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던전의 주인이 되다! # 10
* * *
"케르륵! 케르르륵!"
겁을 집어먹은 고블린이 미친 듯이 절규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놈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발에 덩굴이 감겨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니까. 마치 덫에 걸린 고라니를 보는 듯했다.
"샤아아!"
놈을 죽이려는 듯 위협하는 샤란이.
"잠깐!"
바로 정지명령을 내린다!
"샤아?"
"샤란아! 죽이지 말고! 나처럼 겁만 줘봐! 이렇게! 크앙!"
ㅡ크아아아아아아!
바로 묶인 고블린의 앞으로 가서 큰 소리를 냈다!
"케, 캐륵?!"
사색이 되는 고블린!
좋다! 이대로 완전히 패닉에 빠뜨려서 기절을 시켜보도록 하자! 그리하면 지배술이 100% 걸릴 것이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샤란아! 이렇게! 소리 내면서 겁만 줘!"
"샤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샤란이가.
"샤아샤아!"
ㅡ반짝!
눈을 빛내면서 팔을 가슴께에 모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은 것이다!
그리고는!
ㅡ처억!
양손을 머리 위로 사납게 치켜든 샤란이가, 마치 유령처럼 손가락을 마구 꼼지락대면서 고블린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아아! 샤아아아아아아!"
존내 위협적으로 사납게 소리치면서!
"케르으으으윽!"
그런 경험을 하게 된 고블린은 마치 자기가 지옥에 떨어졌다는 듯이 오줌을 지려대면서 비명을 질러댈 뿐이었다.
"좋아! 아주 잘 먹혔어! 그런데 부릴이는... 어어?"
"케르륵...! 케루루루룽!"
근데 부릴이 이 씹놈은 또 샤란이가 위협하는 거 보고 지가 또 존나 쫄아서 저 구석탱이에 가서 앉아 아가리에 주먹을 밀어 넣으며 파들파들 덜덜 떠는 중이었다.
"아오! 야이 부릴아! 니가 겁먹으면 어떡하니!"
"샤아! 샤아아아아!"
"케흐으으응!"
샤아거리는 샤란이와 겁을 집어먹은 부릴이.
아무래도 좋다!
"발로 차! 싸커!"
나는 아예 고블린 놈의 머리통에 싸커킥을 날리는 척을 하면서 존나게 겁을 줬다.
"케르윽!"
"발로 차! 싸커!"
"케에에엑!"
자기보다 두 배는 큰 마족남성이 얼굴 바로 앞에서 발길질을 하려고 하는데 쫄지 않을 존재는 없었다.
"샤아아아! 샤아아아아!"
"발로차! 싸커!"
그렇게 나는 샤란이와 함께 고블린의 멘탈을 존나게 극한으로 공격했고.
그것으로.
"켁!"
마침내 고블린이 기절했다.
"지금이다! 샤란이 멈추고! 요시! 마족 지배술!"
ㅡ고오오!
그 즉시 집중력을 폭발시켜 흑마법을 전개한 뒤에!
"주입!"
바로 기절한 고블린의 뒤통수에 주입했다. 그러자, ㅡ파츠츳. 내 오브가 놈의 체내에 스며들어 갔고. 그로부터 몇 초 지나지 않아.
"케, 케르륵...?"
정신을 차린 고블린이 몸을 꼼지락거렸다.
"날 봐! 고블린! 날 보라고!"
"케륵...?"
"좋아! 날 봤군! 그리고 이제... 왼팔 들어!"
"케륵."
ㅡ처억.
왼팔을 드는 고블린.
"성공했다!"
전율.
전율이 일었다.
두 번째 고블린을 획득한 것이다. 그것을 깨달으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율 어린 감정이 뿜어져 나왔다.
"와아,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바로 만세를 부르면서 고블린의 주변을 돌았다.
"샤아아아아! 샤아아아아!"
샤란이 역시 날 따라 하면서 내 뒤에 붙어 같이 만세를 불러줬다. 그렇게 나는 샤란이와 함께 만세 열차를 돌았다.
"케륵...?"
어리둥절한 고블린을 중앙에 둔 채로.
"케륵! 케륵케륵!"
근데 이 새끼도 샤란이 보니까 또 쫄았다. 이거는 뭐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보다.
"아무튼 부릴아! 니 찐후임 생겼다! 같은 고블린족 후임!"
저 구석탱이에 앉아서 아가리에 주먹을 밀어 넣으며 울고 있는 부릴이에게 다가가 그 소식을 전해줬다.
"캐룽...?"
"어. 그래. 저기 봐봐. 니 찐후임 생겼다고. 너 임마. 찐후임 생겼는데 이런 겁먹은 모습 보여줄래? 니가 잘 관리해야지 임마. 처음부터 약한 모습 보여주면 쓰겠어?"
