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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77화 (77/544)

〈 77화 〉 왕가슴 픽시들 # 10

* * *

"..."

연속적으로 절정을 맛본 탓일까. 등을 기대고 앉은 세리뉴는 한동안 멍한 느낌이었다. 그 틈을 타 씻겨주기도 하고 옷도 입혀주기도 했는데, 그러고 있으니 아예 눈을 끔뻑끔뻑 뜨면서 졸고 있다.

이윽고 완전히 잠들었다.

"피곤한가 봐여."

허리를 숙인 채 머리를 들이밀어 세리뉴의 얼굴을 확인한 샤란이가 그리 말했다.

"그러게."

확실히 잠들었다. 보아하니 인생 첫 절정을 맛본 것 같은데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애액을 그렇게나 많이 헌납했으니까. 그만큼 피곤하겠지.

맛있었다.

또 먹고 싶을 정도로.

"찌찌 큰 암컷 마앙님한테 봉사했으니 좋게 봐준다에여."

아까 세리뉴가 한 대사로군.

"흐흐흐, 나한테 봉사하면 좋게 봐주는 거냐? 샤란아."

"마앙님이 좋아하는 일 해주면 다 좋게 봐준다에여."

"요 귀여운 것."

바로 엉덩이를 움켜잡아주니.

"샤아앗!"

샤란이가 샤아 소리를 내면서 좋아했다.

"아무튼 샤란아. 이번 기회에 픽시들 마을 위치 좀 알아두고 가자."

"위치 확인 한다에여?"

"어. 그럼 업어볼까. 샤란아. 얘 좀 업게 도와줘."

"네 마앙님."

바로 신발을 신은 다음 샤란이의 도움을 받아 잠든 세리뉴들을 업었다. 이거... 생각보다 가볍군. 젖가슴 무게가 몸무게의 몇 퍼센트를 차지할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다.

"가자."

"찌찌 큰 암컷 일어나여."

샤란이가 세리뉴를 흔들어 깨우자, 녀석이 으으 소리를 내면서 일어났다.

"뭐야...?"

"집까지 데려다주마. 방향만 지시해."

"너 지금 나 업어주는 거야...?"

"보면 모르냐?"

"..."

갑자기 조용해졌다.

"왜?"

"아니야... 우리집 알려줄게. 시키는 대로 움직여."

"그래."

그렇게 세리뉴를 업은 채 이동을 실시했다.

* * *

긴 정글 생활을 하면서 체력이 강해진 탓일까. 뭐 마력이 강해진 탓도 있겠지만 세리뉴를 업고 이동하고 있음에도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약간 군장 메고 행군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걷고 있으니.

"저기야! 우리 집!"

그새 잠이 다 깬 것인지 텐션을 되찾은 세리뉴가 소리쳤다. 보니까 저기에 픽시들이 다수 서 있었다. 일곱 명인가?

"내려줘!"

"어."

내려간 세리뉴가 바로 마을 쪽으로 날아갔고, 나는 샤란이와 함께 마을 쪽으로 접근했다. 보아하니 세리뉴가 픽시들을 모아두고 뭐라 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것이겠지.

"샤란아. 잠깐 기다리자."

"네 마앙님."

얼마나 지났을까.

세리뉴가 다시 우리에게 날아왔다.

"들어와도 좋아! 다들 환영해준대!"

"환영까지 해주는 거냐?"

"이미 나랑 친구 하기로 했잖아. 그리구 하양이도 많이 줬으니까. 마을 정도는 보여줄 수 있어."

"흐흐흐, 고맙다."

"정당한 거래니까 고마울 필요 없거든. 가자!"

"그래."

샤란이와 함께 세리뉴를 따라가 마을에 입장했다.

"안녕!"

"세리뉴의 친구!"

"꿀을 만들 수 있대!"

들어가자마자 세리뉴보다 키가 좀 더 작은 왕찌찌 암컷들이 우루루 다가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내게 인사를 해왔다.

"어. 그래. 만나서 반갑다."

"샤아."

적당히 손을 흔들어주면서 세리뉴를 따라간다.

진짜.

이 픽시종족은 경계심이라는 게 너무 없다. 아무리 세리뉴가 날 소개했다지만 이렇게까지 환영을 해주다니?

