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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81화 (81/544)

〈 81화 〉 인간놈들 # 3

* * *

인간이 또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에 나타난 놈들은 한 놈이 아니다! 자그마치 세 명! 절망적으로 압도적인 숫자! 이 정도면 씨발 연대급 병력 아니냐?!

한 놈이라면 피해 없이 잡을 수 있지만 세 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ㅡ두근.

극한의 긴장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어떻게 인간이 여기에 셋이나? 역시 그건가? 그때 내가 죽였던 그 남자를 찾아온 자들인가?

ㅡ파앗.

피어오른 생각을 저편으로 치워버린다. 이딴 추측은 나중에 해도 상관없다. 지금은 생존이 먼저다.

녀석들의 정체와 목적을 간략하게 파악한다.

일단 셋 다 남자.

"&%#&%#&."

"대체 며칠이나 더 #&&;% 해야 하는지 #&%#&."

"이미 뒤진 거 아냐?"

ㅡ촤륵.

지도를 펼친 인간들이 자리에 앉아 저들끼리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주변을 살살 둘러보고 있는데, 나는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하면서 녀석들을 관찰했다.

우선 복장.

"..."

그렇게 좋지는 않다.

저번에 죽였던 놈보다 가난한 것인지 건틀렛 대신 장갑을 끼고 있고, 정강이 보호대 같은 것도 없다. 허리에 칼을 차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간략화된 차림이다.

그런데... 셋 다 가방을 메고 있다.

딱 물건을 꽉꽉 눌러 담아 크기를 최소화시킨 군장만 한 것을 메고 있다. 거기에 지도라니? 준비를 제대로 하고 온 녀석들이다. 그렇다면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거지.

모습을 살피면서 대화를 도청했다.

"당연히 이미 뒤졌겠지. 좀 오래됐으니까."

"그 %&;#& 망나니 새끼는 술이나 처마시지 왜 이런 %#%%#&."

"진정해라. 욕해도 바뀌는 건 없다."

중간중간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았으나, 문맥상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역시!

들어보니 누군가를 찾으러 온 것 같다. 그것도 그 망나니라는 녀석을. 확실해. 이건 내가 죽인 그놈을 찾아온 거다.

근데 망나니라.

분명 날 보자마자 덤벼올 정도로 미친놈인 건 맞다. 구태여 그런 녀석을 찾으러 올 정도라면... 내 추측이 맞겠군. 최악이다. 내 검에 새겨진 문장도 그렇고. 녀석은 분명 귀족이나 부잣집 자식일 것이다.

ㅡ꽈악.

칼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시체라도 찾아야 한다. 못 찾으면 계속해야 돼."

"그걸 여기서 어떻게 찾냐고, 씨발."

"영주새끼가 까라면 까야지."

영주?!

뭐라고? 아니! 지배자? 상급자? 해석은 대충 그 비슷한 느낌이다! 설마 그 새끼 영주의 자식이었던 거냐?!

그딴 새끼가 왜 거지꼴로 이 숲에 들어와 있는데!

"%#%. 탐사나 계속하지."

"더 들어가도 돼? 몬스터는 어쩌고?"

"여긴 괜찮을 거다. 강한 몬스터는 더 안쪽에 있을 테니까."

"하, 씨발. 조금만 쉬었다가 가."

"그러지."

덜덜...!

탐사!

이 숲을 탐사하겠다고 지껄이고 있어!

"...!"

가면 갈수록 좆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영주의 자식이었다니! 그리고 계속 탐사를 하겠다니!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의 위치를 들키는 것이 아닐까?

아예 여기서 죽여버려?

"..."

아니.

기다려 봐. 저들을 죽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게 아니라 지 아들 찾으라고 수색대를 보냈는데... 수색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수색대를 보내지 않을까?

그리고 방금 `강한 몬스터`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가 쟤네 인간 땅이랑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은 여기까지 들어왔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걸 알고 있는 놈들을 죽는다?

