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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75화 (175/544)

〈 175화 〉 오크가 이사한 이유...! # 6

* * *

라미아가 떠난 즉시 야간행군을 행하였다. 조금 피곤하긴 해도 빨리 빠지는 게 더 나을 테니까. 재빠른 후퇴야말로 지휘관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교미에 눈이 먼 라미아들과 뭔가 이야기를 좀 했다고 해도 낙관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라미아."

라미아들이 뱀 같은 하반신을 놀려 움직이는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속도가 아주 빠르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달리는 것보다는 빠르지 싶다.

아니. 확실히 더 빨라. 마족으로서 나름 성취를 본 내가 전력으로 달린다고 해도 라미아 같은 속도는 내지 못할 것이다.

라미아들은 우리가 두 발로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른 존재다.

"속도와 몸무게."

속도도 빠르고, 뱀 같은 하반신 덕분에 체중도 더 나갈 것이다. 그런 라미아들이 창을 겨드랑이에 끼고 일렬로 선 채 돌진을 한다면?

ㅡ투콰카카캉!

방패로 무장한 인간 병사들이 개박살나는 광경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기병대...!"

대표적인 가축이라고 할 수 있는 말.

훈련된 병사가 말 위에 타면 그것은 기병이요,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아주 강력하다. 인간들은 단순히 말에 탑승하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된다.

기병들에게 짓밟힌 인류가 대체 몇이던가. 기사는 무적이고 신이다. 근데 지형빨을 아주 잘 탄단 말이지.

이런 정글 안에서 기병들이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라미아들은 이런 정글 내부를 제집 거실에서 돌아댕기는 것처럼 돌아댕기고 있었다. 심지어 뱀 같은 하반신 덕분에 방향 전환도 자유롭다.

이 유사기병들은 기병이 없는 곳에서 기병의 역할을 수행하며 적을 일방적으로 분쇄할 수 있을 것이다.

ㅡ두근.

그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

고양되는 마음.

당연히 라미아 기병대는 개활지에서 써먹을 수가 없다. 진짜 기병이 판치는 곳에서 라미아? 그냥 밥이다. 밥. 하지만 이 정글이라면. 인간들이 기병을 사용할 수 없는 정글에서라면. 이 유사기병들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할 것이 분명하다.

개활지에서 쓸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정글 지형에선 절대적으로 강력하다.

내가 여기서 라미아들을 내 휘하로 들인다? 그럼 진짜 뭘 해도 완벽할 것이다. 오크든 뭐든 다 터트리고 다닐 수 있단 말이다. 심지어 인간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기병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지니!

"좋아!"

무슨 일이 있어도 라미아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하반신이 뱀이면 뭐 어떠냐! 성기랑 엉덩이는 다 제대로 있는데! 아, 그래도 뒤치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은 불편할 것 같다! 약간 서로 마주 보고 선 채 자지를 찔러넣으면서 해야 하나?

솔직히 예쁘고 가슴만 크면 그만이지. 충분히 범할 수 있다. 약간 거부감이 좀 들긴 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범해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행군을 했고.

우리는 라미아와 딱히 마주치는 일 없이 던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왔다! 얘들아!"

* * *

돌아온 뒤에는 즉시 짐을 정리하고 병사들을 휴식하게 한 다음, 특이사항을 체크했다.

"루미카. 나 없는 동안 무슨 일 없었어?"

"응. 평범했어. 뭐가 쳐들어오지도 않았고, 홉고블린들도 얌전히 시키는 일만 했으니까. 안심해."

"흐흐흐, 그거 다행이구만."

일단 뭐 내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이 돌아간 모양이다. 그래도 직접 확인을 해야 하니 던전을 쭉 돌아보았다.

"일단 시켜놓은 것들은 다 했어! 가축 수 늘리는 거랑, 홉고블린들한테 일 가르치는 거랑, 뭐 그런 것들!"

