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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20화 (220/544)

〈 220화 〉 성고문 당하는 성녀님 # 9

* * *

그리 준비를 마친 다크엘프들과 행군을 하려던 순간.

ㅡ파앗!

갑자기 부릴이가 뛰어왔다.

"뫙님! 케륵!"

"오우! 부릴이! 무슨 일이야!"

"왜 저흰 빼두고 감까!"

뭐라고?

"저희도 유격훈련 받고 전투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슴다! 케륵!"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부릴이가 자발적으로 유격훈련을 받겠다는 말을 한 것인가?

"케륵! 그렇습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케르륵!"

"훈련받고 싶다! 케르르릉!"

뒤따라온 고블린 선임 라인들도 부릴이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이런 미친놈들...! 더 강해지기 위해 스스로 유격훈련을 자처하려고 하다니!

기특하구나!

속으로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 빨리 유격 훈련을 시켜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내 부하들을 굽어보았다. 그래. 이렇게나 의욕이 넘치는 놈들이다. 이런 애들이 날 믿고 따라와 주니 승리하는 것은 필연!

"케륵! 저흰 더 많은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싶은검다, 뫙님!"

오냐!

"그럼 더 많은 인간들 캐루룽 할 수 있다!"

"캐루룽!"

"캐루루룽!"

뭐?

"부릴아? 캐루룽이 뭐냐?"

"쉽게 말해서 살인임다! 케륵!"

"흐흐흐, 아니. 그런 거였어? 야. 근데 부릴아. 방진 훈련 안 해도 되겠냐?"

"아! 뫙님! 어차피 애들 방진 만들고 유지하는 건 전문가 그 자체임다! 얼마나 많이 했는데! 케륵!"

그렇긴 하지.

"저희도 유격훈련하고 싶슴다!"

진짜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괜스레 흐뭇해진다.

"전투전문가! 전투전문가! 케륵!"

"유격훈련하고 싶습니다! 마왕님!"

"케라아아악!"

어쩔 수 없구만.

"뭐, 그래."

어차피 방진에 대한 건 거의 마스터한 상태다. 주구장창 해왔으니까. 심지어 이 애들은 그 숙련도를 실전에서 쌓은 것이다. 그러니 뭐, 간만에 새로운 훈련을 해도 좋겠지.

"야. 부릴아."

"케륵! 네! 뫙님!"

"후회하기 없기다?"

"뫙님을 따라가는 건데 후회 따윈 없슴다! 케륵! 그것이 마왕군의 사명!"

"이 새끼...! 부릴아! 진짜 전투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존나게 힘들다! 그래도 감당할 수 있겠나!"

솔직히 말해서 신체능력 자체는 강화된 고블린보다 다크엘프들이 더 좋기는 하다. 고블린들은 원래 근본이 약소종족이니까. 다크엘프들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니 아마 더 힘들 것 같은데.

정말로 날 따라올 수 있겠느냐!

"케랴아아아아악! 감당하지 못할 건 또 어딨슴까! 뫙님! 저흰 강해지기 위해서 어떤 고통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슴다! 케륵! 절 뭘로 보시는 검까!"

"크흑...!"

"저 투고 부릴임다, 부릴이. 저희에겐 힘든 일은 없슴다. 그렇지 않나! 고블린들! 케륵!"

ㅡ케르르르륵!

ㅡ케랴아아아아아악!

ㅡ케루루룽!

부릴이의 연설에 고블린들이 일제히 합창을 시작했다. 나는 잠시 몸을 돌리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쳤다. 감동이다. 날 위해 스스로 유격훈련을 받으려고 하다니.

"좋다! 그럼 나의 정예보병대! 고블린 팔랑크스 놈들! 다 함께 유격훈련을 받으러 가는 거다! 당장 단독군장 착용해서 따라와라!"

"케르으으으윽!"

그렇게 우리들은 유격훈련장으로 출발했다.

* * *

사방이 나무. 덩굴. 식물. 거기에 바위랑 개울에 작은 절벽까지. 그동안 봐둔 장소들 중에서 제일 괜찮은 곳이다. 이곳이라면 다양한 기동훈련과 기도비닉 훈련을 할 수 있겠지.

