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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45화 (245/544)

〈 245화 〉 전투 개시! # 4

* * *

"크하하하하하하!"

적당한 고지대에서 남작군의 주둔지를 지켜보고 있으니.

"꺄하하핫!"

"아하하하하핫!"

그저 웃음만이 터져나온다.

사기는 최악. 보급품은 바닥. 픽시들 때문에 잠도 못 자서 피로한 상태였으며, 전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군대가 아니라 삶의 희망을 잃은 마약중독자 노숙자 집단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픽시들의 활약이 아주 대단하구나!"

"마왕아! 빨리 쓰담쓰담해줘!"

"젖마사지 받을래!"

신이 난 픽시들이 내게 애교를 불리면서 달라붙어온다. 순수한 즐거움. 요구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픽시들이 까치발을 들면서 좋아했다.

"으읏! 넘넘 좋아!"

"꺄하하하하핫!"

승리가 거의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마냥 즐겁다.

"케루룽! 인간들 좆밥임니다!"

"케랴아아악!"

고블린들 역시 인간들을 비웃으면서 케륵거리는 수준. 임프들도 인간 따윈 적수가 되지 못한다면서 발광했다.

"인간들 너무 쉽다."

"캬악캬악. 사냥이 즐겁다."

계속 병사들을 짤라먹으면서 사냥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라미아들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가장 고무적인 것은 다크엘프들이 본격적으로 실전을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본 적이 없었으나, 이번에 본대와 떨어진 남작군들을 '사냥' 함으로서 전투 경험을 획득하고 적의 피를 취하게 되었다.

피의 맛을 보는 건 아주 중요하다.

드디어 전사로 거듭난 것이다.

"네크리. 인간들과 전투를 해보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뭐랄까, 자신감이 생기네요. 상상 이상으로 쉽게 사냥할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그 자신감을 계속 들고 가십시오."

다크엘프 여성들은 전부 민첩하고 날쎄다. 이런 신체특성을 지닌 존재들이 진짜 전사로 거듭난다면 볼만 하겠지.

남작군과의 전투는 여러모로 양식이 되었다.

"그런데 의문이로군."

그러고 았으니 바네사가 말했다.

"대체 왜 저런 수를 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러게요.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까?"

"모르겠다. 내가 지휘관이었다면 차라리 고속으로 돌파했을 텐데... 저래서야 고립되어 죽을 뿐이니까."

동감이다.

가만히 있으면 말라죽을 뿐인데,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천사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천사는 없다고 했다. 지원군 따위도 없을 텐데 뭘 하는 거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레아가 와서 말했다.

"방향을 잃었을 수도 있죠."

"아니, 레아님?"

"아니면 진을 쳐서 재정비를 한 뒤에 정보를 취합하고 대처를 할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늦은 것 같지만."

"흐음."

방향을 잃었다는 가설. 제법 신빙성이 있다. 방향을 잃었다면 다시 찾아야 할 테니까. 저럴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뭐 전멸에 가까운 피를 입은 데다가 부대가 초토화가 된 상태다. 이 지역과 적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부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하긴 뭐."

애초에 방법 따윈 없는 상태였다.

예를 들어 카드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필드도 비었고 손에 남은 패도 없다. 그 상황에서 고민해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발악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지.

"흐흐흐, 그렇군요. 뭘 해도 박살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미 끝났어요. 솔직히 저도 속이 다 시원하네요. 감히 성녀님을 추격하다니... 모조리 죽어야 해요."

증오가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

"레아여. 너무 분노하지 말거라. 따지고 보면 저들 덕분에 이곳으로 올 수 있지 않았느냐?"

"그건..."

"이곳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았느니라. 내게 여자의 삶과 기쁨을 알려줘서 정말로 고맙구나."

성녀가 끈적하게 달라붙으면서 내 골반을 더듬었다.

"한때는 성녀 따윈 집어치우고 창녀로 살아가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란 착각도 했지만... 전부 허상이었느니라. 그렇게나 볼품없는 자지 따위, 쳐다보는 것조차도 역겹느니라. 그런 거 보지에 넣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상상만으로도 불쾌해지는구나."

진짜 세상에서 제일 음란한 성녀다.

"오직 마왕의 늠름한 자지만이 이 나를 여성으로..."

"성녀님... 제발 진정 좀 하세요. 레아님. 어서 성녀님 진정 좀."

"큿."

"아앗!"

불만스럽듯이 다가온 레아가 성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고 질질 끌고 간다.

"아무튼. 성녀님이 마왕 당신에게 푹 빠졌으니 따르고는 있겠지만, 성녀님이 돌아선다면 각오하세요."

"네, 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저 음란 성녀한테 쾌락을 주려면 나보다 강한 인큐버스가 있어야 할 텐데, 이 중간계에 그런 녀석이 있을 리가 없다.

마계에나 있지.

그리고 내가 마계로 진출할 때쯤 된다면 나보다 강한 인큐버스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여간 레아도 촉수 조교 좀 더 해야겠구만."

좀 더 고분고분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어.

ㅡ부웅!

그러고 있으니 세리뉴가 돌아왔다.

"세리뉴! 좀 어때!"

"다들 비몽사몽이야! 오늘 밤에 치면 전부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그럼 밤에 공격하자!"

내 병사들 좀 재웠다가 해 떨어지면 공격해야지!

* * *

밤이 되었다.

