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홉고블린 놈들 # 3
* * *
"잡아! 저 새끼 못 도망치게 해!"
"케륵!"
"케륵케륵!"
내 명령에 부릴이와 신삥이가 땅을 박차 전력질주를 실시한다. 만족스러운 속도. 놈들이 순식간에 고블린을 따라잡았다.
"크륵!"
쫓기고 있는 고블린이 우리를 돌아보며 절망을 터트린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와라! 임숭아!"
ㅡ푸샷!
"끄르륵!"
"규삿!"
전방에 있던 수풀 속에서 임숭이와 규일이 무리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케에에엑?!"
참으로 훌륭한 몰이사냥이라고 할 수 있다. 도망치던 고블린은 수풀에서 내 부하들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패닉에 빠져 방향을 틀다 말고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디엔드다!"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땅을 박차 드높게 점프했다.
ㅡ파앗!
그리 허공에서 팔다리를 대짜로 뻗은 뒤에, 마치 공수부대가 낙하하는 것처럼.
"케르으으윽?!"
넘어진 고블린을 덮쳤다.
"흐하하! 가만히 있어!"
"케르윽! 케르으윽!"
즉시 고블린을 끌어안고 내 힘으로 강하게 압박한다. 체급 차이부터가 엄청난바 고블린은 발버둥을 쳤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저 고개를 쭉 뺀 채 좌우로 흔들어대며 비명을 지를 뿐이다.
그 상태로 나는 소리쳤다!
"얘들아! 빨리 와서 겁줘라!"
동시에.
ㅡ우루루!
내 부하들과 샤란이가 전부 몰려와서 소란을 피웠다.
"케륵! 케륵케륵!"
"끄르르륵!"
"규사아아아앗!"
부릴이와 신삥이가 분노를 터트리며 마구마구 탭댄스를 실시하고, 임숭이가 그 주변을 돌며 방방 뛰어댄다. 그리고 코볼트들이 노래하듯 포효를 실시했다.
"샤아아아아!"
샤란이 역시 큰 소리를 내면서 위협을 가하자.
"켁!"
기절하는 고블린.
"마족지배술!"
즉시 흑마법을 전개한다!
"주이이이입!"
ㅡ츠팟!
나의 마력이 고블린의 체내로 훌륭하게 주입되었다.
그것으로.
"케륵...?"
고블린이.
내 부하가 되었다.
"후우! 완벽했다! 다들 잘했어! 만세에에에에!"
"샤아아아!"
"케륵!"
벌떡 일어나서 만세를 부르자 샤란이와 내 부하들이 날 따라 했다. 이제 슬슬 익숙해진 것인지 다들 샤란이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거의 하이파이브까지 할 수 있을 정도.
"케륵?"
제압당했던 고블린이 멍청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캬! 이게 진짜 잘 먹히긴 한다니까!"
매일매일 계속 마력을 운용하고 사용한바 나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해서 확연히 성장한 상태였다.
지배술을 전개하는 속도도 빨라졌고, 마나통도 늘어났으며, 마력을 운용하는 숙련도 역시 높아졌다.
아주 순조롭군.
"그럼 삼호기? 일어나렴."
"케르륵..."
"부릴아. 이 새끼 상태 좀 봐라."
"케륵!"
ㅡ처억!
경례를 실시한 부릴이가 삼호기에게 다가가 뭐라뭐라 소리치면서 손찌검을 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역시. 부릴이가 제일 믿음직하다니까. 일단 주먹부터 나가려고 하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몬스터 군대는 이렇게 굴려야 한다.
이런 폭력적인 부릴이만 있다면 고블린들을 더욱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먹을 거 찾으러 가자."
"샤아."
그런 식으로.
나는 내 무리를 늘린 뒤에 사냥길에 나섰다. 지배술이 먹히면 부하로 삼고 안 먹히면 먹이로 삼는다.
이거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니까 뭐랄까 좀. 무슨 잔혹한 악의 군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그렇기는 한데, 세력을 키우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천에 널려 있는 몬스터들은 내 예비 부하임과 동시에 예비 먹이였다.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그저 지배술이 먹히냐. 안 먹히냐. 그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며 진짜 나도 마족 다 됐구나 싶다. 나 원래 한국인인데 말이지.
ㅡ푸드덕!
아무튼 이쯤 무리를 이루니 사냥이 정말로 간단했다.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뭐 하나 족치면 그만이니까. 그리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른 생산적인 일에 착수한다.
"아오. 먹으니까 힘이 좀 나네. 아무튼 얘들아. 고블린 하나 있는 거 보면 근처에 굴이 있다는 뜻이다. 대충 그거나 좀 찾아보자."
지금 우리의 전력은 고블린 셋. 코볼트 셋. 임프 하나. 그리고 마족인 나랑 드라이어드인 샤란이까지해서 총 아홉개체다.
