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44화 (44/544)

〈 44화 〉 홉고블린 놈들 # 4

* * *

"케륵! 케륵!"

"케르르륵!"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원시 부족처럼.

"케엑! 케에에엑!"

"케에에엑!"

묶어둔 포로들을 질질 끌면서 이동한다.

놈들을 구속하는 방법은 옛날에 봤던 영화인 아포칼립토를 참조했다.

긴 나뭇가지에 끈을 묶어서, 그 끈에 고블린들의 목을 연결한다. 말하자면 개 목걸이 여섯 개를 긴 나뭇가지 하나에 묶어버리는 거다.

그렇게 하면 도망을 칠 수가 없다.

다리의 구속은 풀어줬다. 걸어야 하니까. 아무튼 이렇게 목이랑 팔만 묶어두면 딱히 걱정이 없었다.

"케에에에엑!"

하나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고 하면 다른 모든 고블린들의 목이 졸리는 구조.

"케엑! 케에에엑!"

"케에에에엑!"

고블린들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우리가 끄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부릴아. 애들이 좀 많이 시끄럽다."

"케륵!"

ㅡ처억!

내게 경례한 부릴이가 묶여있던 고블린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ㅡ뻐억!

"켁!"

"케륵케륵!"

"흐흐흐, 역시 우리 부릴이가 군기를 잘 잡는다니까. 너무 좋아. 진짜 너무 행복해. 난."

부릴이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지.

"샤아샤아."

샤란이는 줄줄이 묶여있는 고블린들이 신기한 것인지, 막 주변을 돌면서 관심을 표했디.

아무튼 그렇게 포로들을 이끌고 우리의 던전으로 돌아왔다.

"후우, 이거 진짜 감옥도 하나 만들어야겠는데."

이렇게 포로들 잡아 오면 보관하는 것도 문제긴 하다. 감옥 하나 있으면 편할 것 같은데 말이지. 근데 그런 던전 확장 공사는 홉고블린 문제를 다 해결한 뒤에 진행해야 한다.

"케에에엑!"

"케에엑!"

그래서 울부짖는 고블린들 포로들을 대충 식량창고 안에 집어넣도록 했다. 어차피 안에 식량 하나도 없으니까. 임시 감옥으로 쓰면 된다.

"야. 야. 좀 조용히 하고. 어디보자... 그럼 너만 이리 따라와라."

"케에에엑!"

그 중 한 녀석의 목줄을 풀고 잡아당기자, 놈이 발작을 하듯이 기며 날 따라왔다.

"지금부터 너한테 기분 좋은 세뇌빔을 쏴주도록 할게."

다 포로로 삼고 데려온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현장에서 그냥 지배술을 써버리면 100%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이건 확신하고 있다.

일단 주변에 동료들이 많고,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이라면 지배술이 잘 안 먹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아예 지금처럼 단체로 납치를 해 온 뒤에, 이렇게 하나씩 빼서 개인 면담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가 되면 그만큼 멘탈도 약해질 테니까.

"끄르르륵!"

"규사아아아앗! 규사사삿!"

"케륵!"

포로를 끌고 나오자 무슨 저녁 찬거리라고 생각한 것인지 내 부하 놈들이 침을 질질 흘려대며 환호했다.

아니.

이거 밥으로 먹으려고 가지고 나온 건 아닌데.

"케, 케엑...!"

겁에 질린 포로 녀석이 거의 울려고 했다.

"얘들아 잠깐만. 이 새끼는 먹을 거 아냐. 아까 그거 죽은 놈 챙겨온 거 있잖아. 그거 구워 먹자."

"케륵! 케르르륵!"

바로 식사 준비를 시작하는 부릴이.

"끄륵."

"규삿삿."

근데 다른 놈들은 조금 아쉬워하고 있었다.

"흐흐흐, 역시 생먹이가 좋다는 거냐? 이런 귀여운 새끼들. 오늘은 참아. 포로를 먹으면 제네바 협정 위반이라고."

"샤아?"

"자, 샤란이. 따라 해봐. 제 네 바 협 정."

"샤 샤 샤 샤 샤."

"귀엽기는."

ㅡ슥슥.

바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지배술 전개!"

포로 고블린에게 지배술을 주입했다!

ㅡ꾸욱!

"켁...!"

경련하는 고블린!

실패냐 성공이냐!

실패면 이 새끼 잡아먹을 거다!

