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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72화 (172/544)

〈 172화 〉 오크가 이사한 이유...! # 3

* * *

그로부터 이틀 동안 던전 시스템을 정리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일의 배분 및 일과표 짜기. 거기에 작업 지시등.

제대로 시스템을 정비하여 효율적으로 던전을 운영하자는 일념 아래 그 모든 것을 행하였다.

뭐 시간이 더 걸리긴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원래 시스템이라는 게 며칠 만에 뚝딱 완성되는 게 아니니까.

아무튼 대충 틀만 잡아둔 다음에.

"가자."

출전을 감행했다.

부릴이가 알려준 것은 의혹에 지나지 않는다.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단순한 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내게 있어서 이런 건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말하자면 나는 영주고. 이 주변은 나의 영지다. 영지에 뭔가 수상한 일이 생겼으면 가서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씨발 천사같은 건 아니겠지? 아니길 빈다. 천사가 나왔는데 몹이 도망치고 있다는 건 진짜로 봉인이 풀린 천사라는 뜻이니까.

ㅡ척척척.

이번에 끌고 간 부하는 완전무장한 고블린 소대와 픽시 분대 하나. 그리고 임프 분대 하나와 샤란이. 바네사. 리리엘. 루비다.

이 정도면 적절한 인선이라고 할 수 있겠지.

바네사는 잘 싸우고, 루비는 연구직 마법사다. 영입해온 뒤로 딱히 능력을 본 적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한번 볼 거고. 리리엘은 그냥 뭐 혹시 천사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어서 끌고 왔다.

"샤아."

그리고 샤란이는 내 든든한 보디가드.

지금 던전은 세리뉴와 루미카. 임숭이. 그리고 수녀들 및 남은 픽시들과 임프, 코볼트들이 지키고 있는 상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최대한 조심하라고 했으니 별일 없을 거다.

홉고블린들도 있긴 하지만 놈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잔존병력을 상대할 수는 없다. 레이카도 잘 싸우는 편이니까. 거기에 세리뉴랑 루미카도 있으니 걱정 없다.

"부릴아. 가면서 뭐 보이면 바로바로 보고 해라."

"케륵. 알씀다, 뫙님."

이제 행군도 익숙해졌다. 우리는 오크들의 스위트홈이었던 곳을 향해 계속해서 진군했다.

가는 동안 뭐 딱히 특이사항은 없었고.

"딱히 몬스터들이 보이진 않는군. 과한 걱정이라고 생각된다만."

옆에 선 바네사가 그리 말했다.

"그럴지도요.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죠. 뭔가가 있다면 알아봐야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

"...성실하긴 하군."

"성실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바네사가 날 빤히 바라보았다.

"제 목숨만 걸린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사랑스러운 제 부하들은 물론이고 제 친위대원들. 그리고 바네사님의 목숨까지 걸려 있으니까요. 군주인 제가 철저하게 대비해야 모두의 목숨을 살릴 수가 있는 것이죠."

"읏."

그리 말하자, 바네사가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했다.

"왜 그러십니까?"

"부, 부하 생각만큼은 제대로 하는 것 같군."

"당연히 제대로 해야지요. 부하라고는 해도 제 식구인데. 식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식구."

바네사는 그 말에 깨달은 바가 있는 듯했다.

"정말... 인간 지휘관들도 그렇게까지 부하들을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지..."

"아니. 그래도 다 저만큼은 하지 않습니까?"

"..."

바네사가 고개를 저었다.

"네놈. 마냥 사악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건 또 아닌 것 같군. 네놈은 정말 특이한 마족이다."

"오오! 드디어 제 진가를 알아주신 겁니까!"

비록 바네사는 내게 능욕을 당한 몸이긴 했지만 이젠 날 완전히 따르고 있었다!

"시끄럽다! 다시 보긴 했어도 네놈이 아녀자들을 강간하는 악독한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도 그렇군요."

사실 그게 팩트 맞아.

그래도 바네사가 슬슬 날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내 생각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줬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식구들을 지키려면 그래야 하는데. 그걸로 힘을 키우는 게 가장 빠른 길이잖습니까."

"조금 느리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명예라는 건 본디 그런...!"

"안 됩니다."

"안 된다니!"

"제가 그딴 짓을 했다간 식구들이 위험해져요. 그래서 절대 안 됩니다."

"큿...!"

"식구들을 위해 성장하는 것. 그게 바로 제 명예입니다.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런 사악한 짓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

그쯤 말하니 바네사가 입을 닫았다.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다. 그래도 내게 보내오는 시선을 느끼고 있으니 그리 공격적이지만은 않다.

"...알겠다. 그것이 네놈의 신념이라면 할 말은 없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이카도 완전히 내게 빠져버렸는데 이젠 슬슬 바네사도 그렇게 될 차례지. 애초에 나랑 같이 지내면서 몸을 섞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거기에 레이카든 바네사든. 부하를 식구같이 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적잖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왜 혼란스럽냐면, 그 점을 좋게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날 좋게 보게 되는 것이다.

뭐 그런 식으로, 계속 행군을 했다.

"하아, 하아."

