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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48화 (48/544)

〈 48화 〉 홉고블린 놈들 # 8

* * *

"그라락! 그락그락!"

홉고블린 족장이 뭔가 손짓을 하면서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척 보니 척이다. 이 새끼들 공격 준비 하고 있다. 아마 다른 곳으로 갔던 부대들을 모아와서 한 번에 칠 생각이겠지.

던전의 규모를 봤다면 당연한 판단이다. 적어도 입구 쪽은 많이 넓혀져 있으니까. 안에 뭔가 큰 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근데 뭐 여긴 곰 같은 거 없냐? 저런 군대가 있어도 곰 만나면 다 털릴 것 같은데? 이런 큰 굴을 보고 공격을 하려고 한다는 게 참 미스테리... 아니지. 고블린들의 흔적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고블린 굴이라고 생각했으면 공격할만하지.

"샤란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샤아."

나와 샤란와 함께 가만히 포복한 채 바깥을 바라보았다. 결심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가슴 만지게 해달라고 부탁해봐야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라락!"

족장이 공격을 명령했고, 그에 따라 돌도끼로 무장한 홉고블린 군대가 던전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기 시작했다.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긴장은 했지만, 약간 프리한 태도다. 제식을 하면서 들어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새끼들 무장이 전부 다 돌도끼였다.

돌도끼는 결코 창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고!

그리 생각하면서 들어온 녀석들의 숫자를 최대한 세보았다. 일단 열 마리 들어왔다. 그럼 밖에 한 예비대 개념으로 다섯 마리 쯤 있는 건가?

그리고.

"그라락."

"그락."

족장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일단 자기는 뒤에서 지휘를 할 생각인가 보다.

좋다.

조금 더.

조금 더 들어와라.

던전의 통로는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다. 연습했던 대로 진형을 이루고 공격을 받아낸다면 이길 수 있어!

"샤란아. 조금만 후퇴하자."

"샤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뒤쪽으로 후퇴했다. 저편에서부터 홉고블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놈들이 더 안쪽으로 들어옴에 따라 샤란이의 기세가 날카로워진다. 샤란이는 내 비장의 카드다. 만에 하나 진형이 깨졌을 때 예비대로 투입할 것이다. 팔랑크스와 함께 싸울 수가 없는 스타일이니까. 통로가 좁다.

"그라락."

"그락락."

그렇게 홉고블린들이 적당한 위치까지 들어왔을 때.

"전원!"

바로 소리쳤다!

"위치로!"

동시에.

ㅡ케르르륵!

ㅡ케랴아아악!

ㅡ케르으윽!

내 뒤쪽, 던전의 저 안쪽에서부터 고블린들의 포효성이 들려온다! 나의 부하! 나의 병사! 나의 팔랑크스들! 훈련받은 대로 제대로 뛰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락!"

"그라아악!"

고블린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탓인지, 순간 홉고블린 녀석들이 투지를 내뿜으면서 전진해오는 속도를 높였다.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먹이다. 그것을 알고 있으니 걱정할 거 없이 전진한다!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환상!

내가 깨부숴주마!

"진형을 형성하라!!!"

그렇게 나의 고블린들이 각자의 장비를 챙겨 든 채 포복해있는 나와 샤란이를 뛰어넘고, 내 앞에서 진형을 형성했다.

ㅡ처억!

전열은 방패병!

후열은 창병!

아주 완벽하게 팔랑크스 진형이 완성되었다!

"그라라락!"

"그라아아아아악!"

들려오는 함성소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홉고블린들이 돌도끼를 치켜든 채 뛰어오고 있었다...! 이제 곧 격돌할 거다!

"케르윽...!"

창을 겨냥한 부릴이가 겁을 먹은 것처럼 어깨를 떨었다. 첫 전쟁이다. 나도 긴장하고 있는데 이 녀석들이 긴장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것을 대비하려고 우리는 훈련했다. 쫄 필요는 없어!

"진형을 유지하라!!!!"

온 힘을 다해 소리쳤고.

"그락!"

홉고블린과 팔랑크스가 충돌했다.

ㅡ퍼헉!

ㅡ푸욱!

ㅡ푹!

ㅡ퍼억!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케륵...?!"

달려오던 홉고블린. 그 선두에 있던 세 마리가, 각각 가슴팍에 창을 맞은 채 정지한 것이다!

"그락...!"

성공했다! 첫 충돌로 세 마리를 죽였다! 하지만 창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뒤에 있는 놈들이 많다!