그리고.

"케, 케륵...?"

성공했다!

"요시!"

이렇게 포로 새끼들 싹 다 지배해버리도록 하자!

"그럼 사호기야! 파티 시작이다! 임숭아! 불 올려! 아까 죽였던 새끼 구워 먹자!"

"끄르르르릉!"

임숭이가 무슨 로또 당첨된 사람마냥 방방 뛰더니 웃으면서 모닥불에 불을 붙였다. 그럼 아까 부릴이가 창으로 찔러 죽였던 녀석을 다 같이 먹어보도록 하자!

"케륵!"

뭐 밥 먹는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이제 막 부하가 된 사호기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세뇌빔 진짜 존나 무섭네.

* * *

다음날.

"어으..."

평소와 같이 샤란이의 젖가슴골 사이에 코를 박은 채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어우, 이거 샤란이 들어온 뒤로 아침마다 상쾌하다니까.

"샤란아. 일어나."

"샤아...? 샤아샤아."

어깨를 흔들어주자 샤란이가 상체를 일으키고는 눈을 비볐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귀를 파닥이면서 내 가슴팍에 머리를 대고는 `그것`을 해달라고 졸라댄다.

"자, 여기. 마력주입."

바로 내 마법을 응축시켜서 샤란이의 몸에 주입해준다.

"샤앗...!"

바로 반응이 온다.

"샤아!"

잠깐의 여운을 즐긴 샤란이가 활짝 웃으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그래. 이게 바로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과였다.

"샤아? 샤아샤아."

"그럼 오늘은 방패 만들어줘. 샤란아."

"샤아!"

아침에 마력을 주입해주면 샤란이가 조금 더 편하게 장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샤란이가 방패를 만들러 던전 밖으로 나갔고, 나는 더 안쪽에서 자고 있던 다른 부하들을 깨웠다.

"일어나 임마들아!"

그리고 나 역시 바깥으로 나왔다.

"후우! 상쾌한 공기!"

아침에 이렇게 일어날 때마다 내 마력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이게 또 마력이 강해져서 그런가? 내 몸매가 살짝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막 그런다.

"뿔은 좀 자랐니?"

뿔을 잡고 좀 만져봤는데, 자란지는 잘 모르겠다. 수염은 이빠이로 난 상태인데.

아무튼.

"케륵. 케륵케륵."

역시 부릴이가 가장 빨리 나오는군.

"흐흐흐, 오늘도 니가 일등이냐?"

"케륵!"

마리를 쓰다듬어주자 크게 기뻐하고 있다. 내 부하들은 내게 칭찬받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것이 너무 귀여웠다.

"아무튼 부릴아. 니 부하들 다 데리고 가서 포로 하나 끌고 와라. 이제 너도 부하 세 마리니까. 할 수 있지?"

"케르르릉!"

바로 부릴이가 던전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이어서 뭐 임숭이 나오고. 규일이 놈들 다 나왔다. 나온 녀석들이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이 귀여운 밥벌레 같은 놈들.

이놈들은 당분간 훈련받을 일이 없다. 이놈들한테는 그냥 끈 만들기 작업이나 시키도록 하자. 질긴 식물 줄기 채취해서 좌우로 존나 찢으면 되는 그런 단순 작업이다. 병사들이 훈련받으면 나머지는 이렇게 생산활동을 해야 한다. 나중에 사냥조도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러고 있으니.

"케르르륵!"

부릴이와 그 유쾌한 동료들이 포로 하나를 잔혹하게 끌고 나왔다. 동시에.

"샤아."

샤란이가 덩굴방패를 들고 왔다.

"오오! 좋아! 샤란이 또 자기처럼 이쁜 거 만들어왔네!"

"샤아샤아."

"진짜 샤란이가 우리 전문 대장장이다. 대장장이!"

"샤아!"

마구마구 칭찬해주니 샤란이 역시 좋아한다. 아무튼 빨리빨리 진행을 해야 한다. 바로 포로에게 지배술을 시전했다.

ㅡ뽀옥.

"켁...!"

먹혔나?

"케륵?"

먹혔다.

"흐흐흐, 이제 고블린 하나 지배하는 것은 일도 아니로군."

이걸로 총 다섯 마리째다.

"케륵...?"

"부릴아. 이 신참녀석 정신 좀 차리게 해라."

"케륵!"

