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인간놈들 # 6
* * *
칠돌이를 살릴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칠돌이를 구조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랬다간 모조리 떼도륙을 당할 것이다.
저 수녀...!
역시 신비한 힘을 사용하고 있어. 한손검으로 나무 방패를 쪼개버리다니. 나무를 쪼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끼질을 존나 때리박아야 가능한 것이란 말이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좆같은 괴물 새끼들아! 니까짓 놈들한테 내가 뒈질 것 같으냐!"
수녀는 마치 미친년처럼 날뛰었다.
"케르으윽!"
칼을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들의 방패가 쪼개지고 창대가 썰려나간다. 또한 발길질을 할 때마다 고블린들이 케엑 거리면서 바람 빠진 축구공마냥 날아갔다.
"케락!"
그러는 와중에도 고블린 장창병들이 창을 찔렀지만.
ㅡ투웅!
어찌 된 일인지 창은 저 얇은 수녀복을 뚫지 못하고 무언가에 부딪힌 것처럼 튕겨졌다. 마치... 수녀복의 형상을 한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게 가능하다니?
창도 안 통하고, 칼도 잘 다루며, 괴력까지 사용하고 있다. 벌써 세 마리의 고블린들이 쓰러진 상태다.
어쩌지?
이대로 후퇴를 해야 하나?
우리의 공격이 아예 안 통하는 것인가? 몸에 보호막이 둘러져 있다. 대체 저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미친 초인은 대체 뭐냐!
"크르르르르!"
그러한 의문은 저편으로 치워버린다! 내가 결단하지 않으면 내 부하들이 더 죽을 뿐이야!
"키에에에에에에에!"
함성을 내질러 내 쪽으로 어그로를 끌었다!
"하! 어디서 개소리가 나나 했더니! 아가리는 번지르르하게 털더니 좆도 아닌 새끼였냐! 뒈질 준비나 해라!"
"좆까라, 이 젖탱이 수녀!"
"뭣!"
"고블린들! 전원 동시에 공격하라!"
마력을 담아 마계어로 명령을 한 순간 반쯤 겁에 질려 있던 고블린들의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왔다!
"케르르으윽!"
"케르륵!"
"케루루룽!"
그리하여 고블린들이 일시에 땅을 박차 수녀를 향해 돌진했다!
"크윽!"
고블린들의 창이 수녀의 몸을 스치며 지나간다. 실제로는 부딪혔지만 튕겨져 나간 탓에 미끄러져 스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역시 안 먹히는군.
그런데 수녀는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찔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저 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 이길 수 있어!
"샤란아!"
"마앙님!"
"반대쪽으로 가라! 저 새끼 뒤쪽으로 가!"
샤란이를 막 쓰는 건 위험하다. 변변찮은 방어구조차 없으니까. 샤란이의 공격력은 강하지만 수녀의 칼에 한 번 걸리는 순간 피를 쏟게 될 것이다.
고블린들의 창이 제대로 안 먹히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 샤란이는 마지막 타격 요원으로 남겨놔야 해.
샤란이의 공격력이라면 방어막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녀석의 뒤를 잡는 거다! 대기하다가 내가 신호하면 공격해!"
"네 마앙님!"
ㅡ파앗!
바로 샤란이가 수녀의 뒤쪽으로 달렸다.
좋아!
"거기! 맨 뒤에 있는 고블린들! 위치이동! 저년을 포위해야 한다! 둥글게 감싸!"
"케륵!"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마계어라서 못 알아듣는 상태다. 하지만 수녀는 내가 말을 할 때마다 주의를 기울였다.
결과.
ㅡ파앗!
명령을 받은 고블린들이 수녀를 포위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대로 포위만 한다면! 사방에서 공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위해야 해!
"이 새끼들이! 감히 어디서!"
눈치를 깐 것일까.
수녀가 사납게 소리치며 대응을 하려고 했다.
물론 대응하게 둘 수는 없다. 고블린들이 포위를 할 수 있도록 내가 시간을 벌어 줘야만 해. 당연히 섣불리 공격할 수는 없다. 접근하는 순간 목이 따인다고 봐도 좋으니까.
하지만 내겐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지!
"이 젖탱이 수녀!"
"이 씨발놈이!"
"마족브레스으으으!"
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가면서 불을 내뿜었다!
ㅡ화르르륵!
쏘아진 불꽃, 그것을 본 수녀가 움직이려다 말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쳇!"
옷이 탔어?!
수녀의 옷이 조금 탔다.
