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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47화 (147/544)

〈 147화 〉 리자드맨 놈들 # 10

* * *

"그럼 쥬라기. 첫 번째 명령이다. 부족원들을 수습해서 모아라."

"슈왁. 알았다."

쿨하게 대답한 쥬라기가 묶여있는 리자드맨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쥬라기에게 말을 덧붙였다.

"첫 번째 명령인 만큼 얼마나 잘하는지 확인할 것이다."

"슈, 슈와아악?! 알았다!"

그제서야 좀 다급해진 것인지 쥬라기가 헐레벌떡 뛰었다. 이 새끼 이거 자기보다 강한 존재라면 명령을 제법 잘 따르는 듯하다. 쉽게 말해서 위력에 의한 상명하복에 철저한 성격.

부하로선 괜찮은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ㅡ파파팟!

아무튼 뛰어간 쥬라기가 부족원들 사이에서 슈왁슈왁 말을 하자, 리자드맨들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고조되기 시작했다.

살려준다는 소식을 전해줬으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리라.

"케륵...!"

"끄륵."

아직 고블린들이랑 임프들은 리자드맨들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제 곧 괜찮다는 것을 알 것이다.

"부릴아. 임숭아. 이리 와라."

"케륵!"

"끄륵!"

바로 달려오는 녀석들.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저 녀석은 원래도 좀 힘이 있던 탓에 내 부하가 되자마자 말을 할 수가 있게 된 거다."

"그런검까? 케륵! 다행임다!"

"흐흐흐, 다행이냐?"

"케르륵! 그렇슴다! 뫙님이 저런 근본도 없는 놈들한테 벌써 축복을 하사한 줄 알고 상처가 될 뻔햇슴다! 케륵!"

"이런 솔직한 새끼!"

ㅡ벅벅!

"캐루룽."

바로 부릴이의 머리를 존나 쓰다듬어줬다. 원래 세상사가 다 그렇다. 근본 있는 부하들이 떡 하니 있는데 근본 없는 놈이 들어오자마자 큰 직위를 내리거나 하면 반발이 일어난다.

"끄륵! 모왕님! 쩌도 그렇게 생각했다!"

"케륵! 경어 붙인다! 임숭이!"

"끄르르륵! 생각했다임다! 아니라서 따행!!"

임숭이도 비슷하게 생각한 모양.

"야. 내가 좋은 거 주면 늬들 먼저 주지 딴 놈들한테 주겠냐?"

그리 말하면서 임숭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끄륵. 땅연함니다!"

내 마음은 잘 전해졌다.

"아무튼. 저놈 보니까 내 명령을 아주 잘 따르더라. 그러니 경계심은 좀 낮추고. 슬슬 정리나 좀 하자."

"케륵! 알씀다!"

그렇게 내 부하들이 전장정리를 시행했다.

"슈와악! 강한 존재! 부족원들 진정 다 시켰다!"

"강, 뭐?"

"슈왁?"

"아니. 아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고. 좋다. 그럼 리자드맨들의 속박을 풀어줘라."

"슈와아악! 알았다!"

바로 구속을 풀어주는 쥬라기.

"슈와아악."

"슈왁."

"쥬라라락."

구속에서 풀려난 리자드맨들이 얌전하게 섰다. 조금 겁을 먹긴 했지만 도망을 치려고 한다던가, 폭력적인 기운을 발하진 않는다.

ㅡ처억.

내가 그들 앞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족장 하나를 제압한 것으로, 리자드맨 부족 전체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이제 이들은 날 위해서 목숨까지 내던질 전사들이 될 것이다. 더 위험한 작전에 투입을 할 생각이다. 내 마왕성 식구들을 대신해서.

"..."

그것을 생각하니... 아니.

아니다.

"쥬라기. 내게 복종하라는 말을 전해라."

"슈왁! 알았다! 슈라라라락!"

ㅡ날름날름!

바로 쥬라기가 혀를 날름거리며 소리치자, 리자드맨들이 무릎을 꿇었다. 포식자가 되니 알 수 있었다. 피식자들이 내게 굴복했음을.

"쥬라기. 부족원들 시체는 어쩔 생각이지?"

"슈왁. 물에 흘려보낸다."

"그럼 그렇게 해라. 그런데."

"슈왁?"

"우리가 부족원들을 죽인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슈와아악. 강한존재. 너희들은 강했다. 그래서 우리 죽었다. 슈와악.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극히 쿨한 사고방식이로군.

"패자는 죽는 게 당연하다. 슈왁. 하지만 우린 살았다. 그러니 고맙다. 슈라라락."

쥬라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리 말했다.

