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 남작령 따먹기 # 7
* * *
그리 카르티와 이야기를 끝낸 다음에는 바로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마계에서 온 소식에 대한 건 바로바로 공유를 해야 하니까.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는 부하들과 공유한다.
"뭐, 그랬다는 겁니다."
카르티가 준 정보와 여공작 케라시스와 접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이 여자들 반응이 터무니 없다.
"엄마가... 있었어?"
"뭐요?"
레이카를 시작으로.
"있었던 건가요?"
"어머니가 있었다고?"
아이린에 바네사까지.
"거짓말이 분명해요."
거기에 레아도 합세했다.
"야. 정말이냐? 엄마가 있었어?"
"아니, 그럼 제가 뭐 혼자 태어났겠습니까?"
엄마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나?
"마족이니까 어둠에서 생겨났을 수도 있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엄마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도 엄마가 있긴 합니다."
당연히 엄마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단 날 생산한 사람이니 개념적으로는 엄마가 맞다.
"흐음."
그런데 다들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골똘히 생각하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는 중.
"그런데 엄마가 있는 녀석이... 여자를 그렇게 막 다뤄?"
"그건... 확실히 이상하군. 어머니를 존재가 있는 녀석이 여인을 강간하는 걸 즐기다니. 이해할 수 없군."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해요! 여성을 강간하는 일 따위, 엄마의 얼굴을 생각하면 하지도 못할 텐데! 여성의 보짓구멍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강간섹스를 해대는 파렴치한에게 엄마가 있을 리가!"
레이카와 바네사. 그리고 아이린이 본격적으로 날 갈구기 시작했다. 이 여자들이 진짜. 아직 달콤한 맛을 덜 봤나? 촉수성고문을 한 번씩 돌려줘야 할까?
다들 굉장히 좋아하겠지만, 처벌은 처벌이다.
"아니, 다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게 엄마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리고 아이린님은 무슨 패드립을 그렇게..."
"엄마에게 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았길래 그런 거죠! 이 파렴치한 강간섹스범!"
"교육은 무슨. 얼굴은 여기 올 때 말고는 보지도 못했는데요."
"예?"
잠깐 정적이 흐른다.
"그게 뭔 소리냐?"
"내가 이 이야기를 안 했던가? 간단합니다. 마족들의 가정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릅니다."
한번은 설명하고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했다. 일단 나는 알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 그래서 살아오면서 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것.
여기에 오기 직전에 한번 보긴 했지만, 그건 중간계로 사실상 유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에 불과하다는 것.
아, 그래도 이 부분은 조금 각색했다. 나는 유기당한 게 아니라 마계에서 명령을 받고 파견을 나온 것이다.
"마족 가정에 인간들 같은 사랑이 있을 리가 없지요. 자식이라곤 해도 그냥 도구일 뿐입니다. 도구로서 다뤄지고, 중간계로 파견이 된 것이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였습니다."
그리 이야기를 마치자.
"..."
"..."
"..."
다들 내 시선을 피하면서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방금은 약간 장난치는 것처럼 내 엄마에 대해서 말했지만, 사정을 자세히 알고 나니 미안해진 것이리라.
"뭘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까? 빨리 회의 시작하게 고개 드십시오. 이게 뭐 중요한 일이라고. 아무튼 이제 카르티가 새로운 정보를 보내오기 전까지 체급을 늘리는 일에 집중할 겁니다. 당장이라도 신병들을 자진 입대 시키기 위해 출동할 생각이니 준비하도록 합시"
"크흣!"
"아니, 성녀님?"
돌연 벌떡 일어난 성녀가 내게 다가오더니 날 와락 끌어안았다!
"그런 힘든 과거가 있었느냐...! 흐윽!"
"성녀님? 대체 무슨?"
"엄마가 필요하다면 언제는 이 나에게 말하거라! 비록 섹스 없인 살 수 없는 창녀 같은 몸이지만 이 몸의 온기 정도는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느니라! 자, 오늘부터 어머니라고 부르도록 하거라! 이 어미가 전부 받아줄 테니! 오늘부터 그대를 자식으로 여기겠느니라!"
"아니 잠깐! 누구 마음대로 엄마래!"
"울지 말거랏...!"
괜찮다니까 그러네!
근데 성녀님 같은 엄마면 개이득 아닌가?
* * *
회의가 끝났다.
"새끼."
레이카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던전 바깥으로 나왔다.
바람을 좀 쐬고 싶었으니까.
"가정 상황이 많이 안 좋았네."
그것이 많이 안타깝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다. 다들 속으로 많이 안타까워 하는 중이다.
처음엔 강간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섹스라는 것도 제법 즐거워졌고, 정도 많이 생겼으니까. 몬스터들 역시 처음엔 징그러웠지만 이젠 믿음직한 동료들이다.
레이카는 다들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후우."
불우한 가정 사정.
마왕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그건 분명 방어기제 같은 것이겠지.
불우한 어린 시절이다.
녀석이 마족이라고 해서, 상식 같은 것이 아예 없는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보통의 인간처럼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녀석이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지냈다면 여러 가지로 상처를 받고 엇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녀석은 마족치고는 크게 엇나가지 않은 편에 속한다.
