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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63화 (163/544)

〈 163화 〉 충돌! # 5

* * *

녀석들은 나와 샤란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도청을 한 결과, 놈들이 수색을 조금 더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시간제한이 있는 모양이다.

수색을 조금만 더 하고 일단 철수를 해야 한다는 것 같은데, 나머지 자세한 사항은 마법사를 포로로 삼은 다음에 알아보면 될 것이다. 어차피 뭐 일정 시간 내로 안 오면 뒤진 걸로 알겠다, 그런 이유겠지.

"샤란아. 후퇴."

"샤아."

바로 놈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일단 놈들을 우리 던전 쪽으로 유인해야 한다. 야전에서 싸우는 건... 불리하다.

전문 수색꾼이자 도주의 귀재라고 했으니 행여나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일단 숲이 내 나와바리긴 한데, 도망치는 수색꾼들을 추격하는 건 파이널 플랜으로 잡도록 하자. 뭐가 됐든 안정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니까. 구태여 수색꾼들의 도주 능력을 시험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유인을 할까?

픽시들을 보내?

요정은 희귀한 존재다. 픽시를 본다면 조사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아니. 아니다. 요정들이 위험한 존재라는 건 인간들도 알고 있다. 픽시를 보자마자 돌아갈 가능성도 있겠지.

"홉고블린."

그래. 홉고블린 특공조를 편성해서 유인해보자.

내 고블린들은 지금 덩치가 너무 커져서 고블린답지가 않다. 내가 만약 수색대인데 그런 요상한 고블린들을 본다?

경계심이 생긴다. 아마 바로 도망치고 보고를 올리겠지. 증거용으로 한 마리만 잡아두자고 생각하면서.

근데 홉고블린이라면 딱히 경계를 하지 않을 터다. 적당히 한번 굴이나 조사해보자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홉고블린 유인조를 편성해서 한 번 유인해보도록 하자. 인간들이 홉고블린을 심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실패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픽시들 철수. 지금부터 던전으로 돌아간다. 샤란이는 가면서 흔적 안 남게 조심해주고."

"네 마앙님."

비로 던전으로 돌아갔다.

* * *

돌아온 뒤에는 곧바로 홉고블린 유인조를 편성했다.

족장 혹부리를 포함 세 마리다.

"너희들의 임무는 픽시들의 안내를 받고 인간들을 찾는 것이다. 찾은 뒤에는 곧바로 인기척을 낸 뒤에 던전까지 도망을 치면 된다."

"그락... 도망만 치면 된다?"

"그래. 인간들을 유인하는 거니까. 근데 중간에 잡히거나 죽으면 곤란해. 잘 튀어야 된다."

"그락. 알겠다."

혹부리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시켰으니 하겠다는 느낌이다. 직접 싸우라는 것도 아니고 도망만 치면 된다고 하니 할만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렇게 출전을 시키려 하니.

"케륵. 뫙님. 미덥지가 않슴다. 저도 가도 됨까?"

부릴이가 말했다.

"인간들이 부릴이 너 보면 많이 경계할 거 같은데."

"그렇슴까? 그럼 뒤에 있거나 하겠슴다. 홉고블린 놈들 분명 실패할검다. 케륵. 제가 봐줘야 함다."

"흠."

부릴이는 홉고블린들의 지능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았다. 부릴이를 보낸다? 이거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엄밀히 말해서 부릴이는 '변종 고블린'이라고 할 수 있다. 철수 껀덕지를 주면 안된단 말이다.

그래도 부릴이라면.

"야. 괜찮겠냐? 부릴이 니는 인간들한테 절대 들키면 안 돼."

"케륵! 저만 믿으시면 됨다! 제가 누굼까, 뫙님! 부릴이 아님까!"

ㅡ불끈!

주먹을 꽉 쥔 부릴이가 그것을 내게 내밀면서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부릴이 너 이 색히. 공을 세우고 싶은 거냐?"

"케륵! 그렇슴다!"

"크흐흐! 그래! 그럼 니가 홉고블린들 좀 잘 지도해줘라! 혹부리! 부릴이 지휘 따라서 움직인다! 알겠나!"

"그락. 알겠다."

어차피 팔랑크스들은 숙련이 된 상태라서 부릴이가 없어도 운용할 수 있다. 그럼 보내 보도록 하자. 나는 바로 픽시들에게도 지시했다.

"세리뉴. 은밀하게 정찰하면서 애들한테 인간 위치 좀 알려줘. 절대 들키면 안 되는 거 명심하고."

"알았어. 몇 번이나 한 일이니까 걱정 마. 그럼 이번 정찰조는 나랑 픽시랑 부릴이랑 홉고블린이야?"

"어."

"갔다 올게!"

세리뉴가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그럼 출전! 인간들을 던전으로 유인해라!"

