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146화 (146/544)

〈 146화 〉 리자드맨 놈들 # 9

* * *

검과 몽둥이가 격돌한 그 순간.

"이 새끼...!"

손끝에서부터 압도적인 충격량이 전해져온다. 과연 족장은 족장인지 완력이 장난 아니다.

힘으로만 따지면 나보다 강력!

"슈와아아아아아악!"

족장이 함성을 토해내면서 전진한다.

ㅡ쿠웅!

힘에서 밀린 탓에 자연스럽게 내딛었던 발이 다시금 뒤쪽으로 밀려 나간다. 그동안 제법 성장한 탓에 될 줄 알았는데, 아직 족장급에는 미치지 못하나 보다!

"크윽!"

그렇게 밀려난 순간!

"지금이다! 작전대로 공격해!"

작전을 행할 것을 명령한다!

"샤아?"

"뭣? 작전?"

애초에 우리는 지금 족장을 다구리 치고 있는 입장이었다. 우리의 숫자는 넷. 그리고 족장은 혼자 무지성으로 돌격을 해왔기에 하나다.

쉽게 말해서 동서남북에서 팰 수 있다는 뜻이다!

작전대로 다구리를 실시하면 완벽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어!

"존나 패! 죽이지는 말고!"

"뭐... 알았다!"

내가 격돌함과 동시에 족장의 옆쪽으로 향했던 바네사가.

"하아아압!"

그대로 족장에게 옆차기를 때려 박았다!

ㅡ콰앙!

"쓔와아아아악!"

그탓에 나와 힘싸움을 하던 족장이 옆쪽으로 날아간다. 아무리 힘이 쎄도 힘싸움중에 습격을 당하면 날아가는 법이다. 그것도 옆구리를 강타당했는데 안 날아가면 그게 바로 간첩새끼지!

"샤아아아!"

ㅡ쿠웅!

그와 동시에 뛰어간 샤란이가 싸커킥으로 족장의 손목을 강타했고, 그것으로 족장이 들고 있던 몽둥이가 날아갔다.

"쓔와아악!"

"잡아!"

이어서 공격을 한 것은 바로 나였다! 그대로 몸을 날려 넘어진 족장의 몸을 전신을 이용해서 꽉 붙들었다!

"슈와아아악!"

아무리 강해도 협공을 당하면 별수 없는 법이다! 잡힌 족장이 난동을 부렸지만 옆구리를 처맞은 것과 더불어 어정쩡한 자세 탓에 힘을 쓸 수가 없었고.

"존나 때려!"

내가 명령을 내린 순간, 여자들이 우루루 몰려와 족장을 미친 듯이 짓밟았다.

"꽉 잡아라! 놓치면 네놈의 몸을 밟을지도 모르니!"

"샤아! 마앙님 밟지 마여!"

"으, 으응? 아, 알았다! 밟지 않는다!"

ㅡ쿠궁!

ㅡ콰앙!

ㅡ쿠웅!

그런식으로 바네사와 샤란이. 그리고 레이카까지 신나게 빨래 밟듯 발길질을 실행하니, 용맹했던 족장은 순식간에 씹창이 나면서 피를 토하게 되었다.

"만세! 공격 대성공이다!"

역시 다구리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마왕이란 모름지기 다구리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 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관들 역시 근본 중의 근본 전술인 다구리 전법을 적재적소에서 아주 잘 사용했기에 이긴 것이다.

사실 다구리라고 말하니까 없어 보이는 거지 '란체스터의 법칙'이라고 말하면 존나게 있어 보인다.

그 란체스터의 법칙이라는 게 바로 무엇이냐? 다구리를 치면 이긴다는 법칙이었다.

"쓔와아아악...! 쓔확!"

아무튼 슬슬 족장을 풀어주자, 비틀비틀 자리에 엎드린 녀석이 바닥에 피를 토하며 신음했다.

딱 봐도 존나게 처맞은 상태.

"슈와아아악...!"

"슈와아악!"

그와 동시에 저쪽에서 고블린 팔랑크스의 제 1열을 구성하고 있던 방패병들의 방패를 존나게 때리고 있던 리자드맨들이 공격을 중단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족장이 패배한 것을 알고 전의를 상실한 것인가?