숲에 강한 몬스터가 있다는 의혹이 생길 것이고, 그렇다면... 영주는 그 강한 몬스터가 자기 자식을 죽인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당연히 토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총체적 난국이다.

저들을 건드리지 않고 안전하게 보내야 하나? 어차피 그 망나니 새끼의 시체는 내가 없애버렸다. 수색하다가 성과가 없으면 포기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야.

어떻게 해야 하지?

"..."

뭘 해도 위험하고, 뭘 해도 리스크가 있다. 우연과 낙관론에는 절대로 기댈 수 없어. 순간의 판단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결정한다.

죽일까?

말까?

나는 그것을 결정해야만 한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여기 %&%&%&에 있는 거냐?"

"뭐가?"

"아름다운 요정들."

요정?

"크하하! 그러고 보니 그 망나니가 요정을 찾겠다고 지껄였다지, 아마?"

수염이 난 칼잡이가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요정을 찾겠다고? 그 미친 광전사 같은 망나니가 사실을 요정을 찾으러 숲에 들어온 녀석이었나?

"여기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정 자체는 있을 거다. 이런 %&%%&라면 반드시 있겠지."

"크크크, 그럼 그 망나니 새끼는 좆까라고 하고 요정이나 잡아볼까?"

"포기해. 요정들은 생각보다 강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본적이 있어?"

"나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소문을 들었을 뿐이지."

인간들은 요정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

"크크크, 끝내주게 아름다운 요정이라면 식인 괴물 새끼라도 별로 상관없는데 말이지."

"동감이야. 망나니 새낄 찾는 것보단 요정을 찾는 게 더 재밌겠어."

"헛소리. 차라리 망나니 새끼의 시체를 찾아준 값으로 창관에 가는 게 더 나을 텐데."

"하지만 보고 싶다고. 그 요정이라는 년들을."

"포기해. 상당히 깊게 들어오긴 했지만 요정 같은 것들은 더 먼 곳에 있겠지. 더 들어가면 우리도 위험하다. &&%&나 &%%&%이 나오면 어떡해? 우리 수준으로는 &%#&가 한계다."

그렇게 요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인간들이 아예 밥이라도 먹고 갈 생각인지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ㅡ덜그럭.

군장에서 소형 냄비 같은 것을 꺼내고 수통으로 물을 따른다. 그리고 각자 챙겨온 식재료들을 집어넣고 불 피울 준비를 시작한다.

아예 밥을 지어서 먹을 생각인가 보다.

아주 그냥 태평하기 짝이 없다.

나는 이렇게 고뇌하고 있는데 말이지.

그래도 알아낸 건 있다. 앞으로 인간들이 이곳을 정밀하게 수색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이곳이 인간 땅에서 나름 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먼 곳은 아니라는 것.

마지막으로.

"..."

저 녀석들에게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지가 않다는 것. 보라. 지금 샤란이랑 함께 몸을 숨기고 관찰하고 있는데 전혀 알아채지 못한 상태다.

우리의 전력을 때려 박는다면 삼인 정도는 잡을 수 있다.

"..."

샤란이 역시 내 옆에 딱 붙어서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는 상태다. 아무튼. 당장 공격하는 건 보류해보도록 하자. 저 새끼들 밥 먹으면서 별 이야기를 다 하고 있다.

"다른 녀석들보다 빨리 시체를 찾아야 할 텐데 말이지."

다른 녀석들?!

설마 이런 수색파티가 또 있나?!

"좀 알기 쉬운 데서 뒤지면 덧나나, 이 병신 같은 새끼. 하여간 죽어서도 민폐라니까."

"크크크, 그 망나니 새끼 소문이 좀 안 좋긴 했지. 술집에서도 맨날 날뛰었다지, 아마?"

이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안 좋아진다.

"아, 그런데. 저번에 빛기둥인지 뭔지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나?"

"소문은 들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빛기둥?!

