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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45화 (145/544)

〈 145화 〉 리자드맨 놈들 # 8

* * *

그렇게 우리들은 리자드맨 놈들의 본거지 주변까지 진격했다. 그리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뒤에 정찰조를 편성하여 직접 정찰을 실시했다.

뭐든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좋으니까.

"좋아."

적당한 나무를 찾은 뒤에 마치 원숭이처럼 그 위로 쑥쏙 올라갔다. 성장하여 근력이 증가한 탓에 나무를 타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 내 옆으로 픽시들이 따라붙었다.

ㅡ뿌드득.

자리를 잡자 당초 약속한 대로, 샤란이가 내 주변에 잎사귀들을 더 피어나게 해서 위장 효과를 증폭시켜줬다.

"이제 조용히 하고. 저기나 관찰하자."

"응."

곧바로 리자드맨들의 본진을 바라보았다.

"슈와아악."

"솨와아악."

ㅡ날름날름.

다수의 리자드맨들이 혀를 날름거리면서 지들끼리 뭐라뭐라 수군거리고 있었다. 수군거리는 놈들도 있고, 앉아서 뭘 하는 놈들도 있다. 저기에는 뭔가 나뭇가지를 뜯는 녀석과 새를 잡아먹는 놈도 있었다.

참으로 일상적인 풍경이다.

자신들이 공격당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듯한 모습. 그냥 부족원들이 아주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개굴."

"굴굴굴."

거기에 무슨 가축도 키우는지 강아지만 한 크기의 개구리들이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혀를 뻗어 날벌레를 잡아먹는가 하면, 배를 드러내고 누워서 굴굴거리기까지 한다.

심지어 무슨 물가에 뭔가 양식장이라도 쳐둔 것인지 나뭇가지가 곳곳에 꽂혀 있다.

"이 새끼들?"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건가?

가만보니 나름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놈들은 뭔 수풀이니, 시꺼먼 나무토막 등을 잘 이어서 움집 비슷한 것도 만들어 지내는 중이다. 홉고블린보단 문명도가 떨어지지만, 그래.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역시 사티로스랑 삐까뜰만 한 종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사티로스들은 발정기를 이기지 못하고 무력하게 패배했지만, 저 녀석들은 아닐 테니까.

거기에 놈들의 가죽... 비늘이 박혀있어서 방어력이 아주 높아 보인다. 뭐, 그래도 사티로스들 손에 죽은 걸 보면 진짜배기 갑옷처럼 단단한 것은 아니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슈와아아악."

가장 덩치가 큰 리자드맨을 보았다.

놈의 키는 나보다 조금 큰 정도. 다른 리자드맨들이 나보다 작은 것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큰 덩치를 지니고 있다.

"족장."

족장이겠지.

물론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강해졌으니까. 진형을 이룬 채 진격한다면 큰 피해 없이 놈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바네사도 있으니 위험할 것은 없지.

일단 작전은 간단하다. 군대를 진격시키고, 내가 등장해서 큰 소리를 내어 놈들을 위협하며 마족의 기운을 풀풀 풍겨댄 뒤에, 족장이 모습을 드러내면 바네사랑 함께 협공해서 순식간에 제압하고, 인질로 삼을 거다.

그렇게 사로잡은 족장을 굴복시켜서 내 노예로 만든다. 그러면 만사 오케이지. 손쉽게 부족을 먹어치울 수 있을 것이다.

"내려가자."

염탐을 마친 뒤에 나무에서 내려갔다.

* * *

임시 본부로 돌아간 뒤에 나는 내 부하들을 모아 놓고 봤던 것을 전부 말해주고, 작전에 대해서 알려줬다.

"걱정 마라, 부릴아. 그동안 너희도 성장했다. 크기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진 않아."

"케륵, 알고 잇슴다, 뫙님! 우리들 강해졌슴다!"

"케르르륵!"

"크르륵!"