"좋다. 그거면 됐다. 내가 너희를 살려준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날 따르면 돼."

"슈왁슈왁."

그럼 쥬라기랑 이야기 좀 하고 떠나보도록 하자.

* * *

쥬라기에게 말한 것은 간단하다.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할 것. 마침 우리 집 근처에는 루미카가 쓰던 호수가 있다. 리자드맨들은 물속에서도 나름 잘 지내는 듯하니 괜찮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사를 하고... 슈왁. 매일매일 전령을 보낸다?"

"그래. 그리고 내가 오라고 하면 다 오는 거지."

"어렵지만... 알았다. 슈왁."

"너희들은 우리와 함께 다른 종족과 싸우게 될 것이다."

"슈왁!"

"물론 전부 이길 거고."

"슈왁. 그렇다면 상관없다. 너는 강한존재다. 강하면 이긴다."

원래 전사들은 자기를 이긴 상대의 무력을 과장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족장은 날 엄청 강한 존재로 인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슈왁. 왜 싸우나?"

"왜냐하면."

간단하지.

"나는 더 많은 종족들을 굴복시켜서, 이 땅을 지배할 생각이니까."

"슈, 슈와아아아악?!"

그 말에 쥬라기가 경악했다.

"왜 놀라?"

"이 땅을 지배한다니! 슈와아악! 난 늪 하나만을 지배했을 뿐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나! 슈라라라라락!"

ㅡ사라라락!

어찌나 놀랐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쥬라기가 혀를 씨발 무슨 리본 막대 돌리는 것처럼 존나게 돌리면서 포효했다.

"그건 바로 내가 강한 존재이기 때문이지."

"놀랍다!!! 슈라라랑!!!"

진짜 존나 놀라네.

"아무튼 대충 그렇게 알고. 내가 따로 명령하기 전까진 평소처럼 지내라. 아. 이사 갈 준비는 하고."

"슈라락! 알겠다!"

돌아가면서 루미카네 옛날 집에 정착시킨다면, 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자, 그럼! 이 마왕이 중대 발표를 하겠다! 모두 박수!"

"염병 떨지 말고 빨리 이야기나 해."

"어허! 루미카! 샤란아! 저 건방진 레이카 좀 응징해!"

"샤아!"

"뭣!"

내 명령에 바로 루미카와 샤란이가 레이카를 제압하고 달라붙어 유방과 허벅지를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아, 아 뭐하냐고! 아 씨발! 거, 거기 만지지마아앗!"

"세상에!!! 레이카가 저렇게나 무력하게 당하다니!!! "

시끄럽게 구는 수녀들을 제외하니 남은 게 바네사 말고 없다.

"리자드맨들을... 잘 정복한 모양이군. 다른 건 몰라도 군사적인 재능은 있는 모양이지?"

딱히 군사적인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내게 특수능력이 있을 뿐이다.

"뭐 그럴지도요. 아무튼 바네사님. 족장을 공격한 건 아주 잘하셨습니다. 다음에 포상을 드리지요."

"포, 포상?!"

그 말에 바네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왜 놀라십니까?"

"네놈! 포상을 빙자한 성고문을 할 생각이지 않나!"

"그럼 키스라도 해드립니까?"

"키스?!"

ㅡ화악!

바로 바네사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으, 으으응...!"

시뻘게진 얼굴.

"아니면 옆에서 하룻밤같이 자드리지요."

"하악?!"

왤케 놀라?

"누, 누가 그런 걸 바랬다고! 헛소리하지 마라!"

"싫음 말고요."

"아, 아니 그게!"

"흐흐흐."

완전히 조교 된 바네사는 겉으로는 틱틱대지만 속으로는 성적인 쾌락을 아주 크게 갈망하고 있다. 음문과 뿔이 새겨진 것은 그런 의미다. 여자는 저항을 할 수가 없지.

"당신! 또 그런 사악한 짓을! 그런 짓을 하고 싶다면 바네사님이 아니라 제게 하세요!"

"뭐랏?"

"바네사님! 안심하세요! 제가 대신 희생할 테니...!"

"아이린님은 한 거 없어서 기각입니다."

"그런!!!"

아주 크게 아쉬워하는 아이린.

"아무튼. 이제 리자드맨들은 제 휘하에 들어와서 병사의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우리 마왕성의 전력이 증가된 것이지요. 루미카."

"으응?"

내가 부르자 레이카의 허벅지를 간지럽히고 있던 루미카가 대답했다.

"리자드맨들은 너가 옛날에 살던 곳으로 이주시킬 거야."

"리자드맨들이?"

"싫은 거 아니지?"

"싫다니?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런 건."

그럼 문제없고.

"좋아.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 하룻밤 자고 나서 귀환하자!"

