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185화 (185/544)

〈 185화 〉 이게 기병이지 # 5

* * *

"취이이익!"

"취이이이익?!"

옆구리 쪽에서 쇄도해오는 라미아 기병대. 그것을 알아챈 오크들이 사색이 되어선 비명을 질러댔다.

"취이이이이이이익!"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크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선 도망을 치려고 했다. 너도나도 서로를 밀치면서 대혼란.

그런 현장을.

ㅡ쿠구구구구궁!

"캬하아아아아악!"

라미아 기병대가 아주 시원하게 쓸고 지나간다.

"취이이익!"

ㅡ퍼억!

터져 나오는 파육음.

랜스에 꿰뚫린 오크들이 하늘을 날았다. 육중한 라미아들의 몸무게에서 나오는 파워가 창끝이라는 일점에 집중된바, 충돌함과 동시에 신체가 찢어지고, 아주 그냥 개박살이 나면서 죽음이 흩뿌려진다.

"오오...!"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기병의 위력이란 말인가?

이것이 정말로 기병의 위력이란 말인가!

보병대로 힘 싸움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워다! 여건만 된다면 적의 부대를 일소할 수 있는 궁극의 파워...!

"망치와 모루!"

아주 훌륭한 망치와 모루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보병방진이 모루 역할을 하는 사이 망치와도 같은 기병대가 측면을 후려치는 전법!

"취이이이익!"

"케랴아아아악!"

"캬아아!"

적이 오크인지라 아주 쉽게 먹혀 들어갔다.

"세, 세상에."

"샤아..."

"저럴 수가."

바네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친위대원들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아무리 인간들이라고 해도 기병대가 적 부대를 일방적으로 도륙하는 광경은 거의 못 봤을 테니까. 이건 희귀한 광경이다.

ㅡ촤학!

뿐만이 아니다.

"칼을! 뽑아라!"

"캬하아아아아악!"

거창돌격을 마친 라미아들이,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들고는 패닉에 빠진 오크들을 참살했다.

ㅡ휘리리릭!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뱀 꼬리 역시 미친듯이 흔들어대며 오크들을 넘어뜨린다. 돌격후에 행해지는 범국가적인 깽판.

창기병이 거창돌격후 검기병으로 전환이 되었는데 기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것을 대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완벽해! 아주 완벽하다!"

당연히 인간과 전투를 하는 중이라면 이렇게 쉽게 성공하진 못했겠지! 인간에게도 지휘관이 있을 테니까!

근데.

그건 바깥.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야전에서의 이야기다. 여기는 정글. 나에 대한 정보 따윈 없다. 그런 상태라면 이런 식의 전술이 몇 번 정도는 완벽하게 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과신하면 안 된다. 초반에 몇 번 써먹고 나면 인간들도 대비를 하기 시작할 테니까. 근데 그걸 대비하면 나는 다른 전술을 사용하면 돼!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전의가 끓어오르면서 자신감이 폭발한다. 그 기분을 그대로 방출해 포효하면서 소리친다!

"우리는 이 정글의 지배자가 되리라! 전군! 방진을 해제한다! 오크 잔당을 도륙하라!"

"케르르륵!"

"끄르르르륵!"

내 연설에 투지가 폭발한 내 부하들이 야성의 함정을 터트리며 방진을 해제했다. 원초적인 폭력성. 승리하자마자 그것을 여김 없이 폭발시키는 것이다.

"케락!"

아무튼 즉시 고블린들이 삼인 일조를 이룬 채 도망치려 하는 오크들을 추격했다.

"고블린들은 셋이서 하나를 상대한다! 임프들은 육인일조로 공격! 친위대원들도 돌격하라!"

"끄르르르륵!"

오크들은 이미 전의를 잃었다.

"취이이이이익!"

그저 패닉에 빠진 채 도망을 칠 뿐. 그런 적들은 아주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

전투 중에 등을 보이고 도망친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니까.

나는 구태여 나서지 않았다.

