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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37화 (37/544)

〈 37화 〉 던전의 주인이 되다! # 7

* * *

"어엇...!"

반가운 얼굴이었지만 이렇게 또 불쑥 튀어나오니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치명적인 미인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뜻이었던 건가?

아무튼 고맙긴 해도 경계심은 드는 법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삽을 꽉 잡아 쥔 채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역시 평범한 인사보다는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편이 좋겠지?

"저는 큘스라고 합니다... 샤아. 샤, 샤샤샤아."

"샤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흉내 내니 드라이어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아들은 것인가?

ㅡ스윽.

곧 그녀가 수풀에서 걸어 나왔다.

"샤아아."

웃고 있는 얼굴.

ㅡ출렁.

여전히도 큰 가슴과 육감적인 몸매다.

드라이어드는 잎사귀로 만든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게 몹시 신기하다.

저런 헐벗은 차림으로 이 숲과 정글을 활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몸에는 그 어떤 상처나 잡티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냐?

심지어 피부도 몹시 깨끗하다. 살결도 희고 부드러워 보인다. 이 오지에서 대체 뭘 해야 저런 청결함과 예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난 지금 머리도 씹더벅하게 자랐는데.

이게 진짜 오지라서 사냥을 나가든 뭘 하든 수풀을 헤치면서 움직이다 보면 금방 몸이 더러워진다. 그래도 계곡에서 자주 씻으니까 거지꼴을 면한 거지, 안 씻으면 더 심각해질 것이었다.

"샤아샤아."

그리고 진짜 구라 안 치고 머리칼도 무슨 고급 미용실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 것마냥 찰랑인다. 뭐가 묻어있지도 않은 상태다. 알고 보면 이 오지 어딘가에 현대식 저택이 있고. 이 아가씨는 거기서 살면서 하인들의 시중을 받는 존재인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이어드는 희고,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아무튼.

ㅡ스윽.

어느 정도 다가온 드라이어드가 뒷짐을 지고는 나를 응시했다.

"샤아. 샤아아. 샤아샤아."

뭐라고 말을 걸고는 있는데 잘 모르겠다.

"아, 맞다. 이거 삽. 이거 진짜 고마워. 덕분에 큰 도움이 됐어."

그래도 제대로 인사를 해야 한다. 나는 삽을 잡아 들고 그것을 가리키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듯 감사를 전했다.

그 뜻이 닿았을까?

"샤아!"

드라이어드가 기쁘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샤아샤아."

제자리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뭐?"

무릎을... 꿇어?

이건 설마 복종의 표시인가?

저번에 건 마족 지배술이 잘 먹혀들어 간 것? 가능성이 있다. 드라이어드는 강하다. 바로 걸리는 게 아니라 시간차가 있을 수가 있다.

"드라이어드? 일어나줄래?"

은근슬쩍 명령을 해보았는데.

"샤아?"

그냥 고개만 갸웃할 뿐이다.

"역시 먹힌 건 아닌 것 같은데..."

"샤아."

"음?"

"샤아샤아."

내 삽을 가리키면서 말하는 드라이어드.

"이거 삽?"

"샤아."

그러더니 막 손짓을 하면서 땅을 파는 시늉 같은 걸 한다. 아. 설마 이걸로 파는 모습 보여달라는 건가?

"좋아. 알았어. 너가 선물해 준 거 쓰는 모습 보여달라는 거지?"

바로 몸을 돌리고 던전 입구 쪽으로 갔다. 내 부하 새끼들은 드라이어드가 오자마자 던전 안쪽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진짜 겁쟁이 새끼들.

"자, 그럼 드라이어드? 이거 쓴다?"

"샤아."

마치 기대가 된다는 것처럼.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은 드라이어드가 눈을 빛내면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삽질을 시작했다.

ㅡ퍼억!

ㅡ싸악!

던전 입구 쪽 벽에 삽을 박아 넣고 흙을 퍼낸다.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감동스럽기 그지없다. 작업 효율 자체가 다르다. 덕분에 입구 쪽은 완전히 넓어진 상태. 그리 일을 하면서 뒤를 쳐다보니.

"샤아아."

드라이어드는 여전히도 얌전하게 무릎 꿇은 채 내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하압!"