그리 회유를 하니.
"케, 케륵!"
알아들은 부릴이가 벌떡 일어났다!
"샤란이 일로 오고. 부릴아. 가서 교육시켜."
"케륵!"
ㅡ파파팟!
달려 나가는 부릴이.
"샤아샤아."
샤란이가 귀를 파닥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어. 샤란이 잘했다. 내 옆에 앉아."
"샤아."
그렇게.
"케륵! 케르르륵!"
"케, 케루룩..."
샤란이랑 나란히 앉아서 부릴이가 고블린 신병을 교육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정말이지 흐뭇하기 그지없는 시간이었다.
* * *
그리 신참 고블린을 데리고 사냥을 실시했다. 인구가 많은 만큼 금방 사냥을 성공할 수 있었고, 우리들은 오늘의 식삿거리를 잡아 든 채 던전으로 돌아갔다.
"케룩. 케룩케룩."
완전히 위풍당당해진 부릴이가 신병한테 뭐라고 훈계를 하면서 앞서 나갔다.
"케, 케르륵..."
고블린, 아니. 부릴이 찐후임이니까 신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무튼 신삥이는 잔뜩 쫀 기세였다. 선임도 무섭고 씨발. 뒤에는 드라이어드도 있었으니까.
다행히도 후임이 생긴 탓에 부릴이가 조금 용감해진 상태였다. 앞으로 잘 지도해주지 싶다.
"아무튼 샤란아. 정말 잘했어. 진짜 사랑한다, 내가."
"샤아."
진짜 우리 샤란이 너무 이뻐죽겠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하는 짓도 이쁘도 뭐 안 이쁜 구석이 없다. 이거 진짜로 내 마누라 삼아야겠는걸.
그리 던전으로 귀환했고.
"끄릉!"
"규삿삿."
"어. 형 왔다. 불 피워서 밥 먹자."
내 부하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불을 피우고 밥을 먹었다. 물론 불피우기 담당은 임숭이다. 규일이 놈들도 모닥불 거리를 잘 모아왔고.
"자! 다 먹었으면 일 시작하자!"
"케륵!"
"큐삿!"
밥을 먹은 다음에는 일과 시작.
바로 내 부하들과 함께 던전 증축작업에 돌입했다. 오늘은 신삥이가 새로 온 날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부대에 전입 처음 온 신병한테 일 시키는 부대는 진짜 폐급부대라고 할 수 있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최전선이다.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켜야 한다.
"케룩케룩."
"캐릉."
보니까 부릴이가 신삥이한테 삽 쓰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중이다. 역시 믿음직하다니까.
그렇게 흙을 존나 퍼내고 있으니.
"샤아."
샤란이가 내 어깨를 잡았다.
나 일하는 거 구경하다가 다가온 모양이다.
"흐흐흐, 샤란이 왔어? 왜?"
"샤아샤아."
ㅡ처억.
던전의 입구 쪽을 가리키는 그녀.
"뭐 있나?"
"샤아아."
ㅡ쭈욱.
그 손이 위로 올라간다.
"절벽."
현재 던전 입구는 이 절벽 밑에 나 있는 상태다. 뭐 절벽이라고는 해도 별로 크지는 않다. 쭉 보니까 저 절벽 위쪽에는 이런저런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난 상태다.
"샤아. 샤아샤아. 샤아? 샤아아."
대충 위를 보라는 뜻 같은데. 그리 위를 보게 한 샤란이가 던전 입구 쪽을 막 쓰다듬고 두들기면서 뭐라뭐라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 샤란아? 내가 샤란이 참 좋아하는데. 아직 말은 못 알아듣겠어."
"샤아. 샤아샤아. 샤아."
이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너무 불편한데.
그러고 있으니.
ㅡ스르륵.
"샤아..."
돌연 던전의 벽면에 손을 댄 샤란이가,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바로 녹빛의 오라로 휩싸이는 그녀.
"케륵!"
"끄륵!"
물론 이 새끼들은 겁에 질려서 던전 안으로 도망쳤다. 나는 뭐 샤란이가 뭘 하는지 제대로 관찰할 뿐이고.
"샤란아. 뭔가 할 생각이구나."
"샤아."
벽에 손을 짚은 샤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ㅡ고오오.
계속해서 전개되는 신비한 마법.
얼마나 지났을까.
ㅡ뿌득!
순간 무슨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던전의 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어어?!"
빠져나온 뿌리들이, 던전의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 쪽에 닿는다. 마치 담쟁이덩굴이 벽을 뒤덮는 것처럼 벽을 타고 올라갔단 말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극적으로 된 것은 아니었다.
