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 충돌! # 11
* * *
병사들이 발견한 장비들을 늘어놓았고, 그것을 확인한 부사관이 다급하게 달려갔다.
ㅡ척척척.
그리곤 기사처럼 보이는 자가 부하들을 이끌고 우루루 다가온다.
"이건...!"
딱 봐도 다들 심각한 느낌이다. 이제 대화를 제대로 들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낮아져서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런 시발. 이블아이 이 새끼 청력 좀 강화하고 싶은데 말이다. 할 수 있다면 이쪽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귀를 더 기울였지만, 딱히 들리지 않는다. 심각한 만큼 목소리가 착 가라앉은 것이 분명하다.
표정도 안 좋아 보이는 상태.
"..."
아무튼 목소리가 낮아짐에 따라 도청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안도를 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내가 뿌린 템들을 보고 아주 심각해 하고 있는 상태지 않은가.
오크들이 숲에 들어간 사람들을 살해했다... 라는 추측을 하고 있기에 침울해진 것이겠지.
내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오크는 나름대로 위험한 종족이라 나타날 때마다 토벌을 한다고 했다. 오크가 나타났기에 실종자들이 발생했다. 보니까 부족도 제법 큰 편이었다. 거기서 희생자들의 장비 역시 발견되었다.
아무리 봐도 오크의 소행인 것이다.
"좋아."
그러고 있으니.
ㅡ스멀스멀.
시야가 흐려진다.
이블아이의 소환시간이 다 된 것이다. 중요한 타이밍인데 시간이 다 되고 말았군.
"후우."
"마앙님! 어떻게 됐어여?!"
샤란이가 다급하게 묻길래 바로 머리에 손을 얹으면서 대답을 해줬다.
"일단 인간들이 우리 선물을 찾았어. 그거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럼 이제 인간들이 오크 짓이라고 생각한다에여?"
"어. 그렇게 되겠지. 그렇게만 되면 우리는 더 안전하게 살 수 있어."
다른 의심 같은 걸 하긴 하겠지만, 뭔가 다른 물증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사건은 이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지들이 뭘 어쩌겠는가?
오크가 떡 하니 나타났는데.
사건은 이걸로 결론 내고 앞으로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좀 더 주의해라, 이런 식으로 경고를 하며 마무리를 하겠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기 마련이다.
"..."
그러길 바래야지.
ㅡ화르륵.
나는 다시 이블아이를 소환해서 정찰을 실시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니까.
* * *
인간 정규군이 오크 부족을 모조리 토벌한 다음 날.
우리는 던전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저 던전 안에 숨어서 주의를 기울이며 정찰만을 실시할 뿐이었다.
뭐가 됐든 인간들이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를 해야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ㅡ...
오크 부족을 토벌한 부대가 임시 막사로 돌아간 것은 확인했다. 내가 준 템들도 다 그쪽으로 운반된 것도 봤다. 그럼 이제 여기서 그 기사처럼 보이는 지휘관이 판단을 할 것이다.
사건을 종결 내고 돌아갈지. 아니면 수색을 조금 더 할지. 부대가 오늘 회군을 하면 안심할 수 있다. 근데 수색을 더 하게 된다면 솔직히 존나 쫄린다. 불알이 쫄깃해질 정도로.
"무서워...!"
이블아이를 젖가슴 사이에 끼워 넣은 픽시가 막사 쪽을 감시하며 그리 말했다. 나도 지금 존나 무섭다. 얘가 세리뉴가 아니라서 더 불안해.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픽시들도 똑똑하니까.
ㅡ...
나는 이블아이의 시야로 계속 막사를 관찰했다. 진짜 눈이 빠질 지경이다. 이제 곧 시간이 다 될 것 같은데, 그 전에 뭔가를 봤으면 좋겠건만...
그 순간.
"해체해!"
"빨리빨리 해야 빨리 돌아간다!"
"어서!"
부사관처럼 보이는 이들이 막사 부지내를 뛰어다니면서 그리 소리쳤고.
ㅡ우루루!
병사들이 우루루 튀어나오더니 천막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가, 간다! 돌아간다!"
ㅡ파치칫!
