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픽시 먹고 레벨업 # 5
* * *
그리 임숭이와 이야기를 마치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제 집으로 귀환한 뒤에 진급식을 해주면 되겠지.
"끄르륵!"
저렇게나 의욕을 내비치는 임숭이다. 이제 부릴이처럼 믿음직한 내 왼팔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 이제 천방지축 오두방정 임숭이를 초월하여 엄근진 임숭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만 보자. 그럼 임숭이 다음엔 규일이인가? 규일이는 진짜 작업반장으로 키워야겠구만.
"그럼 부상병들 좀 보러 가볼까."
지금 병실에 누워서 픽시들의 간호를 받고 있는 내 부상병들. 레이카와 싸우다가 그렇게 된 녀석들이다. 지금 외상은 다 회복되었지만 아직 정신은 차리지 못한 상태.
ㅡ끼익.
"앗! 마왕이 왔다!"
들어가자 픽시가 반겨준다.
"어제 섹스한 거 너무 재밌었어! 다음에 또 하자!"
"그래. 나도 너무 재밌었다."
이름 모를 픽시가 깔깔거리면서 좋아했다.
"근데 지금 내가 얘들한테 해줄 게 있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이야기하자."
"알았어!"
바로 픽시가 자리를 피해줬다.
"새끼들."
누워있는 고블린들을 바라본다.
여섯 명의 부상병들...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군. 그럼 마력을 주입해주도록 하자. 이것도 매일 일과다. 매일 마력을 불어넣어 줘야 애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겠는가.
마치 스파게티 컵라면의 뚜껑을 뚫는 것처럼.
ㅡ콕콕콕콕콕콕.
잠든 여섯 고블린들에게 마력을 주입해줬다.
"푹 쉬고 일어나라."
말을 한 순간.
ㅡ움찔!
"어, 어어?!"
고블린들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야! 야 이 새끼들! 설마 정신 차린 거냐!"
내가 성장한 탓에 마력의 질이 높아져, 그것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인가?! 그런 추측들이 머릿속에서 용솟음쳤지만 지금 신경 쓸 것은 그게 아냐!
"일어나라!"
ㅡ콕콕콕콕콕콕.
다시금 마력을 주입해주자!
"케, 케륵! 케르흐윽!"
"케륵륵!"
"케헹!"
고블린들이 눈을 번쩍 뜨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아이고 이 씨발새끼들!"
감동이 벅차오른다! 이 새끼들 드디어 깨어났구나!
"씨발들아! 이제 일어나면 어떡하냐!"
ㅡ와락!
"케륵...?"
바로 부활한 고블린들을 안아줬다! 이제 일어난 탓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건 차차 설명해주면 되고!
"부릴아아아아아아!"
지금은 이 기쁨을 즐기도록 하자!
"우리 부하들 깨어났다아아아아!"
기쁜 일이 연속적으로 터지는구나!
* * *
"마앙님! 다행이에여!"
"후후후, 응. 정말 다행이야. 다들 일어나다니. 잘됐어."
부상병들이 깨어난바, 부릴이와 다른 모든 고블린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들과 포옹의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 정말 다행이야...!"
"샤아샤아. 마앙님 울지 마여."
샤란이가 내 머리를 끌어안고는 가슴으로 날 품어줬다. 나는 샤란이의 젖가슴골 사이에 코를 박은 채 얼굴을 비벼 눈물을 닦았다.
"좋은 일이니 울지 말고 웃는다에여."
"크흑...! 그래. 그래야지! 울면 안 되지!"
향기가 참 좋다.
그리고 날 생각하는 마음도.
"마왕. 뚝 그쳐. 뚝."
ㅡ슥슥.
루미카가 내 등을 쓸어줬다.
정말 너무나도 부드러운 손길이다.
"아, 루미카 손 너무 따뜻해."
"계속 쓸어줄게."
근데 이젠 자지로 울리고 싶어지는데.
"...하아. 나는 늬들한테 감정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레이카는 여전히도 삐딱했다. 저쪽에서 혼자 고개를 저으면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성장한 탓일까? 내 귀에 다 들린다.
