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픽시 먹고 레벨업 # 7
* * *
놀라운 일.
ㅡ화아아악.
드라이어드의 아랫배에 음문이 새겨지나 싶더니, 신체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머리에 마치 마족 같은 뿔이 솟아오른 것이다.
"대체 이것은."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문을 새기는 능력은 희귀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서큐버스나 인큐버스등. 마계에서 살아가는 일부 종족들은 성적인 쾌락을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음문을 새겨 대상자를 매혹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큘스에게 그런 계통의 능력이 발현되었다는 것은 몹시 고무적인 일이다. 기특하기 그지없다. 중간계의 인간 암컷들을 상대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실제로 큘스는 인간 수녀 한 명을 사로잡은 상태였다. 머지않아 자신의 휘하에 두게 될 테지.
그러나 큘스가 중간계 권력자들의 중추에 침투하여 권력을 지닌 여성들을 타락시켜 노예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역시나 그렇게까지 효과적인 능력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 막 작은 던전을 소유하게 된 큘스가 인간사회의 중추로 침투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음문에도 명확한 한계는 존재한다.
그런데.
"마족화."
중간계의 몬스터를.
마치 마족처럼 진화시켰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몬스터를 마족으로 진화시키다니? 여공작은 제법 오랜 세월 동안 마계에서 살아왔고, 또 오랫동안 군림해오며 수많은 지식들을 섭렵해 왔지만, 이렇게 중간계의 다른 종족을 마족화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ㅡ두근.
그것을 자각하자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아니."
즉시 마음을 가라앉힌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동요해선 안 된다. 수정구에 담긴 정보는 한정적이다. 현장의 정보를 전부 담을 수 없다.
뿔이 생겨난 것은 놀랍다. 거기에 드라이어드의 신체에서는 다른 마족적인 특징 역시 떠오르는 중이다.
정말로 저 드라이어드가 마족으로 되어 버린 것일까? 확실하지 않으니 판단할 수 없다. 외형이 조금 변하는 정도의 능력이라면 마계에도 있으니까. 여공작은 애써 그 사실을 상기했다.
"하지만."
큘스의 능력이 정말로.
대상을 마족화시키는 능력이라면?
"..."
ㅡ두근.
ㅡ두근.
ㅡ두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큘스의 능력이 정말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대천당의 천사들은 중간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그 마수를 뻗고 있는 상태였다. 광신적인 이념 아래 하나로 뭉친 그들은 절대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부 분열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계는 상황이 다르다. 대마왕 사후 마계는 단 한 번도 화합을 한 적이 없었다. 이대로면 뒤처지게 된다. 아니, 이미 뒤처지고 있다.
여공작 역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책을 세웠고 실행하고 있으나, 여공작 혼자의 힘만으로는 대천당의 추진력과 힘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큘스의 능력이 정말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희망적인 예측이지만 여공작의 직감은 현재 큘스에게 아주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문득, 케라시스는 대마왕에 대한 전설을 떠올렸다... 우연일까? 이토록 혼란스러운 상황에 실행한 강림제. 그리고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능력을 개화시킨 큘스.
ㅡ촤륵.
욕조에 누워 있던 여공작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큘스에 대한 일.
그 중요성을 최고등급으로 설정한다.
큘스는 중간계와의 연결고리다. 그것도 가장 특별한 연결고리. 따라서 당장 업무를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되었다.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 몸이지만 동요가 되기 시작한다. 그만큼 흥미로운 일이다.
"..."
그런데.
"...아직 더 남았네."
영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선 전부 확인한 뒤에 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을 것이다.
ㅡ지이잉.
여공작은 자신의 침실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었다.
"앞으로는 매일매일 보고받아야겠어."
중요한 것을 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아."
편집되기 전의 영상들도 전부 받아보도록 하자.
* * *
"지금부터 임숭이 진급식을 시작한다! 모두 함성과 함께 박수!"
내 외침에.
"케르르륵!"
"끄륵!"
"규삿삿!"
"꺄아아악!"
ㅡ짝짝짝!
모든 녀석들이 비명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고블린, 임프, 코볼트.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픽시들까지 전부.
어제 귀환한 뒤에 짐을 다 정리하고 아침 일찍 시작하는 진급식이다. 걱정과는 달리 픽시들은 좀 천방지축이긴 했지만 내 명령을 아주 잘 따랐다.
참 만족스럽다.
아무튼.
"끄르륵! 꼬맙따! 다들! 기쁘다!"
조금 의젓해진 임숭이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좋아했다. 나 역시 녀석을 보면서 한번 미소를 지어준 다음.
