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섹시불량 수녀 레이카 # 2
* * *
역시나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수녀.
ㅡ톡톡.
방 위에 설치된 반딧불이 등을 톡톡 두들겨 빛을 뿜게 한다.
ㅡ화악.
좁은 방안에는 널찍한 잎사귀가 깔려 있고. 수녀는 알몸으로 완전히 구속된 채 잎사귀 위에 누워 있는 상태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의자를 끌어와 그 위에 앉았다.
"오랜만에 보니까 좋지?"
"개소리."
수녀는 딱 봐도 쇠약해져 있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
일단 죽게 할 수는 없다. 지금으로선 유일한 정보원이니까. 잘못 고문했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외상이 없는 쪽으로 심문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역시 능욕 말고는 없는 건가?
고문을 할 수 없다면 능욕을 해서 굴복시킨 뒤에 심문을 하는 편이 나을까?
그런 선택지도 염두에 둔다.
"그 역겨운 시선 좀 치워줄래, 이 강간범 새끼야? 아주 그냥 내 빨통에서 시선을 떼질 못하는구나?"
아니 근데 이년이 진짜.
지금 내게 알몸을 전부 보이고 있는 상태로 저딴 말을 잘도 지껄여대고 있다. 날 빡치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주 그냥 끊임없이 도발을 하는 중이었다.
"참 괜찮은 가슴인데. 더 보게 해줄래?"
"넌 반드시 죽여버린다."
"흐흐흐, 그렇게 묶인 상태로? 설마 힘이 회복되길 기다리는 거냐?"
"아가리 좀 닥쳐. 이 입만 산 새끼 같으니라고. 좆까고 니 할 일이나 하는 게 어때? 어디 고문이든 강간이든 마음껏 해보라고, 이 강간범 새끼야. 내가 굴복할 것 같냐?"
수녀 주제에 욕하는 것도 그렇고. 어휘가 참 험한 곳에서 굴러온 사람인 것 같다.
"태도가 참 당당하신데. 좀 잘 배운 사람 같군요. 수녀님."
"존나 소름 끼치는 말투네."
끊임없이 빈정거리며 날 모욕하고 도발한다.
이제 수녀에게 남은 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녀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두려움.
두려움을 안다면 충분히 굴복시킬 수 있다.
나는 수녀의 나체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순산형의 하체. 너무나도 음란한 몸매였다. 샤란이와 루미카랑 비슷한 수준의 외모 역시 아름답다. 보고 있으니 정말로 욕정이 끓어오른다. 범해버리고 싶을 정도다.
이 마음을 해방해서 능욕을 한다면.
수녀의 마음을 꺾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적당히 질문을 던졌다.
"수녀님. 당신 힘은 어떻게 해야 회복됩니까?"
"닐 죽이면 회복될 것 같은데."
"인간들의 세상은 여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니가 목매고 자살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정도?"
"수녀님 이름은 어떻게 되지요?"
"니 엄마 골통 빠개는 사람."
패드립이 나왔지만 놀랍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 어머니 여공작님은 욕먹어도 싸다.
"뭐, 수녀님이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걸 이제 알았니? 넌 강간범 새낀데 머리도 빡대가리구나."
ㅡ스윽.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실험을 시작해보자.
"오오, 이제 시작하려고? 어디, 우리 강간범 새끼 실력 좀 볼까?"
이년 진짜 수녀 맞나?
"수녀님. 얘기 들어보니까 사실은 당하고 싶은 거 아닙니까?"
"좆까는 소리 하네."
"순결이니 뭐니 했던 거 보면 숫처녀이신 것 같은데. 너무 밝히시는 거 아닙니까?"
"지랄!"
일단 아무 말이나 던져보도록 한다.
"아무튼 수녀님이 제게 순결을 바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잘 알았습니다."
"알긴 뭘 알아, 새끼야! 내가 너 따위 새끼를 위해 순결을 지켜온 줄 알아...! 씨발! 씨바아아알! 죽여버릴 거야! 개새끼! 흐으윽!"
분노에 찬 수녀가 구속된 채로 몸을 마구 흔들었다.
ㅡ출렁출렁.
그 젖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
점점 더 성욕이 부풀어 오르는군.
"지금 우는 겁니까?"
"개소리 하지 마!"
그럼.
시작해볼까.
"씨발! 씨바아아알!"
욕지거리를 하며 울부짖는 수녀를 바라보면서, 마계어로 주문을 외운다.
"마족지배술."
지금까지 몇 번이나 써온 탓에 숙련도가 아주 높아진 지배술이다. 약한 몬스터가 상대라면 실패할 일은 없다.
ㅡ고오오.
내 손에서 전개된 지배술이, 보랏빛 마력을 흩뿌리며 너울거린다.
"그, 그건...!"
그제서야 수녀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표정은 금방 사라졌지만.
"뭘 하려고!"
"간단한 심문입니다."
바로.
지배술이 전개된 손을.
ㅡ스윽.
수녀의 명치에 갖다 댄다.
"전개."
"뭘 하는 거야, 이 씨발!!!"
ㅡ사르륵.
손에서 흘러넘친 마력이 수녀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수녀는 아주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며 거부를 했지만, 이미 내 지배술이 전개된 상태.
몇 초가 지났을까.
"꺅?!"
수녀가.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터트렸다.
"크학!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터트린 것으로 모자라 아주 괴롭다는 듯이 몸부림을 친다. 얼굴 역시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하악...! 크윽! 큿! 크하아아악...!"
이건.
예상하지 못한 결과인데.
아주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마족지배술을 주입해주자 아주 고통스러워한다. 그것도 좀 많이 아파 보인다. 아무리 봐도 엄살 부리는 건 아닌 것 같고,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끄윽...! 크하아아아악!"