"오."

아무튼 걷고 있으니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신비한 분위기다. 이곳저곳에 작은 언덕이 있었는데, 그 언덕 아랫부분에 돌과 나무로 된 문이 달려 있었다. 심지어 문 옆에는 돌벽까지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말 그대로 언덕 밑부분을 파서 집을 만든 모양이다. 그리고 언덕 위에는 이런저런 식물들과 나무가 피어 있었고 말이다.

진짜 요정 마을 같은 느낌이로구만.

규모가 그렇게 큰 건 아니고, 인구수는 20 미만인가.

"여기가 내 집이야. 들어와."

"그럼 들어가마."

바로 허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진짜 잘 돼 있네."

"샤아."

농담이 아니라 세리뉴의 집안은 나름대로 아늑했다. 언덕 안에 있어서 토굴일 줄 알았는데 나무로 벽과 천장을 잘 만들어둔 상태. 그리고 제법 넓었다.

"이런 집은 대체 어떻게 만든 거냐?"

"다 우리 픽시들의 능력이야. 대단하지?"

"솔직히 감탄했는데."

"푸후훗! 솔직한 감상이네!"

세리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마앙님. 샤란이 이런 공간 처음 봐여."

"어때? 괜찮아?"

"뭔가 신기해여."

"흐흐흐, 나도 그래."

아무튼 세리뉴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았다. 세리뉴 역시 우리 맞은편에 앉았고.

자, 그럼.

이왕 초대를 받았으니 궁금한 것을 좀 물어보도록 하자.

"너. 고마운 줄 알아. 특별히 우리 집에 초대해준 거니까."

물어보려고 하니 세리뉴가 우쭐해서는 말을 한다.

"진짜 너무 고맙다. 이런 거 처음 봐서 너무 놀라워. 와. 이런 집은 대체 뭐냐? 어떻게 만든 거지?"

"말했잖아. 우리 능력이라고. 마법이랑 정령의 힘을 이용하면 다 만들 수 있는데, 너는 그런 거 못 하지?"

"못하지."

"당연히 못하겠지. 너는 그런 거에 대해서 하나도 모를 테니까."

"..."

이 녀석이 진짜.

근데 마법이랑 정령이라. 이건 머릿속에 킵을 해둬야겠군. 일종의 마법정령 기술을 사용해서 일을 하는 건가?

"근데 세리뉴. 마을에 픽시들이 얼마나 있어?"

"총 열둘이야."

"적네?"

"응."

순간 세리뉴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말 안 통하는 다른 종족들이 많아. 그래서 서로 죽고 죽일 때도 있어."

"아."

그래서 수가 열둘 뿐이었나.

대충 이해했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이지만, 픽시들도 숲의 종족이다. 순진하고 빡대가리처럼 행동하지만 죽고 죽인다는 개념은 이해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종족들이랑 싸워오면서 생존한 거겠지. 그러니 그만한 능력은 있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아주 그냥 쪽쪽 빨아먹어 주마.

"죽고 죽이다니... 막 싸워?"

"뭐? 당연히 싸우지. 왜 당연한 걸 물어봐?"

"아니 어떻게? 적들이 막 마을에 쳐들어오나?"

"가끔씩은."

"쳐들어오면 방어해?"

"너 우릴 바보로 아는 거야? 적이 쳐들어오면 죽여야지."

어이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는 세리뉴.

이건 내가 너무 바보 취급을 했군.

"그리구 우리가 공격할 때도 있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들은 말이 통해서 친구가 됐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힘을 합쳐야 해. 그래야 더 안전해져. 거기에서 더 안전해지려면 다른 말 안 통하는 종족들을 몰아내야 해."

"설마."

놀랍게도 세리뉴는 내게 군사적 동맹을 제안했다!

그것도 자기가 먼저!

"같이 싸우자고?"

"그러면 안 돼? 너 고블린 부하들 있잖아. 같이 싸우자. 뿔난 녀석들 요즘 난폭해졌어. 녀석들이 마을에 쳐들어오면 피해가 클 거야. 녀석들은 우리 픽시들을 납치해간다구."

뿔난 녀석들이면.