그럼 진정하고.
"후우! 좋아! 이걸로 이게 고블린 소대 총원 이상 무다!"
바로 선언을 시작했다.
"모두 주목!"
ㅡ처억!
내 말에 모든 부하들이 날 바라보았다!
"잘 보았느냐! 살아만 있다면! 언제든지 이 마왕이 살려줄 수가 있다! 나는 반드시 너희들을 살릴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고 따라와라!"
"케르르르륵!"
"끄르륵!"
"규삿삿!"
열렬한 함성!
"좋다!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짐 점검을 좀 하자꾸나! 그리고 귀환이다!"
사티로스 핵심 전력은 이미 다 분쇄했다. 놈들 마을에 남은 것은 비전투 인원밖에 없겠지. 홉고블린과는 달리 딱히 약탈할 거리도 없고, 그냥 냅둬도 알아서 자연 소멸할 것이다.
근데 리자드맨도 있기는 한데... 일단 우리 전력 보충이 먼저다. 전투력을 늘린 다음 토벌하러 갈 생각이다.
픽시들 말을 들어보면 당장 위험하진 않다고 했으니까.
"존나 바쁘네."
가서 할 일이 아주 많다.
병력 충원과 훈련은 물론이고 던전 개발 및 개인 수련도 해야 한다. 더불어 레이카 수녀 역시 완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조교를 해야 하고.
재료도 많아졌겠다, 무투리도 좀 많이 굴려야 한다. 사티로스의 가죽을 이용해서 장비를 만들고 뿔을 이용해서 창을 만들어야 할 테니까.
"케륵케륵."
"규삿삿."
부하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픽시들에게 받은 간단한 짐수레에 물건을 적재한다. 여러 가지 상자랑 토기도 좀 받아서 적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관리 감독을 했고.
"진짜 중대장 겸 보급관이라니까."
어서 대대장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꺄하핫!"
"나도 탈래!"
"케륵! 내려와라! 삑시!"
근데 픽시들은 돕기는커녕 장난을 치고 있었다. 손수레에 실린 물건을 빼고 자기가 들어가서 앉는다든가 하는 장난들. 부릴이가 제지했으나 에너지가 넘치는 픽시들은 그럴 때마다 존나 날아서 튈 뿐이었다.
"웃겨 죽겠네 진짜."
그리 작업 현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기, 야."
우리 왕찌찌가 쭈뼛거리면서 다가왔다.
"왕찌찌?"
"내 이름은 세리뉴야!"
아 맞다.
그랬었지.
"흐흐흐, 미안. 잠깐 깜빡했네."
"그걸 왜 깜빡해, 이 바보야!"
"미안미안. 그래서 왜? 아, 그거냐? 또 하고 싶어졌어?"
"응? 어떻게 알았어?"
"보면 알지."
이 음란한 픽시들은 바로 섹스에 중독이 되어 버렸다. 근데 아직 뿔이 안 났단 말이지. 몇 번 더 하면 생길라나?
"그래도 지금 바쁘잖아. 바쁠 땐 놀 수 없어."
"오올. 역시 픽시대장. 그것도 알고 있네?"
"바보도 아니고. 계속 놀기만 하면 어떻게 살아? 대장이 아니라도 알 수 있는 거야."
말투는 여전하다.
"그래서 세리뉴. 왜?"
"저기, 그게..."
"말해. 우리 사이에 말 못 할 일이 어디 있다고."
무슨 말을 할 생각일까?
가만히 들어주고 있으니.
"그... 우리도 너랑 같이 가면 안 될까?"
"뭐?"
왕찌찌가 그런 말을 했다.
"같이 가자고?"
"응."
"그러니까, 이 픽시마을을 버리고 우리 던전에 들어오겠다는 뜻이야?"
"너는 다 아는 걸 자꾸 되묻는 버릇이 있네. 그 말이 그 말이잖아. 답답하게 되묻지 마."
잠깐 생각을 해보자.