"그럼 임숭이! 단상 앞으로!"
"끄륵!"
녀석을 내 앞으로 불렀다.
ㅡ척척척.
나름대로 절도 있게 변한 걸음걸이. 그것을 본 임프들이 다시금 환호성을 터트렸다.
"끄르르륵!"
"끄릅릅!"
진짜 무슨 숨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임숭이! 그동안 고생 많았다! 네 공로를 인정한다! 따라서 오늘부로 널 임프 분대장에서 임프 소대장으로 진급시키도록 하겠다!"
"끄르르륵!"
"소대장부터는 부대를 던전 바깥으로 이끌고 나가 단독으로 야외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끄륵! 알껬다! 쩌! 열씸히 한다!"
"좋다!"
바로 손가락 끝에 마력의 구체를 만든 다음.
ㅡ콕.
그것을 임숭이의 이마에 주입해줬다.
"끄르르륵...!"
"지금부터 넌 소대장이다! 모두 박수!"
이걸로 간단한 진급식이 끝이 났다.
ㅡ짝짝짝짝!
ㅡ짝짝짝짝!
ㅡ짝짝짝짝!
터져 나오는 축하와 함께 임숭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저렇게 의젓해진 모습을 보니 정말로 기쁘다.
"그럼 각 지휘자들 통제에 따라 내무반으로 귀환한다! 실시!"
"케륵!"
"끄륵!"
"샤란이랑 루미카랑 세리뉴. 그리고 레이카는 나한테 오고!"
그렇게 명령에 따라 부하들이 던전 안으로 귀환했다.
"후우."
그럼 진급식은 끝냈으니 오늘부터 새로운 일과표를 짜보도록 하자. 진짜 미친 듯이 바빠질 것이다. 할 일이 산더미다.
뭐 애들 작전표도 짜야 하고.
던전 증축도 해야 하고.
내 개인단련도 해야 하고. 아, 근데 내 개인단련 시간의 7할 정도는 이제 섹스시간으로 바꿀 것이다.
"샤아. 마앙님. 이제 저희 머해여?"
"잠깐 서봐. 딱 알려줄게."
내 말에 삐딱한 레이카 제외 다른 여자들이 일렬로 쭉 섰다. 나는 바로 그녀들에게 오늘 할 일을 알려줬다.
"샤란아. 샤란이는 아직 던전 벽이랑 천장에 나무뿌리 안 덮인 곳 있지? 거기 좀 보강해줘."
"네 마앙님."
"그리고 루미카."
"지하수로 공사 더 하면 될까? 이제 곧 완성이야."
"오오! 그럼 그렇게 해줘!"
역시 루미카가 빠릿빠릿 하다니까.
"그리고 세리뉴."
"응."
"어제 와서 보니까 어때?"
"막 신기하고 재밌네. 근데 저기, 우리들 다 지내려면 방이 몇 개 더 필요할 것 같아. 우리 잘 곳이랑 설비 넣을 곳들? 필요해."
그건 안 그래도 만들려고 했다.
픽시들은 생각보다 손재주가 좋은 종족이다. 얘네들을 위한 공방을 하나 만들 생각이다. 무언가를 잘 만드는 종족이다.
"어. 그건 오늘부터 증축할 생각이다. 위치는 내가 정해줄게."
"알았어! 근데 우리는 무슨 일하면 될까?"
"뭐 정찰이나 생산 같은 일하고. 내일부터는 기초군사훈련 시작할 거야."
"군사훈련?"
"싸우는 훈련이지. 짧게 한번 받자. 그리고 오늘은 코볼트들 공사할 때 도와주면 돼."
"응!"
이걸로 내 여자들한테 일은 다 전달했다.
"그럼 오늘도 일 시작하자!"
"샤아!"
바로 세 여자들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무투리가 작업 도구를 챙겨서 나왔다.
"좋아. 무투리 너는 계속 가죽 가공을 하면 된다."
"그락."
짧게 대답하고는 자신의 일터로 가는 무투리. 이제 얘한테도 도제 몇 명 더 붙여줘야겠다... 그럼 남은 게 레이카 수녀뿐이다.
ㅡ스윽.
바로 그녀를 쳐다보니.
"병신이 뭘 꼬라봐?"
역시나 욕설이 튀어나온다.
오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오오, 눈빛이 좀 사나운데? 또 섹스한다고 협박할 생각이니? 감옥 가서 누워 있을까?"
"세상에. 오늘따라 적극적이지 않습니까?"