그럼 공격 중지다!

"부릴아! 정지! 놈들이 공격하기 전까진 공격하지 마라!"

"케륵! 알씀다!"

ㅡ처억!

바로 고블린들이 공격을 중지했고, 뒤에 있던 임프들이 리자드맨의 양옆을 포위했다. 보아하니 리자드맨의 피해도 제법 있는 편이다. 살아있어야 병사로 쓸 수가 있거늘. 하지만 정복이란 건 그런 법이다.

"슈와아악...!"

족장은 아직도 피를 토하고 있었고.

ㅡ털썩.

"슈와아악...!"

곧 리자드맨들이 전부 무릎을 꿇었다.

대장이 일어나질 않자 포기한 것이다.

"대장이 잡히니까 포기한 건가?"

칼을 칼집에 집어넣은 레이카가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바네사님. 족장 좀 묶어주세요."

"잡일은 다른 녀석들에게 시켜­"

"바네사님 어서요. 전투 중에 지휘관 명령에 불복종하기 있습니까?"

"큿! 마족 녀석이 그런 규율을...!"

"빨리요."

"알겠다...!"

코볼트들에게서 끈을 건네받은 바네사가 엎드린 채 힘겹게 헐떡이고 있는 족장의 팔다리를 묶었다.

"슈와아악... 슈와아악...!"

완전히 무력화된 족장.

뭐라고 소리를 치긴 했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만세! 우리가 이겼다!"

"족장을 포획했어!"

"이제 리자드맨도 별거 아냐!"

동시에 픽시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방방 뛰었다. 이번엔 픽시들의 화력을 쓸 일조차 없었지. 완벽한 대승이다. 이것으로 확실히 알았다. 이 정도 전력의 몬스터 부족이라면, 큰 피해 없이 종속을 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이렇게 정복왕마냥 숲의 종족들을 모조리 종속시킨다면 인간세계를 집어삼키는 것도 꿈은 아니다.

"좋다! 우리들이 승리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마라! 고블린들은 계속 진형을 유지하고 임프들은 리자드맨들의 수족을 묶어라!"

"케륵!"

"끄르르르르륵!"

"세리뉴! 픽시들도 놈들이 허튼짓 못하게 잘 감시해!"

"허튼짓하면 어떻게 해?"

"바로 쏴버려!"

"알았어!"

그럼 뒷정리하고.

'작업'을 시작해볼까.

* * *

"이, 이렇게 마왕의 세력이 또 강해지는군요! 비극적인 일이에요! 당신! 강화된 병력으로 더 많은 여자들을 희롱할 생각이죠!"

그리 리자드맨들을 싹 다 구속하니 아이린이 기겁을 하면서 내게 삿대질을 했다.

"아니 이거. 아이린 수녀님께서 눈치가 아주 좋으시군요?"

"뭐라구욧?!"

"흐흐흐, 바로 그 말대로 입니다. 이 병력을 이용해서 더 많은 여자들을 희롱해, 제 힘을 키울 생각이지요."

"세상에...!"

아예 머리를 부여잡는 아이린. 옆에 있던 라이자가 아이린 옆에 붙어서 뭐라뭐라 위로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레이카가 뇌까리듯 말했다.

"진짜 좆같이 웃네."

"아니 레이카 수녀님?"

"지랄 같은 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해."

"아."

그리곤 홱 하니 가버린다.

이런.

"후후후, 요즘 레이카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네."

"저걸 보고도?"

"부드러워진 거 아니야? 아무튼 마왕.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저 족장놈을 내 부하로 만들어야지."

족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것은 알아냈다. 그러니 족장만 복속시키면 부족을 정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샤란아! 족장 데려와라!"

"네! 마앙님!"

ㅡ스윽.

바로 샤란이가 구속된 족장을 질질 끌고 왔다.

"슈와아악..."

족장의 두 눈에 서린 감정은 체념이다.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패배했으니 당연하다.

그런 녀석에게 손을 뻗는다.

"마족지배술."

좀 오랜만에 쓰는 기술이다. 본디 어느 정도 강하거나 머리가 좀 좋은 몬스터들은 이 지배에 저항을 했지만, 지금의 나는 상당히 강해진 상태.