순간 격렬한 환희가 나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갔다! 막사를 해체하고 있다! 조사를 더 할 생각이었다면 막사를 해체하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는 것은 집에 돌아간다는 소리!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시야에 집중했다!
ㅡ척척척.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집 갈 준비하는 군바리들보다 동작이 빠른 놈들은 없다. 투구를 벗어 던진 군바리들이 순식간에 천막을 해체했고, 짐을 다 싼 녀석들이 질서정연하게 모여 행군을 준비한다.
그리고!
ㅡ...!
기사처럼 보이는 녀석이 뭐라뭐라 소리를 침과 동시에 행군이 시작되었다! 온갖 짐들을 짊어진 군바리들이 도시 쪽을 향해 아주 질서정연하게 전진한 것이다!
동시에 나는 땅굴을 질주하며 소리쳤다!
"속보! 씨발 인간들 다 돌아감! 얘들아! 다 나와라!"
내 목소리가 닿았을까.
"케르으으으으윽!"
"끄르르륵!"
"규삿삿!"
"꺄아아아아악!"
내무반 안에서 쉬고 있던 부하들이 튀어나오면서 함성을 내질렀다!
"슈와아아악!"
"그락락!"
같이 지내고 있던 리자드맨과 홉고블린들도 좋아하며 소리쳤다. 이제 바깥으로 나갈 수가 있게 된 것이니까!
"정말 잘됐어, 마왕! 이걸로 안심이네!"
"흐흐흐! 그래! 이제 안심이야!"
진짜 개쫄려 뒤지는 줄 알았네!
"다, 다행이네요!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그래... 잘 넘어가게 되어 다행이로군."
여성들 역시 내무반에서 나와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그녀들도 원래는 인간이었지만 지금 얼굴에 떠 있는 표정은 안도 그 자체.
다들 인간들이 물러가서 안심하고 있는 것이다.
마족화 다 됐구만.
"하아."
레이카 역시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숨을 내쉬고 있는 상태였다. 레이카가 저 정도면 뭐 말 다했지.
"훗, 역시 미개한 열등종놈들답게 머리가 나쁘군. 그런 간단한 트릭 따위. 우리 대천당의 천사들이었다면 바로 간파했을 것이다."
"아... 그, 그..."
"왜 그러지?"
"그런 말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리리엘님..."
"지금 선임인 내 말에 토를 다는 건가?"
리리엘이랑 루비는 잘 놀고 있군.
"리리엘님? 루비님 괴롭히면 혼납니다."
"뭐랏! 누가 괴롭혔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군!"
"예. 이렇게 할 테니까. 조심하세요."
"앗!"
손가락을 치켜들고 까딱까딱거리자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 리리엘이 얌전해졌다.
"후우. 아무튼. 이제 인간들 철수한 것 같으니까. 오늘이랑 내일. 그때까지는 여기서 좀 조용히 지내면서 푹 쉬어 보자.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조심해야 하니까."
"만세!!!"
"그래도 픽시들은 정찰해야 하니까 좀 고생해줘."
"뭐어어어어엇!"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흐흐흐, 내일까지만 고생하자. 픽시들은 그다음에 쉬게 해줄 테니까."
"진짜...!"
세리뉴가 주먹을 치켜들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상황이해 자체는 하고 있어서 더 뭐라고 하진 못했다.
"꼭 쉬게 해줘야 돼!"
"그래그래. 그럼 지금부터 픽시들 제외 전원 휴식이다!"
"케르으으윽!"
"아, 여성 내무반 여러분들은 흑마법 수련 좀 해주시고요."
이제 숨 좀 돌리겠구만.
* *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크으! 자! 그럼! 아침햇빛을 받으면서 상쾌하게! 점호를 시작하겠다!"
인간정규군은 완전히 물러났고, 오크들 역시 전부 도살당했다. 당분간은 아주 안전하고 또한 자유롭게 행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던전입구를 다시 뚫어버린 뒤에 간만에 정식점호를 실시했다.
"흠."
이렇게 다들 쭉 늘어선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참 충만해진다.
가장 우측부터 고블린소대. 그리고 임프. 코볼트. 픽시. 친위대. 거기에 점호에 낑긴 예비군 같은 느낌으로 리자드맨들과 홉고블린들까지.
