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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260화 (260/544)

〈 260화 〉 남작령 따먹기 # 15

* * *

카르티의 서포트가 있었기 때문에 행군간에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마계에서도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은 다른 곳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보다 나를 서포트 하는 게 우선순위가 높다.

그렇게 우리들은 적지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교전조차 없이 하수도에 도착했다.

"캬. 드디어 도착했구만. 얘들아! 바로 여기다!"

"케륵...!"

"근데 악취가 좀 심하네."

"뫙님! 여기 존나 심함다! 케학!"

부릴이가 코를 막으면서 소리쳤다... 어쩔 수 없다. 여긴 진짜 하수도니까. 악취가 안나면 그게 하수도겠냐?

아니 근데 밤의 하수도라니.

분위기가 오진다.

안좋은 의미로.

"어쩔 수 없다. 더러운 길을 사용해야 기습을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다들 힘내자. 이거랑 전투만 극복하면 저 너머에 있는 성이 바로 우리 것이라고."

하수도의 악취가 심한 탓에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전의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끄르륵."

"규삿규삿."

곧 인간과 싸울 것이라는 사실에 전투적인 흥분이 치밀어 오르는 중이다. 마왕인 나는 그 모든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큘스오빠. 이제 시작이야. 안에 위험 요소는 없어. 성의 방비 상태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으니,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돼!"

카르티가 침착하게 말했다.

"좋아."

그럼 들어가자.

"바네사님. 철창을 좀 잘라 주시죠."

"알겠다."

바로 칼에 다크오러를 두른 바네사가 물가로 들어갔다.

ㅡ첨벙.

그리고 주저없이 하수도의 앞으로 가서 철창을 베었다. 저런 철창 따위 바네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크... 불쾌하군. 이제 들어가면 된다."

"좋습니다. 부릴아. 이제 진격이다. 훈련했던 대로 줄 맞춰서 걸어 들어가라. 그리고 바네사님? 앞장서시지요."

내 말에 바네사가 바로 방패를 잡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위험 요소는 없다지만 조심은 해야 하니까.

"리리엘. 조명 온."

"빨간색으로 하면 되나?"

"네."

"알겠다."

ㅡ팟.

바로 천사들이 머리 위에 있는 링에서 은은한 적색의 광채를 뿜었다. 뭐 그런 식으로, 우리 무적 큘스마왕군이 하수도로 진입했다.

"으읏... 너무 불쾌한 물이야!"

루미카가 질색하고 있다.

"조금만 참자, 루미카. 성만 점령하면 깨끗하게 씻을 수 있으니까."

"물을 이렇게 더럽히다니. 용서 못해."

동감이다.

"샤아... 마앙님. 빨간불 있어서 뭔가 신기하다에여. 물만 깨끗하면 놀러 온 기분이었다?"

"흐흐흐, 그렇지. 물만 깨끗하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구나.

"하아. 원래 집으로 돌아가는 건데 이런 뒷문을 써야 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린과 라이자가 그런 말을 했다.

"수녀원의 모두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그건... 많이 걱정되네."

아이린의 말에 레이카가 그런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안에는 수녀들이 남아있었지.

보자.

그 수녀들도 취하는 게 좋을까? 수녀들 역시 열심히 여론 활동을 해줘야 한다. 당연히 취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하수도를 횡단했다.

더럽고 구불구불한 공간이다. 악취 때문에 후각이 마비되었다. 근데 오히려 그것이 좋게 작용했다. 냄새가 안나서 덜 괴로우니까.

아무튼 그러한 길을 카르티의 안내에 따라 움직인다.

중간중간 다른 이블아이들이 합류했다.

ㅡ첨벙첨벙.

ㅡ찍찍.

들리는 것은 물소리와 쥐 소리 뿐.

"끄륵끄륵. 쮜다. 쮜."

"케륵. 규일이 쥐 잡아먹나?"

"규삿삿. 말도 안되는 소리임니다. 더러운 쥐 안먹슴니다."

그래도 쥐 나타났다고 다들 좋아라하고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단풍잎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더니, 이 녀석들은 시궁쥐만 봐도 즐거워하고 있다.

다들 참 순수하단 말이지.

ㅡ첨벙첨벙.

얼마나 지났을까.

"큘스오빠. 이제 조명을 꺼야 해. 곧 지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나와."

"드디어 도착했군."

지긋지긋한 하수도는 이제 끝이다. 바로 전투를 준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이 릴레이식으로 맨 뒤까지 전달되었다.

ㅡ파앗.

천사들의 불이 꺼지고.

침묵이 내려앉는다.

ㅡ고오오.

동시에 주변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내 몬스터 부하들이 마력까지 곤두설 정도로 전투 태세에 돌입 한 것이다...!

전율!

"오오...!"

전율이 느껴졌다!

가장 중요한 전투가 임박한 순간이다. 나조차도 그 흥분에 사로잡힐 지경이었다. 마력이 부르르 떨리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란 말이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나는 남작의 성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예정된 일이지.

준비된 우리 부대가, 야간에 기습을 하는 것이다. 이 중세 비슷한 사회의 병사들은 전술의 이해도가 낮다. 싸우면 내가 이겨!

"전군."

부대원들이 신속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선다.

ㅡ처억.

그리고 어둠 속에서 명령을 내린다. 지상으로 올라가서 경계병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진격하라."

내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짐과 동시에.

ㅡ첨벙첨벙첨벙!

ㅡ첨벙첨벙첨벙!

ㅡ첨벙첨벙첨벙!

훈련받은 고블린 보병대가 신속하게 달려 나간다! 허리에 칼을 차고 등에 방패를 맨 1소대다!

