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화 〉 남작령 따먹기 # 4
* * *
"크하!"
속에서 에너지가 끓어 넘친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투명 김큘스가 울부짖었다. 단 하룻밤 만에 천사 넷을 마족으로 만들어버렸다. 두려울 정도의 능력. 그러한 업적을 행한 인큐버스는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고.
"크하하하하하하!"
지금 나는 제법 괜찮은 수준의 마력 성장을 맛보았다. 역시 천사들이 경험치 맛집이란 말이지. 내가 마족이라서 그런가? 적대 종족인 천사를 조교하는 게 제일 효율이 좋은 것 같았다.
좋다.
성장도 했고. 마력도 풀로 충전된 상태다. 당장 사랑스러운 내 부하들에게 이 기쁨을 나눠 줘야지. 리리엘은 뭐 순식간에 분대장 됐으니까 살판 났겠고.
일단 앞으로 인간 세상에서 활동하게 될 테니. 부하들의 전투력을 빠르게 성장시켜야 한다.
"얘들아!"
복도 쪽으로 나가니 고블린 두 녀석이 케룩거리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야 거기 블린쓰!"
바로 녀석들을 불렀다.
"케륵? 케룩! 마왕님! 충성!"
"충성케륵!"
즉시 내게 경례하는 고블린들.
아주 군기가 바짝 들었다.
"어, 그래! 충성! 너희들 빨리 부릴이한테 가서 전해라! 애들 모아서 연병장으로 집합하라고! 지금부터 마력 수여식 시작이다!"
"케르으으윽! 알겠습니다!"
마력 수여식이라는 말에 고블린이 크게 기뻐하면서 내무반 쪽으로 달려갔다. 내 부하들 중 마력 주입을 싫어하는 놈은 없다. 몬스터에게 있어서 마력 주입이란 것은 그만큼 환희로운 것이기에.
마력뽕이다, 마력뽕,
그렇게 연병장으로 나가서 사열대 위에 서니.
ㅡ척척척!
ㅡ파파팟!
던전 안에서 놀고 있던 내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뭐 중식으로 닭강정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일병 같은 기세.
"케르으윽!"
"끄르르륵!"
"규사삿!"
소란스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곧 부릴이가 임숭이 같은 애들이랑 나왔고, 날 보자마자 소리쳤다.
"케륵! 마, 뫙님! 뿔이 더 커졌슴다!"
"흐흐흐, 그렇게 보이냐? 아무튼 가서 서라! 형이 지금부터 마력주입 해줄 테니!"
"케루루루루룽!"
그렇게 내 앞에 정렬해 선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하나같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날 보고 있다.
내 뿔이 확실히 성장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기세 역시 전보다 강해진 상태지. 나의 성장을 목도한 부하들이 느끼는 것은 단 하나.
나에 대한 경외심이다.
"부릴이! 앞으로 나와라!"
"케륵!"
"최고선임이니 첫 번째로 주입해주마!"
"당근빳따임다, 뫙님! 케루루루룽!"
어지간히도 기쁜지 부릴이가 개구리마냥 폴짝폴짝 뛰면서 내게 다가왔다. 볼 때마다 귀여운 동생 같다니까. 녀석은 냉혹한 전사이자 숙련된 군인이지만, 내 앞에선 그전 재롱둥이일 뿐이다.
ㅡ처억!
"왔슴다, 뫙님! 어서 이 부릴이에게! 위대한 마력을 하사해주십쇼케룽!"
"그렇다면... 한쪽 무릎을 꿇어라!"
"케륵!"
바로 부릴이가 멋진 기사처럼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 역시 자세를 살짝 낮춘 뒤에, 부릴이의 한쪽 어깨를 잡았다.
ㅡ고오오.
내 속에 존재하는 마력. 그것을 느낀다. 여기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지. 그리고 마력의 총량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의 일부를 소모하여 손끝으로 방출했고.
"케룽?!"
그대로 부릴이의 어깨 안으로 스며들게 했다.
"케룽, 케루루루룽?! 뫙님! 기분이, 기분이이잇...!"
"기분이 왜!"
"기분케룽케루룽임다!!!"
"똑바로 말해!"
그리 소리친 순간!
ㅡ파앗!
부릴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케륵, 케르으으윽!"
마치 초사이언이 포효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채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느껴진다! 부릴이의 몸에 스며든 나의 마력이!
"케르으윽! 부릴님! 부릴님이 이상하다!"
"끄르르르르륵! 때체 무쓴일이지!"
"규삿삿! 마왕님! 무슨일임니까!"
당황한 부하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아아."
나는 알 수 있었다.
"케루루루루루룽!"
이것은.
"뫙님...!"
각성이었다.
ㅡ뿌득.
ㅡ뿌드드득!
부릴이의 눈에서 시뻘건 안광이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부릴이의 눈 끄트머리 쪽. 그 반뼘 정도 위에서 빨간 뿔이 솟아 나오기 시작한다. 뿔. 뿔이다. 드디어 부릴이에게도 뿔이 생겨난 것이다!
"케르으으으으으으으으윽!!!"
뿔이 생겨나게 된 부릴이가 함성을 내질렀다...! 키도 덩치도 미세하게 조금 더 커졌다!
"부릴아! 성장했구나!"
"케륵! 케르으윽! 뫙님! 제 안에서 무한한 힘이 넘쳐흐름다! 케륵케륵케륵!"
"크하하하하하하! 역시!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나의 사천왕 부릴이여!"
"뫙님! 어서! 저의 이 기분을 방출하고 싶슴다!"
"그렇다면 내 손을 잡아라!"
ㅡ처억!
부릴이를 향해 양손을 내밀었고.