얼타는 녀석에겐 펀치가 직빵이지. 바로 부릴이가 신병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

"좋다! 네 이름은 앞으로 오호기다! 똑똑히 외워두도록! 그럼... 부대! 정렬!"

"케륵?"

"정렬하라고 임마. 자자, 삼호기 밑으로. 너랑 너랑 너. 여 앞에 일렬로 쭉 서."

ㅡ스윽.

팔을 흔들면서 지시를 해주니 삼호기 이하 두 새끼들이 일렬로 섰다. 보자.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가. 덩굴방패 셋이랑 나무창 여러 개지.

일단 장비부터 나눠주도록 하자.

"지금부터 방패 수여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케륵?"

나는 정리해뒀던 덩굴 방패들을 가져와서 전열에 선 녀석들에게 하나씩 건네줬다.

"이것들 받아. 너희들의 소중한 방패야."

"케르륵?"

방패를 받아든 삼호기 이하 두 새끼들이 그것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얘들은 아직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다.

방패가 뭔지 모르는 거겠지.

"그리고 창 수여식도 시작하겠습니다. 자, 부릴이랑 신삥이. 이거 나무창 받아."

"케륵."

"근데 늬들은 뭐 다 알지? 창 쓸 줄 알잖아."

"케륵케륵."

고개를 끄덕이는 부릴이.

"아무튼 받았으면 자리로 돌아가고."

"케륵."

그렇게 장비들을 전부 나눠주고 보니.

"오오!"

감탄!

"완벽해!"

완벽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전열에는 덩굴방패를 든 고블린 세 마리! 그리고 그 후열에는 나무창을 든 부릴이와 신삥이!

"이제야 좀 팔랑크스 구색이 갖춰졌구만!"

앞에 놈들이 방패 들고 몸빵하면 뒤에 놈들이 창을 찌르는 구조! 그 모양이 대충 나왔다!

물론 후열에는 나도 설 것이다. 나까지 있으면 전투력이 아주 막강할 것이 분명하겠지.

이대로만 부대를 키워나간다면... 홉고블린 새끼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케륵...?"

"케르르릉."

고블린들은 아직 이 팔랑크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 오늘부터는 이 새끼들을 본격적으로 훈련시켜보도록 하자.

"자, 주목."

ㅡ짝짝.

박수를 치면서 주목을 시켰다.

"케륵."

그러자 고블린들이 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와. 이거 옛날 생각 나는구만. 분대장 할 때 이런 식으로 전달 사항 전파했었는데 말이지.

"오늘부터 너희들은 팔랑크스 훈련를 받게 될 것이다."

근데 내가 작업지시 해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단체로 뭔가 훈련을 시키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하면 된다!

다 할 수 있다!

"우선 전열에 있는 너희들. 너희들은 방패병들이다. 너희들이 몸빵을 하고. 뒤에 있는 창병들이 공격을 하는 형태지."

아직 전열 방패병이 세 마리다. 이걸로는 던전 통로를 완전히 봉쇄할 수가 없다. 넷이나 다섯이 나란히 서야 통로가 봉쇄될 것이다.

하지만 뭐 아직 방패가 세 개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다. 이건 내일모레까지 기다려야 한다. 샤란이가 만들 수 있는 도구는 하루에 하나니까.

"케륵...?"

"케륵."

새로 들어온 놈들은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여기선 부릴이가 나서야지.

"그럼 부릴아!"

"케륵!"

"오늘부터 너는 고블린 소대장이다!"

"케륵...?"

고개를 갸웃하는 부릴이.

"앞으로는 너가 책임감을 가지고 고블린 부대를 이끌어야 해! 왜냐! 너는 이 형의 심복이니까! 오른팔이니까! 할 수 있지!"

"케륵...!"

ㅡ처억!

비장한 얼굴이 된 부릴이가 받들어 창 자세를 실시했다.

"자! 이건 그 상이다!"

바로 부릴이한테 가서 마력을 주입해줬다!

"케륵...?!"

이게 잘은 몰라도 몬스터에게 있어서 마족의 마력은 아주 좋은 보약 같은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마력을 주입해주다 보면 잘은 몰라도 건강해지겠지.

그리고 건강해지면.

"강해진다."

"케르으으으으으으으윽!"

부릴이가 크게 포효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 팔랑크스 훈련 시작이야! 모두 위치로!"

"케르으윽!"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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