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296화 (296/544)

〈 296화 〉 정치란 게 뭐냐 # 4

* * *

숙소로 돌아온 켈스론 자작은 즉시 여종들에게 시중을 받으면서 옷을 벗었고, 방에 붙어 있는 목욕실로 향했다.

"내 몸을 씻겨라."

"알겠습니다."

제법 좋은 숙소였지만 목욕실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비대한 몸을 수용하기에는 상당히 작았기 때문이다. 욕조에 들어가니 살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마찬가지로 음식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대량으로 먹는 것을 즐기는 식성을 지녔으니까.

변방 남작령 숙소의 음식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 거기가 좋구나."

"네. 자작님."

"가슴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라."

"알겠습니다."

그래도 욕조 안에서 여종들과 몸을 딱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ㅡ스윽.

자신의 살에 딱 달라붙은 알몸의 여종들이 가슴을 사용해서 열심히 비누칠을 해준다. 켈스론 자작은 여색과 음식을 아주 밝히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삶을 거진 그런 것으로 채워왔다.

"흠."

켈스론 자작은 사이딘 백작에게 상당히 신임을 받고 있다.

그의 임무는 주로 협상 같은 것이었는데, 하위 귀족들을 겁박하는 화술은 여러모로 악평을 듣고 있었지만 백작에게는 고평가를 듣고 있었다.

백작의 권력과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이용해 몰아치듯 밀어붙이는 화술은 그만큼 강렬한 색채를 지니고 있었고, 그에 따라 자작은 백작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줬으니까.

자작은 하위 귀족을 주무르는 것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번 임무를 잘 끝마친다면 더욱 큰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계산 결과 성녀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자작은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할 생각이다.

"자작님? 불편하십니까."

"아니. 계속해라."

"네... 읏."

뒤쪽에 자리 잡은 여종은 자신의 가슴을 이용해 비누칠을 해주고 있었고, 앞쪽에 자리 잡은 여종은 자신의 성기를 열심히 빨아주고 있었다.

여종들에게 목욕 시중을 받는 시간은 그에게 있어서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불만이 생긴다.

'천사.'

그날 천사를 목격한 뒤로 여종들의 외모에 큰 불만이 생겼다. 제법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종을 부리고 있지만, 이런 여종들 수백을 쌓아봤자 천사 하나만 못하다.

천사의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천상의 그것이다. 그 색기가 넘쳐흐르는 암컷들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을 때 느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천사를 갖고 싶다고, 자작은 생각했다.

'뭐, 성녀도 천사만큼이나 맛있어 보이긴 했지.'

성녀의 미모 역시 완벽하다.

'보지도 쫄깃쫄깃해 보이고. 젖도 큰 게 따먹는 맛이 있겠어. 그 앙칼진 눈매를 보면 섹스도 잘할 것 같은데... 그런 천박한 년은 젖탱이를 쥐어짜면서 사정없이 보지를 쑤셔댄 뒤에 노예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 번만 꽂아버리면 바로 내 노예로...'

물론 성녀에게 그럴 수는 없다.

켈스론은 입맛을 다셨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성녀가 아니라 천사다. 그는 천사에게 완전히 사로잡혔다.

천사들은 몹시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그녀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욕정이 끓어오를 만큼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녀들이 사악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을 막아버린다면 그런 단점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많은 귀족들이 천사들을 원하고 있다.

아니, 실제로 갈망하고 있다. 전장에서 천사들을 맞딱뜨린 남자들은 전부 천사들을 노예로 삼고 싶다는 충동에 빠져들게 되었다.

실제로 몇몇 사로잡힌 천사들은 귀족들은 침소에 감금된 채, 속죄를 빙자한 가혹한 성노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을 들었을 때 어찌나 부럽던지. 자작 역시 그런 천사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천사는 최상의 전리품이다. 모든 남성 귀족들이 갈망하는 전리품.

그래서 이번 기회를 이용할 생각이다.

성녀는 분명 위협적인 존재지만, 어차피 여물지 못한 신흥 세력일 뿐이다. 더 커지기 전에 흡수하는 것이 사이딘 백작의 방식이다.

물론 성녀는 이름값이 있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매력이 있으니 쉽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성녀를 지금 흡수한다면. 그 위협적인 매력은 오히려 이득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이딘 백작의 이름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부러워지는군.'

사이딘 백작의 첫째 아들. 성녀는 그와 혼인할 예정이다. 저렇게 맛있어 보이는 암컷과 결혼하다니. 깊은 질투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자작은 생각했다. 천사 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 이쪽이 승리라고.

어차피 성녀는 반항할 수 없다. 신흥세력이 백작의 군세를 이겨낼 수는 없을 테니까. 협박은 잘 먹힐 것이고, 성녀 측은 수세에 몰린 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그때 사정을 봐주는 척하면서 알짜배기를 빼가면 임무는 종료다.

자신은 그 과정에서 천사를 취할 것이다.

"우읍!"

자작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것을 빨고 있는 여종의 뒤통수를 짓눌렀다.

"아아."

천사를 취할 그 날이 기대된다.

ㅡ스윽.

켈스론은 자신의 가슴살 사이에 숨겨놨던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들고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든 사자로서 백작령에 가야 한다는 말로 꾀어내기만 하면 된다.

* * *

그로부터 이틀 뒤.

편지를 받은 켈스론 자작이 다시 성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를 천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응접실로 안내했다.

"심문 중 불상사가 일어나면 안 되니 너는 나가 있어라. 야만기사."

