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리자드맨 놈들 # 2
* * *
그렇게 나는 바네사에게 협조 약속을 받아낸 뒤에 다시 고블린들 훈련을 재개했다.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기사랑 수녀들이 실종된 상태니까 아마 더 많은 병력이 오겠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둬야 해... 근데 그거 다 해결한다고 해도 어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놔야지.
"어, 그래! 좋다! 얘들아! 이번엔 안 넘어졌구나!"
"케르륵!"
"그럼 이제 딱 그 속도로만 훈련하자! 그러면서 조금씩 속도 늘려가는 거다!"
"캐루룽!"
방진을 유지한 채 행하는 거창 돌격. 원래는 고블린들이 근력이 딸려서 유효하진 않았겠지만, 이제 고블린들은 전체적으로 육체적 스펙이 상승했다.
훌륭한 살인 병기들이지.
그런 식으로 훈련을 이어나가니, 그래도 나름 구색을 맞출 정도로 숙련이 되긴 했다. 좀 느리긴 하지만 그건 늘려가면 되고.
"그럼 휴식! 다음은 부릴이가 알아서 훈련 시켜라!"
"케륵! 알씀다! 뫙님!"
ㅡ처억!
경례하는 부릴이에게 마주 경례를 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이제 훈련은 부릴이가 알아서 시킬 것이다. 당분간은 내가 지도를 안 해도 되겠지. 역시 소대장이다.
나는 바로 저쪽에 있는 수녀들에게 다가갔다.
세 명의 수녀들은 연병장 구석에서 무리를 이룬 채 이쪽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뭘 하는 건진 모르겠는데... 설마 뒷담? 뒷담인가? 마음이 찢어질 것 같군. 사실 저 셋이 할 이야기가 그것밖에 없긴 하다.
아무튼 다들 같은 수녀원 출신이다. 당연히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 그녀들을 위한 수녀원을 만들어주도록 하자.
"레이카 수녀님."
가서 레이카를 불렀다.
이제 수녀들에게도 일과를 부여해야 한다. 바네사에게 검술 등을 배우게 할 것이고, 또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지.
"히익!"
"아아...!"
아이린이랑 라이자는 기겁을 했다. 특히 라이자는 무슨 부적이라도 된다는 양, 목걸이를 잡아 쥔 채 내게 내민 상태다.
"아이린님. 라이자님. 너무 경계하지 마세요."
"어떻게 경계를 안 하겠나요, 이 음란한 성고문범!!! 으읍!"
뭐라고 더 소리치려는 아이린의 입을 라이자가 막아버렸다. 진짜 둘이 세트로 다녀서 천만다행이지.
"아무튼 레이카 수녀님?"
"..."
"레이카 수녀님? 설마 무시하시는 겁니까?"
"...왜."
두번 부르니 팔짱을 낀 레이카가 나를 흘겨보면서 대답했다. 저번에 나한테 젖을 물려준 여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태도다.
"할 거 없으시죠?"
"많은데?"
"아니 뭐가 많습니까. 설마 밤일이라면..."
"닥쳐!"
"농담. 농담입니다. 아무튼 이거 좀 보고 익혀주세요."
바로 품에서 책을 꺼내 레이카에게 넘겨줬다.
"뭐?"
고개를 갸웃한 레이카가 책을 받아 들었고.
"이건 뭐냐?"
다시 의문을 표했다.
"아 씨발. 존나 사악한 거 같은데?"
"정답입니다. 그거 흑마법 책이에요."
"뭐 이 씨발아? 지금 수녀인 나한테 이런 걸 준 거냐?"
"이제 그냥 수녀가 아니잖습니까. 암흑수녀입니다, 암흑수녀."
내 머리에 달린 뿔을 툭툭 치면서 말하자 레이카가 쯧 하고 소리를 내었다.
"...쯧."
사실 뭐 암흑수녀란 건 스컬그레이몬과 비슷하다. 원치 않는 전직 때문에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런데.
ㅡ촤르륵.
레이카가 책을 넘겨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어?"
