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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60화 (160/544)

〈 160화 〉 충돌! # 2

* * *

ㅡ짜악!

레이카의 싸대기가 작렬한 순간.

"꺄악!"

리리엘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굴렀다.

천사는 강한 존재, 당연히 레이카도 알고 있다. 신의 뜻을 행하는 사자들이 약해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원래라면 수녀인 자신은 천사에게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에겐 신성력이나 천사의 힘 따위는 없다. 그저 마력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따라서 천사는 지금. 수녀인 레이카 자신보다 약해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 년이 사람들한테 자꾸 창년이니 열등종이니 지랄을 해!!!"

"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뺨따구가 존나 얼얼하다!

손이 상상 이상으로 맵다! 리리엘은 통증 때문에 좆됐음을 더욱더 선명하게 직감했지만, 대천당의 장교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에잇!"

그래서 저항을 하기로 했다.

마족이 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인간 따위한테 맞으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대천당의 천사들은 설령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해도 투지를 잃지 않는 법이다!

ㅡ쐐애액!

땅을 박차고 일어난 리리엘이 레이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어?! 이 새끼가 진짜 오냐오냐하니까!"

하지만.

ㅡ뻐억!

"게흑?!"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먹을 간단하게 피해버린 수녀가 손목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당기면서 안면에 박치기를 처박은 것이다!

"크하악...! 으윽!"

천사의 힘. 엔젤릭 파워가 전부 사라진 지금, 통증에 대한 내성과 방어력이 크게 감소한 상태였다. 박치기를 정통으로 맞은 리리엘이 안면을 부여잡으면서 주저앉았다.

ㅡ줄줄줄.

코피가 줄줄 흘러넘친다. 얼굴이 얼얼해지는 고통. 이런 걸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너 같은 년은 좀 맞아야 돼!"

"아아악!"

그렇게 레이카는 주저앉은 천사를 두드러 패면서 분노를 쏟아냈다. 손바닥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의 반복.

레이카는 격투에 자신이 있다. 비록 마족에게 다구리를 당해 패배한 전력이 있지만, 일대일로 싸우면 결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단 말이다.

"이, 이 열등종놈이!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런 행패를 부리는 거냐! 대천당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도 널 가만 안 둬, 이 썅년아!"

ㅡ퍼버벅!

"어디서! 누구보고! 열등종이래! 이제 같은 마족이면서!"

"꺄아아아악! 이 창년이! 그만! 그만 때리란 말이다!"

"어어?! 창년? 이 씨발년 지금 창년이라고 했어!"

웅크린 리리엘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 악을 써대며 욕지거리를 뱉어낸다. 물론 그러한 태도는 더욱 큰 폭력을 부를 뿐이다.

"닌 뒤졌다!"

레이카는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대며 리리엘을 공격했다.

천사? 설령 진짜로 여신님의 사자라고 해도 상관없다. 비록 마족으로 타락한 몸이긴 하지만 천사의 저런 태도는 교리속에서 보던 천사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교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저 천사가 잘못된 것이다. 신의 사자라는 권위를 등에 업은 탓에 오만해졌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천사가 오만해졌다면, 본디 수녀였던 자신이 교육을 해주는 것이 올바르다. 타락한 몸이라도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다.

신이나 천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레이카는 그리 믿었고, 주저없이 리리엘을 두드러 팼다.

"꺼헉...!"

숨도 못 쉴 정도로.

그렇게 한참 동안 두들겨 팬 탓일까.

"잘못했습니다! 흐윽! 잘못했어요! 더는 때리지 마세요! 흐으윽!"

천사가 드디어 바른말을 하기 시작했다.

ㅡ꽈악.

레이카는 엉망진창이 된 리리엘의 머리칼을 잡아 들면서 말했다.

"잘못했어?"

"크흑...! 자, 잘못했습니다!"

"그래. 알았으면 됐다."

마음 같아서는 더 갈구고 싶지만 어차피 같이 지내야 할 식구다. 좋든 싫든 이제 이 천사도 자신들과 함께 마왕에게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봐주는 것이 좋겠지.

"너도 이미 알겠지만... 넌 이제 천사가 아니라 마족이다. 천계로는 돌아갈 수가 없어. 다른 천사들이 봐도 널 죽이려고 할 테고."

"큭...! 끄흑! 흐으윽! 흐아아앙!"

결국 리리엘이 울음을 터트렸다.

"...담배피고 싶네."

레이카는 그 옆에 앉아서 리리엘의 등을 두들겨 줬다. 방금전까지 줘패긴 했지만 처지가 안타깝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으니까. 명색이 수녀다. 상처받은 여자가 있다면 위로를 해줘야겠지.

ㅡ끼익.

곧 나갔던 여성들이 다시 들어왔다.

"헉...!"

"이럴 수가...!"

"세상에!"

깜짝 놀라는 수녀들과 여기사.

ㅡ찌릿.

레이카가 한번 시선을 보내주자 기겁한 아이린이 소리쳤다.

"그, 그럼 오늘은 다 같이 흑마법 수련을 좀 해볼까요?! 솔직히 수녀인 저희들이 흑마법을 수련해야 한다는 게 화나긴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 그게 좋겠군... 아, 아니면 검술 수련을 해도..."

"네! 다 좋네요!"

그런 식으로, 여성 내무반의 분위기가 잡혔다. 시간이 좀 흐르자 훌쩍거리던 리리엘도 조용해졌다.

"다 울었니?"

"..."

레이카의 다정한 물음에 리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하 가서 물 좀 떠오렴. 목마르니까."

"아, 알겠습니다..."

이 굴욕은 잊지 않을 것이다.

* * *

더 많은 실험을 행한 결과.

"오오...!"

