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254화 (254/544)

〈 254화 〉 남작령 따먹기 # 9

* * *

일단 픽시들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앞서 겸사겸사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알려주기 위해 픽시마을에 잠깐 방문했다.

"와아!"

"와!"

오랜만에 픽시 마을을 본 내 픽시들이 감탄을 하면서 사방을 둘러본다. 건물 디자인이 좀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어디서 이런 건축법을 배웠을까?

세리뉴 말로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기술이라고 했는데... 다들 향수를 느끼고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뭐, 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

그렇게 픽시들과 함께 마을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이야?! 사티로스들을 그렇게 쉽게 처치할 수 있어?!"

"물론이야! 우리 엄청 강해! 한 명도 안 다치고 이길 수 있어!"

"대단해!"

"와아아아아!"

새 친구들을 만난 탓에 다들 신이 났다.

픽시들끼리도 낯선 녀석이라면 경계를 할 거라고 생각 했는데, 그냥 외부에서 온 친구들 정도로 여기는 걸 보면 원체 동족 의식이 참 투철한 듯.

그렇다면 군인으로 바꾸는 것 역시 간단할 터다.

"근데 대장 픽시야. 너 이름이 뭐야?"

"난 레뮤리야!"

"그래, 레뮤리. 우릴 따라오면 너희들도 강해질 거다. 세리뉴. 새 친구들한테 솜씨 좀 보여줘. 너희들의 비행 실력이랑 마법 능력을."

"좋아!"

세리뉴가 익숙하게 명령을 내렸고, 바로 편대비행 진형을 취한 녀석들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ㅡ부웅!

강렬한 소리.

"우와!"

"와아아아아!"

즉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다. 날아오른 픽시들이 곡예 비행을 시작한 것이다.

ㅡ쐐애애액!

"세상에! 저렇게 빠른 픽시는 처음 봤어!"

"나보다 빨라!"

그리고 공중에서 행하는 요격훈련. 픽시들의 암흑커터가 사출되면서 멋진 광경을 연출했다.

"마법도 엄청 잘 써!"

"저렇게 다 함께 싸우는 거야?"

"너무 대단해!"

흥분한 야생 픽시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커다란 폭유빅젖을 맞대면서 눈을 반짝이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거 픽시들 종족 특성인가? 이런 깜찍한 제스처는 우리 픽시들이랑도 비슷하다.

그런 공통점이 보이고 있는 상태다. 당연히 호감이 피어오를 수밖에 없다. 이 순진한 빅젖 픽시들을 범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

성에 대해 무지한 픽시들은 곧 쾌락에 중독될 것이다.

"어때, 레뮤리. 멋지지? 쟤들도 처음엔 너희랑 똑같았어. 근데 내 친구가 된 다음부터 저렇게 강해진 거라고. 아주 빠르고 강하게."

"정말 대단해...! 만일 우리가 저렇게 된다면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렇긴 하지. 아무튼. 레뮤리? 사티로스들에 대한 정보 좀 알려줘. 그것만 알아내고 바로 토벌하러 갈 테니까."

"바로?!"

"우린 준비가 되어 있거든. 나쁜 사티로스들을 혼내줄 준비가. 참고로 옛날에 세리뉴네 픽시들을 괴롭히던 사티로스들도 내가 다 죽여줬어."

"대단해애애애앳!"

레뮤리가 양손으로 볼을 받히면서 놀라움을 토로했다.

참 귀엽다니까.

"알았어! 아는 걸 다 알려줄게!"

"흐흐흐, 좋아."

"아, 그런데 우리도 사티로스들이랑 같이 싸워도 돼?! 복수해주는 건 고맙지만 우리도 손맛을 느끼고 싶어!"

세상에 손맛이라니.

역시 전쟁광 종족이다.

"그거는 좀 위험하니까... 일단 후방에서 지켜보는 걸로 할까? 싸울 기회는 많으니까. 당장은 우리가 어떻게 싸우는지 관찰부터 하자. 괜찮지?"

