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화 〉 이 성은 이제 제 것입니다 # 4
* * *
다음날.
수녀들이 방문했다.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안젤리카. 수녀원장이에요."
금발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 가슴골 쪽에 손을 얹으면서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레이카가 쎈누나 타입이고 아이린이 여자여자한 느낌에, 성녀가 여왕님 같은 느낌이었다면. 뭐랄까 수녀원장 안젤리카는 조금 성숙하고 단아한 여성 같은 느낌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남성 경험이 참 많아서 섹스 상대를 잘 품어줄 듯한 스타일의 유부녀인데, 인큐버스인 내가 느낀 바로는 처녀다.
"성녀님을 뵙습니다."
"성녀님을 뵙습니다."
수녀원장을 따라온 5인의 수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부 금발을 지닌 미녀들에 처녀들이다. 맛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하반신에 피가 쏠리면서 기대가 된다.
신성력이라는 것은 여성의 미용은 물론이고 건강. 호르몬에도 작용을 한다는 것이 내 연구 결과다. 수녀들은 하나같이 여성호르몬이 넘쳐흐르는 몸매를 지니고 있는 것도 모자라 아름다웠으니까.
앞으로 그녀들은 내게 몸과 마음을 바쳐 내 자지를 즐겁게 해 주거나 행정일을 해줄 것이다. 인큐버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면 파멸밖에 없어.
영원히 색을 탐하며 일을 해야 한다.
아무튼 성녀가 수녀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반갑느니라. 안젤리카라고 했느냐? 아주 신실해 보이는 것이,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아아...! 성녀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다니. 정말 기뻐요."
성녀의 칭찬에 안젤리카카 좋아 죽으려고 하면서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성녀를 마음 깊이 존경하고 동경하는 모양.
하긴 뭐 성녀의 미모를 보면 남자든 여자든 빠져들 수밖에 없다.
"후후후,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거늘.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꾸나. 여신교의 신실한 수녀들을 보니 빨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구나."
"네. 그렇게 할게요. 아아, 이렇게 성녀님과 직접 뵙게 될 줄은. 그런데 성녀님. 정말로 천사들이...?"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이니라."
성녀가 내게 눈치를 보냈고, 나는 바로 성녀의 옆으로 따라붙으면서 수녀들에게 말했다.
"우선 회의실로 가시지요. 나눌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아, 네. 그런데 이분께서는?"
안젤리카가 성녀에게 물었다.
"도주 중에 만난 기사이니라. 그에겐 아주 큰 도움을 받았느니라. 근위대가 전멸한 상황에서... 아주 큰 도움을 받았느니라. 장대한 구출극이었지."
"그렇군요? 반가워요. 수녀원장 안젤리카라고 해요."
"예. 큘스라고 합니다."
ㅡ스윽.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서 안젤리카와 악수했다. 정말 퓨어한 반응이로군. 역시 수녀 출신이라서 남자에 대한 내성이 없다.
"그 역시 아주 신실한 여신교의 신도이니, 둘이 잘 맞을 것이니라."
"네? 자, 잘 맞다니..."
현재 수녀들은 내 수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당연하다. 지금 나는 마족으로서의 특징을 상당 부분 지운 상태였으니까. 전부 내가 마족이라는 의심 따윈 하지 않는 중이다.
상황이 아주 좋다.
이대로 한명한명씩 전부 내 색으로 물들이도록 하자.
* * *
그렇게 우리들은 회의실로 들어갔고, 성녀는 천사사태에 대한 것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그런... 너무해요. 수녀들이 떼죽음을 당하다니."
마음이 여린 것인지 안젤리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어깨를 떨었다. 다른 수녀들 역시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들은 천사 같은 외형을 한 악마일 뿐이니라. 잔혹하고 교활하지. 순한 천사를 연기하다가 갑자기 기습을 한 탓에 방어 병력 대부분이 무력화되었느니라."
"..."
그 결과 중앙 쪽은 완전히 갈라졌고, 천사파와 반천사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중이다. 안젤리카 역시 그 소식을 알고 있었다.
"성녀님. 무슨 일이 있어도 성녀님께 힘을 보탤 것을 약속할게요.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제게 말해주세요."