"그런가! 내 마력에는 해를 입는 건가!"
내 마력이 수녀의 저 신비한 힘을 소모시키거나 상쇄했을 수도 있다! 좋아! 이런 식으로 녀석에 대한 것을 밝혀나가면서 싸우면 된다!
"얘들아! 빨리! 뛰어! 포위해! 포위하라고! 놈을 둥글게 둘러싸는 거다!"
다시 한번 마족브레스!
"이 씨발새끼가 더러운 걸 뿜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불꽃에는 못 당하는지 수녀가 욕지거리를 하면서 방어를 했다.
그러는 사이.
"됐다!"
"케르으으윽!"
결국 고블린들이 빙 돌아 달려, 수녀를 포위하는 것에 성공했다.
"크하하하! 잘했다! 잘했어! 녀석을 포위했다! 이 수녀 새끼! 넌 포위당했다!"
"이런 씨발! 비열한 새끼!"
"싸움에 비열함이 어디 있겠나!"
명백히 당황한 눈치!
"크윽...!"
막상 포위를 당하니 수녀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래. 네가 아무리 초인이라도 한계는 있겠지. 애초에 초인인 탓에 버틴 것이다. 창으로 무장한 고블린 소대와 혼자 싸워서 살아남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나 그것도 여기까지다!
아무리 강력한 탱크라고 해도 혼자서 적들을 분쇄할 수는 없다. 전쟁과 전투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강해도 혼자라면 물량을 당해낼 수 없다!
"케르으윽!"
"케루룽!"
수녀를 포위한 탓에 고블린들의 사기가 올랐다. 수녀 역시 공격을 멈추고 사방으로 바쁘게 칼을 겨누면서 위협을 할 뿐이었다.
"저리 꺼져, 이 더러운 새끼들아! 오는 새끼들부터 차례대로 죽인다!"
"후우... 후우... 참 험하게도 짖는군. 두려운가?"
"아가리 닥쳐!"
"항복해라.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지랄하고 자빠졌네!"
수녀가 사납게 소리친다.
"살려줘? 니가 날? 좆까는 소리라는 거 알고 있지?"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을 하면서 숨을 고른다. 공격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발악하는 수녀가 내 고블린들을 길동무로 데려가길 원하지 않는다.
"수녀님. 제가 좀 궁금한 게 좀 있어서 그렇습니다. 항복 좀 하시지요."
"크, 크크크! 이 미친 강간범 새끼!"
"어?"
"내 몸이 그렇게 궁금하냐? 좆까고. 오늘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는다."
아니 몸이 궁금하단 말은 안 했는데.
"순결을 잃느니 싸우다 죽고 말지. 날 강간하려면 날 죽여야 할 것이다, 이 저주받을 마족새끼야!"
"이 미친년이!"
계속 지랄을 하는군!
바로 샤란이를 보았다.
"...!"
수녀의 뒤쪽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상태.
샤란이는 숲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덩굴로 발을 묶는 마법을 쓸 수 있다. 그걸 써야 한다.
근데 이건 샤란이의 힘 소모가 좀 큰 기술이야. 그리고 즉발성도 아니고. 맞추기가 좀 어려워.
무엇보다 저 수녀의 초인적인 힘이라면 쉽게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중만 한다면 몇 초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그 정도라면 단체로 달려들어서 다구리를 칠 수 있겠지.
기회는 한 번이라고 생각하자.
"얘들아! 내가 신호하면 딱 네발자국만 전진하면서 소리 질러라!"
마계어로 명령을 전달한 뒤에.
"넌 이제 뒤졌다!"
"오냐!"
수녀를 도발한다!
"그럼 전진!"
"케랴아아아악!"
동시에 수녀를 포위한 고블린들이 일제히 전진했다! 이건 페이크 신호다! 하지만!
"하아아압!"
수녀는 완전히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대처 자세를 잡았고, 그 순간 나는 땅을 박차 돌진하는 척을 하면서 소리쳤다.
"샤란아! 발 묶어라!"
"네 마앙님!"
그리고.
ㅡ파앗!
전진하던 고블린들이 정지했다.
"뭣...?"
수녀가 의문을 표한 순간.
ㅡ뿌드득!
ㅡ뿌득!
바닥에서 튀어나온 덩굴줄기가 수녀의 발목을 묶었다.
"아닛?!"
드디어.
드디어 걸렸다!
"전원!!!"
한쪽 발을 봉인 당한 상태! 수녀가 대응을 하기 전에 돌격한다!