ㅡ처억!
부릴이 역시 내 양손을 잡았다.
"하하하하하하하!"
ㅡ빙글빙글!
그리고 회전!
회전이다!
"뫙니이이이이임! 저 너무 행복함다!!!!"
"크하하하하하하! 나도 그래!"
기쁨이 터져 나온다. 그래. 여기 와서 처음 만난 부하인 부릴이가 드디어 마족화가 되었구나. 머리에 뿔도 돋아났고, 방출하는 기운에서는 노골적인 마력의 향이 느껴진다.
이제 부릴이는 마족 고블린이다. 아니, 종족명을 뭐라고 하지? 이블 고블린? 다크 고블린? 암흑 고블린? 뭐, 아무래도 좋다. 부릴이는 부릴이니까.
"케루루루룽!"
부릴이가 시뻘건 안광을 뿜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 그렇게 한참동안 회전하다가 부릴이를 놔줬다.
"뫙님... 감사함다! 역시 뫙님은 최강위대한 존재임다!"
"부릴아. 다 내가 널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케룩...!"
그리 감동을 나누고 있으니.
"끄르르르륵! 모왕니이이임!"
"규사사사사사삿!"
다른 부하들이 광분해 소리치며 날 불렀다. 지금 눈앞에서 부릴이가 각성한 참이다. 다들 똑같이 되고 싶은 것이겠지.
"조용! 봐라! 부릴이가 나의 힘을 받고 이렇게나 강해졌다! 이 형이 약속하건대, 너희들 전부 이렇게 될 수 있어! 정렬해라! 한 놈씩 전부 주입해 줄 테니까!"
"끄르르륵! 모왕님! 쩌 너무 기쁨다!!!"
"임숭이 임마 빨리 자리 가서 서!"
"끄륵!"
그럼 오늘은 내 부하들에게 힘을 주입해주도록 하자!
* * *
그렇게 모든 마력이 방전될 때까지 내 사랑스러운 부하들에게 마력을 주입해줬고.
"케르으으으으윽! 힘! 힘이 느껴진다, 케르으윽!"
"끄르르르륵! 큰뿔이다! 큰 뿔!!!"
"각성했슴니다! 규사사사사사삿!"
압도적인 성과를 볼 수 있었다.
"흐흐흐...! 이 새끼들!"
선임라인. 수치로 치면 각 부대의 절반가량 되는 녀석들이 전부 마족화를 한 것이다! 다들 부릴이만큼 큰 뿔은 아니지만 머리에 작은 돌기 같은 붉은 뿔이 돋아났으며, 체내에서 마력이 느껴진다!
그동안 나와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부하들 대부분이 마족화가 된 것이다!
"규사사사상! 마왕님! 몸에서 힘이 넘침니다!"
"끄르르르륵! 몸집도 더 커졌다!"
순수하게 즐거워하며 춤을 추는 녀석들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진다. 비록 마력을 다 소모해서 피곤하긴 하지만, 나는 지금 극한의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흐윽! 그래! 다들 나랑 참 열심히 했다! 너희들 안에 있는 힘이 느껴지느냐!"
"케륵! 느껴짐다! 뫙님!"
"그 힘이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ㅡ끄르르륵!
ㅡ규사아아아앗!
함성을 내지르는 부하들!
"케, 케륵...! 아쉽다!"
"규사사삿. 아쉽습니다!"
"끄르르륵!"
그래도 아직 후임라인은 마족으로 각성하지 못했다. 그동안 나한테 받은 마력의 총량이 차이가 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나는 그 부하들에게 다정하게 말해줬다.
"아쉬워할 필요 없다. 단순히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봤지? 선임들 다 각성한 거? 너희들도 조금만 더 있으면 각성할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정진해라."
"케륵!"
의욕을 터트리는 후임 라인.
이제 또 새로운 부하들을 들일 것이다. 경작지도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새로 들어온 녀석들에게, 지들 맞선임들이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군기와 의지가 폭발할 것이 분명.
"자, 그러면! 마족으로 각성했으니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오늘과 내일은 휴일이다! 푹 쉬어라! 그리고 내일 밤에는 축하 파티를 하도록 하자!"
"알씀다! 뫙님!"
"다들 푹 쉬고 먹으면서 자기 몸에 대해서 좀 알아봐라!"
"끄르르륵!"
마족화가 되었으니 녀석들도 '마력'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마족이란 건 그런 존재니까. 사실 임프들도 원래 불덩이를 쓸 수 있는 마당에 고블린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물론 부릴이 빼고는 아직 약한 수준의 마족이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릴 거다.
"그래도."
만약 내 부대원들이 마력을 이용해서 창날이나 칼날에 오러 같은 것을 두를 수 있게 된다면?
"무적방진 완성이다."
마력의 오러를 두른 무적마왕군을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오늘 내 부하들이 마족화가 된 것으로 우리들의 성장한계치가 팍 올라갔다!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어!
세계 정복 따위 꿈이 아니다!
ㅡ스릉.
바로 칼을 뽑았다.
ㅡ화르르륵.
그리고 그 칼에 마력을 이용한 오러를 둘러 보았다. 사실 마력을 다루는 것 자체는 아주 익숙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간단하다.
"좋아."
앞으로는 바네사나 뭐 레아한테 시켜서 부하들에게 이런 전투적인 마력 운용법을 가르쳐도 괜찮겠어.
"샤아! 마앙님! 다들 엄청 신났다에여! 뿔도 막 생기구!"
"그래! 샤란아! 우리 친구들이 다 강해졌어!"
샤란이도 신이 나서 뿔이 난 애들을 살펴보며 기뻐했다.
이게 바로 성장의 맛이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