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189화 (189/544)

〈 189화 〉 테크 올리기 # 3

* * *

"오, 오! 자란다! 자라고 있어!"

"샤아!"

적당히 만들어둔 텃밭만 한 크기의 땅에 가져온 작물들을 심고 샤란이의 힘을 뿜어주자, 녀석들이 소금 만난 민달팽이처럼 부르르 떨어대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ㅡ부르르!

"아이고! 샤란아! 요 이쁜 것! 바로 자랐어!"

바로 샤란이를 끌어안고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주면서 칭찬을 해줬다.

"마, 마앙니임...!"

샤란이만 있으면 경작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겠구나!

"그래도 한꺼번에 많이 하는 건 어렵다에여..."

"괜찮아! 일단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샤란아. 만약에 이 땅에 작물이 쭉 심어져있다고 생각해봐."

"그럼 샤란이두 못해여."

당연히 샤란이의 힘만으로는 경작지 전체를 커버할 수가 없다.

"다 자라게 하라는 게 아냐. 쭉 보고 애들이 잘 자라게 할 수 있느냐는 거지. 여건을 조성하는 거다. 여건을. 시간을 들여서."

"샤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여."

"좋아!"

역시 드라이어드!

식물들 자라게 할 때부터 알아봤다!

샤란이만 있으면 경작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식물이 잘 자라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존재니까. 타고난 농부다. 그것도 초월적인 농부.

그럼 남은 건 경작지를 관리할 농사꾼들을 만드는 것이로군.

"혹부리 이리 컴."

"그락?"

내 호출명령에 홉고블린 족장 혹부리가 털레털레 뛰어왔다.

"이쯤에 홉고블린들 집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어때?"

"그락? 집?"

"그래. 여기에 집 지어놓고 사는 거지."

"그락... 던전 안전해서 좋다."

"여기도 안전하게 만들 거다. 그리고 던전이랑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잖아."

"그락락. 잘 모르겠다."

"보면 알어, 임마."

내 계획은 이렇다.

이 경작지가 있는 곳에 홉고블린 둔전병 중대를 하나 만들어서 박아둘 생각이다. 얘네들은 경작지 지키면서 쳐들어오는 야생 몬스터들 격퇴하고. 농사를 하면서 작물을 수확하면 된다.

그것도 내 보호 아래에서.

이곳은 혹부리한테 맡기고, 던전 안에서 잡일하는 홉고블린들은 무투리보고 지휘하라고 하면 되겠지.

"그러기 위해선 홉고블린들이 더 많이 필요하겠어... 이제 다시 세력을 확장할 때로군. 돌아가자. 할 거 다 확인했으니 귀환이다."

"샤아? 마앙님? 경작 안한다에여?"

"오늘부터 당장 할 건 아냐. 준비를 해야 하거든."

확장 시작이다.

* * *

"큘스 마왕군이여!"

준비는 끝났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력을 늘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병사들이 필요하지!"

부하들을 연병장에 모아놓고 연설을 실시한다.

"고블린! 코볼트! 임프! 그리고 홉고블린들! 조우하는 즉시 전부 제압하고 납치하여 우리들의 부하로 삼을 것이다! 단 한 놈도 빠짐없이 우리의 전우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진군을 해야 한다!

"쥬리아 공주!"

"네. 마왕님."

"공주에겐 마왕군의 선봉이 될 영광을 부여해 주겠다! 행군 간에 정찰을 실시하여 몬스터들을 찾는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마왕님."

쥬리아가 우아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세리뉴!"

"응!"

"숨어있는 몬스터들을 찾아야 한다! 픽시들의 수색 능력을 제대로 보겠어!"

"맡겨줘!"

그렇게 부하들에게 임무를 하나하나씩 배분을 해줬다.

나와 같이 출전해서 몬스터들을 납치해올 그룹과, 잔류하여 던전을 운영하면서 방어하는 그룹으로 나누었다.

마음 같아선 내가 던전에 남고 부하들에게 알아서 신병을 데려오라고 하고 싶긴 하다. 그게 편하니까. 근데 이 중요한 확장 타이밍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는 없지.

내가 나서야 한다.

"그럼 루미카. 던전 좀 잘 봐줘. 루미카는 던전의 안주인이니까 잘 운영해야 돼."