"돌겨어어어어억!!!"
"케랴아아아악!"
"케루룽!"
함성이 터져 나왔고, 모든 고블린들과 나. 그리고 샤란이가 일제히 수녀를 향해 돌진했다.
"이런 씨바아아알!"
사방을 둘러보던 수녀가 결국 표적을 나로 정하고 자세를 잡았다. 내게 달려들고 싶은 눈치였는데, 지금 덩굴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너무 급박해서 뜯을 시간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ㅡ터억.
달려가다 말고 다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어. 안 싸워줘."
"뭣!"
그리고.
완전히 내 쪽으로 몸을 돌린 수녀의 사방으로.
"샤아아아앗!"
"케륵!"
압도적인 폭력의 해일이 들이닥친다.
ㅡ촤하아아악!
ㅡ푸훅!
ㅡ푸훅!
샤란이가 수녀의 등판을 크게 할퀴었고, 양옆에서 고블린들의 창이 옆구리를 찔러댄다. 먹혔나? 고블린의 창질은 먹히지 않았지만.
ㅡ파악!
샤란이의 할퀴기는 먹혔다!
피가 터져 나온 것이다!
"꺄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 그것을 들으며 이제 나도 합류를 실시한다. 보호막은 뚫렸다. 이제 다구리치면 돼.
근데 그 순간.
"이 개년이이이잇!"
ㅡ파악!
"샤앗?!"
덩굴 구속을 푼 수녀가 뒤후려차기로 샤란이를 공격했다. ㅡ퍼억! 샤란이는 양팔로 가드를 했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날아갔다!
"샤란아아아아아앗!"
감히 내 샤란이를 존나 차다니!
죽일 생각으로 칼을 내지른다!
ㅡ채앵!
하지만 수녀는 몸을 돌리면서 검격을 날렸다. 결과, 그것에 부딪힌 내 칼이 쪼개지면서 날아갔다.
"하!"
수녀가 순간 썩소를 지었고. 날 찌를 생각인지 자신의 칼을 공중에서 거꾸로 잡은 순간.
"우오오오오오오!"
ㅡ콰앙!
나는 강렬하게 땅을 박차 수녀를 끌어안으며 그라운딩을 걸었다!
"앗!"
"오오오오오오오!"
"이, 이 씨발새끼! 꺼져! 떨어지라고!"
ㅡ쿠웅!
그렇게 수녀를 밀쳐 넘어뜨린다! 이 자세면 칼은 못 쓴다!
"개 같은 년!"
"이 씨발새끼!"
바로 수녀의 목을 조르고 한쪽 주먹으로 미간을 타격한다!
ㅡ퍼억!
ㅡ퍼억!
근데 씨발 수녀 이 새끼 힘이 완전히 황소였다! 이마로 내 주먹을 밀어내면서 내게 박치기를 시전하는 것이 아닌가!
ㅡ빠악!
"크학! 이 개년!"
다시 주먹을 날린다. 그렇게 나는 수녀와 서로 뒤엉킨 채 엎치락덮치락들 하며 서로 주먹질을 해대며 미친듯이 구타했다. 말그대로 구타광인처럼 구타만 존나게 한다. 근데 씨발 타격이 들어올 때마다 머리가 울릴 지경이었다! 이년 주먹이 너무 매워!
"쿠왁!"
내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씹새끼들왜 지원을 안해줘!
"이 새끼들아! 형! 처맞는 거! 안 보여! 존나 때리! 때리! 때리! 때리라! 존나 때리라고오오!"
"케르으으윽!"
그쯤 되니 고블린들이 동참하여 내게 마운트를 건 수녀를 존나게 찔러대기 시작한다. 제발! 제발 먹혀라!
ㅡ퍽!
ㅡ쿵!
그러나 내 바람과 무색하게 고블린들의 창은 수녀에게 상해를 입히지 못했다. 아직도 보호막이 안 깨진 것이냐? 샤란이는? 아까 날아갔다. 설마 난 이대로 죽는 것인가?
바로 그때.
"케르으으으으윽!"
부릴이의 함성소리가 들려왔고.
ㅡ푸훅!
부릴이의 창이.
수녀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꺄, 꺄하악...!"
"하, 하아! 부, 부릴아!"
"케륵!"
"이 개새끼들이이잇...!"
이겼다.
이겼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바로 함성을 내지르면서 상체를 일으켜 수녀에게 박치기를 먹인 순간!
ㅡ번쩍!
순간 세상이 새하얘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