"네! 성녀님!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부디 돕게 해주세요!"
이 착한 수녀들 같으니라고...!
이 순수한 여자들이 진심으로 성녀를 걱정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니, 잠깐. 근데 아이린이랑 레이카를 보면 딱히 순수한 것 같진 않단 말이지.
"후후후, 고맙구나."
아무튼 도와준다면야 나야 좋다.
"아, 그런데 성녀님. 최근에 안타까운 일이 많이 있었어요."
"무슨 일이더냐?"
"사실은..."
안젤리카 수녀원장이 침통한 얼굴로 레이카와 아이린. 그리고 라이자를 언급했다. 미개척 지대에 들어갔다가 실종이 되었다고.
"흐윽... 과연 미개척 지대엔 무엇이 있을까요? 기사인 바네사님 역시 실종이 되었어요."
다들 잘 살아있는데 말이지.
살아있는 걸 넘어 다른 방에서 과로에 가까운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그 소식을 알면 기뻐할까?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뭐 그런 식으로, 나는 성녀와 수녀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조용히 배려를 해줬다. 그리고 성녀는 눈치껏 성에서 행정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을 했다.
나는 그리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게 놔둔 뒤에 성녀에게 말했다.
"성녀님. 안젤리카 수녀원장과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중요한 일이더냐?"
"네."
"알겠느니라. 안젤리카. 큘스가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구나."
"예? 저랑요?"
"가능하겠느냐?"
"안 될 건 없지만..."
성녀의 말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
"그럼 안젤리카님. 따라와 주십시오."
"아, 네."
안젤리카가 살짝 혼란스러워하면서 내 뒤를 따라왔다. 그렇게 나는 준비해둔 방으로 안젤리카를 데려갔다.
간단한 1대1 접견실이다.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침실이 있는 접견실.
거기에 술도 비치가 되어 있다.
"여긴... 큘스님? 저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ㅡ뽀옥.
바로 술병을 따서 컵에 따른다.
그것을 안젤리카에게 내밀었다.
"한잔 하시지요."
"자, 잠시만요. 큘스님? 이런 짓은 조금..."
"네? 이런 짓이라니요?"
"음주는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의심은 있나 보다.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는군.
"저기, 안젤리카님. 저는 지금 안젤리카님께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성녀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중요하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요청한 것뿐이니, 조금 긴장을 풀어주시겠습니까?"
"아."
"한잔 받으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성녀라는 말에 가드가 풀어진다. 어쩔 수 없다. 성녀를 무한히 신뢰하는 중이니까.
"..."
술잔을 잡아 든 안젤리카가.
ㅡ꿀꺽.
그것을 한번에 마셔버렸다.
아니, 완샷을 때린다고?
화끈한데?
"으읏..."
근데 괴로워하는 걸 보니 그냥 몰라서 마신 듯했다. 음주조차도 즐기지 않는 수녀라니. 참으로 건전한걸.
ㅡ쪼르륵.
아무튼 나는 다시 술을 따르고 그녀의 앞에 앉았다.
"안젤리카 수녀원장님. 수녀원장님은 수녀님들을 이끌던 경력이 있으시지요."
"네. 제법 오랫동안 운영을 했어요."
"그 능력을 우리 성녀님을 위해서 써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에요. 당연히 성녀님을 위해 힘을 쓸 거예요."
강인한 눈빛이다.
반드시 성녀를 돕겠다는 눈빛.
"정말입니까? 정말 그러실 수 있습니까?"
"네? 그렇게 확인하지 않아도 저는 도울 거에요."
"아.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이렇게 묻는 이유가 있거든요."
"이유요?"
"아직 다른 사람들이 알아선 안 될 비밀이 더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수녀원장님만 호출한 것이고요. 성녀님을 돕고 싶으시다면, 그 비밀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비밀이요?"
내 말에 안젤리카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네."
그러면서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달아오르는 것을 확인한다.
이건 일종의 계략이고 함정이다.
나는 인큐버스고, 내 호흡부터 시작해서 체취 등. 그 모든 것들이 여자를 흥분시키고 달아오르게 만든다.
