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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42화 (142/544)

〈 142화 〉 리자드맨 놈들 # 5

* * *

"음?"

자고 일어나니 레이카의 품 안이었다. 품 안인 것도 모자라서 나는 레이카의 젖가슴골 사이에 얼굴을 박은 채 자고 있었다.

"아."

레이카는 아주 새근새근 잘 자는 중이다. 어제 수유대딸 받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런 상황이라도 나랑 같이 잔다고? 이거 아무래도 나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폭으로 줄어든 것 같다. 요즘 걱정하는 것도 그렇고 훌륭하게 조교가 된 것이리라.

아무튼. 달콤한 모유가 나오는 여성의 품 안에서 자는 것은 제법 즐거운 일이었기에 그 상태로 좀 있다가 일어났다.

근데.

"뭐야?"

좀 늦은 시간인가? 어째 느낌이... 그 왜. 딱 눈 떴는데 지각을 직감한 듯한. 그런 느낌이다.

"아! 마왕이 일어났나 봐!"

바로 그때, 문밖에 서 있던 픽시가 그리 소리쳤다. 그러더니 쌩하고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뭐? 야! 잠깐! 픽시야!"

아침부터 뭔 일이냐?

* * *

어째서인지.

"너! 어떻게 했어? 어떻게 쭈쭈 나와?!"

"뭣...! 야! 꺼져!"

레이카에게서 모유가 나온다는 소문이 전부 퍼져 있었다.

"나도 알려줘!"

"나도!"

"어서!"

우루루 몰려온 픽시들이 레이카에게 달라붙으면서 그런 말을 했다... 이거 어제 레이카 품에서 늦잠을 잔 탓에 다 들킨 모양이었다.

"이 빨통년들이 뭐라는 거야! 안 꺼져!"

어째서인지 픽시들이 그것을 크게 부러워했다. 픽시들은 자신들의 왕찌찌를 들이밀면서 자기보다 큰 레이카를 압박했다. 이거 보고 있으니 그 꿀벌들이 말벌한테 단체로 뭉쳐서 쪄죽이는 그런 그림이 떠오르는데.

"마앙님. 레이카 쭈쭈 나와여?"

"어, 어? 그게 말이다."

그때, 샤란이가 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받힌 채 다가왔다.

"샤란이도 마앙님한테 쭈쭈 줄래여."

"뭣."

"샤란이도 쭈쭈 나오고 싶어여."

"아니 샤란아!"

그런 고마운 말을!

"그런데 샤란이 쭈쭈 안나와여. 샤아..."

하지만 샤란이는 모유가 나오지 않는 탓에 아주 실망한 눈치였다! 나한테 우유를 주고 싶은데 나오질 않는다니! 이런 비극이 있나!

"샤란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반드시 나오게 해줄게! 나도 사랸이 우유 먹고 싶어!"

"정말여? 샤아. "

대체 어떻게 레이카만 나오는 건진 모르겠지만, 반드시 샤란이도 그런 체질로 만들 것이다! 무조건!

"후후후,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동이야. 마왕. 정말로 레이카한테서 우유가 나오는 거야?"

"그게... 어. 나오더라."

"그래서 밤에 쏙 빠져나갔어? 우유 마시고 싶어서?"

딱 그 이유만은 아닌데.

"마왕 너무해. 밤에 빠져나가다니."

"아! 루미카! 미안해!"

루미카가 삐진 것 같아서 바로 그녀의 등을 쓸어줬다. 이거 우유 때문에 아침부터 소동이로구만.

"나도 우유가 나오면 좋을 텐데..."

"루미카는 물 나오는 거 아녀?"

"뭐엇!"

"악! 알았어! 알았어! 루미카도 우유 나오게 해줄게!"

"정말? 기뻐!"

아침부터 우유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진짜 진정시키는 것도 한세월이었다. 아무튼 내가 방법을 찾아준다고 약속한 것으로 소동이 대충 진압되었다.

