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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67화 (67/544)

〈 67화 〉 내실을 다지자 # 15

* * *

저거 진짜 인간 맞냐?!

순간 여기에 왜 인간이 있는지 이해 자체가 안 가서 뇌 정지가 와버릴 것 같았으나, 뭐가 됐든 심상치 않은 일이다.

무장한 성인 남성? 게다가 무슨 노숙자처럼 추레한 몰골이다. 이간 딱 봐도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같은 새끼가 아닌가! 정상적인 사람이 혼자서 이런 정글까지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어!

두렵지만!

루미카가 저기 있는 이상 싸움은 피할 수가 없다!

우리가 유리한 전장으로 유인을 해야만 해!

"우아아아아아아아아!"

"미, 미친 새끼!"

뒤를 돌아보니 롱소드를 뽑아 든 남성이 존나 무슨 광전사처럼 비명을 질러대면서 쫓아오고 있었다! 심지어 머리색도 빨간색이야! 미친놈들의 색!

이건 여태까지 봐왔던 놈들이랑은 질적으로 다른 놈이다. 세상에 철기라니? 우리는 신석기 테크 올리고 있는데 혼자서 철기라니! 존나 위험하다.

"마앙님! 쫓아와여!"

"어! 알고 있어!"

샤란이의 속도의 맞춰서, 익숙하기 짝이 없는 길을 내달린다. 이대로 녀석을 던전까지 끌고 갈까?

"괴무우우울!"

속도를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빠르다. 그리고 샤란이는 지구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이거 던전까지 튈 수는 없겠군. 그럼 빠르게 판단을 바꾼다!

ㅡ파악!

한번 급브레이크를 밟듯 진각을 밟아준 뒤에, 그대로 우측으로 방향을 꺾었다.

"샤란아! 다시 호수 쪽으로 튄다! 너랑 나랑 루미카랑 해서 삼인 협동으로 가야 돼!"

"네 마앙님!"

"샤란이는 나랑 좀 떨어져서 뛰다가 신호하면 와서 지원해줘! 몸 숨겨서 암습할 준비하는 거야!"

"알겠어여!"

ㅡ사락.

바로 샤란이가 조금 더 우측으로 들어갔다. 거기까지 확인 뒤에 나는 다시 호수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ㅡ투두두두!

"거기 서라아아아앗!"

"이 새끼!"

인간 전사는 그럼에도 존나 뛰어오고 있는 중이다! 아니! 이렇게까지 쫓아올 이유가 있나?! 언제 봤다고 날 죽이려고 해!

그렇게 호수 쪽으로 돌아가니.

"마왕!"

호수 한가운데에 있던 루미카가 상체까지 몸을 빼면서 큰 목소리로 날 불렀다.

"루미카! 워터애로우 준비해! 적당할 때 공격해줘!"

"알았어!"

바로 마법을 전개하는 루미카.

지금부터 저 인간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거부감이 있는 일이지만, 저렇게 날 죽이려고 쫓아오는데 어쩌겠나! 설령 무슨 오해가 있다고 해도 저딴 롱소드를 들고 쫓아오는 중이다!

죽여야 할 땐 과감하게 죽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죽어!

"...!"

녀석의 무장을 확인했다. 뭐 전신 판금 갑옷 같은 것을 입은 건 아니다. 천 갑옷에 가죽 건틀렛과 가죽 그리브를 착용했고, 롱소드를 들고 있다.

칼은 무섭지만 저 정도 방어구라면 우리도 충분히 상해를 입힐 수 있어.

ㅡ파앗!

그렇게 달리다 말고 점프에 호숫가에 착지했다. 그 즉시 뒤를 돌아보고 창을 겨눈다.

"...!"

ㅡ쿵쿵쿵!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적발의 인간전사가, 칼을 겨눈 채 달려오고 있었다. 완전히 날 죽일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하니 부랄 주름이 쫙 펴지는 것 같았지만!

내가 시발 실전을 한두 번 치러보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쫄리가 있나!

숨을 들이쉬고!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엨!"

함성을 내지르면서 마족브레스를 분사했다!

ㅡ화르르르륵!

"허억!"

