냐? 방을 잘 맨들어 놨네."
"케륵케륵."
이거 내가 차지하고 나면... 나중에. 확장 공사해서 종족별로 내무반도 만들고 막 그래야지. 캬. 이거 뭐 마왕성이나 던전이라기보다는 병영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내가 말이 마왕이지 뭐 실제로는 약간 중대장 + 보급관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 부릴이는 1소대장 느낌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큐, 큐사아아아앗!"
드디어 코볼트가 나타났다!
"이런!"
저 앞에서부터 안광이 터져 나온다! 코볼트 한 마리가 네발로 달려오고 있었다! 근데 한 마리라고? 역시! 저게 끝이었군! 놈은 식량 삼인조 중에 하나일 것이다!
"와라!"
ㅡ처억!
바로 팔랑크스마냥 창을 겨누고 정지한다!
좁고 낮은 굴!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적! 이렇게 거창만 해 둔다면, 두려울 것은 없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는 제 발로 창에 뛰어들어 죽을 것이다!
"큐사아아아아앗!"
"우오오오오오!"
그리고.
ㅡ펄쩍!
달려오던 코볼트가 내게 점프한 순간, 나는 겨누고 있던 창을 조금 위로 올렸고.
ㅡ퍼억!
그것으로.
"큐, 큐규귝..."
코볼트가 내 돌창에 꿰이게 되었다.
"후, 후우! 좋아! 완벽해!"
코볼트들은 이 좁은 곳에서 결코 창을 당해낼 수가 없다! 바로 창을 뽑아내고, 시체를 옆으로 치웠다.
"케르륵...!"
"끄르륵...!"
흥분한 부릴이와 임숭이의 목소리. 뒤를 확인했다. 아직 뭐 없다. 나는 놈들을 격려해줬다.
"됐다. 이게 곧 있으면 여기가 우리 집이다. 여기서 같이 살자."
"케륵... 케, 케륵! 케르르륵!"
다급한 부릴이의 목소리.
"이 새끼!"
즉시 몸을 돌려 방금 전과 같은 거창 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큐르르르르싸아아아아아앗!!!"
더욱 큰 코볼트의 울음소리.
ㅡ투두두두두!
그리고 더욱 중량감 있는 발소리!
더 높이 있는 안광!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새끼가 어미로군!"
이 굴에서 살던 어미 코볼트가 돌진해오고 있었다!
"큐르르르르!!!"
곧 드러난 녀석은, 부릴이보다 덩치가 컸다. 물론 나보다는 작지만 그 사이즈가 이 굴에 딱 맞춰져 있어서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놈은. 아주 분노한 상태였다. 당연하다! 자기 자식이 죽었으니까!
하지만 창을 당해낼 수는 없다!
ㅡ꿀꺽.
침을 삼키고,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녀석을 죽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려오는 어미 코볼트를 응시했고. 나는 달려오는 녀석을 향해.
ㅡ퍼억!
창을 내질렀다!
"큐륵?!"
"됐다!"
내 창이 녀석의 몸통을 관통했다...! 그래! 이겼다! 승리했다! 이제 이 굴이 내 차지다! 그런 감정이 피어오른 순간.
"아, 아닛?!"
"큐르르르싸아아아아앗!"
꿰뚫린 어미가 그대로 걸어 들어오면서 내게 손을 뻗었다! 이, 이 새끼! 창에 꿰뚫린 채로 들어왔다!
"어억!"
그 팔뚝 힘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버티고 있었음에도 내 몸통이 뒤로 넘어갔다. 그것으로 나는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고.
"큐아아아아앗!"
"으아아악!"
녀석에게 마운트 포지션을 허용해버렸다!
"이 새끼... 아악!"
"큐아아아아악!"
ㅡ와삭!
ㅡ와삭!
내 위에 올라탄 코볼트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내 머리를 깨물려고 했다! 나는 고개를 틀어 그것을 피하면서 내 부하들을 불렀다!
"부, 부릴아! 임숭아! 이 새끼 조져!"
"케르르륵!"
"끄르릉!"
좁아서 각이 잘 나오지 않은 탓일까, 바로 지원이 들어오지가 않았다! ㅡ꽈악! 어떻게든 어미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이 새끼 힘이 아주 장사라서 잘 밀리지 않는다...!
ㅡ와삭!
"크악!"
그리고 자꾸만 내 얼굴을 물려고 하는데, 피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이렇게 갔다간 반드시 물리게 될 것이다. 그럼 씨발 내 잘생긴 얼굴이 뜯겨나갈 터!
"그럴 순 없지...!"
"큐르르륵! 큐르르르르륵!"
ㅡ고오오.
바로 마력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라 그런지 제대로 집중이 되질 않았다.
"부릴아 빨리!"
"케르르륵!"
그 순간!
ㅡ퍼억!
"큐싸아아아앗!"
부릴이가 창으로 코볼트 어미의 어깨를 찔렀다!
이어서!
ㅡ화르륵!
임숭이의 마계불꽃이 토굴을 밝히며 날아들었다! 아직도 내 위에서 버티고 있던 어미가 그것을 처맞았고.
"큐싸아아앗?!"
몸에 불이 붙음과 동시에 화들짝 놀란 어미가 내 위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 틈을 노리면서!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앗!"
전력을 다해 상체를 튕기듯 일으켜, 어미를 밀쳐내면서 포지션을 변경한다! 그리고!
"마족브레스으으으으으!!!"
입에서 불을 뿜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