"후후후, 맡겨줘. 여러 번 해본 일이니까. 모두랑도 친해졌고."

여성 친위대원들은 던전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브레인들이 남아 있어야 던전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들이 임프들과 코볼트. 그리고 홉고블린들에게 잘 지시를 내릴 거다.

"기특하다니까. 그럼 마왕군이여! 진격하라!"

"케르으으윽!"

바로 진군을 실시한다.

* * *

고블린. 라미아. 그리고 픽시들로 구성된 부대를 이끌고 행군을 실시했다. 이 근방에는 신병으로 쓸만한 몬스터들의 씨가 마른 상태다. 그러니 더 멀리까지 가야 한다.

우리들의 활동 범위 바깥.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면 오크부족이 자리를 잡았던 곳 바깥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곳으로 가면 야생 몬스터들이 풍부해질 테니까.

"그 말씀대로입니다. 라미아 왕국에서부터 쭉 내려오면서, 어떤 몬스터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봤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원하시는 신병들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쥬리아가 차분하게 설명하며 방향을 제시해줬다.

역시 유능하다니까.

"좋습니다, 쥬리아. 그쪽으로 가도록 하지요. 아, 그런데 가는 도중에 다른 라미아들과 마주칠 확률은?"

"그녀들은 더 먼 곳에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겁니다. 조우할 확률은... 솔직히 아주 낮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힘들군요."

"다크엘프도 마찬가지인가?"

"네."

일단 다크엘프나 라미아들을 주의 대상이다. 쥬리아가 말하기로 저쪽으로 쭉 넘어가면 녀석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으니까.

근데 이 정도면 괜찮겠지.

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행군을 이어 나갔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야영을 실시했다.

"케룩케룩. 뫙님. 고블린들 잔뜩 잡아도 됨까."

캠프파이어 앞에 앉아 식사할 준비를 하자, 부릴이가 해맑게 웃으며 그리 말했다.

"흐흐흐, 어. 죄다 잡아 버려라."

"백 마리 이백 마리 아주 그냥 다 잡아버리겟슴다, 케륵. 그럼 이제 저도 중대장임다, 중대장. 케루룽."

진짜 진급욕 심이 크단 말이지.

"이 새끼. 그게 그렇게 좋아?"

"제 밑에 애들 많아질수록 좋습니다! 케륵!"

"그래. 많이 좋아해라. 귀여운 새끼 같으니라고."

나중에 진짜 크게 될 놈이다.

"마앙님."

그리 노가리를 까면서 밥을 먹고 있으니, 샤란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맨날 인간들 안 쳐들어오면 참 좋을 것 같아여. 매일 즐겁다에여."

"흐흐흐, 나도 맨날 이랬으면 좋겠구나."

훈훈한 분위기. 샤란이는 지금 다 같이 재밌게 놀러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다. 멀리 나와서 다같이 불피워서 고기 구워먹는 중이니까. 확실히 평화롭고 즐겁긴 하다.

물론 언제까지고 평화롭진 않겠지.

"아, 그런데 마왕님."

"음?"

그때 쥬리아가 말했다.

"저번에 다 함께... 단체교미를 하지 않았습니까?"

붉어진 얼굴로 머뭇거리면서 말하는 쥬리아.

"아, 그랬지요. 그런데 그건 왜?"

"실은..."

다가온 쥬리아가 내게 귓속말을 했다.

"부하들이 무정란을 낳았다고..."

"아."

임신이 안 됐나 보군.

라미아들은 알을 낳는다. 타조알만 한 크기의 알을 낳는데, 거의 뭐 분기별로 한 번씩 낳는다는 모양이었다. 평소엔 무정란을 낳지만 씨를 받으면 유정란이 나온다고.

여담이지만 라미아들에겐 성기와 애널이 둘 다 잘 있다... 아무튼. 라미아들이 임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나 해댔는데 아직 아무도 임신을 안 했으니까.

"흐음... 역시 종족이 다른 탓인 것 아니겠습니까? 몇 번 더 해보면 알겠지요."

"후후후, 그럼 모쪼록 다음에도."

"해드리겠습니다."

"부끄러워요. 마왕님."

