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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188화 (188/544)

〈 188화 〉 테크 올리기 # 2

* * *

결국 이날은 신나게 군가를 불러대면서 연대감을 길렀다.

아직 말을 못 하는 녀석들도 음에 맞춰 소리를 질러대면서 아주 그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역시 노래라는 건 우습게 볼 게 아니란 말이지. 단순히 군가를 배운 것만으로도 마왕성 일원들의 연대감이 강화된 것은 물론, 고블린들의 언어 능력까지 향상이 되었다.

거기에 뭐 다 같이 노래 부르면서 일과하니까 즐겁지 않은가. 이게 바로 즐거운 행사다.

"상처 입은 노송이 말을 잊었대...!"

"크흑! 나쁜 인간 놈들!"

"전부 죽여야 해!"

감수성이 풍부한 픽시들이 군가의 가사를 곱씹어보며 재잘재잘 떠들어댄다. 사악한 인간들이 죄 없는 노송에게 상처 입혔다는 주제였다.

"케륵! 전우여! 내 식구는! 케륵! 내가! 지 킨 다!"

"케르르륵!"

"케륵! 부릴님! 지켜주시는 겁니까!"

"물론이다, 케륵!"

일과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은 해맑게 군가를 불러대면서 케륵케륵 거렸다. 물론 임프랑 코볼트들고 끄륵끄륵 규삿규삿 거리며 음을 외우기는 마찬가지.

거기에 내 여성 친위대원들이랑 라미아들도 가르쳐주는 군가를 잘 외웠다. 친위대원들이야 뭐 그렇게 유쾌해하진 않았지만 부르라고 하니까 잘 부르더라.

사실 뭐 즐길 거리가 크게 없는 곳이니까. 군가라는 신문물이 들어오면 다들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리리엘님도 잘 부르시더군요."

"구, 군가는 원래도 많이 불렀으니까!"

리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니,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태도가 나왔다.

"간단한 일이다!"

"흐흐흐, 기특합니다. 리리엘님."

"큿!"

부끄러워하기는. 바로 엉덩이를 툭툭 두들겨주면서 성추행을 하고 있으니, 레이카가 날 불렀다.

"야."

"네?"

"너... 잘도 그딴 노래들을. 마계에서 배운 노래냐? 어?"

"아니. 어떻게 알았습니까?"

다 진짜 마왕군에서 배운 노래다.

"가사부터가 딱 마계식이야."

"흐흐흐, 그렇긴 합니다. 근데 레이카님도 잘 부르시던데요."

"부르라니까 부른 거지, 뭐 원해서 부른 줄 아나..."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레이카가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 같이 이야기할 거리도 생겼으니 참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또 바네사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은 군가도 있더군. 이런 말을 하긴 부끄럽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군가였다. 크흠."

"이야! 그걸 또 알아주시는군요! 약시 바네사님입니다!"

"..."

기사라서 그런가. 이런 군가 쪽이 취향에 맞나보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른 것은 단연 루미카라고 할 수 있다. 호수에 살면서 노래로 사람을 홀려 잡아 먹는 존재, 루살카니까.

"루미카는 왜 이렇게 노래 잘 불러? 어? 가수야. 가수."

"그... 본능이라고 할까, 나도 모르겠어. 후후후."

이뻐 죽겠다니까.

"마앙님. 오늘 재밌었어여. 다음에도 같이 노래 부르면서 놀아여."

"흐흐흐, 그래. 그러자. 아예 춤도 출까?"

"샤아! 샤란이 열심히 출게여!"

즐거운 날이었다.

* * *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을 해보도록 하자. 병력은 충분하지만, 이젠 그 병력을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할 타이밍이다. 언제까지고 수렵으로 보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지금부터 경작지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분명 피를 보고 말 것이다. 군대의 힘은 안정적인 보급에서 오는 것. 하루라도 식사를 거르게 되면 병사는 샌드백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럼 가자, 샤란아!"

"샤아! 샤란한테 다 맡긴다에여!"