마왕인 내가 전선에서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필요하다면 싸워야겠지만 지금은 내 부대를 운용하기만 해도 청소가 가능한 타이밍이다.

"샤아... 마앙님. 라미아들 생각보다 대단하다에여."

"그렇지? 들여오길 잘했지?"

"네. 마앙님."

샤란이도 날뛰는 라미아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중이다. 인간에게 뱀 하반신이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니.

"정말 놀랍군. 라미아들의 수준이 이 정도였다니..."

"흐흐흐, 진짜 놀랍지 않습니까?"

"이 정도라면­"

"방심한 인간 부대도 쓸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

바네사가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시피 개활지에서 사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 것을 과신했다간 위험하겠지."

"걱정 마십시오. 다 알고 있으니까."

지금은 정글에서 살고 있으니 정글의 전법을 사용할 뿐이다.

"굉장하긴 하네. 라미아들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루미카 역시 놀랍다는 듯 입을 가리면서 현장을 바라보았다.

"흐흐흐, 루미카도 물가에 있으면 쎄잖아."

"후후후, 그런가?"

아무튼.

"가자."

현장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오크들은 쓰러지고 우리측 사상자는 전무.

우리의 압승이다.

"전투 중지! 우리의 승리다! 너희들의 손으로 오크들을 완벽하게 박살 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케르르르륵!"

"끄르륵!"

승리선언과 동시에 광적인 함성이 터져 나온다. 나는 간단하게 연설을 행하여 부하들의 사기를 증폭시켜준 다음, 전장 정리를 명령했다.

"휴식은 돌아가서 취하겠다! 시체와 전리품을 정리하라! 오크들의 뼈와 살은 우리의 식량이 될 것이다!"

"케륵!"

"그리고 부상자들 집합! 자기가 다쳤다 싶으면 전부 이쪽으로! 각 소대장들 부상자 파악하고 이쪽으로 보내!"

"케르륵!"

일단 부상자를 확인해야 한다.

"수녀들도 집합하십시오! 부상자를 치료해야 합니다."

그리 외치자 저쪽에서 쉬고 있던 수녀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수녀님들. 접때 힐 하는 거 익혔지요? 다친 애들 있으면 전부 치료 부탁드립니다."

"하아... 마력 많이 써서 힘든데, 조금 쉬었다가..."

휴식을 요청하는 아이린에게 말한다.

"아이린님은 돌아가면 성고문 1시간 형벌입니다."

"네엣?!"

"전장에서 명령 안 따르면 처벌할 겁니다. 나중에 쉬어도 되니까 지금은 부상자들 치료부터 해주세요."

"자, 잠깐...!"

"명령 안 따르면 연대책임입니다, 흐흐흐."

"꺄악!"

바로 레이카가 아이린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좀 봐주지? 우리도 열심히 싸웠거든?"

"알겠습니다. 레이카님 얼굴을 봐서 용서해 드리지요. 그래도 전장에선 제 명령에 절대복종입니다. 알겠습니까?"

"...그래."

레이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있으니 곧 각 소대장들이 부상자들을 추려서 이쪽으로 데려왔다. 다친 애들은 고블린 방패병이 대부분이었다. 방패로 오크들의 돌진을 막긴 했지만, 그래도 충격량 때문에 팔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

"이쪽으로 팔 내미세요, 고블린."

"...케륵."

ㅡ화르륵.

내 자랑스러운 암흑수녀들이 고블린들의 팔에 힐을 걸어줬다. 마력이 스며들면서 타박상이 치료가 된다.

나는 전장을 둘러보았다.

"전투의 열기."

모든 부하들이 설렁설렁 움직이면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정리는 한 10분만 쉬었다가 할까?

그리 생각한 순간.

"케륵! 뫙님! 싸우고 나니까 배가 고픔다!"

부릴이가 다가와 소리쳤다.

"케르르르륵!"

"신선한 고기! 애들이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어함다! 케륵!"

"케랴아아악!"