ㅡ고오오.

손에서 암흑의 화염이 불타올랐고, 그것을 응축시켜 족장의 심장쪽에 갖다 댄 순간.

"슈와악?!"

녀석이 발작하듯 몸을 튕기려고 했다.

"샤란아."

"샤아!"

하지만 내 보디가드 샤란이를 이길 수는 없다. 바로 샤란이가 짓누르자 족장이 다시 얌전해졌다. 그렇게 나는 녀석에게 지배술을 완전히 주입했고.

그것으로.

"슈, 슈와아악...!"

족장에게 내 지배술이 완전히 정착되었다!

"성공했군! 몬스터 족장급한테 성공했다! 오오오오오오!"

희열이 몰아친다! 족장급을 상대로 단 한방! 한방에 성공을 해버린 것이다! 확실히 내가 강해지긴 했구나!

그런데!

"슈, 슈와아악...! 이, 이건 뭐지."

"뭐?"

어?

"샤아?"

"어머?"

"케, 케륵?!"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부하들 전부.

"뜨거운 힘이... 슈와아악. 들어왔다."

"케르르르륵?! 뫄, 뫙님?!"

"어, 어?"

"이제 막 들어온 녀석한테 이런 것까지 해줌까?! 케르륵!"

다급해진 부릴이가 내 바짓단을 붙잡고 흔들었다!

당연히 낙하산 인사가 이런 혜택을 받으면 반발하는 것이 당연!

"아, 아니. 부릴아. 오해야. 나는 그냥 부하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당연히 이제 막 지배한 녀석에게 언어의 권능을 줄 리가...!"

"그, 그런검까? 케륵!"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야! 리자드맨 족장! 말해봐!"

"슈와아악... 너, 너는..."

"와! 진짜 말하네!"

이 새끼 진짜로 말하고 자빠졌다!

난 그런 거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샤아! 마앙님! 어떻게 된 거에여?!"

"리자드맨이 말했어?!"

샤란이와 세리뉴가 놀라 소리쳤다. 잽싸게 현상을 파악한다.

"설마."

이건... 그래. 그건가?

족장급은 강하다. 체내에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상태인데... 상당히 강한 마족이 된 나 김큘스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 역시 주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원래 강한 녀석에게 지배술을 주입한 탓에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얘들아! 지금은 추측뿐이니까 설명은 다음에 할게!"

지금 중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다!

이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

"리자드맨 족장!"

"슈와악, 날 부른 건가..."

"그래! 얘기 좀 하자!"

바로 족장을 끌고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 * *

"슈와아악. 모른다... 뜨거운 힘이 들어오더니, 슈왓슈왁. 너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슈라락. 다른 리자드맨들처럼."

심문을 해보니 일종의 내 지식에서 기반된, 그런 언어가 자연스럽게 주입이 된 모양이었다.

"그런가. 대충 알았다. 아무튼 족장. 니가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지?"

"슈왁슈왁. 우리는... 패배했다. 너희를 이길 수 없다."

"그래. 너흰 우릴 이길 수 없지."

"..."

그 말에 족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처분을 기다리는 태도.

"하지만 살려주지."

"슈, 슈왁? 살려준다...?"

"그래. 대신 내 부하가 되어라. 내 명령을 따르는 거다. 너랑 네 부족원들 전체가."

"슈와아악!"

화들짝 놀란 족장이 입을 쩌억 벌렸다.

아니 뭐 내가 신기한 말을 했나?

"살려주는 건가...!"

중얼거리는 족장.

"패배를 했는데 살려준다니! 고맙다! 슈라라락!"

"어, 어어?"

"네 명령을 따르겠다! 슈왁!"

이렇게 바로?

"이 녀석 판단이 너무 빠른데? 그렇게 말하는 의도는?"

"슈와아아악! 나보다 강한 존재! 살려준다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이 새끼 의외로 호쾌하네!

좋아!

마음에 들었다!

"그래! 앞으론 내 명령을 따라라! 그리고 네 이름은 앞으로 쥬라기다!"

"쥬라기이이이잇!!!"

족장이 포효했다!

식민지 하나 완성!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