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재회! # 8
* * *
그렇게 바네사를 첩보원으로 보냈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전투 준비를 실시했다.
성녀가 이쪽으로 오게 된다면 인간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그냥 넘길 수가 없겠지. 무장하고 훈련된 군대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경험을 쌓긴 했지만 가장 어려운 전투가 될 터.
"부릴아. 이젠 인간들이랑 싸워야 한다. 알겠냐?"
"케륵. 이미 생각하고 있었슴다. 인간놈들 죄다 박살을 내버리겠슴다."
부릴이가 별것도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부릴이는 그동안 너무 승리만 해온 것이다.
인간들의 무서움을 몰라.
"흐흐흐,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냐 임마. 쉽게 말해서 부릴아. 인간놈들은 우리처럼 훈련이 되어 있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케륵. 계속 듣긴 했는데 실감이 잘 안나는 것 같슴다. 뭘 해도 보병방진만 있으면 이기지 않겠슴까?"
"과신은 금물이야. 아무튼 오늘부터는 군사훈련에 집중해라. 팀 두 개로 나눠서 방진끼리 부딪혀서 싸우는 쪽으로 훈련 실시해."
"케륵! 알씀다, 뫙님!"
그동안 바네사도 열심히 군사훈련에 참가를 한 상태였다. 인간군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내며 훈련의 방향성을 잡았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길 수 있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쥬리아도 평소처럼 사냥 나가면서 전투훈련 해주세요. 이왕이면 후방을 타격한다는 듯한 느낌으로."
"네. 그리하겠습니다, 마왕님."
우아하게 인사하는 쥬리아가 참 믿음직스러웠다.
앞쪽으로는 인간. 그리고 뒤쪽으로는 다크엘프와 라미아들. 이거 참 곤란한 여건이다. 하지만 나 하는 거에 따라서 뒤쪽에 있는 존재들은 전부 다 내 아군이 되겠지.
"네크리! 이제 다크엘프들에게도 임무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무, 무슨 임무를... 전부 따를게요."
지속된 성고문적인 일과를 보낸바, 다크엘프들은 전부 얌전해졌다. 내가 뭘 시키면 군말 없이 따르게 된 수준.
"우리 던전을 위해 다크엘프들의 기술을 개방하십시오. 뭐 건축이라던가. 옷 만드는 기술이라던가. 그리고 제철기술이라던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다 보여주세요."
"건축에 의류제작. 그리고 제철 말인가요?"
"네. 거기에 경작까지."
"이, 일단 다들 알고는 있을 텐데 시설이..."
"시설은 여기에도 쓰는 거 있습니다. 그거랑 같이 어떻게 결합해서 개발을 해 보자고요."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할게요."
"말 잘 들으니 이쁘군요, 네크리."
"으음..."
바로 네크리의 머리와 귀를 만져주면서 칭찬을 하자, 바로 그녀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여자는 역시 조교를 해야 제맛이라니까.
"그럼 다크엘프들 모아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별로 분류를 좀 해주십시오. 이따 확인할 테니까."
"네."
뭐가 됐든 할 줄 알기만 하면 되는 거다. 마왕성에는 노동력이란 게 있으니까. 홉고블린. 픽시. 그리고 다크엘프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합친다면 모르긴 몰라도 조금은 더 나아지겠지.
"규일아!"
"규삿. 부르셧슴니까?"
"그 저번에 사로잡은 어미 코볼트 있지?"
"잇슴니다. 규삿."
"잘 관리하고 있어?"
"규삿삿. 새끼 만이 낳앗슴니다."
"좋아. 어느정도 크고 나면 지배술 걸 테니까. 둘 다 잘 보살펴 두라고."
"알겟슴니다. 규삿삿."
규일이가 쥐 같은 주둥이를 벌름거리면서 돌아갔다. 그런 식으로 임무를 분배하고 있으니 네크리가 분류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그럼 보러 가죠."
"네..."
모여 있는 다크엘프들.
"농사기술을 지니고 있는 다크엘프들. 누구입니까?"
"이, 이쪽이에요."