"케륵!"

ㅡ척척척.

그렇게 유인조가 던전을 나섰다.

"쥬라기!"

그리고 바로 쥬가리를 불러 다음 명령을 지시했다.

"슈왁! 불렀나!"

"잔여 홉고블린들을 끌고 지하 통로로 들어가라! 끝까지 가서 대기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소리치면 바로 던전 안으로 돌진해와서 인간들을 공격하면 된다! 우리가 정면을 맡을 테니 니가 후방을 맡으면 돼!"

"신호하면... 던전 안에 들어온 인간을 공격한다! 슈라라락!"

"어. 바로 그거야. 알아들었지?"

"슈왁! 물론이다!"

"그럼 가라!"

"슈왁!"

바로 쥬라기가 부하들을 이끌고 던전의 지하 통로로 들어갔다. 이젠 저번처럼 임프들을 매복시킬 필요가 없다.

규일이와 코볼트 아이들이 만든 베트콩 지하 통로가 완공되었으니까. 던전 안에 있는 지하 통로로 내려가면, 던전 바깥에 있는 출구로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인간들이 던전으로 들어온 순간 신호를 보내면 통로 안에 숨어있던 몬스터들이 나와 던전으로 돌진, 인간들을 쌈싸먹을 수 있게 된다.

"처음 사용하는 전술이지만."

해봐야 느는 거다.

그리고 존나 완벽하잖아?

"전원! 전투준비!"

아, 던전 앞에 홉고블린 발자국 좀 만들어둘까?

* * *

그리고.

세리뉴가 귀환했다.

"야! 빨리! 오고 있어!"

다급한 얼굴.

"세리뉴. 빨리 제대로 보고."

"아, 응! 그게! 일단 픽시들이랑 부릴이는 밖에 숨었고! 홉고블린들은 던전으로 오고 있어! 인간들은 천천히 따라오는 것 같아!"

천천히?

아, 어차피 수색꾼들이니 급하게 갈 필요 없다는 건가? 알아서 도망치게 냅두고 쫓아갈 생각인가 보다.

"태평하군."

픽시들이야 날아서 무성한 나무 속에 숨으면 찾을 수 없고, 제일 똑똑한 부릴이는 알아서 잘 숨었지 싶다.

"그럼 세리뉴. 부대로 돌아가서 픽시들 지휘할 준비 해. 인간들 들어오면 삼단 사격 먹여줄 거니까."

"응!"

바로 세리뉴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마왕을 지키면 되려나?"

"그렇게 해줘."

샤란이랑 루미카. 그리고 나머지 친위대원들은 날 지키면 된다. 아무튼. 그 상태로 대기를 하고 있으니.

"그락! 그라락!"

"그라라락!"

사색이 된 홉고블린들이 존나게 뛰어 들어왔다.

"야! 혹부리! 정신 차리고 보고해!"

"그락?! 보, 보고?!"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하라고!"

"그락! 인간들 쫓아온다!"

"됐어 그럼. 좀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말하면 지하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쭉 나아가라. 그리고 애들 만나면 바로 던전으로 돌진하라고 말해주고."

"아, 알겠다 그락!"

바로 홉고블린들이 주저앉아서 숨을 돌렸다. 이제 인간들이 던전에 들어오기만 하면 완벽하다. 이번엔 뭐 따로 함정 같은 걸 만들지 않았다.

화력투사하고 앞뒤로 쌈싸먹을 생각이니까.

지금부터는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고.

"아."

몇십 분이 지난 순간.

ㅡ처억.

내 던전 앞에 인간들이 당도했음을 느끼게 되었다.

* * *

"뭐지? 이 토굴은?"

도망치던 홉고블린들을 추격하자 이상한 토굴이 나타났다.

"으음?"

"대체 이건?"

그에 따라 수색꾼들이 토굴 앞에 멈춰 섰다. 아주 이상한 토굴이다. 몬스터들이 파헤치거나 자연적으로 생긴 토굴과는 다른 형태.

"무, 무슨 일인 거죠?"

소심한 마법사의 물음에 덩치가 대답한다.

"아, 이상한 토굴이 나와서 말이오."

"이상하다고요...?"

"그렇소. 이런 형태의 토굴은 처음이오. 무슨 나무뿌리가 벽과 천장을 뒤덮고 있는데... 대체 이게 뭔지."

"아아."

마법사가 설명에 관심을 보이자 덩치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쯧."

수색꾼, 마른은 그 광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젊고 예쁜 마법사라고 다들 노리고 있는 상태다. 소심한 성격에 뭔가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것 같아 잘만하면 침대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여자였으니까.

당연히 빼앗기고 싶진 않다.

마른은 바로 입을 열었다.