옆에 붙은 세리뉴가 재잘재잘 떠들면서 보고했다. 그 보고를 들으며 다 확인을 해보니, 확실히 잘 굴러가고 있었다. 가축 수도 늘어났고. 홉고블린들이 만든 장비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보자, 장비에는 다음에 마력 주입해주면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무투리랑 혹부리를 불렀다. 무투리야 아직 말 못하니 넘어가고. 혹부리한테 상황을 좀 들으니.

"그락. 사냥도 안 나가고.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편하다."

딱 이 말이 나온다.

"사냥보단 안에서 일하는 게 낫다 이거냐?"

"그락. 그렇다. 위험한 일. 하나도 없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너희는 계속 그런 종류의 노동만 할 거니까."

"특수한 상황. 무엇인가? 그락."

"인간들 쳐들어올 때."

"...그락락."

진짜 천부적인 노동자의 재능이 있는 놈들이었군. 아무튼 홉고블린들에게 잡입을 다 짬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다음으로 코볼트들이 한 것을 보았다.

"오! 규일아! 아주 잘해놨는데!"

"규삿삿. 별 일 아님니다."

"흐흐흐! 완전 노가다 십장 다 됐다니까! 기특한 것!"

코볼트들은 내가 시킨 대로 방도 잘 만들어놨고, 감옥도 증축을 해 놓은 상태였다. 슬슬 2층이랑 지하층 개발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임숭이.

"끄르륵. 싸냥 열씸히했다! 모왕님!"

"어! 진짜 잘했다, 임숭아! 임숭이 니가 사냥왕이야!"

"끄르르륵!"

임숭이는 단순하게 수렵만 시켜도 잘한다니까.

그렇게 전부 다 확인을 해보니.

"완벽해!"

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던전이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짜 잘 키우긴 했다니까!

"루미카! 세리뉴! 둘 다 집을 아주 잘 보고 있었구나! 이 정도면 그냥 안주인 해도 되겠어, 안주인!"

"뭐어. 애초에 나도 픽시들을 이끌던 몸이니까! 이런 건 간단해!"

"후후후, 안주인이라니. 믿어주니 기뻐. 칭찬 고마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장 열심히 한 것이 세리뉴라고 한다. 리더기질이 있어서 내가 시켰던 것들 다 계속 지시하고 그랬다는 모양.

루미카는 좀 조용조용하긴 해도 짬으로 따지면 최고참급이라서 말만해도 다 통하고 있었고.

"진짜 너무 예쁘고 유능하다니까. 어? 왤케 유능하지."

ㅡ슥슥.

세리뉴와 루미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슥슥 쓰다듬어주니 두 여자가 금세 얼굴을 붉혔다.

"내가 그래도 픽시 대장이니까... 이 정돈 기본이야!"

"사, 사실 원래도 유능했거든?"

"그래, 그래."

앞으로는 세리뉴나 루미카를 나 없을 때 던전을 완전히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을 해야겠다. 내가 마왕이라고 해서 던전 죽돌이 짓만 할 수는 없으니까. 말그대로 안주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번씩 나갈 때 던전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그럼 확인은 다 했으니까. 회의 좀 하자. 애들 다 불러줘."

"응!"

회의 좀 하자.

* * *

던전에 잔존한 수녀들은 그냥 조용히 흑마법 수련을 하면서 지냈다는 모양이다. 한 번씩 산책하면서 정찰도 좀 하고. 운동과 검술훈련을 한 것이 전부.

딱히 시킨 게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수녀들 얼굴을 보니 하반신이 뻐근해진다. 조금 못 봤다고 이렇게 반갑다니. 성욕이 끓어오르는군. 오늘 섹스근무표가 어떻게 됐더라? 회의 끝나고 바로 시작해야지.

"그래서 뭐였냐?"

자리에 앉아 있으니 레이카가 입을 열었다.

"오크들 이사한 이유가 뭐였냐고."

"새로운 종족이 출현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종족?"

그 말에 수녀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종족일까요?"

"오크보다 강한 종족일 텐데."

아이린과 라이자가 의견을 나눈다.

왠지 말해주면 경악할 것 같은데.

그래도 말해야지.

"오크보다 강하고 똑똑했습니다. 말하자면 픽시같은 종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픽시라."

