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103화 (103/544)

〈 103화 〉 사티로스 놈들 # 3

* * *

나의 군세가 이동한다.

ㅡ저벅저벅.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다. 그동안 무투리가 만들어온 가죽가방을 군장처럼 맨 모습 역시 참 마음에 든다. 무기를 들고 군장까지 메다니? 그야말로 천생 병사다.

이게 바로 마왕이지.

마왕은 몬스터들을 이끄는 존재다.

근데 레이카 수녀는 그냥 존나 기막혀했다.

"미개척 지대에 이딴 새끼들이 있었다니...!"

"놀랍습니까?"

"그럼 안 놀라겠냐!"

내 군대의 진면목을 본 탓에 충격을 받은 것일까, 아예 손까지 덜덜 떨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벽지에서 사악한 군세가 발호하고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어!"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카 수녀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제게 힘을 보태게 되겠지요."

"씨발!"

수녀로서 아주 억울하고 화가 날 것이다.

이 오지에 사악한 마왕이 강림해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다. 당장이라도 모두에게 알리고 싶지만 이미 내게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그것이 참을 수가 없겠지.

"크흑...!"

아주 분해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분해질 것이다.

사티로스들을 정리하고 나면 레이카 수녀의 전투력과 쓸모에 대한 것을 보다 자세하게 탐구할 것이다. 좀 더 조교 해서 내 명령을 더 적극적으로 따르게 한다면 전투 요원으로 써먹을 수 있을 터다.

칼도 좀 잘 다뤘고, 이런저런 전투 지식도 있는 것 같았으니까.

아예 레이카한테 검술을 배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모험가들을 죽인 탓에 장비들도 있는 상태지 않은가. 배울 수 있다면 배워두는 편이 좋겠지.

"그런데 이렇게 다 함께 나오는 건 처음이었지?"

걷고 있으니 루미카가 웃으면서 말했다.

"뭔가 재밌어. 역시. 물속에서 혼자 사는 것보단 이쪽이 더 즐거운 것 같아."

"흐흐흐, 그렇지? 물속에서 나오길 잘했지?"

"응."

소풍 나온 것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겁다.

"샤란이도 다 같이 나와서 재밌어여."

"나도 이쁜 샤란이 같이 나와서 너무 좋다."

바로 샤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

레이카는 그런 우리 모습을 보면서 심각하게 언짢아했다. 사악한 범죄자들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좆같을 수밖에 없을 거다.

"마앙님. 레이카도 같이 어울리면 좋을 것 같아여."

"앞으론 그렇게 될 거다."

아무튼.

그리 주변을 경계하고 대화를 하면서 픽시마을로 향했다.

* * *

"왔구나!"

거의 한밤중이 되어 도착하니 세리뉴가 활짝 웃으며 환영해줬다.

"고블린 많아!"

"임프랑 코볼트도!"

"얘들이 다 우리 도와주는 거야?!"

세리뉴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픽시들도 엄청 신기해하면서 까르르거리며 좋아했다. 물론 내 부하들은 각자 경계를 하는 기색으로 질색팔색을 했지만.

"뫙님. 픽시들 적 아님까? 케륵."

"어. 지금은 동맹이다. 애들한테 안심하라고 전파 좀 해줘라."

"알슴다. 케륵케륵!"

바로 부릴이가 병력을 통제했다. 진짜 어지간한 짬중사보다 병사들을 잘 다룬단 말이지.

아무튼.

우릴 구경하던 픽시들이 레이카를 보고는 기겁했다.

"세상에 인간이야!"

"인간!"

"인간이 왜 여기에 온 거죠?"

픽시들에 비해서 레이카는 키가 훨씬 큰 편이었다. 하지만 가슴은 픽시들이 더 크지. 그런 상태에서 픽시들이 레이카를 포위한 채 재잘재잘 떠들어대니, 마치 소인국에 온 로빈슨 크루소가 따로 없었다.

"이, 이 왕빨통년들은 대체 다 뭐야? 저리 안 꺼져!"

"인간이 뭐라고 떠들고 있어!"

"주의해!"

"인간이 우릴 도와줘?"

완전히 불청객 취급을 하고 있다. 어서 뿔을 달아줘야 할 텐데 말이다. 그날이 기대되는군.

"얘들아. 안심해. 이 인간도 우리 동료니까. 내가 데려온 친구야."

"그런 거야?"

"인간이랑 어떻게 동료가 돼?"

"거짓말이야!"

커다란 젖주머니를 단 픽시 무리가 이렇게 떠들어대니 정신이 너무 사납다. 바로 세리뉴를 불러서 진정을 시키게 했다.

"세리뉴. 애들 진정 좀 시켜주라. 뭣 좀 하려고 하는데 말을 너무 걸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알았어. 그렇게 할게. 다들 일단 조용!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우선은 사티로스한테 집중해줘!"

그 말에 픽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뉴가 말한다면..."

"지금은 사티로스가 더 중요해!"

"다 쳐들어온대!"

그래도 정신 사나운 건 매한가지로군.

"세리뉴. 우리 애들이 묵을 만한 곳은?"

"응. 비어있는 집이 있어. 일단 거기로 가자."

"얘들아! 형 따라와라!"

ㅡ케륵!

ㅡ끄륵!

바로 그 비어있는 집이라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도착해보니 그 빈 건물이라는 것은 지상에 세워져 있는 무슨 창고 같은 건축물이었다. 다른 픽시들의 집처럼 언덕 속을 파서 만든 집이 아니라.

세 채가 나란히 지어져 있다.

애들 따로 넣으면 되겠지.

"일단 창고로 쓰던 곳인데, 깨끗하게 다 정리해 놨어. 여기서 지내면 될 거야."

"흠, 뭐. 이 정도라면."