따라서 여자가 나랑 이런 좁은 방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한다면... 그 효과가 금방 드러나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흥분하게 되고, 민감해지게 된다. 성욕과 욕정이 끓어오른다. 그리고 약간의 졸음을 느끼게 된다.
"천사들에 대한 비밀만큼이나 큰 비밀이지요."
"그, 그게 대체 무슨?!"
ㅡ스윽.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안젤리카 쪽으로 다가가 주저 없이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다시 묻지요. 성녀님을 진심으로 돕고 싶으십니까?"
"자, 잠시만요 큘스 기사님. 너무 가까워서...!"
"예?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가 없을 리가 없잖아요!"
얼굴이 시뻘게진 안젤리카가 어깨를 살살 떨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향기를 느껴보았다.
아아.
암컷의 냄새.
벌써 인큐버스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왔다.
팬티가 살짝 젖어버린 정도의 흥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쯤 보지가 징징 울리고 있을 것이다. 자각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비밀을 듣기 싫으신 겁니까? 그렇다면 도움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돌아가 주십시오. 폐를 끼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성녀님을 돕고 싶어요!"
강인한 외침.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단, 지금부터는 무를 수가 없습니다."
안젤리카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강한 어조로 말한다.
"물론이에요!"
안젤리카는 그러한 내 태도에서 진심을 느낀 것인지 강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시선을 맞출 수작이었는데 말이다.
여자가 인큐버스인 나와 마치 눈싸움을 하는 것처럼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 보면, 그 시간에 비례해서 흥분도가 올라가게 된다.
ㅡ스윽.
자연스럽게 술잔을 잡고 들이키자 안젤리카 역시 나를 따라서 술을 마셨다.
"하아... 하아..."
적당한 취기와 달아오르는 몸. 안젤리카가 눈에 띄게 힘들어하면서 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더운 걸까요."
"덥습니까? 창문을 열어드릴까요?"
"아, 아니요... 괜찮아요."
"그럼 들어주세요. 비밀을."
간단하게.
비밀을 말해준다.
"사실 남작은 성녀님을 잡아서 천사들에게 바치려고 했습니다."
"네, 네엣?! 정말인가요?!"
"네. 남작님이 성녀님을 구했다는 건 어쩔 수 없이 한 거짓말입니다. 그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대체 무슨...!"
놀라움을 토로하는 안젤리카에게 그러한 진실들을 살살 속삭여줬다. 남작을 억류한 이유와 우리 측에 붙은 천사들에 대한 것까지.
최대한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정신을 쏙 빼놓기 위해 그녀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한다.
"그런... 너무해요..."
이미 안젤리카는 헤롱헤롱한 상태였다.
내가 손을 꼭 잡고 귓가에 속삭이고 있는데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역시. 지금 내 능력은 수녀원장급 여자에게도 잘 먹혀 들어가는군.
ㅡ스윽.
바로 안젤리카의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제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우선 저와 하룻밤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어째서 하룻밤을...?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거죠?"
별다른 의심 없이 순수하게 의문을 표하는 안젤리카.
"수녀원장님을 신뢰할 수 있는지, 같이 밤을 보내면서 알아봐야 하니까요."
"그, 그렇군요... 알겠어요. 오늘은 큘스님과 같이 자도록 할게요."
ㅡ더듬더듬.
어느샌가 내 손은 안젤리카의 허벅지 안쪽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수녀복에 가려진 실크재질의 팬티를 살살 쓰다듬어주면서, 나는 계속 속삭였다.
"안젤리카님. 섹스는 주에 몇 회 정도 즐기십니까?"
"세, 섹스라니... 성관계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해본 적이 없어서 잘..."
"없다고요?"
"네... 여신님을 섬기는 몸으로서 남성분과 성관계를 할 수는..."
오늘 그 원칙이 깨지게 될 것이다.
"그럼 자위는 하는 편입니까? 한다면 얼마나?"
"밤에. 시간이 있을 때 한 번씩 즐기는 편이에요."
그 모습은 보고 싶은데.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그렇지만 남성분께 제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안젤리카님이 신뢰할 수 있는 분인지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런 거라면..."
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