저렇게 섹시한 미녀가 내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났다.

남자란 여자 앞에서 강해지는 존재...!

나는 마치 전장을 지배하는 대장군처럼 흙을 퍼냈다!

"하압! 크하아압! 이여어어업!"

"샤아샤아!"

저건 추임새인가!

"흐하하! 우리 드라이어드 누나 목소리가 너무 귀여운데!"

"샤아!"

의사소통 좀 제대로 하고 싶구만!

지금 걸로 제대로 알았다!

지금 드라이어드는 날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내게 흥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인간형 몬스터다. 어쩌면 자기랑 비슷한 외형을 지닌 존재. 그것도 수컷을 처음 봤기 때문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능적으로 이성에게 끌린 것인가?

가능성이 있다.

"이거 참. 내 마족간지에 반해버린 것이로군."

야생에서 태어난 짐승들도 자기 짝을 찾는 법이니까. 드라이어드도 그런 식으로 번식을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뭐 꼭 그런 야한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대충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든다.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일을 하고 난 뒤에 드라이어드에게 다가가 삽을 내밀었다.

"크크크, 봐봐. 일 엄청 잘돼. 진짜 너무 고마워."

"샤아샤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다.

ㅡ방실방실.

드라이어드는 아예 방실방실 웃으면서 즐거워했다. 진짜 이 누나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데. 샤아거리는 것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참.

그때.

ㅡ스윽.

드라이어드가 일어섰다.

"음?"

나보다 키는 한 10cm 정도 작다. 내가 180cm 정도니 여자치곤 큰 키인가... 아니 그런데 잠깐만.

"샤아."

돌연 그녀가 내 얼굴을 잡았다.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천천히 어루만지면서 쓰다듬어준다.

부드럽다.

나는 당황하기 이전에 그녀의 손길이 아주 따뜻하다는 것과 부드럽다는 것을 느꼈다. 전혀 거칠지 않다. 굳은살 하나 없는 가녀린 손. 맹수에게 얼굴을 잡혔는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샤아..."

드라이어드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뭣...!"

이, 이건 설마...!

키스?!

키스인가!

이렇게 대담할 수가!

그런데 기다려!

키스하기 전에 일단 마족브레스 써서 양치부터 해야한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전혀 저항할 수 없었고, 나는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그런데.

ㅡ핥짝.

"음?"

얼굴에서 감촉이 느껴진다.

ㅡ핥짝.

ㅡ핥짝.

ㅡ핥짝.

드라이어드가.

내 볼을 아주 귀엽게 핥아주고 있었다.

"어, 어허허... 이거 참."

"샤아. 샤아아."

내 얼굴을 핥는 것에 집중하는 그녀.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하지? 내 얼굴을 핥아주다니? 이거 설마 맛을 보려고 하는 거냐?

살짝 머리를 뒤로 빼니.

"샤아?"

고개를 갸웃한 드라이어드가 다시 내 얼굴을 핥으려고 했다.

"샤아."

아니 이 누나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이거 너무 부끄러운데... 설마. 이거는 그건가? 나랑... 그. 교미를 하자는 뜻?

ㅡ핥짝.

아무튼 그렇게 내 얼굴을 몇 번 더 핥아주던 드라이어드가 내게서 떨어졌다. 얼굴을 보니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샤아샤아."

"..."

진짜 뭐냐?

맛 본겨?

아니면 침 바른 거?

"설마."

이건 그건가?

그루밍?

친밀하다고 느낀 상대를 핥아주는 행위? 그리 생각하니 가슴이 간질거린다. 이런 섹시한 미녀가 그루밍을 해주는데 싫어할 남자는 없으니까.

"아. 이거 내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샤아샤아."

가슴이 두근거려서 미칠 지경인데.

아무튼.

"샤아."

"어, 어디가?"

내게서 몸을 돌린 드라이어드가 다시 나무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나무에 손을 댄 뒤에, 저번에 했던 것과 똑같은 느낌으로 나뭇가지를 성장시켰다.

그렇게 새로운 삽이 하나 더 탄생했다.

"오."

근데 작은 삽이다.

내가 쓰던 거의 반 정도 되는 크기.

"샤아샤아."

드라이어드가 그것을 내게 건네줬다. 와. 이거 하나 더 주는 건가? 진짜 고마워서 미치겠네.