"지랄... 앗♥ 앙앙♥ 아 씨발♥"
바로 옆으로 가 목에 키스하면서 옷 위로 보지 쪽을 쓰다듬어주니 금세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이제 몸으로는 날 거부할 수가 없는 상태.
"좀 떨어지라고, 이 새끼야!"
"심한 말 할 겁니까?"
"그럼 안 하겠냐? 흥앗♥"
"수녀님. 키스 좀 해주시겠습니까?"
"누가 니 새끼랑 그딴걸...!"
분한 듯 소리쳤지만.
"흐읍♥"
레이카는 내 명령대로 내게 키스를 해줬다. 옷으로 가려진 상태지만 이미 음문은 활성화된 상태다. 내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지.
ㅡ쮸읍, 츠릅.
그렇게 몇 분 동안 키스를 한 뒤에 얼굴을 떼니.
"..."
레이카의 두 눈이 몽롱해졌다. 더불어 사납던 기색 역시 줄어들어 얌전해졌고.
그럼 오늘은... 그래.
레이카 조교 좀 해야겠다.
"레이카 수녀님. 안방에 가서 기다려 주세요. 곧 갈 테니까."
"...개새끼."
그 말을 남긴 레이카가 몸을 돌려 던전으로 들어갔다.
"좋아."
그럼 잽싸게 할 일 다 해치우자.
ㅡ탁탁탁.
바로 고블린 내무반으로 향했다.
"부릴아!"
"케룩? 뫙님?"
"오늘은 일단 부하들 데리고 연병장 나가서 니가 애들 훈련 좀 시켜줘라. 애들 이제 깨어났으니까 동작 한번 맞춰 줘야지."
"케륵! 알겟슴다!"
바로 고블린들이 훈련 준비를 실시했다.
그럼 다음은 임숭이.
"임숭아!"
"끄륵!"
"이제 너도 소대장이다! 그럼 네 지휘 능력을 향상시켜야겠지?!"
"끄르르륵! 끄렇다씀다!"
말투가?
"그럼 부하 데리고 연병장 나가서 부릴이 하는 거 보고 애들 훈련 좀 시켜라!"
"부릴!"
"아직 넌 부릴이보다 경험이 적다! 그러니까 부릴이를 뛰어넘기 위해 녀석에게 잘 배워라!"
"끄르르륵! 쩌 열씸히 한다!"
"좋아!"
임프들 역시 훈련 준비를 실시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코볼트 내무반으로 가서 규일이에게 전달했다.
"규일아. 잠깐 형 좀 따라와라!"
"규삿!"
"여기. 여기에도 새로운 내무반을 만들도록 해라. 픽시들 지낼 곳은 필요하니까. 알겠지? 바로 픽시들 와서 도와줄 거다!"
"규삿삿!"
"그럼 고생하고! 마력 주입은 저녁 먹을 때 한꺼번에 해줄 테니까!"
그것으로 명령 전달을 마쳤다.
"좋아."
내일부터는 부릴이한테 부하 수집 작전 명령을 내릴 것이다. 고블린이든 임프든 코볼트든 그냥 보이는 대로 납치해오면 된다. 부릴이라면 잘하겠지.
임숭이는 사냥 작전 명령을 내리면 된다. 임프들 끌고 가서 채집이랑 사냥해오면 된다.
규일이는 똑같고.
참고로 부릴이랑 임숭이 옆에 부관 형식으로 픽시를 한 마리씩 붙일 거다. 잘 날아다니고 지리를 잘 아는 픽시와 함께하면 작전 수행 능력이 대폭 증가할 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그럼."
바로 안방으로 향했다.
ㅡ드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
자리에 무릎을 꿇은 레이카가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레이카 수녀님? 기도 중이셨습니까?"
"...보면 모르냐?"
"너무 차갑게 말하지 마세요. 앞으로 같이 살 거 아닙니까."
"지랄."
"지랄이라뇨. 앞으로 기도는 저한테만 하게 될 텐데."
"진짜 염병할 개소리 실력만 존나 늘어가는구나!"
"아무튼. 레이카 수녀님."
"뭐."
"옷 좀 벗어주시죠."
"하아. 진짜 씨발. 내가 어쩌다가 이딴 새끼의 섹스노예가 되어서는..."
ㅡ스륵.
레이카가 군말 없이 옷을 벗었다.
지금부터 뿔 만들기 조교를 시작할 것이다. 뿔이 생긴다면, 그때부터 믿고 업무를 맡길 수 있을 테니까. 인간 수녀 출신인 레이카는 간부 소질이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