그 광경에 달려오던 전사가 깜짝 놀란 것처럼 잠시 주춤했다.

그와 동시에.

"루미카아아아!"

바로 루미카의 이름을 부르며.

ㅡ홰액!

아주 민첩하게 우측으로 몸을 던지자.

ㅡ찌익!

ㅡ찌익!

ㅡ찌익!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루미카가, 그대로 워터애로우를 발사한다. 그 광경이 느리게 보이는 듯했다. 쏘아진 워터애로우 세 발이 전사를 향해 날아갔고.

"뭣!"

달려오던 전사가 급하게 양팔로 방어 자세를 취했으나.

ㅡ퍼헉!

워터애로우의 위력은 창으로 일격을 내지르는 수준이다. 녀석의 가죽 건틀렛에 워터애로우가 박혀 들어가면서 피가 터져 나왔다!

"이 씹새끼이이이잇!"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바로 바닥을 굴러 몸을 일으키면서, 작살처럼 창을 잡아들고 땅을 박차 전사를 향해 뛰어간다! 터져 나오는 욕설은 일종의 덤이다!

"허억?!"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녀석이 날 보고 어떻게든 칼질을 하려 했으나, 팔은 이미 저 지랄이 난 상태다. 나는 일말의 주저 없이 녀석의 몸통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ㅡ투웅!

천 갑옷 밑에 뭔가를 더 껴입은 탓일까, 관통이 되지는 않았다. 사실 철창도 아니고 돌 박은 나무창인데 한계는 충분하지.

하지만 내 몸무게를 실은 일격을, 일점에 집중시켜서 찔러넣은 상태다. 심지어 관통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ㅡ부웅!

중심을 잃은 녀석이 뒤로 넘어졌다.

ㅡ쿠웅!

"크하아아악!"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바로 창을 회수하고, 민첩하게 녀석의 가슴팍을 짓밟았다. 포로로 삼는다? 체급이 나랑 비슷한 녀석을 포로로 삼을 자신이 없다. 그리 판단한 즉시 역수를 쥔 창을 들어 올리고. 그렇게.

ㅡ푸훅!

창끝을 녀석의 모가지에 내리찍는다.

"꺼헉...!"

끝이다.

야생동물이라면 몰라도 인간은 목에 구멍이 뚫리면 죽는다. 바로 창을 뽑아낸 뒤에 거리를 벌렸다.

"꺽, 커헉!"

놈은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발버둥 치다가 이내 죽어버렸다.

"..."

...이겼다.

"후, 후우! 이 미친 새끼! 그러게 왜 칼을 들고 뛰어와!"

"마앙님!"

"어! 샤란아! 괜찮아! 이미 죽였으니까!"

"다행이에여!"

"마왕!"

샤란이와 루미카가 내게 다가왔다. 몹시 심각한 얼굴이 된 그녀들이 안심시키고, 다 함께 시체를 확인했다.

"마앙님! 이게 그...!"

"인간. 인간이다."

"응... 인간이네."

샤란이는 처음 본다. 하지만 루미카는 몇 번 본적이 있다. 그리고 뭐 엄밀히 따지자면 나도 처음 본다. 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

처음 만난 인간인데 이렇게 되다니.

안타깝지만, 그래.

애초에 난 마족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심할 일조차도 아니다. 나는 바로 훌훌 털어버리고 루미카에게 물었다.

"루미카. 무슨 일이었어?"

"그게. 잘 모르겠어. 무언가가 느껴져서 나와봤는데 이 인간이 서 있던 상황이야."

"흠... 그래가지고?"

"눈만 내밀고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조금 오랫동안? 응. 조금 오래 그러고 있었어. 그러고 있으니까 들어오려고 했고. 바로 마왕이 왔어."

좋은 타이밍에 왔구만.

"들어오면 먹으려고 했어?"

"그... 일단 익사하면 피를 빨아먹을 생각이었는데..."

역시 물귀신 루살카다.

"그래. 안 다쳐서 다행이다. 안 다쳤으면 된 거지. 괜찮은 거 맞지?"

루미카의 어깨를 만져주면서 위로를 해주자, 루미카가 얼굴을 붉히고는 내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벼, 별로.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고..."

