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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21화 (221/544)

〈 221화 〉 성고문 당하는 성녀님 # 10

* * *

본격적으로 유격훈련이 시작되었다.

"케륵! 케르으윽...!"

"따라와라! 케륵!"

"케루우으윽!"

다들 내가 알려준대로 열심히 달리면서 지형을 극복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직 전투 전문가들이 아니다. 다들 중간중간 한번씩 퍼지면서 죽는 소리를 냈다.

"케르으윽! 죄송, 카륵! 죄송합니다! 마왕님! 부릴님! 케륵!"

"케르, 케르, 케르윽...!"

"일어난다! 케륵! 뫙님이 보고 있다!"

고강도의 훈련인 것이다.

당연히 존나 힘들다. 방진훈련과 체력단련을 열심히 한 고블린들이라고 해도, 나무를 타고 절벽을 내려가며 포복과 고속이동을 반복하는 짓거리를 지속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퍼진 녀석들이 죄송하다고 울부짖는다. 물론 전부 이해한다. 나는 그런 부하 녀석들을 뒤따르면서 격려를 해줬다.

"괜찮다! 처음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누구나 처음에는 힘들어하는 법이니까!!!"

무턱대고 갈구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내 부하들은 내 힘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부하들에게 부당한 짓을 할까 보냐!

"이것은 차차 개선해 나가면 돼! 오늘은 첫날이라서 그런 것뿐이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아주 잘한 거다! 그러니까 잠시 휴식! 이곳에서 체력을 추스르고 다시 출발하겠다!"

그리 소리를 치니.

"케륵...!"

"케루룽!"

"마왕님! 케랴아악!"

고블린들이 아주 그냥 감동이 철철 흘러넘치는 듯한 눈으로 날 보면서 울부짖었다.

"모두 자리에 누워라! 휴식!"

ㅡ케랴아아아악!

마침 다수의 고블린들이 퍼진 참이라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지만, 내 연설 한 번으로 사기와 투지가 다시금 불타올랐다.

유능한 지휘관의 조건. 그것은 바로 병사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것이다.

당연히 고블린들이 하루만에 유격전의 마스터가 될 수는 없다. 나는 녀석들의 한계를 아주 잘 알고 있다.

"휴식하면서 들어라! 지금 퍼졌다는 이유만으로 전의를 잃지 말아라! 나는 애초에 너희들을 하루 만에 정글전의 전문가로 만들 생각이 없어! 차근차근 강해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케륵...!"

"그러니까, 지금 퍼진 녀석들! 너희들은 너희들의 한계를 느껴보고, 그것을 깨뜨릴 수 있도록 노력해라! 알겠나!"

"케르으으으윽!"

"그럼 누워 있어라! 나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이여!"

자리에 누운 고블린들이 전투적으로 휴식을 취했다. 전투적인 휴식이란 게 뭐냐? 체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하게 휴식하는 것을 말한다.

뿌듯하군.

내 부하들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 녀석들은 팔랑크스 방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넘어, 마치 특전사 같은 후방침투 임무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엘리트 군인이 될 것이다.

"케륵...! 뫙님!"

그때 부릴이가 대짜로 뻗은 상태로 날 불렀다.

보니까 이 자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감동의 눈물!

"왜 그러냐! 부릴아!"

"케륵, 뫙님! 언제까지고 따라갈 검다! 케르르으윽!"

"언젠 안 따라왔다고! 그래 부릴아! 가는 거다! 최강의 길로!"

"케랴아아아악!"

덩치도 커졌고 살인도 잘하게 되었지만 부릴이는 내 귀여운 동생이다. 가자. 더 멀리 가자! 나와 함께 강해지는 거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유격훈련을 진행했다.

* * *

"식사 추진이다!"

그리 훈련을 하고 있으니 저쪽에서 리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날아왔어?"

보니까 리리엘이 천사의 날개를 이용해 날아온 상태였다. 식사 추진은 코볼트들이랑 리리엘에게 맡겼으니까.