"야. 이거 못 읽겠는데."
그러더니 평범하게 감상까지 말하고 있다.
"씨발 뭐라고 써 있는 거냐? 과연 마족놈들 답게 글씨도 좆같네."
"레이카님. 그건 제가 알려 드릴 겁니다."
이제 암흑수녀로 전직한 그녀들에게 흑마법을 가르칠 생각이다. 그녀들이 흑마법을 제대로 익히게 된다면 전력 면에서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다크스피어 다크볼트등. 흑마법에는 원거리 공격스킬이 아주 많다. 거기에 마족브레스도 있지.
뿐만이 아니라 언데드 뭐 이런 거랑 다양하게 있는데,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수련을 못했다.
하지만 암흑수녀들에겐 배울 시간이 많지.
"우리가 배울 수는 있고?"
"그거야 제 마력을 품게 되었는데 당연히 가능하겠죠."
딱히 시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될 것이다.
"흐, 흑마법! 그것도 마족의 사악한 마법을 익혀야 한다니! 그런 거 싫어요! 머리에 뿔도 났는데 하는 짓까지 음란한 마족처럼 되어버려요옷!!!"
"아이린...! 제발 조용히!"
아이린은 무시... 셋이서 원거리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마왕군의 화력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혹시 아나? 재능이 있어서 실제로 강해질지?
"레이카 수녀님. 아이린 좀 잘 말려주시지요."
"지랄은."
현재 수녀들은 신성력을 잃어버린 탓에, 초인적인 힘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도 체내에 마력을 품게 된 탓에 육체적인 힘은 좀 강해졌지만, 따로 마력을 사용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그럼 오늘 밤에 가볍게 한번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진 그냥 책이나 보면서 시간이나 때워주세요."
"밤?"
"네? 문제 있습니까?"
"언제?"
왠일로 시간을 물어보지? 레이카는 뭔가 아니꼽다는 듯한 눈으로 날 보면서 그리 말했다.
"흐음... 저녁 먹고 목욕한 다음에?"
"알려준 다음엔 뭐 하려고?"
"뭐, 픽시들이랑 놀아준 다음에 자러 들어가겠지요."
"..."
레이카의 미간이 좁혀진다.
"레이카님?"
"시간은... 그래. 새벽으로 하자. 중간에 깨워."
"뭐? 잠깐. 레이카 수녀님?"
레이카를 불렀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아이린과 라이자를 끌고 저쪽으로 가버렸다.
"새벽이라니."
그럼 뭐.
저녁먹고. 목욕하고. 픽시들이랑 놀아주고. 침대에서 샤란이랑 루미카한테 하양이 주입해준 뒤에 잠깐 자다가... 레이카한테 가면 되는 건가?
뭐 상관없다.
요즘 섹스만 하면 체력이 좀 회복되는 탓에 딱히 오랫동안 안 자도 상관없으니까. 새벽 공부도 나쁘진 않지.
"카르티...!"
흑마법을 배우던 좆밥 마족 큘스는 이제 다른 사람에게 흑마법을 알려줄 정도가 되었다.
아주 보람차군.
"바네사님!"
그럼 바네사랑 이야기 좀 해볼까.
* * *
"그럼 바네사님. 오늘은 인간 세계에 대해서 좀 듣고 싶은데요."
"크읏...! 이 나에게 배신을 하라는 것이냐! 기사로서 그럴 수는 없다!"
"어허. 바네사님. 아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얼굴이 붉어진 바네사가 그것만은 안된다면서 항의를 했으나, 내겐 소용이 없다. 그저 평소에 레이카한테 하던 것처럼 하면 될 뿐.
"섹스."
시동어를 외친 순간.
"읏, 오옷...?!"
바로 바네사가 음문이 새겨진 자궁 쪽을 부여잡으면서 자세를 낮췄다. 그렇다. 음문이다. 음문이 새겨진 탓에 자극이 올라온 것이지.
"거부하시면... 아시죠?"
"아, 알겠다! 알겠으니 이런 짓으으은!"