"으응... 뭐. 그럴게. 좋아!"

역시나 쿨하게 대답하는 레뮤리.

곧 세리뉴가 귀환했다.

"어때! 우리의 실력이!"

"정말 대단해! 우리도 너희처럼 되고 싶어!"

"금방 그렇게 될 거야!"

금세 친해졌구만.

"그럼 세리뉴. 사티로스들 정보 좀 수집한 다음에 털러 가자."

"알았어! 사티로스는 보는 족족 죽여야 해!"

그렇게 우리들은 이 야생 픽시들에게서 사티로스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냈다.

* * *

전술이랄 것도 뭣도 없었다.

"메헤에에에!"

"메에에에!"

실로 일방적인 도륙. 보병대를 앞세우자 사티로스들이 우왕좌왕 하며 쓰러졌다. 고작해야 이 야만야생의 몬스터 놈들이 훈련된 것도 모자라 인간들의 장비를 착용한 정예 보병대를 이길 리가 없지.

"오늘은 양고기 파티다. 모조리 죽여라."

"케르으으윽!"

이번에는 내가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부릴이한테 한번 알아서 해보라고 시켰는데도 완벽.

사실 뭐 여태까지 내가 내렸던 명령을 따라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런 식으로 연습을 시켜야지. 부릴이는 장차 지휘관이 될 것이다. 중대장 다음은 대대장이다. 직접 병력을 지휘해야 한다.

아무튼.

"대, 대단해...! 이렇게 쉽게!"

"사티로스들이 아무것도 못 해!"

"저길 좀 봐! 도망치는 놈들을 다 쏴 죽이고 있어!"

"와아!"

픽시들은 우리군의 위용을 보고 입을 닫질 못했다. 그야말로 극한의 놀라움. 픽시들은 이렇게 일방적인 전투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대단하지? 이게 바로 우리의 힘이야."

"엄청나! 나 무조건 너희의 친구가 될게! 우린 이젠 진정한 친구야!"

"사티로스들 다 죽었어! 속이 뻥 뚫려!"

"그래도 잡혀간 애들은 안 보여...!"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했으니, 잡혀간 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 픽시들에게 애도를.

"잘 생각했다. 우리랑 있으면 사티로스 따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원한다면 보이는 족족 죽여주마."

"고마워!"

사티로스들은 내 부하로 삼을만한 녀석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토벌뿐이다. 정글의 자원을 사용하게 둘 수는 없지.

근데 이것도 인간세계로 진출하기 전까지만이다. 남작령에 정착한 다음에는 정글이 신경 쓸 시간이 없겠지. 당연히 안정되면 정글과 남작령을 동시에 발전시키겠지만,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작령을 완전히 장악하고 세력을 늘린다면. 그때부터는 이 정글의 존재가 나의 아주 강력한 무기이자 장점이 될 것이다. 저 안에서 나오는 자원과 길. 그리고 땅! 병력! 모든 것이 다 나의 것이 될 테니까!

ㅡ전율.

전율이 느껴진다.

남작령과 정글을 동시에 가지게 될 것이다.

아무튼 우리들은 아주 손쉽게 사티로스를 토벌했고, 사티로스 고기로 연회를 하기로 했다. 나는 이사 준비를 도우러 갔고.

"마을을 버리는 건 조금 아쉽지만... 더 큰 곳으로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

"응응! 나도!"

"나도!"

"나도 더 강해질래!"

픽시들이 짐을 정리했다. 귀중품을 챙기고, 필요 없는 것들은 전부 버린다.

"그런데 정말 대단한 도구야. 우리가 만든 건 이렇게 단단하지 않은데."

"옷은 비슷하지만, 도구 수준이 너무 달라!"

"그렇지?"

픽시들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도구랑 인간들에게서 빼앗은 도구 사이에는 아주 큰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뭐가 됐든 남작령에 있는 인간 대장장이들의 기술을 빨아먹을 생각이다. 설령 나중에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기술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디서든지 써먹을 수 있을 터.

"그럼 가자!"