걷고 있으니 루비가 조금 처지는 것 같아 그 옆으로 갔다.

"루비님. 힘드십니까?"

"네? 아, 아니. 아니에요..."

여전히도 소심한 마법사 루비.

"루비님."

"꺄읏?!"

그 어깨에 손을 슥 올려주자 화들짝 놀란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참 귀엽군.

"반응이 참 귀엽군요."

"귀, 귀, 귀, 귀엽다니..."

이런 말을 한 번만 던져줘도 눈에 띄게 부끄러워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진짜 쉬운 여자란 말이지. 아무튼. 좀 대화를 해보자.

"아무튼 루비님. 뭐 특별히 짐작 가는 점 없습니까? 몬스터가 도망을 친 이유 같은 거요. 연구직이니 아는 게 많을 것 같습니다만."

"그, 그게... 이 미개척 지대는 그다지 탐사가 된 게 아니라서... 저로서도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그럼 미개척 지대에 대해서 좀 말해주시겠습니까?"

"아는 거라면..."

루비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도 명색이 마법사라서 그런지 뭐 설명할 때는 나름 또박또박하게 말을 하는 상태다.

"흐음."

험준한 산맥에 정글 같은 지형. 남쳐 나는 몬스터들. 와서 뭐 얻어갈 건 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하기엔 영 아닌 곳이 바로 이 미개척 지대라는 모양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곳을 개발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텐데, 막상 개발한다고 해도 리턴이 얼마나 나올지 불분명한 땅. 그럼에도 한 번씩 탐사하면 희귀한 재료를 얻을 수 있는 곳.

이쪽 지방에서 살아가는 마법사들의 인식은 그러했다.

"뭐, 험한 땅이긴 하죠."

좆같은 땅이긴 해.

내가 마족이라서 괜찮은 거지.

"많이 험해서... 연구할 것도 많으니까... 그건 좋아요."

"흐흐흐, 그렇습니까."

"네에..."

루비는 이런 곳에 관심이 많은듯했다. 맞장구를 쳐주니까 아주 좋아한다.

"아, 그런데. 루비님. 흑마법 진전은 있습니까?"

"아... 네... 괜찮은 것 같아요."

원래 마법사인 만큼 루비는 공격용 흑마법을 아주 잘 익힌 상태였다. 아마 마법의 위력은 루비가 제일 강할 듯?

"원래 쓰던 마법은 못 쓰게 됐지요?"

"네... 그런데 애초에 잘 못써서... 오히려 지금이 더 나아요."

"흐흐흐, 그정도입니까."

오히려 내게 마력을 받아들이고서 흑마법 쪽 재능을 피운 상태다. 아, 그런데 흑마법서에는 언데드 관련된 것도 있었는데.

다음에 한 번 가르쳐 볼까?

"루비님. 천사 소문에 대해서 더 아는 건 없습니까?"

"저, 저번에 말씀드린 게 전부에요... 저도 전부 소문으로 들은 거라... 죄, 죄송해요. 아는 게 없어서..."

"아닙니다. 아. 근데 어디서 들은 소문입니까?"

"마, 마탑에서..."

마탑?

물으려 하니 바네사가 끼어들었다.

"남작령 서쪽으로 가다 보면 작은 마탑이 하나 있다. 그곳 출신이라고 했지."

"네..."

"이곳엔 연구 목적으로 온 것이고."

"마, 맞아요..."

루비는 몬스터나 식물. 뭐 그런 생태나 효능 같은 걸로 무슨 개인 논문 비슷한 걸 쓰려고 이쪽에 왔다가, 마침 수색꾼들이 마법사를 찾는다길래 지원해서 들어간 거였다.

뭐 이건 넘어가고.

"루비님. 소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네에..."

고개를 끄덕인 루비가 다시 설명했다.

"마탑에서 돌던 소문이에요. 수도 쪽에 여신교의 천사가 나타났다는 소문인데... 남작령에 오기 전에 들었던 거라. 아, 그래도 그렇게 오래된 소문은 아니라서... 그, 그래도 수도랑 멀지 않은 곳에 여신국이 있어서 조만간 발표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자면 이렇다.

"흠."

수도 쪽에 천사가 나타났다는 소문.

사람들은 그 천사를 여신교의 천사라고 생각한다. 여신교의 수녀인 레이카나 아이린도 리리엘보고 진짜 천사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신교에서 묘사하는 천사랑 대천당의 천사들이 비슷한 모양이지. 아무튼 이 여신교는 제법 메이저한 종교라서 약간 바티칸처럼 국가도 있는 상태.

여신국은 중립국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국가다.

여신을 숭배하는 여제가 통치하고 있으며, 무슨 성녀도 있고 그렇다고 한다. 천사가 강림했으면 당연히 이곳으로 갈 거고, 여신국과 천사들이 접촉하면 조만간 대대적으로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뭐 아직은 진위가 불분명한 그런 소문이다.

"역시 좋지 않아."

천사들이 인간 왕국은 물론이고 종교국가와도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중교국가와 손을 잡은 천사? 진짜 좆망이로군.

"어, 어디까지나 소문이에요... 진짜로 천사가 나타난 건지도 의심스럽고..."