"정상적인 가정이었다면."
놈도 아마 선하게 살아갔겠지.
마족으로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식구만큼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녀석이다. 근본은 좋은 녀석이다. 아마도.
"엄마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어머니에게 받아야 할 교육을 받지 못했다. 마왕은 외로운 녀석이다. 식구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직접 만든 식구에 집착하는 것이다.
레이카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게 아주 괜찮은 분석이라고 판단했다. 녀석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가 없다면."
누군가가 엄마가 되어줘야 한다.
웃긴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녀석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놈이 섹스와 강간. 그리고 여성에게 집착하는 것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 같은 감정이 혼합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성에게 집착하지만, 강간으로 고통을 주려고도 한다. 전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발현이고, 후자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의 발현이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여성을 강간하는 것으로 풀려고 하는 것이다.
레이카는 그리 생각하면서, 자신이 심리를 분석하는 것에 아주 능통하다고 재차 판단했다.
"알면 알수록 불쌍한 새끼야..."
녀석이 식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것을 떠올리니 가슴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기에 자기가 직접 만든 식구에 집착한다.
"..."
아까 성녀가 말했다.
자기를 어미라고 생각하라고. 뭐, 성녀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지. 하지만 이건 양보할 수가 없다. 만일 녀석의 어머니가 되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뿐이다.
샤란? 루미카? 세리뉴?
다들 착한 애들이지만 모성애와는 거리가 좀 멀다. 애교가 많기는 해도 어머니로서의 사랑을 모르는 요정들이다.
다른 여자들은 또 어떠한가. 마왕을 안쓰럽게 여기는 건 사실이지만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건 자기밖에 없을 터다.
성녀를 좀 견제할 필요가 있겠어.
그 녀석의 어머니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성녀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새엄마 같은 두 번째 자리뿐.
* * *
"가자! 신병들 수집하러!"
"케르으으윽!"
"끄르르르르륵!"
거침없이 진격한다!
"보이는 모든 신병들을 모조리 다 자진 입대 시켜라! 인간세계로 진출하기 전에 우리군의 힘을 키우는 거다!"
어차피 남작군은 박살 났고, 주변에 있는 다크엘프들 역시 내게 다 흡수된 상황이다. 가장 위험한 세력들이 사라진 지금. 나는 이 지방의 패자나 다름없다.
경작지는 이미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정글로 진격이다. 보이는 모든 몬스터들을 내 부하로 삼도록 하겠다!
"가라, 큘스 마왕군!!!"
"케륵! 케륵! 케륵!"
"케루루룽!"
그렇게 우리들은 정글로 진격했다.
고블린. 코볼트. 임프. 병력 자원은 풍부하다. 우리 행동범위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나올 테니까. 그리고 픽시마을... 옛날에 쥬리아가 말하길, 여기까지 오면서 픽시들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새로운 픽시들을 잡는 것 역시 매력적인 일이지.
"쥬리아님. 그럼 길 안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후후, 믿어주시길. 많은 몬스터들이 있을 겁니다."
"그거 좋군요."
아주 좋다.
"세리뉴. 픽시 마을 발견하면 가서 잘 이야기해줄 수 있지?"
"응! 이제 우리 친구들 더 생기는 거야?"
"찾으면. 아무튼 픽시 마을 찾으면 세리뉴가 가서 잘 이야기 해줘라. 그쪽 픽시들도 우리 팀으로 만들면 공군력이 강화되니까."
"나만 믿어! 픽시들이랑은 다 친해질 자신 있어!"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픽시들은 내 밑으로 들어오고 나서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그걸 알려주면서 손을 뻗는다면 모든 픽시들이 세리뉴의 손을 잡겠지.
"친구들 많이 모으면 픽시 중대장 시켜줘!"
"흐흐흐, 당연히 그래야지."
"아, 뫙님! 그러고 보니 저는 중대장 언제됨까!"
"이번에 고블린 신병들 수확하고 나면 바로 진급시켜주마!"
"케루루루루룽!!! 죄다 잡겠슴다! 케륵!"
슬슬 부릴이도 중대장 해야지!
"아, 계급체계 개편도 좀 해볼까."
부대 규모가 커지면 다시 제대로 계급 개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거는 똑똑한 애들이라고 상의를 좀 해봐야겠어.
그러고 있으니.
ㅡ스윽.
내 옆으로 성녀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손수건으로 내 이마를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덥지 않느냐? 여기, 물을 가져왔느니라."
마치 어머니 같은 다정한 목소리.
"아니... 성녀님. 엄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어미가 해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라. 자, 자. 수분보충은 필수이니라. 날이 더 워 탈수증에 걸릴 수도 있으니 잘 챙겨 먹어야 하느니라."
"큿... 레아님."
레아를 보니.
"하아."
아주 험악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성녀님의 아들이라니. 그런 거 인정 못해요."
"나도 인정 못 할 것 같다고요!"
이건 누구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아, 레이카님! 와서 성녀님 좀 떼어내 주십시오!"
일단 레이카를 불러봤다.
그런데.
"...너 말이야."
"레이카님?"
"혹시 나한테 엄마라고 불러볼 생각 없냐?"
"이 여잔 또 왜 이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