"곧 도착할 거다!"

"그래. 잘했다, 리리엘. 온 김에 같이 먹고 가라."

"알겠다."

ㅡ펄럭.

리리엘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내려왔고, 나는 그녀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리리엘. 이 주변 돌면서 밥 왔으니까 복귀하라고 좀 알려줘라. 지금 다들 훈련하고 있거든."

"흐음, 그러지. 다들 힘들 텐데 열심히 하고 있나 보군."

"아주 열심히 하고 있지."

바로 리리엘이 날아갔다.

"흐흐흐, 얌전해졌다니까."

요즘 말도 잘 듣고 부대에 잘 녹아든 상태다. 맨날 열등종 이 지랄하던 관심병사였지만 이젠 뭐 완전히 식구가 되지 않았는가.

기다리고 있으니 부대가 복귀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다크엘프 소대. 복귀했어요. 그런데 부상자가 두 명 발생해서..."

"심각합니까?"

"타박상이에요. 그런데 인대가 좀 늘어간 것 같아서 훈련은 못 할 것 같아요."

"그럼 그 인원은 열외 시키도록 하지요. 고생했습니다."

뭐 이런 훈련을 하는데 부상자가 없길 바라는 건 너무 노양심이겠지. 곧 다크엘프들이 부상자를 업어왔다.

"괜찮습니까?"

"네... 조금 아프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

"오늘 훈련은 열외니 휴식이나 취하십시오. 고생 많았습니다. 다크엘프."

"앗...!"

바로 얼굴을 좀 쓰다듬어주자 다크엘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귀여운 여자 같으니라고. 다크엘프들도 거진 다 내게 빠져든 상태다.

"아무튼. 네크리. 다크엘프들이 아주 잘하는군요?"

"맨날 하던 일이니까요."

다크엘프들은 고블린들보다 훈련을 잘 시행했다. 원체 몸이 날렵한 탓이다. 지구력도 괜찮은 편이고. 몇 명이 퍼지긴 했다만, 그 이후로 네크리는 퍼지는 인원이 나오느니 차라리 그냥 속도를 조금 낮춰서 쭉 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역시 피지컬이 좋다니까."

우리가 너무 간단하게 꺾어서 약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개개인별로 놓고 따지면 다크엘프들의 피지컬은 일반적인 인간을 상회했다.

아주 좋은 특전 게릴라가 되겠어.

"규삿! 마왕님! 저희 왔슴니다!"

"오. 규이 왔냐!"

규일이가 아니라 규이다. 규일이는 경작지 쪽 추진 갔으니까. 코볼트들이 식량이 담긴 수레를 끌고 왔다.

"규삿삿. 규삼이도 왓슴니다."

"규삿. 규삿."

"그래. 고생 많았다. 앉아라. 같이 밥 먹자."

"규삿삿."

그러고 있으니 고블린들도 도착했다.

"케륵! 뫙님! 저희 왔슴다!"

"어. 그래! 빨리 와서 밥 먹자!"

"샤아. 마앙님?"

"샤란이 왜?"

"과일 좀 따올까여? 다들 달달한거 먹구 싶을 거에여."

"이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부탁하마! 샤란아!"

"샤아!"

샤란이가 비행기처럼 양팔을 벌린 채 나무 쪽으로 총총총 뛰어갔다.

"너무 이뻐 진짜."

뭐, 그렇게 식사 준비를 시작했고. 샤란이가 과일을 한아름 안아 든 채로 돌아오자마자 식사를 실시했다.

"얘들아! 오늘은 진짜 고생 많았다! 다들 아주 열심히 잘하는 게 다 보여! 이대로면 너희들은 금방 강해질 거다!"

"케륵!"

"밥 다 먹고 조금 쉰 다음에 천천히 한 바퀴만 뛰고 돌아가자! 수고 많았다!"

"케륵! 알씀다, 뫙님!"

"부릴아. 유격훈련 하니까 어떻디?"

"솔직히 존나 빡쎔다! 하지만 다 하면 강해질 것이 분명함다! 케륵!"