지친 남작군의 병사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으나, 낮 동안 교대로 휴식을 취하며 꿀잠을 잔 내 병사들은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드높은 사기.

적절한 영양 보충.

거기에 컨디션 만땅.

그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마왕군이 지친 인간 군대를 섬멸하는 것은 실로 간단할 터!

"모두!!!"

그 병사들을 모아두고 명령한다!

"진격하라!!!"

적들을 향해 진격하라고!

ㅡ척척척!

고블린 보병대가 가장 먼저 진격하고, 그 뒤를 임프들이 뒤따른다. 이어서 라미아들이. 다크엘프들이 진격한다. 종족은 다양하지만 전부 내게 훈련을 받았다. 무질서함 따위는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나의 병사들을 보라!

"들어라! 적들은 지쳐있다!!!"

그리고 픽시들은 주변에서 저공비행을 하며 우리를 엄호한다. 나는 내 친위대들과 함께 최후미에서 내 병사들의 뒤통수를 보며 연설했다.

"심지어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굶주린 채 잠조차 자지 못한 상태다! 그런 놈들을 죽이는 것은나약한 가축을 죽이는 것과 같다! 무적 마왕 큘스군! 그렇지 않나!"

ㅡ그렇슴디다! 케륵!

ㅡ끄르르르륵!

ㅡ캬아아아아아아악!

크게 대답한 병사들이.

"그럼 전원!! 함성을 내질러라!!!!"

ㅡ케랴아아아아아아아악!!!

힘차게 함성을 내지른다!

"저기 저 굴에 틀어박힌 인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질러라!!!"

어차피 놈들은 그냥 주둔지에 틀어박혀 있을 뿐이다. 그러고만 있으면 우회니뭐니 통하지 않는다. 이번엔 그냥 정면으로 들어가서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

일종의 정면 승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다.

아무튼 함성을 내질러서 다시 한번 공포를 심어주도록 하자. 소리 좀 지른 걸로 적의 전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함성을 내지르면서 주둔지 쪽으로 진격하니.

"흐아아아아악!"

"몬스터 군단이다! 아악!"

"끝났어...!"

예상대로 남작군의 병사들이 공포의 질린 얼굴로 후다닥 도망쳤다. 그것도 입구와 최전선의 방벽을 지켜야 할 병사들이 말이다.

"크하하하하하! 놈들이 도망치고 있구나!"

뿐만이 아니다. 도망치다가 넘어지고. 절규하면서 어둠 속으로 질주하고. 난리도 아니다.

"케르으으윽!"

"케랴아아아아악!"

그 결과, 우리는 기껏 만들어둔 주둔지의 안으로 무혈입성하게 되었다. 함정? 그딴 게 있을까 보냐. 이미 픽시들이 몇 번이고 정찰하면서 내게 다 보고한 상황이다.

놈들은 함정을 만들 여력조차 없다.

"전부 죽여라!"

적의 본진 안으로 쳐들어왔지만 저항다운 저항은 없었다. 패닉에 빠진 병사들은 그저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ㅡ푸욱!

ㅡ푹!

고블린 보병대가 간격을 살짝 벌린 채 경보로 전진하며 창을 내지른다. 그리고 마치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라미아들이 좌우로 전진한다.

돌격을 할 필요는 없다.

"캬하아아아아악!"

"캬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라미아들은 그냥 체급을 이용해 날뛰면서 칼로 병사들의 목을 벨 뿐이었으니까. 정말이지 너무 간단한 토벌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들의 전투력을 모조리 깎아먹은 뒤에, 일방적으로 제압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정글전.

그러고 있으니.

"흐아아아아아아악!"

어느샌가 우리의 측면을 우회한 것인지, 나름 실력자로 보이는 녀석이 칼을 겨눈 채 고속으로 질주해왔다. 노리는 것은 나인가?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지.

ㅡ파앗!

뒤에 서 있던 바네사가 땅을 박찼고.

ㅡ채앵!

그대로 검을 올려 치면서 습격자의 검을 휘감았다.

"기사인가."

"이, 이 마녀년들!!!"

동시에.

"샤아! 마앙님한테 덤비면 죽는다에여!"

샤란이가 분노를 표출하며 뛰어나가, 그 흉악한 손톱을 이용해 공간을 할퀴면서 지나갔다.

ㅡ푸슛!

그걸로 끝이었다. 검은 휘감은 바네사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녀석의 목이 떨어졌다.

"잘했습니다, 바네사! 그리고 샤란아! 지켜줘서 고맙다!"

"마앙님은 샤란이가 지켜여!"

"흐흐흐! 그래!"

다가온 샤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전황을 파악한다.

ㅡ아아아아아악!

ㅡ으아아아악!

ㅡ크하아아아아아악!

내 병사들이 날뛰면서 남작군을 일방적으로 도륙한다.

저번과는 다르다.

"이번엔 생존자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남작의 군대를 모조리 소모시키고, 천사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낸다. 그 타이밍을 노려 남작성으로 침투한다면... 성녀를 앞세우고 남작령을 집어삼킬 수 있어.

"모조리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않는다! 네크리! 팀 인간사냥꾼 투입입니다! 정글로 도주한 녀석들을 모조리 죽여버리십시오!"

"알겠어요! 자, 가자! 팀 인간사냥꾼!"

"넷!"

"넷!"

군기가 바짝 든 다크엘프들이 바람처럼 뛰쳐나간다.

"이번에도 우리가 승리했노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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