"창 빼! 창 빼! 창 회수하고 다시 찔러! 존나 찌르라고! 창질실시이이잇!!!"

"케, 케륵!"

"케륵!"

그러니 훈련했던 대로 소리쳤다.

ㅡ푸욱!

창병들이 창을 뽑아내자 홉고블린들이 엎어진다. 방패병들이 완전히 겁에 질린 상태로 엎어지는 시체들을 밀어냈다.

"그, 그라락!"

"그라아아악!"

동시에 뒤에 있던 홉고블린들 역시 흥분해 소리치면서 돌도끼를 치켜들었다! 상황인식을 못 한 것인가? 도끼로는 창의 벽을 뚫을 수 없다! 하지만 무작정 들어오려고 한다면 결국 뚫리게 되겠지!

여기선 내가 나서야 한다!

ㅡ파앗!

한 발자국, 강하게 전진하면서.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겁을 주기 위해 워크라이를 터트리며 긴 창을 내질렀다!

ㅡ푸욱!

동시에 한 마리가 내 창에 꿰뚫렸고,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마족브레에에에에에스!!!"

홉고블린들을 향해 화염을 분사했다.

ㅡ화르르르르륵!

뿜어져 나간 화염이 고블린 창병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며 전방에 있던 홉고블린들을 뒤덮었다.

"그라악?!"

"그, 그락!"

"그라아아악!"

갑자기 튀어나온 커다란 녀석. 터져 나오는 워크라이. 긴 창.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화염!

ㅡ파파박!

순간 사색이 된 홉고블린 놈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몸을 돌렸다.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린 것이다. 물론 우왕좌왕하는 상태다. 지들끼리 몸이 비벼지면서 제대로 튀지도 못했다!

"찔러!"

"케, 케르으으으윽!"

"케륵!"

그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고블린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창질을 시전했고, 그로서 홉고블린들의 등판에 창이 박히게 되었다.

ㅡ꽈당!

엎어지는 시체들과.

ㅡ쿠웅!

도망치다 말고 넘어지는 홉고블린들.

"진형 해제! 애새끼들 다 죽여버려!"

재빠르게 명령한 뒤에 팔랑크스를 뛰어넘고, 넘어진 녀석을 창으로 찔러 죽였다!

"케엑! 케르륵! 케에에엑!"

"케레에에엑!"

"그라아악!"

나의 병사들이 쓰러진 홉고블린들에게 미친 듯이 창질을 실시했다. 살아있는 놈들은 돌도끼를 휘두르면서 저항을 했지만, 애초에 누워있는 자세로 대응을 할 수는 없었다.

ㅡ퍼억!

그리 홉고블린의 몸에 창을 찍어 넣는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함성을 내지르면서!

그러면서 시체의 숫자를 센다. 총 아홉 마리나 되는 홉고블린들이 과다출혈을 일으키면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전원 전투 불능! 첫 번째 교전은 완벽하게 승리했다!

"케르으으윽!"

"케레에에에에엑!"

과도하게 흥분한 고블린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며 방방 뛰었다. 이건. 통제해야 한다. 아직 적들이 더 있다. 저런 세레모니를 하면서 힘을 뺀다면 지구력에서 밀리게 된다!

명령하려던 찰나.

ㅡ그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ㅡ쿵쿵쿵!

"족장! 이런 씨발!"

홉고블린 족장이 저편에서부터 뛰어오고 있었다! 나머지 부하들을 이끈 채 존나게 돌진을 해온다!

"케륵?"

"케르륵...?!"

그것을 본 고블린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확실히 존나 쎌 것 같긴 해! 저런 놈이 소리 지르면서 뛰어오면 겁을 먹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한 훈련이다!

"전원 위치로! 진형을 형성하라!"

"케륵!"

명령을 내리자 고블린들이 다시 진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작이 더디다. 흥분과 공포로 뇌가 마비된 것이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겠군!

"샤란아! 너도 소리 질러!"

"...!"

흥분해 몸을 떨고 있던 샤란이가.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 그락?!"

"그라락!"

돌진해오던 홉고블린들이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래! 드라이어드가 무서운 것이겠지! 생각지도 못한 적이 나타났으니 당황하는 게 당연! 그것으로 고블린들이 진형을 만들 시간을 벌었고.

"이 개새끼들아!"

그 틈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떨어져 있던 돌도끼를 잡고 있는 힘껏 던졌다!

ㅡ쐐애애액!