오늘은 샤란이의 힘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좋은 땅 찾고 좋은 식물 찾는 건 샤란이가 전문이니까.

사실 그동안 던전 주변을 쭉 돌아다니면서 어디어디에 경작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샤란이랑 이야기를 해둔 곳이 있다. 이젠 그곳에 진짜 경작지를 만들어야지. 거기에 뭐 제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둔 것도 있는 상태.

"루미카도 잘 도와줘."

"최대한 노력할게."

뭐가 됐든 경작을 하려면 물도 제일 중요하니까.

"출발!"

그렇게 내 부하들을 이끌고 봐뒀던 땅으로 이동했다.

"아주 순조로워."

경작지를 만들게 되면 당연히 인간들에게 노출될 위험성이 커진다. 던전과는 달리 경작지는 숨길 수가 없으니까. 여기에 누가 산다고 광고하는 꼴이다.

그치만 당장은 위협이 없는 상태. 인간들은 일련의 실종 사건이 오크들의 소행인 줄 알고 돌아갔다.

그렇다면 나는 이 빈 시간을 이용해서 세력을 키워야만 한다. 언제까지고 찌그러져 살 수는 없다.

"저기저기, 군가 부르면서 가도 돼! 노래 부를래!"

당연히 세리뉴도 일행 포함되어 있다. 픽시들 역시 간단한 경작을 하면서 살아왔으니까... 아무튼. 세리뉴는 정말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군가를 부르면서 가자고 요구했다.

"그래. 다 같이 부르면서 가자. 근데 하기 전에 주변 정찰 좀 하고. 뭐 있는지 좀 본 다음에 괜찮다 싶으면 부르는 걸로 하자고. 오케이?"

"알았어! 그럼 정찰하고 올게!"

ㅡ부웅!

바로 세리뉴가 픽시들을 이끌고 정찰을 나갔다. 이렇게 정찰하는 습관이 언젠가 우리를 살리겠지.

"우리 왔어!"

곧 세리뉴가 돌아왔다. 보고내용은 별거 없다. 특이사항 없음. 그럼 군가 부르면서 가도 될 것이다.

"행군 간에! 군가를! 실시한다! 군가는! 몬스터전우!"

"몬스터전우!"

"군가 시작! 핫! 둘! 셋! 넷!"

바로 군가를 부르면서 밀림의 길을 나아간다.

이러고 있으니 어디 소풍 가는 기분이로군. 고블린들도 아주 그냥 신나게 군가를 부르면서 행군을 하는 중이다. 뒤에 따라오고 있는 홉고블린들은 조용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쭉쭉 나아 가다보니.

"샤아. 마앙님. 이 근처에여."

"오. 벌써 도착했어?"

"저기로 가면 나와여."

"좋아! 가보자!"

바로 샤란이를 앞세루고 척척 걸어가니, 저번에 봐뒀던 초원이 나타났다. 주변은 밀림이지만 이 부분은 비교적 평탄한 부분이다. 옆에 작은 물줄기도 흐르고 있고, 경작을 한다면 이곳이 안성맞춤이지.

"이곳 흙 좋다에여. 작은 풀 같은 거 잘 자라여."

"근데 왜 큰 나무 같은 게 안 자라고 있지?"

그게 좀 의문이다. 밀림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식물이 빽빽하게 자라야 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 이 주변 지형을 보면 또 그건 아니었다.

한 번씩 이런 평탄한 곳이 나오곤 한다.

"샤란이두 몰라여."

"모르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샤란아. 심을만한 것들 있지? 그것 좀 꺼내줘."

"네 마앙님."

바로 샤란이가 가방에서 식물을 꺼냈다. 샤란이와 함께 몇 개 골라둔 것들이다. 대충 약간 원시 옥수수 비스무레한 거랑 콩 비슷한 놈들이다.

좀 무난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

"이제 여기 싹 다 정리하고 이런 것들 심을 거야. 뭐가 잘 자랄까?"

"다들 잘 자란다에여."