"와."

진짜 이런 곳에서 유격훈련이라니 말도 안 나올 정도다. 나도 유격훈련 하긴 했는데, 거긴 훈련용 세트장을 만들어놓은 수준이고. 여긴 말 그대로 자연적인 지형지물이 즐비한 상태.

"좋다! 고블린 소대와 다크엘프 소대! 지금부터 유격을 훈련을 실시할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케륵!"

대답은 악으로 통일한다!

아니다. 그것까지 하면 너무 좆같을 것 같아. 유격훈련의 악몽이... 그냥 목소리만 지적하도록 하자.

"다크엘프 소대! 목소리가 작다! 아랫구멍 쑤셔질 땐 잘 울부짖더니 목소리가 그게 뭔가! 다시 한번 대답한다! 지금부터 유격훈련을 실시하겠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앗!"

"알겠습니다!!!"

으름장을 한번 놓아주자 다크엘프 미녀군단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크게 소리쳤다. 이 여자들은 훌륭한 병사의 자질을 지니고 있지. 걱정할 것은 없다. 애초에 사냥도 하던 종족이니 잘할 것이다.

"그럼 유격훈련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설명실시!

"유격훈련이라는 것은 이 드넓은 정글을 아주 빠르게! 그리고 조용하게 주파를 하면서 임무수행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인 훈련이다!"

그 말에 고블린들이 감명을 받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고블린들도 전략전술을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들은 이 정글을 횡단하며 우리를 치기 위해 쳐들어올 것이다! 그런 놈들이 오고 있다면...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해야만 한다!"

강력한 미군들조차도 베트콩들에게 맥을 못추렸다. 결국 보병끼리의 전투란 그런 것이다. 지형빨을 아주 심하게 받는다.

본디 내 롤모델은 징기스칸이었지만, 지금은 잠깐 베트콩들로 바꾸도록 하겠다. 정글이란 것은 잘만 이용한다면 그냥 그 자체가 무기다.

"다행히 이 정글은 우리들의 나와바리다! 익숙하기 짝이 없는 정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 놈들을 일방적으로 살육하는 것!"

"케륵...!"

"인간들 죽인다! 케륵!"

그쯤 말하자 고블린들이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 능력을 키운다면 너희들은 분명 전투전문가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알겠나!"

"네!!!"

"케르르르륵!!!"

"케랴아아아아아아악!"

분위기 좋고.

"마앙님. 샤란이두 열심히 할게여."

옆에 선 샤란이 역시 즐겁다는 듯이 귀를 파닥이면서 의욕을 내비쳤다. 그럼 시작해볼까. 군대에서 하던 유격훈련이랑은 다르다. 쓰잘떼기 없이 체력을 뺄 필요는 없다. 바로 장애물 극복 훈련부터 시작이다.

"부릴아! 그리고 네크리! 지금부터 날 따라와라! 훈련코스를 쭉 돌아볼 것이다!"

"알씀다!"

"네엣!"

"샤란이도 따라와."

"샤아샤아."

바위 위에서 내려와 간부들을 이끌고 이동을 시작했다.

"주변 봐라. 걍 존나 정글이지?"

"너무 익숙함다, 뫙님."

"마앙님 말대로 우리 나와바리에여."

"으음... 네. 항상 보던 곳이라서. 문제는 없어요."

봐라. 이미 시작이 반이다. 내 부하들은 전부 정글에 익숙하다. 이제 그 익숙함을 숙련됨으로 바꿔야지.

그럼 어디.

나도 간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그동안 마력도 성장했고. 그에 따라 내 육체적 능력 역시 성장했다.

"지금부터 여길 한 바퀴 돌 거다. 내 움직임을 놓치지 말고 다 같이 구경하고 있어. 알겠냐?"

"케륵! 알씀다!"

"마앙님? 먼저 가여?"

"어. 여기서 나 하는 거 먼저 보고. 좀 있다 밑에 애들 끌고 똑같이 돌면 돼."

그리 말하자 다들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ㅡ파앗!

바로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목표는 정면에 있는 나무. 앞쪽에는 5미터 높이의 제법 높은 절벽이 있다. 이걸 나무를 이용해 극복할 것이다.