다들 나한테 우유를 주고 싶다니. 최대한 빨리 방법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진정했지? 이제 일과 시작한다!"

오늘의 일과를 시작하다.

* * *

"자, 그럼! 오늘의 회의를 시작하겠다! 모두 함성과 함께 박수!"

ㅡ짝짝짝!

"샤아아아!"

"케르르륵!"

"끄륵!"

"규삿삿!"

내 말에 큘스 마왕군의 간부들이 함성을 내지르면서 박수를 쳤다. 말 그대로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현장이다.

"좋아. 분위기 좋고.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얘들아. 이제 우리들은 리자드맨들을 '복속' 시키러 갈 거다. 질문 있으면 거수."

ㅡ스윽.

바로 부릴이가 손을 들었다.

"좋아. 부릴이 발언해."

"뫙님. 복속이 뭠까? 케륵."

"좋은 질문이다. 부릴아."

이런 어려운 단어는 알려줘야지.

"부릴아. 우리 마왕성 식구들은 다 뭐지?"

"말 그대로 식구들임다! 케륵!"

"소중한 식구들끼린 같이 살고 지켜줘야 하지?"

"그렇슴다! 케루룽!"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이 나의 식구들이다. 그건 부릴이도 동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좋아. 그럼 임숭아. 너는."

"끄륵! 맛따! 식구들은 같은 편이다!"

"규일이는?"

"규삿삿. 식구들 다 지켜야 함니다."

"아주 훌륭한 대답이다."

ㅡ짝짝짝.

바로 박수를 쳐주면서 말했다.

"그래. 식구란 건 바로 그런 거다. 아주 소중한 것이니 다 지켜야만 해.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지."

근데 그 말에.

"...소중?"

저 옆에 서 있던 레이카가 팔짱을 낀 채 그리 말했다.

"예? 레이카 수녀님. 발언 요청입니까?"

"아니. 아무것도."

"그럼 넘어가고. 아무튼 식구란 그런 거다."

말을 잇는다.

"그렇지만 세상 모두가 식구인 건 아니지. 우리에겐 식구 말고도 복속시킬 부하가 필요해. 부릴아. 우리가 키우는 가축들이 식구냐?"

"케루룽... 걔들을 식구가 아니라 음식임다, 케륵."

"정답이다. 리자드맨들도 똑같아."

복속된 노예병들은 식구가 아니다.

가축 비슷한 거다.

소모품이라고도 할 수 있지.

전쟁을 하기 위해선 그런 존재들이 필수불가결이다.

"놈들은 우리의 노예가 될 것이다. 우릴 위해 싸우고 우릴 위해 죽을 그런 노예가 될 거란 말이다."

그것들을 내 부하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줬다. 나 마왕 큘스는 식구와 식구가 아닌 노예들을 구분한다. 식구는 같이 살아갈 존재지만 노예들은 아니야.

"마왕."

"음? 루미카. 질문 있어?"

"그러니까, 리자드맨들은 식구가 아니니까? 조금 더 위험하게 굴릴 수 있다는 뜻일까?"

"잘 이해했구나, 루미카."

"그럼 복속시킨다는 건 그런 노예병들을 만든다는 거네?"

"정답."

우리의 창칼로 리자드맨 부족을 제압하여 일종의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다. 놈들의 자원을 탈취하는 것도 모자라 인력까지 차출한다. 실로 악랄하고 끔찍한 짓이다.

그러나 지구인류의 역사는 그런 식으로 흘러갔지.

다른 공동체를 제압하여 정복지로 만들고 이득을 취한다. 인류의 역사란 그런 것이다.

물론 현대인 기준으로는 당연히 사악한 짓이다. 현대의 기준으로 따지면 찬란한 로마제국도 영광스러운 대영제국도 전부 전쟁과 식민지로 팽창한 악의 제국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시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곳은 현대사회가 아니다. 중세 엇비슷한 사회란 말이지. 그러니까 그렇게 해야만 한다.

"세리뉴. 위치는 알고 있지?"