"근데 이걸 여따가 다 심어야 돼. 그래도 잘 자랄라나?"

"아직 그만큼 없지 않아여?"

"점차 늘려가야지. 아무튼 샤란아. 이중에서 제일 빨리 자라는 게 뭐라고 했지?"

"이거 콩이여. 안에 씨랑 겉에 껍질 다 먹을 수 있는데 잘 자란다에여. 많이 심어도 잘 자라여."

"좋아! 그럼 이걸로 한번 시험해 볼까!"

바로 명령을 하려고 하니.

"잠깐 기다려."

세리뉴가 말했다.

"어. 세리뉴 왜."

"그거 심으려면 여기 자란 것들 다 갈아엎고, 벌레도 처치하고, 야생 몬스터들도 막아야 해. 모르는 거 아니지?"

"당연히 다 해야지."

그걸 모르는 건 바보밖에 없다.

"일단 여기에 홉고블린 둔전병들을 주둔시킬 계획이거든."

홉고블린들을 더 납치해서 던전에서 일하는 놈들이랑 둔전병들로 나눌 거다.

"둔전병?"

"홉고블린들한테 관리를 맡긴단 소리야."

"그럼 좋네!"

짬 때리기의 달인 잠지 세리뉴씨.

"자, 홉고블린들! 그리고 혹부리는 잘 들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을 경작할 것이다! 이곳을 개간하고 고가치 식물을 키울 계획이지! 쉽게 말해서 여기에 식물을 기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락? 어려운 말이다.“

이런 빡대가리 새끼!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홉고블린들 전원! 내가 금 그어줄 테니까. 거기에 있는 잡초들 몽땅 다 뽑아라."

ㅡ슥슥.

바로 금을 슥슥 그었다.

"실시!"

"그락, 그락."

"그락락."

홉고블린들은 이미 시키는 일에 익숙해진 노동자들이었기에 명령을 내리자마자 군말 없이 풀을 뽑기 시작했다.

"아, 맞다. 부릴아. 챙겨온 삽들 다 불출해 줘라."

"케륵! 알씀다!"

"고블린들도 좀 돕고."

"케륵!"

그렇게 본격적인 개간 작업이 실시되었다. 홉고블린들이랑 고블린들이 달라붙으니 제법 열기가 넘친다.

ㅡ팍팍!

ㅡ퍽!

힘찬 삽질이 참 마음에 드는군.

"이거 농기구가 더 필요하겠는데."

전문적인 농기구는 물론이고 가축까지 필요해질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소규모라 딱히 필요하진 않다. 흙도 부드러워서 잘 파지는 느낌이고.

"뫙님! 잡초는 어디에 모음까!"

"저기에 모아라!"

"케륵!"

아주 순조롭군.

열심히 밭일을 하는 부하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진다. 이제 땅 좀 싹 갈아엎고. 작물 좀 심고 그렇게 하면서 실험을 해 봐야지. 뭐든지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이다.

홉고블린들 주둔시키는 거랑... 또. 울타리 치는 거랑. 할게 참 많군.

"아, 샤란아. 여기에 울타리 치는 거 할 수 있지?"

"엄청 넓게는 못친다에여."

"괜찮아. 몇 개만 쳐줘도 좋으니까."

바로 샤란이와 함께 울타리를 세울 만한 곳을 살펴보았다.

"샤란아. 근데 울타리가 작물들 힘을 빨아먹으면 안 되는데."

"샤아... 그건 어렵다에여."

"그건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리 토의를 하고 있으니.

"뫙님! 이쪽 구역은 깨끗해졌슴다!"

"오!"

벌써 텃밭만한 크기의 땅이 깨끗해졌다.

잡초가 다 뽑힌 것이다.

"그럼 거기 나라시 좀 까봐라! 시험해 보게! 샤란아! 이제 저기에 가져온 것들 한번 심어볼 거거든? 어떻게 잘 할 수 있게 좀 도와줘라."

"네 마앙님. 샤란이는 풀 전문가니까 맡겨주세여."

"오냐!"

이거 아주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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