검에도, 갑옷에도 전부 마력이 주입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력을 머금은 무구가 시꺼멓게 변한 것이다! 본디 은빛 비슷한 철색이었던 철제 장비들이 전부 다크 간지를 내뿜게 되었다!

"그럼 패쎤쑈 한번 해야지!"

마침 실험하는데 쓴 물품이 다 바네사의 여기사 장비였다. 건틀렛부터 시작해서 그리브. 그리고 비키니 아머까지.

큘스 마왕군 첫 여기사, 바네사는 과연 이 다크간지를 소화할 수 있을까?

"바네사님! 제 방으로 오세요! 빨리!"

ㅡ쾅쾅쾅!

바로 여성 내무반 문을 난폭하게 두들겨 바네사를 불렀다. 이거 통신장치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흑마법으로 어떻게 안 될라나?

아무튼 문을 두들기고 대답도 듣지 않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있으니.

ㅡ끼익.

"대체 무슨 일이길레 그렇게 다급하게 부른 것인가!"

평상복 차림의 바네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네사님. 진정하시고. 밑에 이거 보이십니까?"

"뭐라? 이 흑빛 무구들은... 아닛! 전부 내 장비잖나!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자기 장비를 소중하게 여기는 기사답게 바로 무릎을 꿇은 바네사가 장비들을 어루만지면서 소리쳤다.

"전부 제 흑마법으로 강화를 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강화라니 내 무구를 사악하게 만들 작정인가!"

"아 진짜 보지 존나 찔러버리기 전에 빨리하세요, 진짜."

"뭐랏?!"

그 말에 깜짝 놀란 바네사가 장비들을 확인했다.

"이, 이건? 확실히 조금 더 좋아진 것 같군."

"역시 그렇지요?"

기사의 안목이 더 확실하다. 바네사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저 철제 장비들이 강화가 된 것은 사실인 것이다.

"그럼 바네사님. 전부 입어 주시겠습니까?"

"이, 이것들을 네놈 앞에서 입으라고?"

"싫으면 말고요."

"크읏...! 알겠다. 입도록 하지."

"제 앞에서 옷 전부 다 벗으시고. 다 착용하시길."

"여전히도 치욕적이고 변태적인 명령이로군."

ㅡ훌렁.

바로 바네사가 평상복을 벗었다. 그녀가 알몸이 됨에 따라 여기사의 섹시한 몸매가 전부 다 드러났다.

탄력적인 젖가슴과... 여성적인 골반. 참 마음에 드는 몸매다. 바네사는 내게 알몸을 전부 드러낸 채로 장비를 전부 착용했고, 마지막으로 검까지 들었다.

"...다 입었다."

"오오!!!"

이건!

"이거 괜찮은데!!!"

"큿! 그런 식으로 감탄하지 마라!"

"아뇨! 진짜 감탄이 나오는데요!"

저렇게 야한 몸을 지닌 여기사가 시꺼먼 비키니 아머와 기타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상태다! 흥분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진짜 너무 마음에 듭니다, 바네사님! 정말 예뻐요! 이렇게 섹시할 수가!"

"뭐엇?!"

그리 칭찬을 해주자 바네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과연 우리 마왕성 최초의 여기사! 너무 예쁘군요!"

"시, 시끄럽다!"

빽 소리는 쳤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음문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칭찬해주니 기분이 급속도로 좋아진 것이다.

와, 근데.

진짜 아무리 봐도 좋다.

흑발이라 그런지 다크간지가 아주 잘 어울려. 앞으로 이런 흑색이나 보라색 계통으로 장비를 통일해 볼까? 그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바네사님. 부탁이 있는데요."

"무슨 부탁이지?"

"딱 그 상태로 스쿼트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스쿼트? 그것을 하체를 단련하는 운동이 아닌가."

"어서요."

"뭐... 알겠다."

실로 자연스럽게. 검을 내려놓은 바네사가 양손으로 뒤통수를 짚었다. 그리고 다리를 어깨 넓이보다 조금 더 벌린 뒤에.

ㅡ스윽.

그대로 스쿼트를 실행한다.

"오...!"

탄력적이고 영성적인 몸매를 지닌 여기사가, 내 앞에서 저런 차림으로 스쿼트를 하고 있다.

"어, 어어?!"

이제야 깨달았나?

"네, 네놈! 무슨 치욕적인 짓을 시킨 것이냐!!!"

바네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그렇다. 스쿼트는 하체를 단련하는 운동이지만, 어떤 차림새로 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여자가 저렇게 야하게 입고 스쿼트를 한다면... 그건 그냥 음란물이다.

"왜 그러십니까? 바네사님이 해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운동일 뿐이라고요, 운동."

"닥쳐라!"

"계속하세요."

"큿! 여기사인 내가 이렇게 굴욕적인 스쿼트를 하게 되다니...!"

ㅡ출렁출렁.

바네사는 그리 말하면서도 젖을 출렁여대며 스쿼트를 해줬다.

주인 말을 참 잘 듣는 여기사라니까.

* * *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좋다! 큘스 마왕성의 제군들! 잘 들어라!"

나는 내 병사들을 모아두고 소리쳤다!

"이제 곧 인간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니 아주 조심하고, 또 조심을 해야 한다! 놈들이 우리를 찾기 전에 우리가 놈들을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알겠나!"

ㅡ케르으으으윽!

ㅡ끄르으윽!

ㅡ규사사사사삿!

터져 나오는 함성!

"그럼, 수색 개시다!"

"케르르륵!"

아직 갑옷까지 만들진 못했지만, 들고 있는 무기들은 대충 다 강화를 해줬다. 바네사의 예측대로라면 곧 인간 수색대가 숲에 들어올 터!

먼저 찾고 먼저 격멸해야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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