이 정도면 제법 강한 분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력이라면 고블린 굴 하나 터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고블린 굴을 터는 건 처음 하는 일이긴 한데, 오늘 그 처음을 떼야지.
"그럼 얘들아. 근처 냄새 맡으면서 고블린 굴 추적해보자."
"케륵!"
"규삿!"
내 명령에 따라 바로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땅에 코를 박았다.
"샤아. 샤아샤아."
"음? 샤란이 뭐라고?"
"샤아."
옆에서 샤란이가 내 팔뚝을 끌어안으며 뭐라고 말을 했지만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거 진짜 불편하긴 하다니까.
"그래, 그래. 우리 샤란이 귀엽다."
"샤아."
아무튼 귀를 만져주니 좋아한다.
그러고 있으니.
"케륵. 케륵케륵."
부릴이가 내게 보고했다.
"케륵."
"음... 뭐 저기라고?"
"케륵케륵."
저쪽을 가리킨 부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거기로 가야지.
"얘들아! 부릴이 따라서 이동이다!"
"끄륵!"
우리들은 바로 부릴이를 따라서 이동했다. 마치 동네 바보들이 소독차를 쫓아가는 것처럼 줄줄이 따라간다. 부릴이는 가는 내내 땅에 코를 박거나 하면서 냄새를 맡아댔다. 그렇게 몇십 분이 흘렀을까.
ㅡ처억.
저 앞에서 고블린 굴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
"저기로군."
굴의 크기는 작아 보인다. 굴 하나에는 대충 고블린 열 마리 정도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찐으로 열 마리면 위험하지만 그보다 수가 적다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
"좋아."
오늘은 저기를 공격해보도록 하자.
굴을 공략하면 부하와 포로. 그리고 식량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부하, 포호, 식량은 전부 다 고블린을 뜻한다.
"부릴아. 신삥이 데리고 가서 정찰 좀 해봐라."
"케르릉."
고개를 끄덕인 부릴이가 창을 꽉 잡아 쥐고는 신삥이에게 뭐라뭐라 소리쳤다. 그렇게 나무창을 든 두 마리가 굴 앞쪽으로 접근한다.
"샤란아. 너는 규일이 놈들이랑 임숭이. 삼호기 데리고 저기로 가 있어. 너한테 오는 놈들 그냥 존나 패면 돼."
"샤아샤아."
바로 샤란이가 부하들을 이끌고 고블린 굴의 우측 방면으로 향했다. 이제 막 내 부하가 된 삼호기는 거의 공포에 질린 채 샤란이를 따라갔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지.
진짜 위험하면 샤란이를 부르겠지만 할만하면 그냥 저기서 대기만 시킬 거다. 샤란이가 투입되면 고블린들이 다 찢어질 테니까. 일단 몇 마리는 죽여도 부하파밍을 좀 할 생각인데, 샤란이가 투입되면 전부 먹이행이다.
아무튼.
나는 창을 잡아 쥔 채 부릴이 쪽으로 향했다.
"케륵... 케륵케륵."
"걱정 마. 뒤에 형 있잖아. 형 말대로만 하면 돼."
"케륵."
그렇게.
고블린 굴 조금 앞에서 멈춰섰다.
"부릴아. 거창."
"케륵!"
ㅡ처억!
부릴이와 신삥이가 굴 입구를 향해 창을 겨눈다. 나는 놈들 뒤에서 보조를 해줄 생각이다.
그러고 있으니.
ㅡ케르르륵!
ㅡ케레레레레렉!
굴 안쪽에서부터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얘들아! 온다! 준비해!"
"케륵...!"
그리고.
ㅡ파앗!
굴 안쪽에서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빠르게 놈들의 숫자를 센다! 고블린들의 숫자는 총 일곱!
"케레에에에엑!"
"케르르륵!"
다른 무리의 고블린들을 보고 개빡친 것인지, 놈들이 분노를 터트리면서 무지성으로 돌진을 해왔다.
"케륵...!"
"케, 케루룽...!"
잔뜩 긴장한 부릴이와 신삥이가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훈련받은 대로 아주 올바르게 창을 겨누고 있다.
그거면 돼!
"케레레레레렉!"
ㅡ파앗!
이윽고 고블린 놈들이 우리를 덮치기 위해 점프했고, 나는 소리쳤다.
"찔러, 이 씨발!"
그리고!
ㅡ푸욱!
"케엑!"
가장 선두였던 고블린의 가슴팍이 그대로 꿰뚫렸다! 부릴이의 창이다! 아주 훌륭하게 성공했다!
하지만!
"케륵!"
신삥이의 창은 빗나갔다!
"케레에엑!"
"키야아악!"
즉시 달려든 고블린들이 신삥이를 덮쳤다!