"바로 옆에 있잖습니까."

저 뒤에서 심통이 난 얼굴로 걷고 있는 리리엘을 가리키자, 리리엘이 여봐란듯이 다가와 루비에게 말했다.

"지금 위대한 대천당과 내 존재를 의심한다는 건가? 네 열등한 눈엔 내 모습이 안 보이나 보지!"

"아, 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리리엘님...!"

내 앞에서 후임을 갈궈?

"저, 저!"

바네사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나서려고 한다. 여성 내무반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이렇다고 한다. 리리엘은 맨날 갈굼받으면서 빨래하러 가고. 그리고 리리엘은 루비한테 왜 빨래 안하냐면서 갈구고. 또 갈구는 거 들켜서 레이카한테 두들겨 맞고.

개판이다, 개판.

"바네사님. 빨리 컷 하세요."

"알겠다!"

바로 바네사가 리리엘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악!"

"자꾸 루비를 못살게 굴면 레이카에게 통보할 거다, 리리엘! 같이 지내고 있는데 천사가 되어서 자꾸 그럴 건가!"

"큿...! 그, 그리 말한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맨날 나한테만 빨래를 시키지 않나!"

"전부 리리엘 네가 루비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오는군.

"후우."

걸으면서 생각한다.

"이거 소문에 대해서 더 알아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이 정글에 박혀있는 이상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정말로 제한적이다. 내가 변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직접 가서 정보를 캐볼 텐데 말이다. 그건 아직 안 될라나?

아, 그리고 거리도 엄청나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동안 뭔 일이 터질지 모르는데 뭘 어떻게 하겠나.

참 안타깝다.

마족들은 차원의 문도 열어서 날 내보냈는데 그런 거 없는 거냐? 워프게이트 같은 마법 있으면 개편리할텐데 말이다.

아니면 정보를 수집하는 첩자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내 명령에 따라 인간세계로 나간 첩자가 정보를 수집해서 귀환하는 거지. 아예 여자 하나를 납치해서 세뇌한 다음 그런 첩자처럼 키워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정보원이 절실하다.

아무튼.

우리는 계속해서 행군을 했고.

"뫙님. 케륵! 오크 부족에 도착했슴다!"

"어. 그래."

오크 부족에 도착했다.

* * *

오크 부족은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인간들이 다 부수고 불로 태워버렸다. 남아있는 거라곤 타다만 오크들의 뼛조각 뿐. 찾을 건 딱히 없었고, 우리는 이곳에 임시 주둔지를 구축해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더 먼 곳까지 행군을 실시한다. 모르긴 몰라도 뭐가 있다면 더 멀리 가야 나올 테니까. 오크 부족이 이사를 결심했다면 어설프게 이동하진 않을 거다. 확실하게 더 멀리 가지.

그런 식으로 탐색을 이어 나가고 있으니 제법 다양한 몬스터들을 볼 수가 있었다. 확실히 이쪽에 몬스터들이 좀 많은 것 같다.

"케륵! 케르으윽!"

"규삿삿!"

뿐만이 아니라 고블린과 코볼트가 싸우는 모습도 관찰할 수가 있었다.

"케륵? 뫙님. 저 새끼들 뭠까?"

"그러게."

영역싸움에서 밀려난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이쪽까지 밀려나서, 이번엔 지들끼리 살겠다고 영역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 추측을 했지만 좀 멀리 간 것 같다.

"부릴아. 둘 다 컷해라. 두들겨 패고 묶어버려."

"케륵! 후임으로 만듬까!"

"흐흐흐, 그래! 덤으로 규일이 선물도 챙기고!"

"케르르륵! 알씀다!"

ㅡ케랴아아아악!

뭐 그렇게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전부 간단하게 제압하고 부하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진군을 하니.

"샤아? 마앙님? 이상한 흔적이에여."

이번엔 샤란이가 뭔가를 찾았는지 내게 말했다. 바로 샤란이가 가리킨 쪽을 보니.

"음?"

이건 뭐지?

"뭐여 이거? 바네사님? 루비. 아니. 다 와봐. 이 흔적 뭔지 알겠습니까?"

바로 내 부하들에게 물으니.

"...모르겠군."

전부 다 모른다는 반응이 나왔다.

"케륵케륵. 저도 모름다."

"루비님? 루비님은요?"

"으, 으음... 저도 잘... 아, 그래도 뭔가 뱀이 기어간 흔적 같기도 한데..."

뱀?

다시 흔적을 보았다.

확실히 뭐 뱀 같은 게 기어간 흔적 같긴 하다. 그런 흔적이 저기까지 쭉 뻗어져 있다.

"근데 좀 많이 큰데?"

무슨 아나콘다냐?

무슨 아나콘다가 기어간 것처럼 커다란 흔적이다. 통통하고 살이 꽉 찬 뱀이 기어 다닌 것 같은 느낌.

"설마 큰 뱀?"

큰 뱀 비슷한 몬스터가 나타난 건가?

그래서 다들 도망친 거고?

확실히 존나 큰 뱀 나타나면 도망치긴 해야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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