이렇게 보니까 진짜 풀편제 중대라고 해도 무방하다. 참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다양한 병과의 병사들이지.
"우리는 우리 마왕성에 드리운 인간이라는 이름의 어둠을 회피했다! 그로서 우리들은 더욱 안전해졌다!"
"케르윽!"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힘을 키울 시기라고 할 수 있겠지! 위험 하나를 회피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은 좀 무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다! 알겠나!"
"케르으윽!"
만일 그 수도에 나타났다는 천사들이 인간들을 규합했다, 그야말로 좆망이다. 적어도 덜 좆망하기 위해선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아예 힘을 축소하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숨어 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야 세계정복 따윈 불가능하다. 내 부하들이랑 그렇게 찐따처럼 살려고 오늘까지 힘을 키워온 줄 아냐?
개소리!
반드시 내 부하들과 함께 잘 먹고 살 것이다! 천사고 인간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 우리가 잘살라면 힘을 키워서 이겨야만 하니까! 이런 전쟁터에 떨어진 이상 어설프게 행동해선 안 돼! 내 부하들을 위해! 내 마왕성을 위해! 나는 끊임없이 진군하리라!
"아무튼 그래서 오늘 일과는 조금 느슨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
내일부터는 다시 빡세게 일과를 진행하도록 하자.
훈련과 세력 확장. 거기에 키우는 가축의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농경지도 만들 것이다. 땅굴도 확대해야 할 것이고, 장비도 많이 만들어 놔야겠지.
그러기 위해선 마왕성의 그녀들이 허리가 부러지도록 굴러줘야 할 것이다. 그녀들과 성적 접촉을 하는 것으로 마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그 마력으로 부하들과 장비들을 강화해야 하니까.
내가 할 일은 명령과 섹스. 단 두 개 뿐이다.
그리고 루비한테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좀 듣고 그래봐야지. 그리고 오크들이 왜 이사 왔는지 조사도 한번 해볼까? 뭐가 됐든 가장 큰 위협인 인간들이 돌아갔으니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차례대로 마력 주입을 실시해주겠다! 전원 차렷!"
"케륵!"
"끄륵!"
몸에서 마력이 넘쳐난다. 일단 내 부하들 강화부터 좀 해주자. 바로 손가락 위에 작은 마력의 구체를 생성하고, 그것을 콕콕콕. 부하들에게 주입을 해줬다.
"케르으으윽! 힘이 솟슴다, 뫙님!"
"쏬는다! 힘! 끄르르륵!"
"규삿삿! 힘 솟아오름니다!"
거의 뭐 뽕을 맞는 것처럼 발광을 하는 부하놈들. 이대로 계속 주입해주면 언젠가 고블린들도 인간 정도의 체급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리 주입을 마친 뒤에 간단하게 임부를 분배해줬다.
"오늘은 오전 일과만 진행할 거다. 부릴이! 오크 부족 쪽으로 정찰을 다녀오고! 임숭이! 사냥으로 식량을 구해와라! 잠심시간 전후로만 돌아오면 된다! 규일이는 부하들 끌고 땅굴 파는 거 계속하고! 알겠나!"
ㅡ케륵!
다들 오전 일과만 한다는 말에 아주 좋아하면서 함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리자드맨들은...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라. 인간들 위협은 없어졌으니 다음에 내가 부를 때까지 지내던 대로 지내면 된다."
"슈와아아악. 알겠다."
"홉고블린들은. 그 뭐냐. 무투리."
"그락."
"너희들은 이제 생산 작업에 투입될 것이다."
홉고블린들은 손재주가 좋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생산업에 투입할 것이다. 제작이든 농사든 가축관리든. 여러모로 일을 시킬 생각. 무투리를 필두로 죄다 작업 투입이다.
"그럼 픽시들은."
"야! 우리 오늘 쉬는 날이야! 쉬게 해준다며!"
"어. 알고 있어. 내가 그걸 까먹을라고. 당연히 픽시들은 오늘 그냥 완전 자유다!"
"야호!"
"만세!"
"와아아아!"
정말 좋아하는군.
예쁜 픽시들이 왕젖을 흔들어대며 순수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참 따뜻해진다.
"그럼 오늘 우리랑 놀아줘! 하루종일!"
그러지 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