"사티로스를 말하는 거군."

"사티로스?"

"내가 붙인 이름이야. 걔네들이 쳐들어 와?"

"응. 말했잖아. 하얀 빛기둥 때문에 다들 이상해졌다구."

대체 그 빛기둥은 뭐냐?

"왜 이상해졌을까."

"잘은 몰라. 하지만 불길해. 다들 불안에 떨고 있어... 그래서 말 못하는 놈들이 더 난폭해진 거고."

"불안하게 하는 빛이라."

무슨 괴담 같군. 두려운 초자연현상인가? 숲의 종족들이 두려워하는 자연현상이라니.

근데 보통 빛기둥이면 약간 성스러운 분위기지 않나? 그런 성스러운 빛기둥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 그냥 나쁜 놈들이라는 소리.

"어?"

잠깐만.

이 빛기둥은 설마... 뭐 무슨.

설마 뭐 신성한 천사들이 강림하는 그런 징조인가? 가만 있어봐. 마계에서 봤던 동화책. 카르티가 추천해준 책에 묘사된 천사들은 하나같이 악질적인 괴물들이었다.

그리고 마계에서도 천사들을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 거의 미친놈 보듯 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마족은 천사들이랑 전쟁 중이니까.

설마 뭐 무슨.

마족들이 이렇게 중간계에 강림하는 것처럼.... 천사들도 강림하는 걸까? 이건 좀 두려운 추측인데. 정말로 그런 거 아닌가? 괜스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근데 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천사들도 같이 내려오다니?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중요 정보 아닌가? 반드시 나한테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애초에 의식 자체가 병신이긴 하지만 뭐.

"..."

괜히 소름이 돋는 것 같은데...

"왜 그래? 너 안색이 안 좋아."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빛기둥의 정체.

그것도 머릿속에 넣어놔야겠군. 난 그냥 예쁜 자연현상인 줄 알았다. 그게 설마 천사가 강림한 거라고 생각하니 어우 그냥 소름이 다 돋는다. 천사들은 마족들 잡아 죽이는 악마들이 아니던가.

"아 맞다. 세리뉴."

"왜?"

"내가 통에 담아준 하양이. 친구들한테 다 줬어?"

"어. 알아서 나누어 먹으라고 줬어. 왜?"

"아니. 다들 잘 먹었으면 해서."

"그런 걸 먹으면 힘이 나서 더 잘 싸울 수 있을 거야. 고마워."

"고마운 마음은 아네."

"내가 너 같은 바본 줄 알아! 그 정돈 알고 있어!"

빽 소리를 치는 세리뉴.

"흐흐흐, 그럼 당연히 알겠지."

픽시들 전원이 내 하양이를 섭취했다. 그렇다면 그녀들을 홀리는 것도 쉬울 것이다.

"왜 웃는 건데?"

"아무것도 아니다. 세리뉴. 근데 너 인간에 대해서 알고 있지?"

"당연히 알지. 넌 자꾸 이상한 것만 물어보네. 인간은 위험해. 숲의 종족들보다 더. 조심해야 해."

"본 적 있어?"

"있어. 바로 사냥했지만."

"사냥?"

"가끔씩 저기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오는 인간들이 있어. 물론 보일 때마다 사냥하고 있지만. 인간들은 보는 족족 없애놔야 해. 안 그러면 우리를 다 죽이거든."

"그런가."

역시 인간에겐 완전히 적대적이구만.

좋다.

이렇게 인간과 적대적인 종족들에게 내 영향력을 넓힌다면... 설령 언젠가 인간들이 쳐들어와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너. 그리고 샤란이. 왔으니까 밥 먹고 가. 밥 주려고 초대했어."

"오. 진짜?"

"맛있는 거 줬잖아. 우리도 맛있는 거 맛보여줄게. 여기서 기다려.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흐흐흐, 고맙다. 마침 배고팠는데 잘 됐네."

"너무 많이 먹진 마. 넌 덩치가 커서 내 식량창고를 거덜내고 말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진 안 먹지."

그렇게 세리뉴가 요리를 시작했다.

뭐 밥 먹으면서 물어볼 거 더 물어보고. 돌아간 다음에 정기적으로 교류하면 되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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