약간 츤데레라니까.

"도와줘서 고마워. 워터애로우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거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거야. 마왕."

"하양이 달라고?"

"으, 응. 나 아니었으면 마왕. 다쳤을 테니까."

"흐흐흐, 당연히 줘야지."

근데 지금은 아니다.

"일단 루미카.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거지?"

"저번에도 말했지만 몇 번 피를 빨아본 적이 있는 거지 잘 아는 건 아니야."

"그 정도면 됐어. 그럼 시체 수색 좀 해볼까."

전리품과 정보를 챙겨야 한다.

"흠."

일단 시체.

적발을 지닌 거지꼴의 남성이다. 나름 멀쩡하게 생기긴 했다. 키와 체구는 나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고. 장비는 가볍지만 괜찮아 보이는데,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용병? 전사? 아니면 병사? 기사?

잘 모르겠지만 왜 혼자서 이런 곳에 왔을까... 거지꼴인 건 이 정글에서 며칠 동안 굴렀기 때문인가? 그럼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인간거주지가 있다는 것?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마앙님. 이거 신기해여."

샤란이가 롱소드를 잡아 들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런 건 처음 볼라나?

"반짝반짝하고 차가운 것 같아여. 이건 뭐에여?"

"그건 검이라는 거야. 철로 만든 거지."

"철?"

"좋은 재료로 만든 무기다."

신석기 테크 올리고 있는 우리한텐 말 그대로 오버파워 사기템이라는 거지.

"줘봐."

"네 마앙님."

바로 검을 잡아 들고 확인을 해보았다.

"호오..."

이게 진검이라는 건가? 구라 안치고 진짜 처음 잡아본다.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다. 2키로도 안될 것 같은데. 1.5키로쯤 할라나?

"진짜."

엄청난 소득이다.

철로 만든 검이라니?

이런 씹사기템이 다 있나?

그런데.

"음?"

폼멜이라고 해야 하나, 칼자루 밑에 있는 원형 무게추. 거기에 무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문양.

무슨 타워인지 탑 비슷한 모양의 문양이다.

"...문양?"

가만 있어 봐.

"잠깐 옷 좀 벗기자."

"마앙님?"

바로 녀석의 옷을 벗겼다. 가죽 건틀렛을 벗기고, 피투성이가 된 천 갑옷을 어떻게 잘 벗긴다. 사람 시체를 건드리는 건 처음이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겼다.

그러고 있으니.

"목걸이."

목걸이가 나왔다.

"..."

그리고 그 목걸이에도 동일한 문양이 박혀 있었다... 이거.

설마 귀한 집 자식인가?

내가 이쪽 인간들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기는 하지만 이건 평범하지가 않다. 문양이 새겨진 칼에 목걸이라니? 나름 있는 집 자식들이나 쓸법한 물건이다.

"설마 귀족?"

그런 새끼가 왜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거지?

죽여버렸으니 알 길이 없다.

근데 왜?

"아니 그것보다 귀족이면."

그건 좀 큰일일 텐데. 귀한 집 자식이 정글에서 실종됐으면 일단 수색을 하지 않겠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증거를 인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추출."

ㅡ화르륵.

될진 모르겠지만 바로 마력추출의 술을 전개했다. 그대로 녀석의 가슴팍에 내 손을 댄 순간.

ㅡ쑤욱!

"흡...!"

들어간다! 손이 들어간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내 마력이 급속도로 소모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겨내지 못할 건 아니었다.

ㅡ뚜둑!

그렇게 마력석을 추출했고, 그것으로 녀석의 시체가 시꺼멓게 녹아내려 대지에 흡수되었다.

"시체가 사라졌어!"

"마앙님! 인간도 몬스터에여?"

설마 성공할 줄이야!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진짜로 될 줄은 몰랐는데!"

근데 존나 놀랍기는 한데, 지금은 인간에게서 마력석을 뽑아낸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

ㅡ꿀꺽.

침이 넘어간다.

나는 밑에 널브러져 있는 장비템 세트를 바라보았다.

...신석기 테크인 우리로선 꿈도 못 꿀 극상의 장비템들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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