"뫙님! 감사함다! 케륵!"

덩치작은 피식자에 불과했던 고블린들은, 이제 전부 내 힘으로 성장하여 덩치도 커지고 근육도 붙었다. 겁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 진격하자! 리자드맨 놈들을 복속시키러!"

"케르르륵!"

부하들이 전부 무기를 잡는다. 고블린들 뿐만이 아니다. 임프들이랑 코볼트들도 창을 잡았다. 다들 창 정도는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바네사님. 방금 들으셨듯이 우리들은 리자드맨 족장을 제압해야 합니다. 죽이지 않고요."

"본 적은 없지만... 크게 문제는 없겠지. 알겠다."

"좋습니다. 샤란아. 샤란이는 이번에 나 잘 지켜줘야 돼."

"샤아. 알았어여. 마앙님."

애초에 숫자도 우리가 더 많고, 이쪽에는 실력자들이 많다.

패배는 없다!

"루미카는 후방에서 경계 좀 잘 해주고. 수녀들이랑 원거리에서 협공하는 식으로 지원해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 말을 끝으로.

"가자!"

우리들은 리자드맨 부족으로 향했다.

* * *

ㅡ척척척.

진형을 이룬 채 아주 질서정연하게 마을에 방문을 하니.

"슈, 슈와아악?!"

"슈와아악! 슈와아아악!"

"슈우우웃!"

마을 근처에서 노닐고 있던 리자드맨들이 아주 발작을 하면서 반응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다들 근처에 굴러다니던 몽둥이를 잡아 쥐고 바싹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이거 손님 맞을 준비가 안되어있구만?"

손님에게 너무 박하게 대하는 거 아니냐?

"슈와아아악!"

무시하고 계속 진군을 하니 리자드맨들이 마을 안으로 도망쳤다. 마을 주변에는 아주 간단하고 원시적인 수준의 나무토막 몇 개가 꽂혀 있었을 뿐, 제대로 된 구조물은 하나도 없었다.

"깔깔깔! 쟤들 좀 봐! 다들 겁먹었나 봐!"

"우리 상대가 안 돼!"

"우린 그만큼 강해졌어!"

그 모습을 본 픽시들이 크게 기뻐하면서 리자드맨들을 비웃었다. 이 천성이 군인인 전쟁광 요정들은 적이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자마자 투지를 불태우면서 사기를 증폭시킨 것이다.

아주 재능이 있다니까.

"샤아. 마앙님. 그래도 조심한다에여. 애들 다치면 안돼여."

"흐흐흐, 당연히 그래야지."

그렇게.

ㅡ처억.

우리들은 마을 안쪽까지 무혈입성을 성공했다. 리자드맨들이 우릴 보자마자 존나 쫄아서 뒷걸음질만 친 탓이다.

ㅡ첨벙!

아예 몇몇 놈들은 늪지대의 물속으로 도망치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거기에 가축 개구리들마저 사방으로 도망쳤다.

"슈와아악...!"

지들끼리 모여서 몸을 붙인 채 혀를 날름거리는 리자드맨 놈들.

"임숭아. 방문 선물 좀 줘라."

"끄르륵! 알꼤따씀다!"

ㅡ화르륵!

임프들이 곧바로 오른손에 불덩이를 장전하고는, 그것을 마을 곳곳에 던져 작은 불을 일으켰다.

ㅡ화르륵!

"슈와아아악!"

"슈와아악!"

그걸 본 리자드맨들이 기겁을 했다.

"부릴아. 전투태세."

"케륵! 전투태세!"

ㅡ처억!

복병복창을 한 고블린들이 방패와 창을 앞세운다, 그리고!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아주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함성을 토해냈다! 나의 힘을 담아! 마족의 기운, 마력을 성대에 담아 터트린다!

"슈와아아앙!"

"쓔와아아!"

ㅡ펄쩍!