아직도 아픈 것인지 계속해서 숨을 터트리면서 비명을 토해냈다. 이미 지배술이 주입된 명치 쪽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고. 수녀의 눈에는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꺄아아악...!"
"많이 괴로우신 것 같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건 외상이 안 남는다. 어디까지 통하는지 시험을 해보도록 하자.
"수녀님. 많이 아프십니까?"
"닥쳐...! 이 개 같은 새끼!"
"욕이라도 마음껏 하시지요."
"씨바아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어쩌면 수녀는 신성력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신성력이 전부 고갈된 지금. 마족인 내 마력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실제로 수녀의 신성력에서 큰 불길함과 따가움을 느꼈었다. 내 마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그런 신성력과 맞닿게 되었다면... 아마 존나 아팠겠지.
우리의 힘은 서로에게 상극인 것인가? 가능성이 높다. 딱 봐도 마족인 나랑 수녀는 상극이지 않은가.
"한 번 더 하겠습니다."
ㅡ처억.
"그, 그만 둬!"
손가락을 치켜들자 수녀가 난생처음으로 부탁하듯이 말을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욕지거리를 해댔으면서, 쓴맛을 보고 나니 좀 순해진 것인가?
어쩌면 곧 굴복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협조 좀 해주시겠습니까?"
"..."
"수녀님 이름이 뭡니까?"
"...까."
"까?"
"좆까!"
"마력 주입."
ㅡ지이잉.
내 손끝에서 자그마한 검은색의 구슬이 떠오른다. 내 부하들에게 자주 놓아주는 주사다. 마력을 주입해주는 큘스 특제주사.
인간에게 주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 뭘 하려고...!"
수녀의 신체를 훑어본다. 11자로 갈라진 복근이 참 매력적이었다. 신체 단련을 열심히 하나 보다.
"수녀님. 복근이 참 매력적이신데요."
"더러운 새끼!"
"여기에 놓아드리지요."
"허억...!"
타깃은 수녀의 아랫배다.
그곳을 향해 손가락을 이동시키자.
"하, 하지 마! 꺼져! 꺼지라고!"
ㅡ출렁충렁.
수녀가 다시금 몸을 흔들어대면서 발버둥을 쳤다. 물론 묶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저 젖가슴만이 출렁여 날 기쁘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ㅡ콕.
아랫배에 마력을 주입해준 순간.
"큿...!"
수녀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시금 고통 어린 비명을 토해냈다.
"아악! 아아앙! 크학 이, 이 씨발새끼! 그냥 죽여! 죽이라고!"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만."
"어디서 이딴 사악한 힘을 내 몸 안에...!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참 귀엽게 애원하시는군요. 마족인 저한테."
"개새끼가! 신께서 널 저주하실 거다...! 크윽! 꺄아아아악!"
ㅡ출렁출렁.
어째서일까.
그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인간 여성을 보고 있는 것뿐인데, 급속도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뭐랄까, 점점 더 고양이 되는 듯한 기분이다.
"신이 있다면 말이지요. 아무튼 수녀님. 우선 이름부터 밝혀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지랄 놈의 새끼가...! 이 비열한 자식! 여잘 다 벗겨놓고 이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이름을 묻잖습니까!"
"니 엄마 이름이랑 똑같겠지! 큭, 끄하아아악...!"
진짜 장난 아닌 근성이다.
이쪽 세계 수녀들은 다 이런 느낌인가? 너무 전투적이고 당찬 성격인데, 이런 수녀들이 몇 명 더 있다면 우리 던전은 존나 위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보를 뽑아내야만 해.
"흐흐흐, 제 엄마 이름이 좀 예쁜데 말이죠. 수녀님 이름도 그런 겁니까?"
"역겨운 소리...!"
근데 마력 주입은 약발이 좀 약한 것 같았다. 지배술을 쓸 때보다 괴로워하는 시간이 짧은 모양.
그럼 뭐.
여러 번 써봐야지.
"마력 주입."
"야, 야!"
"지금부터 삼 회 연속으로 놓아드리겠습니다."
"설마...!"
바로.
ㅡ고오오.
검지. 중지. 약지에 마력을 띄운다. 그것을 주저 없이 수녀의 복부에 찌른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도합 세 배의 고통이 수녀의 신체를 덮쳤다.
ㅡ덜컹덜컹!
"흐윽! 흐으으윽! 크으으으읏!"
수녀는 아예 울면서 난동을 부렸다. 어찌나 아픈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신음하는 중이다. 뭐 불로 지지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아파하고 있다.
내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동정심을 느꼈겠지.
수녀랑은 단지 서로의 입장상 목숨을 건 전투를 했을 뿐이고, 이렇게 납치를 해와서 일방적으로 고문을 하는 상태니까. 근데 나는 지금 이 비인간적인 작업을 행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포로를 고문하면서 고양되고 있는 중이란 말이다.
이런 걸 느낀 것은 처음이다.
나조차도 신기할 정도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 마족적인 부분이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은 본능인가? 이렇게 인간을 고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 때문에 내 본능이 깨어났나?
"수녀님. 이름을 묻잖습니까."
그리 말을 하며 다시 한번 마력 주입을 하려고 한 순간.
"레, 레이카...!"
수녀가 엉엉 울면서 그리 말했다.
"예?"
"레이카, 레이카다. 내 이름! 레이카라고, 이 씹새끼야!"
이거.
"순식간에 굴복하시는군요?"
"이 씨발새끼가앗...! 크흑!"
패배의 눈물을 흘리는 레이카 수녀.
유감이지만 심문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