"...!"

이건 몹시 중요한 정보다!

"신의 사자들이 강림하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하더군. 수녀원의 수녀들도 그 일로 어수선한 모양이다. 조만간 수녀들도 이쪽을 탐사할지도 몰라."

수녀라?

해석이 좀 애매하지만 내가 아는 그 수녀가 맞나?

"허어! 세상에! 그 예쁜 언니들이 이 숲에 들어온단 말인가!"

"뭘 그렇게 좋아하지? 수녀들이 겸사겸사 수색을 하다가 시체를 찾기라도 한다면..."

"그런 것보단 길잃은 수녀 언니랑 만나는 게 기대가 돼서 그래. 너희는 기대 안 되나?"

"뭐라?"

"만나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잡아다가 아주 그냥 삼박사일 동안 질펀하게 박아줄 텐데!"

"이런 강간마 녀석! 수녀한테 할 소리인가!"

이 새끼들 음담패설을 하고 있었다. 수염 난 녀석은 호색한인 것 같았고, 다른 녀석이 수녀를 강간한다는 말에 펄쩍 뛰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정말 수녀인 것 같은데.

"크크크! 말이 그렇다는 거지!"

"뒷감당은 어쩌려고?"

"어차피 영주새끼 좆같은데 저 위에 &%@%&으로 도망치면 되지 않나? 보아하니 밀수꾼들이 쓴다는 길도 있는 모양이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 많이 하더라. 영주 좆같아서 딴 곳으로 튀고 싶다고."

"내 말이 그 말이야. 세상에 지 아들새끼 찾으라고 우리 모험가들한테 그딴 부당계약을 강요하다니. 용서가 안 돼. 그 망나니 놈이 살아있다면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다.

이 모험가라는 놈들은 영주의 아들을 찾으러 왔다는 것. 그리고 부당하게 계약을 했다는 것.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여기서 이놈들을 죽여도 괜찮은 것이 아닌가? 시체가 없다면 도망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ㅡ사륵.

거기까지 생각하고 샤란이와 함께 아주 조심스럽게 후퇴를 실시했다. 그리고 좀 안전한 곳까지 빠진 뒤에 말했다.

"샤란아. 봤지."

"인간들 많았어여. 마앙님. 인간 놈들 사냥한다에여."

"뭐?"

샤란이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ㅡ파앗.

동공도 고양이처럼 세로로 축소되고, 송곳니까지 드러낸다. 지금 샤란이는 분노하고 있었다.

"저번에 인간, 마앙님 죽이려고 했다에여. 인간들 용서 못한다에여."

"샤란아...!"

인간을 사냥하겠다는 마음가짐!

"그래도 잠깐 기다려. 일단 조심해야 돼."

"샤아."

"우리 애들한테 가보자."

내 고블린 부대는 저 뒤쪽에서 대기 중이다. 바로 샤란이와 함께 그쪽으로 갔다.

"케륵!"

가자마자 부릴이가 내게 달려들었다. 바로 안아준 뒤에 작게 말한다.

"어. 부릴아. 잠깐 조용히."

"케륵?"

의문을 표하는 부릴이. 보니까 고블린들은 여기서 다 쉬고 있었다. 내가 눈치를 보내자 다들 슬금슬금 일어나 전투 준비를 했다.

"싸울 수도 있으니까. 준비해라."

"케륵...!"

뭐가 됐든.

녀석들은 수색을 하러 왔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아주 큰 위험 요소다. 이대로 들키지 않고 잘 살려 보낸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이 일은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가야만 하니까.

이건 목숨이 걸린 문제야.

위험 요소는 제거해야만 해.

나와 내 부하들의 목숨을 위해.

무엇보다 녀석들 중 하나라도 생포를 할 수 있다면 인간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를 알게 된다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우선 천천히 미행을 하다가. 녀석들이 가장 방심했을 때 기습한..."

그 순간.

ㅡ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저쪽에서 인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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