"샤아!"

"이거 좀 풀라고 하라고오오옷! 꺄아아아아앙!"

레이카가 귀엽게 울었지만 봐주진 않는다. 나는 샤란이에게 눈짓을 해서 더욱 험하게 가슴을 문지르라고 명령했다.

* * *

그렇게 일을 마치고 적당히 잠자리를 만들었다. 리자드맨들 서식자랑 조금 떨어진 곳에다가. 아무리 그래도 늪 근처에선 잘 수가 없단 말이지.

"돌아가면 우리랑 놀아주기로 한 거, 까먹으면 안 돼?"

잠자리를 만드는 내내 세리뉴가 그리 닦달을 했다. 던전을 벗어난 탓에 성욕을 해결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몸이 많이 달아오른 모양이다.

"알았어. 걱정 마라. 내가 그런 걸로 구라를 치겠냐?"

"구라 안쳐!"

"그치?"

쉽게 납득하는 세리뉴.

그리 잘 곳을 만들었고, 나는 불침번을 배분한 뒤에 샤란이랑 루미카를 옆에 끼고 자리에 누웠다.

"마앙님 잘 주무세여."

"마왕 잘자."

좀 피곤한 탓에 눈이 금방 감긴다.

"어. 너희들도..."

수마가 몰려든다.

바로 눈을 감고 마음을 편히 한 순간.

ㅡ...!

순간 무슨 꿈 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면서!

"어어?!"

나는 꿈에서 튕겨 나가듯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허어... 허어...!"

그것도 상체를 벌떡 일으킨 채 숨을 격하게 내쉬고 있는 상태다. 뭐지? 내가 방금 잠들었나? 얼마나 잔 거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ㅡ새근새근.

다들 옆에서 잘 자고 있다. 아무래도 이거 순식간에 잠들었다가 악몽 때문에 깨어난 것 같은데... 돌연.

ㅡ두근두근.

불길한 감정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꿈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씨팔. 이게 뭔 꿈이야?"

아주 불길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악몽을 더듬어 보았다.

"..."

뭔가 찬란하고 밝은 빛이 날 감싸는 꿈이었는데,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몸이 타들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그것 때문에 씨발 존나 놀라서 깨어났다.

"후우..."

아무튼 마음을 진징시키고 다시 자려고 하니.

"샤아...?"

나땜에 깬 것인지 샤란이가 상체를 일으켰다.

"마앙님...? 깼어여?"

"어. 그게..."

"악몽이에여?"

"아니... 악몽인가. 이거."

"무슨 악몽이여?"

눈치가 좋군.

"그게 말이다. 갑자기 뭔 강렬한 빛이 날 감싸가지고."

"강렬한 빛?"

"어. 엄청난 빛이었어."

거기까지 말을 하니.

"빛이라? 흐응."

누워있던 루미카가 그리 말했다.

얘도 깼구나.

"어. 무슨 빛이었어."

"마왕. 옛날에 그런 일 있지 않았어?"

"무슨?"

"방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이 화악 밝아지는..."

"아! 맞다! 왠지 그거랑 비슷한 느낌!"

그때 그런 적이 있었다! 한밤중인데 갑자기 던전 바깥에서 강렬한 빛이 몰아쳤다!

그리고 뭐 빛의 기둥 같은 걸 본 것 같은데... 딱 그걸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확실하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느낌'은 그때의 그것과 동일해!

"음?"

잠깐만.

그러고 보면... 그게 이쪽 방향이었던가?

ㅡ스윽.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왕?"

"마앙님?"

그리고 임시 천막을 나가서 그때 그 빛기둥이 나타났던 방향 쪽을 응시했다. 대체 뭐냐? 이 불길한 느낌은? 본능인가? 마족이 된 뒤로 나는 본능적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종종 느껴왔지.

그렇다면 이건 무슨 본능적인 위협이라는 소리냐?

"케륵? 케륵케륵!"

"샤아! 마앙님! 어디가여!"

숲쪽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불침번을 서고 있던 고블린과 샤란이가 와서 내 몸을 붙잡았다... 아니. 내가 무슨 짓을.

"뭐지 시발."

"마앙님 조금 이상해여."

"그러게. 지금 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샤란아. 나 못 움직이게 좀 묶어줘. 그리고 좀 재워주라."

"샤아... 네 마앙님."

샤란이가 식물로 날 감쌌다. 그리고 자리로 데려갔다.

"..."

방금 숲에 발을 내딛은 순간.

뭔가 꺼림칙한 것이 느껴졌다.

"이건 뭔가 있어."

빛의 기둥.

지금와서 그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조사를 해봐야 되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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