"예."
ㅡ따악.
손가락을 튕겨 중지한다.
"후우. 그럼 바네사님. 이야기나 하시지요."
"크읏!"
궁금한 것은 많다. 남작군의 편제. 전투력. 사회구조. 뭐 대략적인 것은 레이카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군사적인 부분은 잘 모르니까 바네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렇게 나는 바네사에게서 정보를 탈취했다.
"우리가 실종된 지... 벌써 며칠이나 흘렀으니 수색대 편성에 대한 논의가 나와도... 이상할 것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기사와 지역 수녀들 셋이 실종된 상황이니까. 남작으로서도 심각한 일이라고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좋아.
"그렇겠지요. 분명 심한 일입니다. 근데 그렇다면, 남작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무슨?"
"뭐 때문에 실종이 되었다고 생각을 할 것 같냐고 물은 겁니다."
"그거야 당연히..."
말을 하던 바네사가 입을 닫았다.
"바네사님? 저한테 숨기는 게 있으면 오늘 바네사님이 숨기고 있던 모든 신음소리들을 꺼내게 될 겁니다."
"아니! 아니다! 숨기려던 것이 아니다! 잠시 생각을 했을 뿐!"
"말하시지요."
"크흑...!"
태도를 가다듬은 바네사가 말했다.
"아마도... 중형 이상의 몬스터. 트롤이나 오우거가 출현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트롤이랑 오우거?"
"그렇다. 커다랗고 강한 몬스터들이지. 인간보다 훨씬 더 크고 성인남성 열 몇 명을 합친듯한 체중을 지닌 흉포한 녀석들이다."
"와."
완전 씹괴물이잖아.
그런게 이 근처에 있다고?
바게스트야 뭐 어떻게 죽일 순 있었지만 그런 게 나타난다면... 이길 수 있나?
"보통 인간 거주지 근처에는 살지 않지만... 간혹가다가 노화로 인해 영역 싸움에서 패배하거나 하는 이유로 이런 쪽까지 밀려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이라고 예상하겠지."
"흐음... 그럼 그런 괴물은 바네사님이 혼자서 못 이깁니까?"
"트롤이나 오우거를 혼자서 잡는다? 엄청난 강자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 같군. 그런 것들을 사냥하기 위해선 몇 개의 사냥조가 필요하다."
"마나를 쓰는 기사도 안됩니까?"
"누군가 시선을 끌어줘야겠지. 아, 그래도 성체가 되지 않은 트롤이라면... 나를 포함해서 수녀. 그리고 모험가 몇 정도가 되는 숫자라면 잡을 수도 있겠군."
이야기는 잘 들었다.
바네사는 일반적으로 이런 실종사건이 벌어졌을 때, 중형 이상의 몬스터가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을 한 것이다.
"당연히 마족 같은 게 나타났다고는 생각 못 하겠죠."
"...보통은 그렇겠지."
"절 중형 몬스터라고 생각했다면, 어쩌겠습니까?"
"일단은 조사를 위한 팀을 보낼 것이다. 중형 이상의 몬스터들은 흔적이 크니까. 그리고 사실로 밝혀지면 본격적인 토벌대를 조성할 것이다."
"흔적이 없다면?"
"글쎄... 그럴 경우에는 잘 모르겠군. 기사가 실종될만한 일이라...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건 그렇군.
"아, 그런데 바네사님. 저번에 영지전이니 뭐니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것도 알고 있나?"
내 말에 바네사가 의문을 표했다.
"예. 어쩌다 들었습니다."
"그건... 사실이다. 재작년에 위쪽 영지와 충돌하는 일이 있었지. 그것 때문에 전쟁을 벌인다 뭐다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 상태다."
"그럼 역시 병력을 빼기가 힘들겠죠?"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군.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중형 이상의 몬스터라면 중요한 일이니까. 반드시 토벌을 해야 한다."
듣고 있으니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지만, 그래.
바네사를 내 권속으로 삼은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오늘부터 정보를 아주 그냥 쪽쪽 빨아먹도록 하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