자작이 그런 말을 했지만.

"알겠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우리가 갈 응접실은 비밀스러운 응접실이니까. 그쪽에서 무슨 대화를 하든, 은밀하게 만들어진 구멍으로 옆방에서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다.

ㅡ투욱.

그렇게 특수 응접실에 도착했다.

"이쪽이다."

"안에 확실히 천사들이 있겠지?"

"물론이다. 그녀들은 전향자다. 과도한 의심은 삼가도록."

"그건 내가 판단한다. 인류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그것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선 큰 의심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 새끼 진짜 웃겨 뒤지겠네.

"뭐, 시골에 처박혀 있는 네놈은 모르겠지만."

말은 거만하게 하고 있으나 하반신에서는 성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였다.

어떻게든 천사들을 따먹을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귀족들이 천사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한번 봐보자.

ㅡ끼익.

"오."

문을 열어주자 자작이 탄성을 내지르면 뛰어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바로 옆방으로 가서 구멍 앞에 앉았다.

"네가 켈스론 자작인가."

리리엘이 말하자.

"세상에...!"

켈스론이 감동에 푹 빠진 듯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저거 천사한테 단단히 홀린 것 같은 느낌인데. 무슨 천사가 서큐버스도 아니고 남자를 저렇게 매혹하나?

ㅡ고오오.

놈의 성욕이 끓어오른다.

뭐, 리리엘이 존나 예쁘긴 하지.

"전향자인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들었다. 정보가 필요한가?"

"무, 물론이오. 천사. 그 전에 이름부터 묻고 싶소. 그대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오?"

아니, 저 새끼 목소리가 갑자기 느끼해졌어?

"리리엘이다."

"리리엘! 나는 켈스론 자작이라고 하오! 중앙의 패자이신 사이딘 백작께 신임을 받고 있소!"

"그런가?"

켈스론은 아주 기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진짜 빨리 도축을 해버려야지 원.

"아무래도 좋다. 무슨 이야기를 원하지?"

"리리엘... 그대는 천사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우리 인류의 편에 섰소. 정말이오?"

"물론이다. 천사들의 만행을 더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미쳤으니까."

"참으로 올바른 생각이오!"

뭐 그런 식으로.

자리에 앉은 두 남녀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켈스론은 뭐 아주 그냥 기뻐 죽겠다는 듯한 느낌이었고, 리리엘은 차가웠다.

그들의 이야기가 지속된다.

"헌데... 리리엘 공. 중앙으로 올 생각은 없소?"

"뭐라?"

"지금 우리들에겐 리리엘 공이 필요하오. 물론, 리리엘 공에게도 우리가 필요할 것이오."

"무슨 소리지?"

"이곳보다 더 큰 곳에서. 더 중요한 곳에서. 더욱 화려한 대우를 받으면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오."

"흐음?"

"천사들을 몰아내기 위해선 전향한 천사인 그대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오. 지금 중앙에는 인류의 힘이 결집되어 있소. 그곳에서 리리엘 공과 다른 천사들의 힘을 써주시오."

"그 말은."

리리엘이 말한다.

"널 따라가면, 더 넓은 전장에서 힘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인가?"

"바로 그것이오! 그리고 지금 이상의 대우를 받게 될 거요! 이 켈스론 자작이 그것을 보증하겠소! 그리고 이 인간들의 세상에서 귀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오!"

"그런가..."

"그러니 그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곳?"

"은밀한 이야기요. 그리고 다른 천사들 역시 만나보고 싶소만."

대충 알겠다.

저런 식으로 천사를 꾀어낼 생각이겠지. 부귀영화니, 좋은 대우니 하면서 끌어들이면서 어떻게 해볼 생각인 모양이다.

"내 동지들을 만나고 싶다는 건가?"

"그렇소. 그녀들에게도 이 제안을 해야 하니까. 한명한명 전부 만나보고 싶소이다."

ㅡ고오오.

켈스론의 성욕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명심하시오. 이곳은 변방에 불과하오. 무엇을 한다고 해도 전쟁에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소. 리리엘 공. 그대는 중앙으로 와야 하오. 그곳에서 힘을 합쳐 천사들을 몰아내고, 이 땅의 구원자가 되도록 하시오."

"..."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소. 그리고 때가 된다면, 함께 남작령을 빠져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오."

"하지만 성녀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물론 그래도 좋소. 일단은 사자의 자격으로 백작님을 뵈러 가줬으면 하오. 무엇보다 리리엘 공이 전쟁으로 공을 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 길일 것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 그걸로 성녀를 지원하는 것 또한 은혜를 갚는 길일 것이오."

이 새끼 말은 진짜 잘하네.

리리엘이 잠시 침묵했고.

"네 제안은 마음에 드는군. 알겠다."

"오오!"

시킨 대로 대답을 했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이걸로 대충 알아냈다. 중앙의 귀족들은 천사들을 원하고 있다. 그것이 성욕의 대상이든, 아니면 전력이든.

이들은 천사들에게 아주 큰 집착을 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런 귀족들이 좋아 죽는 천사들을 여러 명이나 소유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남들이 정말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내 손에 있는 상황이다. 협상 카드가 손에 많다는 소리다.

이거 아예 리리엘을 특수공작원으로 써먹을까? 미인계를 적극 활용해서 귀족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전에 일단 자작부터 잡아 족치고 시작하자."

수법은 알아냈다.

그럼 이제 심문이나 해야지.

* * *

0