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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08화 (208/544)

〈 208화 〉 성녀! # 2

* * *

"카르티! 적 병력 규모는!"

"삼백 명 정도야! 그 병사들이 맹추격을 하고 있어!"

"삼백...!"

존나 많군!

풀편제 3개 중대급이다!

내 부대랑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길 수 있어.

어차피 야간에 싸울 거고, 적들은 나에 대해서 모른다. 이번 전투로 내 존재가 드러나게 되겠지만... 감수할 만한 일이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뭣보다 인간 군대와의 전투경험을 얻을 기회!

그걸 지금 행하도록 하자. 걱정마라. 나는 훈련된 보병대와 엘리트 기병대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여기는 내 나와바리다. 내 나와바리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적들을 야간에 기습한다?

질 수가 없어.

게다가 내 부하들은 밤눈도 밝으니까!

"카르티! 성녀는!"

"근위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잃은 상태야!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병력을 잃게 되겠지! 사실상 혼자나 다름없어!"

"좋아!"

성녀를 납치하는 것 역시 간단할 것이다. 남작의 병사들과 싸우면서 호위대의 수가 많이 줄었나 보지. 내겐 이득인 일이다!

"전군!"

곧 나의 모든 병사들이 무장을 마치고 연병장에 모였다.

"인간 군대가 몰려오고 있다! 녀석들을 토벌할 것이다! 알겠나!"

"케르으으윽!"

"끄르르륵!"

사기는 드높다.

"각 소대장들은 휘하 부대를 확실하게 지휘해라! 움직이는 건 무조건 소대 단위로 움직인다! 보병끼리는 떨어지는 일 없이 가까이 붙어야 하는 거다! 알겠나!"

그런 식으로 모인 부하들에게 빠르게 브리핑을 실시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물자 챙겨서 진격만 시키면 돼. 아마도 그쪽에서 들어오고 이쪽에서 나간다면 이틀 안에 전투가 벌어질 확률이 높다. 그거 계산해서 챙기도록 하고.

"쥬리아! 이번엔 인간사냥입니다! 잘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마왕님. 맡겨만 주시길."

기병대의 역할이 가중 중요하다.

"세리뉴! 부대 진격할 때는 픽시들 산개시켜서 주변 정찰을 실시한다! 알겠니!"

"그렇게 할게!"

"루비님! 작전 기간 총 사흘에서 나흘 정도 예상되니까 물자 계산 좀 해주시고! 친위대원들은 다크엘프들이랑 같이 움직이세요!"

모두가 이런 일에 익숙한 상황이다. 그동안 전투를 여러 번 거쳤으니까. 다들 재빠르게 내 명령을 수행하면서, 우리는 진군 준비를 마쳤다.

"지금부터 야간 행군을 실시한다!"

가자.

* * *

상황은 좋지 않다.

남작의 군대가 맹추격을 해오는 중이다. 설마 접촉을 하려고 하자마자 군대를 보낼 줄이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빨랐다.

"크흑...!"

쓰디쓴 실수였다. 다음 기회가 있을지는 모른다. 근위대는 남작의 군대와 전투를 하면서 전멸했고, 남은 것은 근위대장 레아 뿐이다.

"성녀님! 지금은 도주에 집중하세요!"

"알고 있다!"

세실리아와 레아는 단둘이서 울창한 정글을 주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미개척 지대 안에서는 기병을 운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맨몸으로 달려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일반적인 병사들보다는 신성력을 지니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성녀도 근위대장도 지쳐 있었다.

신성력은 더욱 빠르게 소모될 것이다. 뒤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횃불의 수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상황에서는 흔적을 지우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적들의 속도가 조금 느리다고 해도 흔적을 쫓아온다면 반드시 닿게 될 터.

"추격이 잦아들기 전까진 계속 달려야 해요, 성녀님."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겠느냐."

"지금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일단은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수밖에요. 길을 찾는 건 추격을 뿌리친 다음부터 해도 괜찮으니까."

레아는 물길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걸 이용한다면 흔적을 한번 끊을 수 있을 테니까.

"알겠다. 나는 레아를 믿는다."

"후후후, 네. 저만 믿으세요."

"그 미소가 참 믿음직스럽구나."

병사들의 추격을 뿌리친다고 해도 몬스터가 남아있다. 물론 근위대장 레아라면 설령 몬스터들이 공격을 해온다고 해도 문제없이 물리칠 수가 있다. 몬스터들은 훈련된 군대를 운용하지 않으니까.

이 정글 어딘가에 잘 숨는다면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터.

"무슨 일이 있어도 성녀님을 탈출시킬 거에요.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언제나 그러고 있다. 아아, 보거라. 횃불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지 않느냐. 방향을 잘 잡은 것 같구나."

"...그런 것 같네요."

격려하는 듯한 말투에 감정이 끓어올랐지만 레아는 내색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달렸다. 성녀의 손을 잡은 상태로.

멈출 수는 없다.

저쪽에는 마나를 보유한 기사도 있는 상태다. 그는 날카로운 감각으로 이쪽을 찾을 것이다. 물론 근위대장인 자신과 정면승부는 피하려고 하는 중이기에 습격해 오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추격대를 지휘할 것이다.

'좋지 않아요.'

당장 성녀의 목숨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데 천사의 섬멸과 여신교의 부흥이라니. 레아의 생각은 회의적이었다.

천사들이 강림했을 때부터, 여신교는 완전히 무너져버리고 만 것이다.

차라리 성녀의 고집을 꺾고 목숨을 살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근위대장으로서 성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성녀의 신념과 야망과 능력은 알고 있다. 성녀가 바라는 대로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면... 근위대장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떻게든 목숨을 살리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성녀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목적을 위해 묵묵히 보좌하는 것이 우선인가.