그것에 놀란 리자드맨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화들짝 뛰어올랐다! 어지간히도 놀란 것 같구나! 개새끼도 자기 나와바리에선 반을 먹고 들어간다지만, 우리는 갑작스러운 기습과 기선제압으로 그 이점을 빼앗았다!

"케르르륵!"

"끄륵!"

"샤아아아아!"

"저, 저 징그러운 도마뱀 놈들!"

동시에 내 부대원들이 각각 소리치면서 혼란을 만들었다. 리자드맨들은 거의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쓔와아아아아아아악!!!"

움집 안에 있던 족장이 함성을 터트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하자마자 빵빵한 함성이로군. 그 기세에.

"슈와악...!"

리자드맨들이 정신을 차리고 족장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과연 족장. 카리스마가 있군."

족장은 커다란 몽둥이를 꽉 잡은 채 우리를 노려보면서 부족원들을 지키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이 녀석!

자기 몸으로 부족원들을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

"호오! 역시 지도자라는 것이냐! 자신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맞서려고 하다니!"

아주 감탄스러운 태도다! 그래! 모름지기 대장이라면 저런 맛이 있어야지! 저 모습을 보니 복속시킬 가치가 증가함을 느꼈다!

기필코 저 전사를 굴복시키리라!

"저 녀석이 족장인가... 과연.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군."

"느껴집니까?"

"아주 적지만, 마나를 품고 있다. 그 탓에 덩치가 커진 것이겠지. 마나를 품은 몬스터는 커진다고 들었다."

"오, 그런 겁니까?"

하긴. 홉고블린도 사티로스도 족장들은 전부 덩치가 컸다. 우연찮게 마나를 품게 되어 또래보다 강해진 것이겠지. 그래서 족장이 된 걸 테고.

어쩌면 머리도 더 좋아졌을 것이다.

"슈왁! 슈와아아아악!"

"쓔와아아아악!"

족장이 몽둥이를 겨누면서 소리치자 리자드맨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달려올 기세!

어지간하면 피해를 주지 않고 복속을 시키고 싶었지만, 저항 없이 순순하게 지배를 받는 종족 따윈 없다! 싸워서 힘을 보여줘야지만 정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고블린 팔랑크스!!! 훈련한 대로 행한다! 거창 돌겨어어억!"

"케르으으으윽!"

ㅡ파앗!

명령과 동시에 고블린 팔랑크스 부대가 발을 맞춰 뛰었다. 창과 방패를 앞세운 채로!

"슈와아아아악!"

"슈와아악!"

그것을 본 리자드맨들이 몽둥이를 잡아 든 채 맞돌격을 감행했다. 인간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짓이다! 방진을 향해 무턱대고 돌진하다니! 한계를 초월한 어리석음!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인 법이다! 우리가 질 일은 없어!

그렇게.

ㅡ콰앙!

팔랑크스와 리자드맨들이 충돌했다. 결과는 아주 뻔했다. 리자드맨 1열이 순식간에 개박살이 나버리고 만 것이다.

"슈와아아아악!"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지 리자드맨들은 계속해서 돌격을 해왔다. 물론, 족장 역시 마찬가지다!

ㅡ파파팟!

"아닛!"

족장은 아예 지 혼자서 우회를 하더니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저럴 거면 그냥 부하들이랑 같이 우회를 하지! 역시 몬스터라 빡대가리야!

"투지는 넘치는구나! 하지만 몬스터의 한계는 넘지 못했다! 바네사! 레이카! 샤란아! 함께 가자!"

"샤아!"

ㅡ파앗!

칼을 잡은 우리들 역시 땅을 박차 족장을 향해 달려갔다.

"슈와아아아아악!"

ㅡ쐐애애액!

광분한 족장이 몽둥이를 내리친 순간!

"우오오오오오오오!"

나는 여태까지 배워왔던 대로 검술을 행하여 놈의 몽둥이와 내 칼을 맞붙였다!

ㅡ쿠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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