픽시마을은 무슨 원시인 마을 같은 곳이 아니다. 아주 잘 되어 있다. 집 내부 인테리어도 준수하고. 각종 설비들도 있지 않은가. 애벌레들을 사육해서 실을 뽑아내는 양잠소도 존재하고. 정령들을 이용해서 저품질의 철을 생산하는 소형 제철로도 있다. 그 외 목욕탕 같은 시설이 있는 것 역시 점수가 높다.
아주 좋은 곳이란 말이지.
그래서 이런 곳을 버리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된다. 사실 픽시들은 어차피 내 휘하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이쪽 마을을 약간 요새처럼 개조해서 멀티처럼 운영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괜찮겠어?"
물론 픽시들이 던전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자유분방한 픽시들을 나만을 위한 여군으로 만들려면 가까운 곳에 두고 지속적으로 충성심을 주입해줘야 할 테니까.
"여기 마을을 버리게 될 텐데."
"물론 그건 아쉬워. 살아가던 곳을 버리는 거니까."
팔짱을 낀 세리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쉬움을 내비친다.
"그래도 이번에 같이 싸워보니까 알겠어. 우리들 픽시끼리만 살아가는 건 위험해. 그러니까 너랑 같이 살래."
하지만 합리적인 판단.
"뭐어, 너랑 섹스하는 것도 재미있고. 다 같이 사는 편이 더 즐거울 것 같으니까. 우리들 할 줄 아는 거 많아. 많이 도와줄게. 넌 바보 같은 면이 있으니까 우리 도움이 필요할 거야."
그리 말하는 세리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좋다.
"세리뉴. 나랑 같이 살게 되면 내가 대장이야. 내 말대로 해야 돼."
"응?"
"내가 너한테 명령을 내리면, 니가 그걸 픽시들한테 전달해줘야 해. 그리고 잘 따라야 하고."
"이번에 싸울 때 그랬던 것처럼?"
"어. 바로 그거다. 괜찮겠어?"
"좋아. 너는 사티로스들도 다 무찔렀으니까. 네 말대로 할게."
지휘권 문제만 없다면.
"세리뉴."
받아줘야지.
"환영한다! 같이 살자!"
"야호!"
"세리뉴 이제 너도 내 부하야! 너희들은 날 따르는 여군이고! 그것만 알면 돼!"
"알았어! 그럼 애들한테 알리러 갈게?"
"그래라!"
"얘들아! 괜찮대!"
ㅡ쌔앵!
쌔앵 날아간 픽시가 그 소식을 알렸다.
"정말!"
"잘됐네!"
"이제 다 같이 사는 거네!"
바로 픽시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좋아했다. 저 순진한 왕찌찌들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픽시끼리 살아가는 것도 위험하다. 언젠간 큰 위험에 부딪히게 되겠지.
그럴 바엔 나랑 사는 게 나을 거다.
"운이 좋군."
픽시들 도움으로 던전을 개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픽시들은 괜찮은 원딜러다. 그것도 기동성이 좋은. 써먹을 구석은 엄청 많다. 말마따나 당장 사티로스를 토벌했을 때 전령으로서의 쓸모도 증명해줬으니까.
임프 이상으로 천방지축인 면이 있지만 시킨 건 잘 수행한다.
아무튼 픽시들까지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서 하루 이틀 정도는 더 준비하고 귀환해야겠는걸.
벌써부터 할 일이 산더미다.
근데 그게 또 기대가 된단 말이지.
"샤아. 마앙님. 이제 왕찌찌들도 같이 살아여?"
"흐흐흐, 들었구나. 어. 이제 같이 살 거다."
"던전에 찌찌빨통년들 엄청 많아진다에여."
"뭐, 뭐?"
뭐라고?
"샤아?"
샤란이는 미소를 지은 채였다.
.
"샤, 샤란아? 대체 누가 그런 나쁜 말을...?"
"샤아? 무슨 말이여?"
"그 찌찌..."
"샤아. 레이카가 맨날 하는 말이에여."
"이 수녀를 아주 그냥!"
돌아가면 픽시들 기초 군사 훈련뿐만이 아니라 레이카도 조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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