"흐음."
얌전해보이는 인상을 한 다크엘프가 손을 들었다.
"농사 짓는 법 좀 압니까?"
"네... 그걸 배워서..."
루비의 보고를 들었었다. 다크엘프들은 이렇게 기술을 하나씩 배워서 거기에 종사하는 편이라고.
"조만간 경작을 좀 할 텐데 그때 봅시다. 지휘할 준비 하세요."
"지, 지휘라니 제가 그런 걸!"
"거부권은 없습니다."
바로 손을 뻗어 엉덩이를 터트릴 듯 쥐어짜 주니.
"아, 알겠어요오옷...!"
바로 꼬리를 내린 다크엘프가 얌전히 대답했다. 다크엘프들의 출현으로 경작지 생성 작업을 잠깐 미뤄둔 상태다. 시간 있을 때 해야 병력을 늘릴 수 있다.
"자, 그럼. 건축이랑 의류 제작이랑 제철기술 아는 분들. 대표자 한 명씩 이쪽으로 오세요."
"...네."
내 말에 각 대표자들이 한 명씩 모였다.
건축기술은 뭐 경작지 쪽에 건물 지을 때 쓰면 될 거고. 의류제작은 필수. 거기에 제철 역시 필수다.
"우선 제철. 할 줄 압니까?"
"알고 있다. 그걸 배웠으니까."
"마침 우리 던전에도 설비가 있는데. 앞으로는 제철에 힘써주시길."
"...알겠다."
말고도 나는 얌전해진 다크엘프들에게 각각 임무를 부여해줬다. 그리고 바로 현장으로 안내를 해줬다. 의류제작과 제철은 픽시와 홉고블린들이 하고 있는 중이니까.
그쪽에 이 다크엘프 기술자들을 박아두면 테크를 올릴 수 있다.
"좋아."
뭐 대충 그런 식으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테크를 올리는 동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그런 나날들이 흘러갔다.
* * *
대충 준비를 마친 뒤에 다크엘프들과 경작지를 둘러보러 왔다. 저번에 한 번 하다 만 탓에 다시 잡초가 자란 상황. 그럼에도 아주 괜찮아 보이는 곳이다.
"아... 여긴. 잡초만 제거하고 땅을 좀 갈아엎으면 될 거에요. 이미 작업이 좀 되어 있어서 종자만 있다면 금방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다행히 다크엘프 마을을 털었을때 농기구랑 종자랑 다 챙겨 왔다.
"잡초만 슥 제거하고. 땅만 갈아엎으면 바로 할 수 있다는 거군요. 확실합니까?"
"네... 좋은 땅이라서..."
"샤란아. 어때?"
"네 마앙님. 그렇게 하면 더 좋다에여."
"좋아. 혹부리."
"그락."
"챙겨 온 짐 푼다. 실시."
"알겠다 그락."
바로 홉고블린들이 챙겨 온 수레에 덮인 가죽을 치웠다. 그 안에서 다크엘프들의 농기구들이 나온다.
"저기, 저 다크엘프의 지시에 따라서 잡초 제거 좀 하고. 땅도 좀 갈아엎어라. 그럼 시작. 규일이도 코볼트들 데리고 돕고."
"규삿. 알겟슴니다."
오늘의 일꾼은 홉고블린들과 코볼트.
그리고 다크엘프다.
"그럼 잘 부탁하지요. 시작해주세요."
"네에..."
바로 다크엘프가 농기구를 잡아 들고 홉고블린들에게 뭐라뭐라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마앙님. 근데 인간들 쳐들어 오려구 하는데, 여기서 농사짓고 있어도 괜찮아여?"
"당연히 안 괜찮지. 근데 샤란아. 여기서 농사를 성공해야 우리 병력을 늘릴 수가 있어."
최근에는 병력을 늘리질 못했다. 식량문제 때문이다. 경작을 해야 병사를 늘릴 수가 있는데, 사방에 위험이 팽배해 있으니 원. 게다가 여긴 던전이랑 조금 떨어진 곳이다. 앞마당 지키듯이 지키는 것보다 더 어렵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해보는 거지."