어둠 속에서 레아는 고민했다.

* * *

진군과 휴식과 정찰을 반복한다.

야간 행군 끝에 날이 밝았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행군을 하자 밤이 되었다. 휴식을 취하고 정찰을 한 뒤에는 다시금 행군을 실시한다.

그렇게 세번째의 야간행군이 시작되었다.

"전쟁이란 건 그냥 행군의 연속이지."

피곤하지만 그 누구도 힘들다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슬슬 전투의 예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앙님. 아직은 안 느껴진다에여."

"그래? 샤란이 수고 했어."

"샤아."

행군 속도를 낮춘 채 언제라도 대형을 짤 수 있도록 긴장감을 유지한 상태로 어둠을 헤쳐 나간다.

저쪽이 오고 이쪽 가는 상황. 시간상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어둠 속에서 반드시 전투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앙님. 걱정 마세여. 마앙님은 샤란이가 지켜준다에여."

"마왕. 나도 있어. 이렇게 옆에 딱 달라붙어 있잖아?"

샤란이와 루미카의 격려.

"흐흐흐, 그래. 둘이 지켜주면 든든하지."

그리고 내 뒤쪽에는 친위대와 다크엘프들이 있다. 아직 다크엘프들을 전투에 써먹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무기는 쥐여준 상태다. 달려오는 인간들과 싸울 정도의 투지는 있겠지.

"그래서. 성녀가 오면 사로잡겠다 이거지."

"네. 레이카님. 보면 잘 잡아주세요."

"뭐, 천사들 손에 넘어가서 죽게 하는 것 보단 나을 테니까. 그래야지."

"오오, 역시 성녀님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밖에 없어, 새꺄. 그냥 믿던 종교 성녀라고 하니까 죽는 꼴은 보기 싫은 거지..."

그런 것 치곤 많이 걱정했다. 정이 많은 스타일이라니까. 천사들이 성녀를 잡아 죽이겠다는 걸 알려주자 분노에 빠졌을 정도였다.

그리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진군하고 있으니.

ㅡ부우우웅!

세리뉴가 날아왔다.

그것도 좀 다급한 모습으로.

"야...! 찾았어! 저 멀리에서 횃불이 보여!"

"옳거니! 드디어 나타났구나! 세리뉴! 픽시들 집합시켜!"

"응!"

바로 세리뉴가 날아갔고, 하나둘씩 픽시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인 픽시들에게 명령했다.

"얘들아. 비행큘스다!"

"비행큘스!"

"비행큘스래!"

"잡아!"

바로 몰려든 픽시들이 내게 달라붙으며 내 몸을 잡았다.

그리고.

ㅡ부우웅.

일제히 날개를 움직이며 날아오른다. 그에 따라 내 몸이 둥실 떠오르면서 천천히 상승했다.

픽시들을 이용해서 비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비행큘스다!

"오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저쪽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ㅡ...

저쪽에서 보이고 있는 횃불의 무리.

인간들은 야간에 움직일 때 반드시 광원이 필요하다. 마침 오늘은 월광이 최악인 날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날이지. 반딧불이에 의존해서 걷고 있는 우리에 비해, 저 횃불은 너무나 눈에 띈다.

좋아.

위치는 대략적으로 잡혔다.

남은 건 저놈들의 옆구리와 후방을 치는 것뿐.

"내려줘."

"으읏...!"

빠르게 착지 후 나는 각 소대장들을 모아 명령을 내렸다.

"전방에 인간 군대를 발견했다. 이제 우리들은 살짝 우회를 해서 놈들의 후방과 옆구리를 칠 것이다. 임숭아."

"끄륵! 모왕님!"

"너는 혹부리랑 함께 빙 돌아서 인간 군대 후방 쪽으로 몰래 이동한다. 늬들 목표는 뒤에서 치는 거야. 임프가 불지르고 홉고블린들이랑 해서 인간들 몇 명 죽이는거. 말하자면 후방교란이다. 할 수 있겠나? 임숭이."

"할 쑤 있따! 임프는 방화및 도주 잘한다! 끄르륵!"

"흐흐흐, 아주 믿음직스럽구나! 그럼 픽시들 붙여주마!"

후방교란조로 임프와 홉고블린.

"쥬리아님. 인간사냥의 시간입니다."

"후후후, 네. 기대되는군요."

"즐거운 시간이지요. 전부 휩쓸어버리시면 됩니다."

쥬리아는 뱀처럼 미소지었다. 벌써부터 피를 볼 생각에 즐거워진 것이겠지. 라미아는 말 그대로 천성 사냥꾼들이니까.

"이번엔 야간이니까 양쪽으로 찢어지기보다는 전부 다 모여서 공격하도록 합시다. 인간 군대의 옆구리 쪽으로 이동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명령을 내리면 일제히 돌격입니다. 그리고 죄다 찢어버리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명령은?"

"제가 상공에서 아주 큰 소리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타격조로 라미아 기병대.

"나머지는 이대로 방진을 이룬 채 진격이다."

"케륵! 알씀다, 뫙님!"

고블린 방진을 코볼트와 리자드맨들이 보조한다.

"그리고 친위대는 절 지키십시오. 그러면서 성녀를 수색할 겁니다."

나야 뭐 방진 뒤에서 명령 내리면서 성녀를 찾으면 될 뿐이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세세하게 명령을 내렸고.

"그럼 전투 위치로!"

ㅡ파파팟!

바로 부대를 이동시켰다.

이제 충돌이다.

심장이 뛰는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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