순간 레이카가 날 노려본 것 같았지만, 아니. 진짜로 노려보고 있네?

"레이카 수녀님?"

"왜?"

"왜 그런 눈으로."

"말이나 해. 무슨 종족인데?"

"그게 말이죠. 놀랍게도 상반신은 미녀. 하반신은 뱀인 종족이었습니다."

그걸 말하자.

"아?"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ㅡ...

ㅡ...

ㅡ...

나와 같이 갔던 바네사는 언짢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으음거리고 있었고, 나머지는 자기가 뭘 들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태도.

"대충 '라미아'라고 명명했습니다만, 그녀들이 오크들을 쫓아냈던 겁니다. 오크들보다 강하더군요. 다행히 싸움 없이 후퇴했습니다. 뭐 하반신이 뱀이라서 위협적이긴 하더군요."

평탄하게 말을 이은 순간.

"뭐, 뭐어어어어어어엇?!"

"배, 배애애앰?!"

"뱀...!"

다들 한 박자 늦게 경악했다.

그래.

여자들은 뱀 싫어하니까.

"그, 그게 정말인가요?! 뱀 여자라니!"

아이린이 경악하며 묻자.

"하아."

바네사가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상체가 인간인... 뱀이었다. 무릎 조금 위쪽부터 뱀인 부분이 시작된다고 상상하면 될 것이다."

"세, 세상에 그런 종족이 있다니...!"

"놀랍나? 하지만 그것은 놀라운 것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 녀석! 이 녀석은 그 뱀여자를 앞에 두고...!"

"예?"

바네사가 언짢다는 듯이 그 일을 이야기했다.

내가 뱀과 교미를 해주겠다는 협상을 아주 당당히 했다는 것.

"뭐, 뭐라고! 이 새끼가 미쳤냐!“

당연히 레이카는 발작.

"야! 상반신이 여자면 문제없는 거냐? 어!"

"아니. 레이카님. 그. 하반신이 뱀이긴 해도 무릎에서 한 뼘 정도 위? 딱 그 부분부터 뱀이라서 실질적인 뱀 배율은 30% 미만..."

"지랄아! 제정신이야?! 이 새끼 완전 미친새끼였네!"

얼굴이 씨벌게진 레이카가 쿵쿵쿵 내게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꽉 잡고는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버, 범할 거면 그래도 좀 정상적인 종족을 범하던가!"

어쩐지 진심이 묻어나오는 듯한 외침이다. 당연하다. 레이카는 내게 푹 빠져 있으니까. 내가 뱀여자랑 하겠다고 하니 기겁을 한 것이겠지.

"흐흐흐, 아니. 레이카 수녀님? 설마 제가 다른 여자랑 놀아나는 것 같아서 싫으신 겁니까?"

그래서 살살 놀려주니.

"그럼 아니겠냐?!"

"어?"

즉답이 나온다.

"날 따먹은 새끼가 이젠 뱀여자까지 따먹겠다는데?! 그럼 난 뭐냐?! 뱀이랑 비슷한 거?!"

아. 그런 이야기였냐?

"그, 그래요! 이젠 사람 같지도 않을 걸 따먹겠다니...! 이상해요, 그런 거!"

"...확실히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열등종끼리의 문란한 교접이라고 말하면 한 소리 들을 것 같군."

터져나오는 의견.

지금 레이카만이 놀란 것이 아니었다. 다들 레이카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켜줘야겠지.

"레이카님. 그리고 다들. 진정 좀 해주세요. 그냥 뭐 제가 재미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뭔데!"

"당연히 저도 여기에 있는 여자들이 더 좋지요. 뱀여자라니 저한테도 조금 그렇습니다. 근데 이유가 있다고요. 들어보십시오."

나는 라미아 기병의 유용성에 대한 것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경악하던 그녀들이었지만, 내가 기병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하자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이야기를 경청했고, 결국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다고 결론이 났다.

"납득했으면 됐습니다."

"..."

그걸로 이 안건은 마무리.

우리는 다음 회의를 이어 나갔다.

* * *

그리고 며칠 뒤.

라미아들이 던전으로 찾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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