동조하는 고블린들과,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오는 부하들.

"얘들아! 배고프냐!"

"케랴아아아악!"

"끄르르륵!"

"그렇다면 먹어라! 오크들의 신선한 고기를 먹어라! 정리는 먹고 나서 하겠다!"

ㅡ케랴아아아아악!

즉시 내 부하들이 전사한 오크들의 배를 갈랐다. 산지직송의 신선한 프레시미트...!

"이것이 바로 로켓프레시!!!"

근데 라미아들 간 꺼내서 먹는 거 좀 무섭긴 하네.

* * *

그렇게 전투가 끝나고 휴식이랑 정리까지 마쳤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하나? 당연히 약탈이다. 오크들의 집으로 찾아간 우리들은 놈들의 곳간을 털었다.

"캬! 새끼들 비축한 물자가 제법 되는구만!"

오크들도 움막을 지어서 생활을 하는 만큼 물자비축이라는 걸 할 줄 알았다. 부족을 털고 있으니 간단한 도구들이랑 식량이 나온 것이다.

"이것들도 다 챙겨 가야지."

근데 오늘은 이 부족에서 야영을 하고 가는 편이 나을라나? 지금 다 싸우고 힘들어 뒤지려고 하는데 전리품을 챙겨서 돌아가는 건 위험할 것 같다.

좋다.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

"이 새끼."

"레이카님?"

"생각보다 잘 싸우긴 하네."

"그럼 잘 싸워야지요. 제 지휘에 식구들 목숨이 달려 있는데."

"..."

"늘 말하지만 식구들과 잘 살려면 제가 잘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 말을 하자.

"그 생각은 여전하네."

레이카가 묘한 눈초리로 날 보면서 말했다.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시킬 일 있으면 시키기나 해."

"흐흐흐, 예."

마음까지 함락을 당한 게 분명해 보인단 말이지.

"그보다 리리엘! 리리엘 이쪽으로!"

"핫!"

"왜 전투 중에 아무것도 안 했지요!"

리리엘은 전투 중에 뒤쪽에서 칼만 잡고 폼만 잡았을 뿐,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다!

뭐 대천당의 군인이라서 존나 잘 싸운다고 해서 쭉 봤는데 왜 안 싸우려고 해!

"미, 미개한 녀석들끼리 싸우는데 내가 낄 필요는...!"

"성고문 1시간 형벌입니다!"

"어째서어엇!"

"열심히 좀 싸우세요! 천사들 잘 씨운다매!"

"신성력도 없는데 어떻게 잘 싸우라는...!"

"1시간 더 추가! 아주 그냥 애널 각오하십시오! 사정없이 쑤셔줄 테니!"

"아아...!"

픽시들이 만든 딜도 빌려서 애널을 두 시간 동안 쑤셔줄 생각이다. 뭐 아무튼. 오크 부족의 움막 마을을 간단하게 개조해서 숙영지로 만들고 모닥불을 피우니, 슬슬 해가 저물었다.

"오늘! 모두들 아주 잘했다! 우리들이 전부 한 몸처럼 움직였기 때문에 한 명도 죽지 않고 오크 부족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그런 너희들에게 당연히 포상을 해줘야겠지! 고블린들 정렬!"

"케륵!"

"일단 마력주입부터 한발 빨고 시작하자!"

"케르르르륵!"

환희하는 고블린들에게.

ㅡ콕.

차례대로 마력을 주입해주려고 스타트를 끊을 순간.

"케, 케륵...! 케르륵! 이, 이상한 감각이...!"

"어?!"

첫 번째 타자가 된 고블린이 목소리를 터트렸다!

"뭐야 이 새끼!"

설마 드디어 그 경지에 도달한 건가?!

ㅡ콕콕콕콕.

그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아주 재빠르게 고블린들에게 마력을 주입해주니.

"케륵! 부릴님! 마왕님! 말이 나옵니다! 케르르륵!"

"케랴아아악!"

고블린들이 하나둘씩 말을 터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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