막상 인간들이랑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었을 때가 되면 늦는다.
미리 해놔야 하는 것이다.
"샤아... 부하 많아도 힘든 일 많다에여."
"그러게 말이다."
"샤란이가 위로해 줄게여. 샤아샤아."
옆에 붙은 샤란이가 내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애교를 부렸다. 참 마음이 편해진다니까.
"흐흐흐, 고맙다. 샤란아."
아무튼.
경작을 시작하면 주변에 목책 좀 세우고. 그리고 저 호숫가에서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는 리자드맨들을 불러 이쪽 경비를 맡길 생각이다.
"아, 그리. 그쪽은. 이 주변에 애들 살 집 같은 거랑 감시용 초소 같은 걸 좀 만들고 싶은데. 어디에 짓는게 좋을지 좀 정해서 저한테 알려주시죠."
"알겠다."
건축 기술을 지닌 다크엘프. 그녀 역시 얌전하게 대답하고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재료야 넘쳐 난다.
"흐흐흐."
그래도 기대가 되는군. 식량만 생산할 수 있다면 문제없이 부대규모를 늘릴 수 있을 테니까. 노동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발전 속도는 빨라진다.
* * *
군사훈련과 물자비축. 그리고 식량생산과 테크올리기. 우리 마왕성은 그 작업에 집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네사가 떠난 지도 좀 됐구만."
"많이 걱정 돼."
"나도."
루미카가 옆에서 걱정을 내비쳤다.
"이거...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니냐?"
"그래요."
물론 루미카 뿐만이 아니다. 레이카. 아이린. 라이자는 물론이고 루비까지. 던전 간부진들 전부가 걱정하는 상황이다.
픽시들이야 진작 바네사를 국경지대까지 호위해주고 문제없이 귀환을 했지만, 바네사는 혼자서 작전중이니까.
"어쩌면 도망을 쳤을 수도 있다!"
"씁! 리리엘님! 그런 말 하면 혼납니다!"
"조금 부정적이긴 하지만 필요한 예측을 했을 뿐이다. 이럴 땐 최악을 생각해야 하는"
"리리엘! 그런 말 할 거야! 우리가 바네사를 얼마나 잘 지켜줬는데!"
"아니 그런 뜻이..."
리리엘의 말에 발끈하는 세리뉴.
"자, 자. 세리뉴. 진정하고. 뭐 안 좋은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래도... 바네사는 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렇겠지. 잘 있을 거다."
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세리뉴를 안심시켜주며 나 역시도 안심을 시켰다. 바네사가 어떤 여자인데. 당연히 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금일 회의를 시작"
"케르으으윽! 부릴님! 부릴님!"
"음?"
그때 회의실 바깥에서 고블린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뭔일 터졌구만! 부릴아! 빨리 애들 무장시켜라!"
"케륵! 알씀다!"
ㅡ파파팟!
바로 부릴이가 땅을 박차고 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케륵! 너! 무슨 일로 불렀나!"
"케르르륵! 부릴님! 이블아이! 이블아이 나타났습니다!"
"이블아이...! 뫙님! 뫙님의 여동생 케룽케룽 왔나봄다!"
"어 시발! 카르티! 잠깐 여기서 대기!"
카르티가 또 소식을 보냈나!
ㅡ파앗!
바로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 고블린에게 빨리 안내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렇게 던전 바깥으로 가니, 예상대로 이블아이 한 마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큘스오빠!"
"어! 카르티! 일단 안으로!"
"응!"
즉시 이블아이를 잡아 쥐고 내 방으로 향한다!
"카르티! 인사는 나중에! 무슨 일이야!"
"성녀와 바네사에 대한 정보야!"
"옳거니!"
바네사랑도 접촉을 했나 보구나!
"현재 성녀는 이 앞에 있는 남작령 근처까지 도달한 상태야! 우리는 바네사를 지원하고 있어! 바네사는 그 주변에서 자리를 잡고 성녀를 감시 중이야!"
"오오!"
잘됐구나!
"곧 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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