"흡!"

ㅡ척!

바로 나무를 딛고 점프해 가지를 잡고, 마치 원숭이처럼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여 가지 위로 올라간다.

"여기선 조용히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다가 그대로 절벽 위를 향해 점프.

ㅡ사락!

풀숲이 나를 반겨준다. 즉시 포복을 실시한 뒤에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적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 자세를 낮춰 빠르게 전진한다. 그 상태로 바위를 마주치자마자 몸을 숨기고 상황을 파악했다.

"케륵...!"

부릴이도, 샤란이도, 네크리도. 전부 날 따라서 올라온 상태다.

"오. 부릴이! 잘 올라왔냐!"

"케륵! 이 정돈 좆밥임다!"

"그래!"

그럼 나머지도 따라 해 봐라! 포복으로 전진하니 작은 나무들이 나온다. 그리고 저 밑에는 다시 절벽이지.

ㅡ파앗!

즉시 챙겨왔던 밧줄을 나무에 묶은 뒤에, 그 끈을 절벽 아래로 던진다.

"절벽을 마음껏 극복하는 것. 그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먼저 갈테니 따라와!"

"샤아!"

"뫙님!"

그렇게 밧줄을 잡고 절벽 아래로 하강한다.

"후우."

엄청 높은 절벽은 아니지만 밧줄을 잡고 절벽을 딛으면서 하강하고 있으니 긴장이 되긴 한다. 근데 괜찮은데? 이만큼 했는데 그렇게 힘들지가 않다. 내가 진짜 강해지긴 했구나.

ㅡ...

저 위에서는 내 부하들이 날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뭐, 그걸 확인하면서 대지에 착지.

"나머지도 따라서 내려와! 안정 장치 없으니까 주의하고! 그럼 네크리부터 시작!"

"네엣!"

명령을 내리자 네크리가 바로 밧줄을 잡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 엉덩이 크네."

"흣...!"

제법 능숙하다. 여러 번 해봤나?

"밧줄로 절벽 극복하는 거 해봤어?"

"아뇨... 하지만 이 정도는 어렵지 않으니까요. 아마 다크엘프들이라면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거에요."

"워낙 가볍고 몸놀림이 좋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뭐 샤란이는 기본으로 했고, 부릴이는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굳세게 착지를 성공했다.

"인간들은 너희처럼 이렇게 절벽극복을 잘하질 못해. 이런 식으로 주요 절벽지대에 밧줄 같은 걸 설치해둘 생각이다. 알겠지?"

"케륵... 알씀다!"

"샤아!"

"그럼 계속 가자!"

ㅡ파앗!

그리 내려온 뒤에 다시금 정글을 주파했다. 장애물을 넘기도 하고, 몸을 숨기기도 하고, 포복을 하거나 위장을 하거나 하면서 훈련을 시켜줬다.

"하아... 하아...!"

"케륵, 케르윽...!"

훈련이 진행됨에 따라 네크리와 부릴이는 힘들어했지만.

"샤아샤아."

샤란이는 아주 편해 보였다.

좋다. 아무튼 다 여기까지 할 수는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른 애들도 다 할 수 있다는 뜻이지.

"케륵?! 오셨다!"

"오셨습니까! 마왕님!"

이것으로 한 바퀴 끝.

저쪽에서 고블린들과 다크엘프들이 손을 흔들었다.

"자, 자. 이걸로 한 바퀴 끝이다. 잠깐 휴식 취하고. 저 녀석들 데리고 한 바퀴 더 돌고 와."

"케륵, 케르윽...! 알씀다! 뫙님!"

부릴이는 아주 힘들어 보였지만 힘차게 대답했다.

역시 근성이 최강이라니까.

너무 기특한 새끼다.

"하아, 하아...! 네. 그렇게 할게요."

네크리 역시 마찬가지.

"자, 너희들! 부릴이와 네크리는 이미 코스를 한번 맛보고 왔다! 이제 너희들은 따라다니면서 익히기만 하면 돼! 알겠냐!"

"케르으으으윽!"

이런 식으로 훈련을 시켜 전투전문가가 된 부하들을 우회시켜서 인간들의 후방을 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몬스터 군단이 너희를 덮치리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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