그렇게 픽시들을 이사시켰다.

"안녕! 정든 집아!"

"우린 더 좋은 곳으로 갈 거야!"

"강해지기 위해!"

"야호!"

순진한 픽시들은 그저 즐거워했다. 더 강해질 기회. 안전한 삶. 그리고 사냥의 즐거움. 픽시들에겐 그런 욕망들과 함께 전투의 욕망 역시 존재한다.

나는 그것 욕망들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 * *

"좋아!"

이걸로 픽시들의 정원이 총 40명이 되었다.

편대로 따지면 세 개 정도가 나오겠군. 일반 편대 3개랑 세리뉴 포함한 지휘 편대 하나로 체계를 다시 만들어 볼까?

12명으로 이루어진 편대 3개와, 세리뉴 포함 4인으로 이루어진 지휘 편대 하나.

지휘 편대에 포함된 픽시들이 각 편대로 날아가서 유기적으로 명령 전달을 해준다면 보다 쉽게 픽시들을 운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동안은 숫자가 모자라서 편대장 개인의 능력을 믿고 전투를 수행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지휘체계와 시스템의 힘을 이용해야지.

숫자를 이용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튼 우리들은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정글로 진격했고, 보이는 모든 몬스터들을 납치해와서 자진 입대를 시켜줬다. 마족 지배술도 이제 그냥 막 써도 되는 수준이고.

"케르으으윽!"

"끄르륵!"

"규사사삿!"

그러면서 틈틈이 신병들을 훈련시킨다. 픽시들에 대한 건 세리뉴에게 맡겨뒀다. 보니까 새 친구 대하듯이 잘 대해주고 있어서 이미 적응을 완료한 수준이다. 다들 돌아가서 뭐하고 놀지 꺅꺅거리면서 떠들고 있는데, 그 모습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했다.

"이쯤 했으면 충분하겠군."

굴릴 수 있을 수준의 병력.

딱 목표치만 채우고, 우리는 던전으로 귀환했다. 이제부터는 신병들을 훈련시키면서 물자를 비축하고, 카르티의 소식을 기다리면 된다.

"그 전에 할 게 있지. 신병들 전원 집합! 부릴아! 각 소대장이랑 신병들만 집합시켜라!"

"케륵! 알씀다!"

"신병들 연설한 다음에 니 중대장 진급식 시작할 거야!"

"케루루루루룽?! 바로 진급식 시작함까?!"

깜짝 놀란 부릴이가 폴짝 뛰면서 소리친다.

"고블린 부대원 수를 봐라."

신병 포함해서 고블린들 숫자가 80명을 넘어섰다. 이번에 신병이 대량으로 들어왔으니까. 이 정도면 중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케륵케륵! 뫙님! 저 너무 기쁨다!"

"그럼 빨리 집합이나 시켜 임마."

"케륵! 알씀다!"

바로 부릴이가 소식을 전하러 갔고, 곧 소대장들과 신병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기본적으로 고참병들은 다 암흑진화를 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신병들이 아주 잘 따르는 중이다. 몬스터들은 강한 마력을 지닌 존재를 두려워한다.

"뫙님! 집합 완료했슴다!"

"좋아. 인원 점검도 끝났지?"

"케륵! 정확히 이번 원정에서 자진 입대시킨 신병들임다!"

"그래."

그럼 연설을 시작해보자.

"차렷! 열중쉬어!"

ㅡ척척척!

어설프긴 하지만 신병들이 내 구령에 따라 움직인다.

"쉬어! 편히 쉬어!"

좋아.

"제군들! 우리 무적 큘스 마왕군에 입대한 것을 환영한다! 이미 둘러봐서 알겠지만, 이곳이 바로 너희들이 당분간 지내게 될 던전이다!"

얘네들에게서 있어서 이 던전은 '당분간' 지낼 곳이다. 이젠 남작령으로 진출해야 하니까.

놈들의 군생활은 정글보다 인간세상 쪽에서 하는 게 더 길 것이고, 익숙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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