"부릴아! 창 버리고! 신삥이 때리는 저 씹새끼들 존나 패!"
"케르르륵!"
하나가 죽었으니 적의 숫자는 총 여섯 마리! 이거면 그냥 존나 싸워도 이길 수 있다! 바로 부릴이가 신삥이를 지원했고, 나는 나무창을 거꾸로 든 뒤에.
ㅡ뻐억!
"궤엑?!"
달려오던 고블린의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를 처맞은 놈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고, 나는 재빠르게 창을 잡아당겨 회수했다.
그 상태로.
"감히 고블린 새끼들이 이 마왕님한테 깝을 치느냐!"
그 옆으로 달려들어 오는 고블린의 이마를 찔러준다!
ㅡ쿠웅!
"꿔억?!"
달려오던 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넘어간다. 제압 완료. 부릴이가 하나. 내가 둘. 창으로 총 세 마리를 제압했다. 그리고 한 마리는 부릴이와 신삥이가 다구리를 치고 있는 상태.
남은 것은 단 세 마리뿐!
"샤란이 빼고 다 와라! 이 새끼들 다 조져!!"
"케, 케르르륵!"
"끄르르륵!"
"규사아아아앗!"
동시에 삼호기. 임숭이. 규일이 패거리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어차피 남은 고블린은 세 마리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그냥 무지성으로 다구리쳐도 죄다 때려 부술 수 있지, 이 씨발!
"케, 캐륵?!"
"캐르릉!"
순식간에 동료들이 작살나는 모습을 본 고블린 잔당들이 달려오다 말고 멈칫했다.
물론 그 틈을 노리지 않을 내가 아니다.
ㅡ풀쩍!
그대로 땅을 박차 가장 앞에 있던 녀석에서 이단옆차기를 날렸다!
ㅡ퍼억!
"께엑!"
처맞은 고블린이 날아감과 동시에.
"끄르르륵!"
"케르르르르륵!"
"규사아아앗!"
내 부하들이 남은 두 마리의 고블린들을 덮쳤다!
"좋아!"
실로 완벽한 전투였다! 시작하자마자 놈들의 숫자를 빠르게 줄인 뒤에 몰아치듯 공격하는 전법! 야생 고블린들이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케레에엑! 케레에엑!"
"규사사사삿!"
아무튼 단 몇 초 만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내 부하들이 야생 고블린들을 존나게 두들겨 패고, 깨물고, 발로 차고, 질타하면서 마구마구 타격했고, 나 역시 창을 거꾸로 잡아 든 채 놈들의 등허리와 다리를 존나게 후려쳤다.
ㅡ뻐억!
ㅡ뻐억!
"께엑!"
이 새끼들이 그런 맹렬한 공격을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한 5분 동안 고강도의 구타가 이어졌고, 처음에 창 공격을 맞고 뒈진 놈 하나를 뺀 나머지 여섯 마리의 고블린들이 전부 개씹창이 난 채 널브러졌다.
"케에에엑..."
"쿠엑..."
ㅡ부들부들.
진짜 존나게 얻어터져서 진이 다 빠져버린 것인지 엎어져서 부들대고 있다.
"이겼다!"
이 정도면 대승이다!
바로 부상자를 파악했다.
처음에 공격을 허용한 신삥이 말고는 딱히 다치지도 않았다.
"존나 완벽하군!"
일단 치하해주는 것은 조금 있다가 하도록 하고 빨리 상황을 수습해보도록 하자.
ㅡ스윽.
나는 바로 수풀 쪽으로 달려가 숨겨뒀던 자루를 잡아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던 끈뭉치들을 꺼냈다.
"얘들아. 잘 잡고 있어."
"케륵?"
지금부터 이 새끼들 팔다리 돌돌 묶을 거다.
"진짜 고생했다. 묶는 건 형이 할게. 늬들은 그냥 보고 있어."
포로 수확의 시간.
"케르윽..."
나는 씹창이 난 고블린들을 엎드리게 한 다음, 그 팔목과 발목을 끈으로 칭칭 감아 묶었다.
일단 놈들을 포로로 만들 생각이다.
지금 나는 하루에 총 세 번까지 지배술을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다. 세 번이다. 하지만 여기 살아있는 고블린은 총 여섯 마리.
그러면 지배술 세 번 쓰고 나머지는 먹어야 하나?
아니다.
포로로 잡아둔 다음. 마력을 회복하고 나서 다시 지배술을 걸면 된다. 던전에 가둬두고 천천히 지배하면 되는 것이다.
"흐흐흐, 이거 던전 안에 감옥도 만들어놔야겠군."
그리고 뭐.
포로로 잡아둔 몬스터들은 비상식량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잡아두면 여러모로 좋다. 지배술이 안 먹히면 잡아먹으면 될 뿐이지.
"이것이 바로 아즈텍메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