"케륵...!"

그리하여 고블린들이 일렬로 사다리에 달라붙었다! 훈련받은 만큼 신속하게 사다리를 오르는 녀석들! 이제 녀석들이 위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고!

ㅡ부웅!

픽시들이 제공권을 잡을 것이다.

ㅡ부우웅!

ㅡ부우웅!

야밤에 울려 퍼지는 소리치고는 크다. 물론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내 픽시들은 무적이니까.

ㅡ부웅!

발진한 픽시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고블린들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좋다! 내 병사들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까지는 완벽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다들! 다들 올라가라!"

"케르으윽!"

"끄르르륵!"

빠르게!

더 빠르게 병사들을 올려보낸다!

"좋아! 좋아! 다들 잘 올라가고 있어!"

곧 나도 친위대를 이끌고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지금쯤이라면, 하늘에 자리 잡은 픽시들이 경계병들을 처치하고 있을 터!

"다크엘프들! 올라가라! 올라가서 성벽을 점령해!"

"알겠습니다!"

다크엘프들까지 신속하게 올라간다.

"카르티!"

"응...! 보고 있어! 큘스오빠! 날아오른 픽시들이 경계병을 처치하는 중이야! 지상에 있는 적병력은 극소수! 당황했고, 고블린들이 진형을 만들고 있어! 질 수가 없는 싸움이야!"

"좋아! 이제 올라가자! 친위대들이여! 나를 따르라!"

그렇게.

ㅡ파앗!

나도 사다리를 잡았다.

이제 전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ㅡ파앗!

잽싸게 사다디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위에 있는 다크엘프의 엉덩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지상으로 나온 순간.

"케르으으윽!"

"케르으윽!"

"케륵!"

나는 내 병사들의 숙련도를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되었다.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고블린 진형. 그리고 비행하고 있는 픽시들. 망루는 있었지만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진작에 죽어서 쓰러진 것이다!

ㅡ부우우웅!

내 병사들이 소수의 인간 병사들을 유린하고 있는 상태!

완벽하다!

말 그대로 빈집털이나 다름없는 전투다!

"리리엘! 조명!"

"알겠다!"

ㅡ파앗!

어둠이 깔린 공간이 적절하게 밝아진다. 밤공기가 차다. 물론 인간들의 시체 역시 차갑겠지.

"이대로 내성의 정문까지 돌파한다!"

위치는 이미 알고 있다!

"고블린 보병대! 소대별로 사각진을 만들어라!"

"케륵! 사각진 실시!"

고블린들이 바쁘게 진형을 만들었고, 내가 지시한 방향으로 전진하기 시작한다.

"크아아아악!"

"아악!"

성벽 위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소수의 인간 병사들이 분투했으나, 이미 갈고리 밧줄을 이용해 성벽 위로 올라간 다크엘프 특전사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저 여자들은 유격훈련까지 수료한 여자들이다. 인간 병사가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ㅡ부우웅!

"보이는 인간들은 다 처치했어! 쉬운 상대야! 하수도에서 걷는 게 더 힘들어!"

"잘했다 세리뉴! 이제 낮게 날면서 경계만 해줘!"

"응!"

"부릴아! 전진 속도를 높인다!"

"케륵! 속도를 높인다! 실시!"

고블린 보병대의 뒤를 따라간다. 야간이다. 그리고 성벽의 안이다. 경계를 도는 병사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ㅡ처억.

우리는 남작성의 내성 앞에 서게 되었다.

"상황을 알아챈 건가?"

위쪽에 난 창문에서 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하긴. 소란이 일어난 상황이다. 누구든 확인을 하고 있겠지.

"세리뉴. 저 창문 안으로 윈드커터 좀 박아줘라."

"알겠어!"

ㅡ부웅!

픽시들이 날아갔고.

"리리엘! 타락천사부대 이쪽으로!"

"알겠다!"

즉시 리리엘이 자기 부하들을 이끌고 성문 앞으로 왔다.

"훈련받은 대로 성문을 파괴하십시오!"

"흑염포 장전!"

ㅡ화르르륵!

ㅡ화르르륵!

ㅡ화르르륵!

리리엘의 구령에 타락천사들이 손에 힘들 모았다.

"무, 무능한 인간놈들!"

"이 새끼들 때문에 우리가...!"

"전부 박살을 내주겠습니다!"

타락천사들이 저마다 불만을 중얼거리면서 캐스팅을 완료했다. 인간들에게 유감이 좀 많나 보지. 아무튼 그녀들의 손에서 암흑의 구체가 완성되었고.

"발사!"

신호를 한 순간.

ㅡ퍼어어어어어엉!

동시에 쏘아져 나간 흑염포가 내성의 성문을 강타했다!

"결과는...!"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것이 걷히자 보인 것은.

"성공이다!"

내성의 내부로 통하는 복도다!

문이 박살났구나!

"파괴 성공!"

"좋다! 마왕! 고블린 방패병들을 앞세워라! 내부 공략에 들어간다!"

바네사가 용맹하게 소리쳤다. 우리들 중 유일하게 남작성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여자다. 내부 전투는 바네사가 지휘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부릴아! 복도 넓이에 맞춰서 서라! 진격한다!"

"케륵! 알씀다!"

ㅡ우루루!

바로 고블린들이 방패를 앞세운 채 복도 넓이에 맞춰서 섰다.

"이러고 있으니 던전 생각이 남다! 그때도 이랬는데!"

"그렇다면 익숙한 전장이라는 뜻이다! 고블린들 진격!"

"케르으으윽!"

그렇게 우리들은.

남작성의 내부로 진격했다.

성을 점령하는 건 시간문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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