씨익 웃른 쥬리아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아, 그런데 유정란이 안 나온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마왕님의 능력이라면, 다른 라미아들을 능히 제압하고 굴복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잘 알잖아.

"구태여 임신으로 세력을 불릴 필요가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흐흐흐. 그럼 밥 먹고 좀 쉬지요. 내일도 움직여야 하니까."

내일부터는 진짜 수색이다.

* * *

"찾았다. 고블린 굴."

"이쪽도, 찾았다. 코볼트 굴이다."

수색을 보낸 라미아들이 몬스터 굴의 위치를 파악하고 돌아왔다.

"아주 잘했습니다. 역시 라미아들은 타고난 사냥꾼들이로군요."

"그... 당연하다."

칭찬을 해주자 라미아들이 얼굴을 붉히면서 좋아한다. 참 다루기 쉬운 여자들이란 말이지. 능력에 대한 칭찬만 해줘도 쑥쓰러워한다.

그래서 너무 귀여워.

"픽시야."

"응?"

"아직 세리뉴 안 왔지?"

"아직 소식 없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젖이나 주무르면서 기다려볼까."

"앗, 여기서 만질 거야?"

내 짓궂은 농담에 픽시가 깔깔깔 웃으면서 다가와 가슴을 보여줬다. 어차피 세리뉴 기다려야 하니 잠깐 쉬어보도록 하자.

그리 생각한 순간.

"야! 홉고블린들 찾았어! 그리고 사티로스들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찾아온다더니.

"여기에 사는 새끼들 왜 이렇게 많아? 아무튼 세리뉴 고생했다."

그럼 차례대로 공격을 해볼까.

"마왕님?"

"음? 쥬리아님. 무슨 일입니까?"

"그러고 보니 사티로스는 던전에 없는 것 같군요."

아. 그거?

사티로스들은 발정기 때 픽시들을 범하려고 했다. 그런 좆발기맨들을 부하로 삼을 순 없지. 내 여자들은 오직 나만이 취할 수 있는 거니까.

"걔들은 필요 없습니다. 쓸모가 없거든요. 아무튼. 고블린 굴부터 차례대로 공격을 하러 갑시다. 라미아! 안내 좀 해주시길!"

"캬아. 알겠다."

우리는 바로 라미아를 따라서 이동했다.

"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타나는 고블린 굴.

"부릴아. 몽둥이 들어라."

"케륵! 다들 몽둥이 들어라!"

"안에 들어가서 애새끼들 좀 두들겨 패고 싹 다 끌고 나와. 그리고 칭칭 묶어. 신병 수확 시간이다."

"케륵! 후임들 더 들어온다! 막내들 열심히 해라! 너희도 선임된다!"

"케루루룽! 알겠습니다, 부릴님!"

그럼 가라!

바로 고블린들이 함성을 내지르면서 고블린 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들 아주 그냥 신병 받을 생각에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상태.

ㅡ케랴아아아아아악!

곧 안쪽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반적인 고블린들이 마력으로 강화된 것도 모자라 훈련된 고블린 군대를 어떻게 당해내겠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야생 고블린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끌려 나왔다.

"자, 오랜만에 솜씨 발휘 좀 해볼까! 거기 고블린아! 끌고 나온 애들 다 묶어라!"

"케륵! 알겠습니다! 마왕님!"

바로 구속당하는 야생 고블린들.

"마족지배술!"

신병이 풍년이로구나!

* * *

그런 식으로, 안정적으로 신병들을 수급하면서 경작지를 개발하는 나날이 흘러갔다. 참으로 보람찬 나날이다. 부하는 늘어가고, 경작지는 날이 갈수록 그럴듯해진다.

새로운 필드를 휩쓸면서 얻어온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테크가 올라가는 것이 진짜 확실하게 보여서 극단적인 성취감이 느껴질 정도다. 옛날엔 그냥 원시인이었지, 원시인.

아무튼 그렇게 즐겁고 보람차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케랴아아아아악! 침입자다! 침입자다아아앗!"

"케륵! 케르으으윽! 침입자!"

눈을 뜨자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전군!!!"

즉시 벌떡 일어나서 소리친다!

"전투준비!!!"

어떤 새끼들이 이 야밤중에 던전에 침입을 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