"흐흐흐! 바로 그거다! 고생 끝에는 보상이 뒤따르는 법! 너희들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질 거다!"

ㅡ케랴아아아아아아악!

역시 훈련 조지고 하는 식사가 최고다!

* * *

그렇게 나는 나의 병사들을 정예화하는 한편, 경작지도 계속 둘러보면서 작업을 지시했다.

"좋아. 잡초도 다 뽑았고, 울타리도 반 이상은 완성했다. 이 새끼들 작업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구만?"

잡초 뽑으면서 땅도 죄다 갈아엎어진 상태다.

"슈왁, 슈왁. 마력으로 이전보다 더 강해져서 그렇습니다, 슈왁."

"그래. 보상으로 마력 계속 줄 테니까 열심히 하고. 샤란아!"

"네 마앙님!"

"이제 슬슬 뭐 심어도 되겠다! 규일아! 가져와!"

"규삿삿."

바로 규일이가 곡식이 담긴 자루를 가져왔다. 그동안 정글을 돌면서 획득한 종자들이다. 샤란이의 지도를 받으면서 나름 괜찮은 것들만 뽑아왔으니 잘 될 거다.

"흐흐흐."

약간 콩이랑 원시 옥수수. 그리고 씨알 굵은 밀 같은 작물들이다.

"샤란아. 그럼 심어보자. 어떻게 심는 게 좋을 것 같애?"

"이렇게 잘 뿌리면 된다에여."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은 샤란이가 손수 종자들을 뿌리면서 시범을 보여줬다. 아주 그냥 동작만 봐도 농부 그 자체다.

"오오! 역시 샤란이!"

"슈왁!"

"규삿삿!"

압도적인 활약을 본 몬스터 군단이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충격을 토해낸다.

그렇게 종자들을 어느 정도 뿌린 샤란이가 말했다.

"이렇게, 촘촘하게 잘 띄어서 뿌리고 발로 살살 밟아준다에여. 그리구 물 조금만 뿌려주고 냅두면 알아서 잘 자랄거에여."

"얘들아! 들었지! 이게 앞으로 너희들이 할 일이다!"

"근데 마앙님. 다른 애들이 못 먹게 잘 지켜야 해여."

"그래. 그게 중요하지."

그래서 뭐 숙소랑 초소도 만들고 울타리도 만드는 중이다. 앞으로 홉고블린 소대와 리자드맨 소대를 상시 주둔시킬 계획이니 보안은 문제없을 것이다.

뭐, 이 경작촌이 완성되면 얘들도 따로 훈련을 시켜야겠지만. 경작지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선 경계 훈련 등을 받아야 한다.

"그락. 이제 여기서 살면서그락. 농사란 걸 하면 됩니까?"

"어. 그러면 된다."

"그라락. 평화로울 것 같아서 좋습니다."

"사냥하고 싶으면 인원 뽑아서 하고. 어차피 식량은 계속 보급해 줄 테니까. 그건 걱정마라."

성공하기만 하면 부대 확장 씹가능이다. 정말 즐거워지는군. 말 그대로 장밋빛 미래가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럼 루미카! 물 좀 뿌려주라!"

"실력 발휘 좀 해볼까?"

ㅡ화악!

루미카가 우아하게 팔을 치켜들자, 돌연 허공에서 물줄기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물!

마치 호스처럼 물을 뿌린 루미카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후후후, 마음에 들어?"

"루미카 이거 완전 인간펌프!"

"인간펌프?"

"그런 게 있어! 최고의 찬사야!"

"그럼 인간펌프라고 불러줘."

장난인데...!

"이제 물 안 뿌려두, 뿌리가 자라면 알아서 물을 마실거에여."

"그날이 기대되는구나!"

일단 처음이니까 조금만 심어보고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싶으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될 거다.

"루미카. 주변에 우물 좀 만들어보자. 규일아! 삽 들고 따라와라!"

근데 요즘 카르티가 안 오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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