노린 건 족장!

"그락?!"

하지만 눈치가 빠른 족장 새끼가 바로 몸을 날렸다.

ㅡ퍼헉!

"그락...!"

그래서 뒤에 있던 놈이 대신 죽었다. 저런 영약한 새끼 같으니라고. 하지만 근성은 있는지 바로 함성을 내지른다!

"그라아아악!"

다시 전진해오는 족장.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샤란아."

"샤아."

"발을 묶어라."

"샤아!"

"그라아아아악!"

ㅡ파파파팟!

부하들과 함께 돌진해오는 족장. 그 얼굴은 분노와 증오로 일그러져 있었다. 시야가 좁아졌다는 소리다.

샤란이는 진형이 뚫릴 때 투입하려고 했지만 저렇게 족장을 대동한 녀석들이 몸빵을 하면서 들어온다면 반드시 진형이 뚫리고 말 거다.

그러니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ㅡ뿌득!

순간 덩굴이 던전의 바닥을 뚫고 올라왔고.

그것을 보지 못한 족장의 발을.

아주 훌륭하게 걸어버렸다.

"그락?!"

ㅡ부웅!

그 덩어리 같은 녀석이 마치 만화처럼 앞으로 넘어졌다. 다른 홉고블린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모습이 보였다.

ㅡ콰앙!

그렇게 족장이 엎어짐과 동시에.

"전원!!! 전진하면서 공격하라!!!!"

나는 명령했다.

"케르으으윽!"

"케륵!"

팔랑크스가 천천히 전진한다.

"그라아악!"

홉고블린들이 넘어진 족장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ㅡ푸욱! 죄다 창에 꿰뚫릴 뿐이었다. 이겼다. 이제 족장만 찔러 죽이면 된다! 그리 판단한 순간.

"그라아아아아아악!"

ㅡ화악!

엎어졌던 족장이 난동을 부리면서 일어서려고 했다.

"케엑!"

동시에 전열에 있던 방패병 두 마리가 방패를 놓치면서 넘어졌다! 족장이 엎드린 상태로 팔을 휘둘러 고블린들의 정강이를 후려친 것이다!

"근데 이제 니밖에 안 남았어, 이 씹새끼야!"

ㅡ파앗!

땅을 박차고.

"케륵?!"

부릴이의 어깨를 밀치면서.

"뒤져라아아아아앗!"

"그락?!"

일어나는 족장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때려 박는다!

ㅡ쿠웅!

그것으로 나는 마치 레슬링을 하는 것처럼 족장과 뒤엉키게 되었다. 놈이 근육질이긴 하지만 체급 자체는 내가 더 크다! 이 상태로 놈과 힘 싸움을 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라아아악! 그락!"

"이 새끼 개쎄!"

잡아 붙들고 있는 거 존나 힘들다! 말 그대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놈과 힘 싸움을 실시했다.

"샤란아! 빨리! 이 새끼 손톱으로 존내 조져!"

"샤아아아!"

하지만 결국 이기는 것은 나다.

샤란이가 내 쪽으로 몸을 던졌고, 족장이 힘 싸움에서 이겨 나를 밑에 깔아버린 순간.

ㅡ촤학!

피가 튀었다.

"샤아! 샤아! 샤아아!!!"

"그, 그륵...!"

샤란이가 족장의 등판을 미친 듯이 할퀴었다. 살을 찢어버리는 강력한 할퀴기. 피와 살 조각이 사방으로 미친 듯이 튀었다.

"그르륵..."

그렇게 족장은.

내 위에서 허물어졌다.

등판을 난도질당했는데 살아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ㅡ쿠웅.

그 시체를 옆으로 밀어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보이는 것은.

"케륵..."

탈진해서 쓰러진 고블린 팔랑크스 분대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죽어있는 홉고블린들. 마지막으로 등판의 살이 죄다 발려진 채 죽어있는 족장의 시체였다.

이겼다.

"샤아!"

피투성이가 된 샤란이가 날 끌어안았고.

"이겼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나는 승리를 선언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승리의 쾌감이 나의 뇌수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대로 지구에 있는 우리 집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을 정도!

잠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순간 묘한 충동이 피어올랐다.

"음?"

홉고블린 족장의 시체.

그것을 보니 입에 침이 고이는 듯했다. 동시에 내 안에서 어떠한 종류의 본능과 충동이 아주 격렬하게 용솟음쳤다.

"추출."

놈의 힘을 추출하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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