"수상하긴 한데, 일단 흔적을 보면 확실하긴 해. 앞에 발자국들 봐라. 전부 홉고블린 놈들이다."

흔적을 보니 확실하다. 이곳엔 홉고블린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따로 강한 몬스터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안에 들어가서 한번 보자고. 어차피 홉고블린들이라 문제없으니까."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조사 좀 해보고 들어가는 게."

"어차피 시간도 없잖아? 이것만 슥 보고 딴 곳 좀 둘러본 뒤에 가면 될 것 같은데."

무슨 토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홉고블린들이 사용하고 있다. 한번 보는 정도라면 문제없을 것이다. 수색꾼인 마른은 그렇게 판단했다.

"위,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때 소심한 마법사가 우물쭈물 그리 말했다.

"후."

리더로서 지시를 딱 해줬는데 저런 말이라니. 아무튼 소심한 주제에 젖은 참 크단 말이지. 마른은 속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홉고블린들이 살고 있는 상태니까요. 놈들은 그다지 위험한 놈들이 아닙니다. 원거리 공격도 못하는 데다가 인간보다 키도 작지요. 안에 몇 마리가 있든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그 말에 살짝 안심했다는 듯이 마법사의 안색이 나아졌다.

"..."

어떻게 해서든 침대로 끌어들이고 싶다. 저 음탕한 젖을 꽉 잡아 쥐고 터트릴 듯 주물러대면서 밤새도록 박아대고 싶을 정도다. 보통의 도도한 마법사년들이랑 다른 타입이라서, 가능성이 보인다.

"그럼 출발하죠."

아무튼 리더로서의 어필은 충분히 했다. 마른은 랜턴을 킬 것을 지시한 뒤에, 자연스럽게 진형을 이루고 진입을 명령했다.

"루비님은 후방지원만 해주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ㅡ저벅저벅.

수색꾼들이 토굴에 진입했다.

"침착하게. 홉고블린은 별볼일 없는 상대요."

"근데 그것보단 이 나무뿌리가 아주 특이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토굴 벽이랑 천장을 뒤덮은 건지 의문이에요."

"나도 그리 생각하오."

수색꾼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이동한다.

딱히 긴장을 하지는 않은 상태.

"..."

마른 역시 긴장은 하지 않았다. 홉고블린은 별거 아닌 상대니까. 아무튼. 걷고 있으니 제법 긴 복도였다.

놈들이 언제쯤 나올까 생각한 그 순간.

ㅡ멈칫.

"잠깐. 정지."

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어?"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홉고블린들인가? 그렇다면 저 방패와 창 같은 것들은 뭐지?

ㅡ부우웅.

들려오는 날개짓소리.

날고 있다?

그런 생각은 아주 짧았고.

순간.

"@##@#%!!!"

"@#%#@%!!"

"@##@%!!!"

ㅡ쐐애애액!!

사나운 외침 소리와 함께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마법의 칼날. ㅡ퓨슛! 볼이 화끈해졌다. 당연히 피가 흘러내릴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진형! 진형을 유지하시오!"

무언가 잘못됐다고.

수색꾼들은 생각했다.

"모두 후퇴!!!"

마른이 소리친 순간.

ㅡ쿠웅.

옆에 서 있던 수색꾼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끄하아악...!"

얼굴을 부여잡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그 손 사이에서 피가 흘러넘친다. 방금의 마법, 그것이 안면에 적중한 것이다...!

"꺄아아악!"

마법사가 소리쳤다. 쓰러진 녀석은 어쩔 수 없다. 재빠른 판단.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는 건 홉고블린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당장 가서 영주에게 알려야 한다. 마른은 그리 생각하면서 몸을 돌려 땅을 박찼다.

그런데.

"어?"

어째서인지.

"슈와아아아아아악!"

"그라아아악! 그라아아악!"

ㅡ투두두두두두!

광분한 리자드맨들과 홉고블린들이, 던전 복도를 빼곡하게 매운 채 돌진을 해오고 있었다.

"입구가 막혔어...?"

저건 못 막는다!

"제길!"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케륵! 케르르륵!"

"케르륵!"

던전 안쪽에 있던 방패와 창을 든 고블린들이.

"대, 대체 뭐냐고!"

ㅡ척척척.

마치 군대처럼 진형을 이룬 채 발을 맞춰서 전진을 해온다.

"이건 대체 뭐냐고!!"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저것들은 다 무엇이고, 몬스터들이 연합을 한 이유는 대체 뭐지?

"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빠, 빨리! 검을 드시오! 어떻게든 퇴로를 만들어야, 크흑?!"

덩치 큰 수색꾼의 말대로 칼을 쥐고 자세를 잡았지만 이미 앞뒤로 포위를 당한 상태였다.

"이런 개새끼들이이이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들에게 마치 군대처럼 무장한 고블린들의 창날이 날아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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