뿌리를 조종하는 힘에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그리 확장된 뿌리들이 던전 입구 쪽의 벽과 천장을 살짝 덮었고, 그것으로 뿌리의 성장이 멈췄다.
"..."
종합적으로 보자면.
얇은 나무뿌리가 던전의 벽과 천장을 덮은 형태.
"이건."
설마.
"샤란아. 설마... 이거 던전의 내구도를 보강해 준 거냐?"
내구도의 보강.
"샤아샤아."
샤란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샤란아!"
"샤, 샤앗?!"
ㅡ와락!
바로 샤란이를 끌어안아 줬다!
"던전 보강도 해주다니...! 이쁘다! 내 샤란이!"
던전의 내구도를 보강해줬다!
저 나무뿌리가 내 던전을 지지하고 받쳐줄 것이다!
"샤란아!"
이거 잘만 보강하면 앞으로 천장에서 흙 떨어질 걱정 안 해도 될 거다! 그리고 이게 완성된다면, 말 그대로 식물의 뿌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던전이 될 것이 분명!
거기까지 생각하니 기쁨이 멈추지 않았다!
"샤란아! 샤란아...!"
"샤, 샤아..."
ㅡ핥짝.
내 얼굴에 그루밍을 해주는 샤란이.
"이뻐 죽겠다!!!"
샤란이의 그루밍을 받으면서 생각했다.
이거 앞으로 샤란이 에너지 배분을 잘해야겠네. 도구 만드는 것도 힘이 들어가고. 덩굴로 제압하는 것도 힘 들어가고. 던전 보강하는 것도 다 힘이 들어간다.
그럼 이거 샤란이 힘을 회복시켜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건데... 뭘로 회복을 시켜줄 수 있을까?
"마력주입?"
이거 괜찮을 것 같다.
* * *
"샤아!"
예상대로 샤란이는 내 마력주입을 받고 아주 좋아했다. 그것을 넘어서 아주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다. 힘이 넘치게 된 것이리라.
"샤란이 좋아?"
"샤아!"
좋다.
아침에 마력을 회복하면 이렇게 샤란이한테 장기적으로 주입을 해주도록 하자. 그럼 샤란이도 좋고, 나도 정기적으로 마력을 사용하니 그 최대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마력도 늘어나고 여유도 생기면 아예 흑마법서를 펼쳐서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반 만들었으면 나도 성장해야 하니까."
나도 마족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샤란이에게 더 많은 마력을 주입해줄 수 있다.
또... 샤란이 역시 마법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숙련도가 높아져서 그 스킬렙이 올라갈 테고.
완벽하다!
"좋다!"
이렇게 던전 만들고 부하 늘리면서 내 힘을 성장시킨다면, 설령 뭐가 쳐들어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늘도 사냥을 나가볼까! 샤란아. 이번엔 둘이서 나가보자."
"샤아샤아."
"부릴아! 애들 잘 간수하면서 일하고 있어! 형 금방 올 테니까!"
"케륵!"
ㅡ처억!
받들어 삽 자세로 내게 경례하는 부릴이.
"귀여워 죽겠다니까."
진짜 믿음직하다.
"오케이. 렛츠 무브! 샤란이!"
"샤아!"
마치 데이트를 나가는 것처럼.
나는 샤란이와 함께 던전을 나섰다.
* * *
그리 샤란이와 함께 쭉쭉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샤앗? 샤아."
ㅡ처억.
갑자기 멈춰선 샤란이.
이건 뭐가 있다는 뜻이로군.
"..."
바로 입을 닫고 샤란이 옆에 몸을 딱 붙였다. 보니까 샤란이도 경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전방을 노려보고 있는 상태.
이거... 샤란이가 경계할 정도면.
좀 위험한 놈들인가?
ㅡ스윽.
즉시 포복을 실시하고, 엉금엉금 기어서 전진했다. 샤란이는 뒤에 있는 나무에 몸을 숨겼고
그렇게 앞에 있던 수풀을 살짝 들춰서 확인을 해보니.
"그락! 그릭!"
"그락! 그릭!"
들려오는.
구령 소리.
"그락! 그릭!"
"그락! 그릭!"
고블린보다 조금 더 큰 체구.
붉고 우둘투둘한 피부.
콧구멍이 정면에 뚫려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심각한 들창코.
"그락! 그릭!"
"그락! 그릭!"
그런 외형을 한 놈들이.
"그락! 그릭!"
"그락! 그릭!"
직접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돌도끼와 가죽옷을 둘러 입은 채... 마치 군대처럼 구령에 맞춰 이동하고 있었다.
"새로운 종족."
본능적으로 판단했다.
저 새끼들 위험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