"물론이야! 리자드맨 놈들 다 노예로 삼아버려!"

팔짱을 낀 세리뉴가 힘차게 대답했다.

"뭐야. 원래 리자드맨 싫어했나?"

"원래 마음에 안 들었어! 사티로스가 없어지면 제일 위험한 놈들이 바로 그놈들이었으니까! 그런 놈들은 싹을 자를 수 있을 때 잘라버려야 해!"

얘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은근 전쟁광이란 말이지.

아니. 픽시들 자체가 그렇다. 숲에 사는 요정들은 원한이니 뭐니 하는 사소한 것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들 생존에 해가 될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적대를 한다.

거기엔 감정도 원한도 필요 없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가장 자연스러운 생명 본연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럼 마앙님. 언제 리자드맨 잡으러 가여?"

"최대한 빨리."

언제 인간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빨리 한판 맞붙고 후퇴하기 위해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병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럼 작전 수립 좀 하자. 세리뉴. 리자드맨들에 대해서 아는 것들 좀 다 말해봐."

"알았어!"

그렇게 우리들은 작전을 수립했다.

* * *

"모두! 입구를 막아라!"

"샤아!"

ㅡ뿌드득!

샤란이가 힘을 발휘하자, 던전 입구 쪽에 위치해 있던 뿌리들이 급격하게 자라나 마치 떨어지는 쇠창살처럼 입구를 막아버린다.

"흐음."

생각보다 괜찮단 말이지.

그렇게 뿌리들이 다 내려오자, 입구가 제법 잘 막히게 되었다. 나는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얘들아! 진흙으로 덮어라!"

"케륵!"

바로 나무 삽을 든 병력들이 입구쪽에 진흙을 퍼 던진다. 루미카가 만들어준 진흙이다.

ㅡ퍼억!

ㅡ퍼억!

그렇게 빼곡한 나무뿌리 위에 진흙이 덮이자, 던전입구가 완벽하게 가려지기 시작한다. 진흙을 다 덮은 뒤에는 마른 흙을 뿌리고, 다시 샤란이를 시켜서 주변에 잡초가 돋아나게 해 위장을 한다.

"후우."

이거 생각보다 잘 됐는데?

입구를 이렇게 잘 가릴 수 있다면 구태여 후퇴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렇게 입구를 숨기고... 그래. 베트콩들 마냥 지하 땅굴을 파서 이동한다면 이쪽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을 테니까.

평소엔 입구를 열어두고 비상시에만 이렇게 닫아두면 될 것 같다. 뭐 일단 리자드맨 잡고 왔는데도 은신이 유지되어 있다면 제대로 고려해보도록 하자.

본진을 버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게 최선이니까.

"...완벽하게 막힌 것 같군."

"바네사님. 이런 상태면 인간들이 여길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마... 못 찾겠지."

"좋군요. 아무튼 바네사님. 리자드맨과 조우하면 바네사님이 솜씨를 좀 발휘해줘야 합니다."

작전은 간단하다.

리자드맨은 부족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의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놈들의 방어선을 돌파한 뒤에, 그대로 부족장을 사로잡아 굴복을 시킬 것이다.

그런식으로 리자드맨들을 복속하면 된다.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이런 사악한 존재에게 복속을 당하다니... 동정심이 드네요."

저쪽에서 수녀들이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고 있었다. 레이카의 보고를 들어보니 아이린도 라이자도 나름 흑마법의 성취를 본 모양이었다.

아니, 저런 변태수녀들도 바로 효과를 보는데 난 진짜 뭐냐?

"다크스피어!"

ㅡ파치칙!

시험삼아 다크스피어를 만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손 위에서 폭발했다. 지금의 나는 제법 성장한 편이었지만 흑마법만큼은 영 어려운데 말이다.

"마앙님? 뭐해여?"

"별거 아냐! 그럼 출발하자!"

그렇게 우리들은 행군을 시작했다.

리자드맨 놈들의 본진을 향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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