들어가 보니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놨다. 이 정도라면 던전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겠군.

"좋아. 부릴아. 애들이랑 이 안에서 휴식 좀 취하고 있어라. 배고프면 너 통제하에 챙겨온 것들 먹고. 쓰레기는 한곳에 모아놔. 알겠지?"

"알겠슴다, 케륵!"

"임숭아. 규일아. 너희들도 애들 데리고 잘 쉬고 있어라. 규일이는 부상병들 잘 돌봐주고."

"끄륵!"

"규삿!"

"어차피 오늘 할 거 없으니까 다 쉬었으면 알아서 취침들 하고. 일 터지면 깨울 텐데, 그거 아니면 딱히 할 일 없다. 자 그럼 휴식실시!"

완벽해.

그리 병사들을 전부 창고에 척척 입장시킨 뒤에 샤란이. 루미카. 그리고 레이카만 데리고 나왔다. 픽시 마을은 전반적으로 밝았다. 사방에서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탓에 한밤이지만 주변 식별은 충분히 가능하다.

"와... 정말 신기해. 여기가 바로 픽시 마을이구나."

처음 온 루미카가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딴 곳에 요정소굴이 다 있었다니...!"

레이카는 또다시 놀라서는 주먹을 떨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관광은 나중에 하고. 일단 할 것부터 하자. 세리뉴!"

"응!"

"사티로스 규모가 30마리 정도라고 했지?"

"대략 그 정도야. 자세한 회의는 내 집에 가서 하자."

"그러마."

바로 세리뉴의 집으로 이동해서 회의를 시작했다.

"좋다, 세리뉴. 일단 확인할게. 지금 네가 직접 사티로스 본진으로 가서 염탐을 하고 온 상황이지?"

"맞아. 내가 직접 다 보고 왔어."

"그리고 걔들이 정찰병을 보내려고 했고?"

"저번에 말할 걸 왜 또 확인해?"

"아니, 뭐. 됐다."

아무튼 정찰병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찰병은 언제쯤 도착하지?"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아직 안 왔어."

"그럼 이렇게 하자. 우선 정찰병을 사로잡는 거야. 놈들이 온다는 걸 알았으니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 있잖아?"

"정찰병을 잡아?"

"어. 잡고 정보 좀 뽑아내야지."

사티로스는 그때 딱 한 번 본 게 전부다. 한번 사로잡아서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에겐 정보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몬스터 지배술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그다음엔?"

"주변 지형정찰 좀 하려고."

"정찰을? 나 이 주변 지리 잘 알아."

"내가 모르잖아."

주변 지역에 대해서 파악하고, 놈들의 침투루트를 설정한 뒤에 함정을 파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고전적인 발목 가시 함정이나 뭘 떨어뜨리는 종류의 부비트랩들. 마침 내 부하들을 다 데려온 상태니 금방금방 만들 수 있을 터다.

"너는 당연히 모르지. 여기에 안 사니까. 아무튼 알았어. 주변 지리를 알고 싶다는 거지? 내가 안내해 줄게."

"어. 그래. 아, 그리고 세리뉴."

"응?"

"사티로스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주로 쓰는 길 같은 거 알아?"

"그때그때 다르지 않나?"

"이런."

아는 게 거의 없군.

"뭐 그럼 일단 행동부터 시작하자. 세리뉴. 주변에 픽시들 좀 퍼트려서 사티로스 정찰병 좀 찾아달라고 해. 할 수 있냐?"

"응... 뭐, 이곳으로 올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찾게 할게. 근데 지금 밤인데 바로 해?"

"적은 밤에도 움직일 테니까. 밤이라 어렵나?"

"위급상황이니까 할 수는 있어."

"그러면 조 짜서 픽시들로 사티로스 정찰병 수색 좀 해줘. 좀 피곤해도 어쩔 수 없다. 싸움이란 건 그런 거니까. 알지?"

"무슨 바보도 아니고 그건 다 알아. 그럼 그러라고 할게. 응. 중요한 일이니까 피곤해도 어쩔 수 없지."

"역시! 픽시들 대장이라니까! 판단력이 아주 탁월해!"

급발진을 하며 칭찬을 해주자!

"훗! 그러니까 대장인 거지! 난 제일 똑똑한 픽시라구!"

바로 기세등등해져선 좋아하고 있다.

"아주 믿음직스러워! 세리뉴 너만 있으면 이 전쟁 무조건 이기지! 그럼 주의사항 알려줄게. 픽시끼리 사로잡는 건 위험하니까 정찰병 발견하면 조에서 한 명을 마을로 보내도록 해라. 다른 픽시는 숨어서 따라붙는 식으로. 그러면 내가 부하들 끌고 가서 잡을 테니까. 알겠지?"

"좋아. 그렇게 할게. 나만 믿어."

기동성이 좋은 픽시들을 이용해 정찰병의 위치를 알아내고 군사를 보내 사로잡으면 된다. 아무튼 세리뉴가 쉽게 납득을 해서 편하다.

"그럼 픽시들한텐 그거 시키기로 하고. 너는... 내일 아침 일찍 우리랑 지형정찰 나가자. 지형을 알아서 좀 유리하게 싸울 테니까. 내가 지형을 알면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어. 사티로스들 다 부숴버리자고."

"알았어! 그렇게 할게! 사티로스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줄 거야!"

전의로 불타오르는 세리뉴.

"그럼 픽시들한테 말하고 여기로 돌아와라. 난 잠깐 마을 좀 둘러보고 올게."

"응!"

사티로스를 다 부숴버린다는 말에 세리뉴의 얼굴이 엄청나게 밝아졌다.

ㅡ출렁출렁!

어찌나 급한지 세리뉴가 젖가슴을 출렁이며 달려 나갔다. 나 역시 나의 그녀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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