"고마워."

"샤아. 샤아샤아."

근데 드라이어드가 막 손짓을 한다. 손짓을 하다가 몸을 살짝 굽히고는 내 허리를 두들겼다.

이건 무슨 뜻이지?

아. 대충 알 것 같은데.

"부릴이? 이 삽은 부릴이 쓰라고? 고블린?"

나 역시 허리를 탁탁 두들기면서 부릴이 흉내를 내며 답하니.

"샤아!"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뜻이 통했다!"

지금 우리 바디랭귀지로 대화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지금 드라이어드가 부릴이까지 고려해서 삽을 만들어줬다! 지금 나에 대해서 거기까지 생각해주고 있는 것이다!

"고마워! 드라이어드!"

"샤아!"

"야 부릴아!"

바로 부릴이를 부르자.

"케륵...!"

진짜 개 쭈구리처럼 잔뜩 쫄아버린 모습의 부릴이가 던전 입구에서 나타났다.

ㅡ살금살금.

그리고는 무슨 발레리나처럼 까치발을 든 채 빙판길 위를 걷는 것마냥 존나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야 임마. 빨리 안 와. 넌 시발 형이 여기 있는데."

"케륵!"

그래도 명령하니까 바로 오는군.

"자 받아."

"케륵?"

"이거 니 삽이야."

부릴이가 삽을 받아들었다.

근데 이거 개량을 좀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원래 삽자루 끝에는 삼각형 모양의 손잡이가 있다. 그게 없으니 조금 쓰기가 힘들다. 설마 이것도 부탁하면 해줄까?

나중에 한 번 말해보자.

"드라이어드?"

그런데.

"샤아... 샤아..."

"어?"

드라이어드의 숨소리가 조금 격했다. 심지어 몸에서 달큰한 향기를 풍기는 땀이 조금씩 나고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팔로 몸을 닦고 있었다.

이건 설마!

"너 설마...! 힘든 거니?!"

"샤아...?"

지쳐 보이는 기색이었다!

식물마법을 사용해 삽을 만든 탓에 지쳐버린 것인가? 그렇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 그 힘든 상태를 감수했다는 말이 된다.

"드라이어드. 설마 날 위해서 그런 힘든 일을 해준 거야?"

"샤아?"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좆감동.

그저 좆감동.

"감동이다."

드라이어드가... 나를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고 있었다. 그 사실에 나는 가슴이 너무나도 간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안 되겠다. 조금 쉬자."

"샤아?"

"가만히 있어."

"샤, 샤앗?!"

바로 드라이어드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그녀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를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고 바닥에 눕혀줬다.

"샤아..."

"잠깐 기다려. 부릴아! 형 코트 가져와라!"

"케륵!"

바로 부릴이가 내 코트를 가져왔다.

고급스러운 마족 코트는 현재 많이 헤진 상태였다. 그래도 뭐 없는 것보다는 낫다. 지금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데 뭐라도 덮어 줘야지.

"이거 덮고 있어."

ㅡ촤륵.

바로 드라이어드의 몸에 코트를 덮어줬다.

"샤, 샤아?"

드라이어드는 의복이라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듯이 코트를 잡고 살피고 냄새를 맡고 하면서 탐색을 시작했다.

"쉬어. 내가 지켜줄 테니까."

"샤아?"

말은 여전히 못 알아듣는군.

나는 아예 내친김에 수통도 따서 그녀의 입에 대줬다.

"이거 마셔."

"샤, 샤아..."

수통의 용도를 알아챈 그녀가 내가 흘려 넣어주는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ㅡ꿀꺽꿀꺽.

"물은 잘 마시는구나."

얘는 대체 평소에 뭘 먹고 살까?

그리고 왜 이렇게 깨끗하지?

샴푸도 바디워시도 없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 몸에서 달콤한 꽃향기가 나고 있는 상태다. 정신 놓으면 그대로 코 박고 숨쉬고 싶을 정도로 아찔한 향기.

"아무튼 여기서 쉬고 있어."

"샤아..."

머리를 살짝 만져주니 드라이어드가 덮고 있던 코트를 자신의 코 위까지 올려 덮었다.

진짜 너무 귀엽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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